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88화 (288/305)
  • 제288화

    “이제 와서 뭘 숨기겠어? 내 직업은 [공상하는 경영자]다.”

    [공상하는 경영자]

    등급 : 이터너티

    상상의 영역에 존재하는 경영 지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단출한 정보가 나에게 보여진다.

    [성좌의 직감]이나 [관찰의 눈]에서 진화한 [신안]으로 본 게 아니다.

    그가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저런 능력도 있네? 어디 그러면 신안으로 한번 볼까?

    [공상하는 경영자]

    등급 : 이터너티

    공상. 상상. 허상.

    그리고 꿈.

    방대한 지식이 섞인 위상적인 세계에서부터 경영 지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자.

    이 직업을 가진 이는 공상 영역의 지식을 가공하여 스킬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주요 스킬 : 공상 영역의 증거. 공상 영역의 기술. 공상 영역의 실현. ****(정보 열람 불가)

    터무니없는 직업이 나와 버렸잖아. 그런데 정보 열람 불가라.

    이건 내 [신안]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거겠지?

    “뭐…….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그런 겁니까?”

    내 말에 그는 몸을 완전히 나에게 돌리고서 나를 보며 웃었다.

    “비슷해.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SF 영화 같은 게 있다고 치자고. 거기에 나오는 건 상상의 산물이잖아?”

    “그렇죠?”

    “그걸 나는 현실로 끄집어낼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약과 퀘스트 그리고 준비물이 필요하지만. 이 스카이 워로드도 그렇게 만든 거야. 한국말로 번역하면 하늘의 전쟁 군주라는 물건이지.”

    와아……. 이쪽도 대단히 맛이 간 능력인데? 과연, 아담 브론즈의 길드가 괜히 미국 랭킹 1위 길드인 게 아니로군.

    1위가 미국 정부에서 만든 거고, 3위가 [골든 호라이즌]의 것이니 이 인간이 민간인 중에서는 1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민간인 부분 1위. 그것은 즉, 세계 1위의 길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오……. 대단해요.”

    내 감탄은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도 놀라운 일이다.

    “공상 과학의 지식을 꺼낸다고 해서, 내가 그걸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게 핵심이자 곤란거리지. 나는 경영자 직업을 가진 거지, 제작자 직업을 가진 게 아니잖아? 그래서 필요한 게…… 직원 교육이야.”

    “직원에게 스킬 전수가 가능한 겁니까?”

    “비슷해. 스킬보다는 지식 전수에 가까워. 나와 직원으로 계약한 이는 나에게 직업 교육을 받고, 스킬을 얻을 수 있지. 각성자가 아닌데도 각성자가 된 것 같은 효과가 일어나는 거야. 그래서 [공상하는 경영자]인 거지.”

    “직원 계약이 해제되면요? 그러니까, 퇴사하거나 해고되면요.”

    “그러면 능력은 사라져. 내 직원이니까 받을 수 있는 능력이었기 때문이지.”

    “충성심이 장난 아니겠는데요?”

    직원인 상태에서라면…… 각성자로 살아갈 수 있다. 그건 무시무시한 메리트다. 아니, 이런 정보가 왜 안 알려진 거지?

    “네 표정을 보니 ‘이런 사실들이 왜 알려지지 않았나…….’ 하고 기가 막혀 하는 거 같은데, 원리는 아주 간단해. 직원이 될 때 쓰는 고용 계약서에 의해서 보호받지. 비밀 유지 조항은 기본 아니겠어?”

    [필시 그 고용 계약서에 스킬과 같은 강력한 강제적 보안 권능이 깃들어 있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지. 그게 아니라면 진즉 정보가 풀렸을 테니까.

    “그래서, 내 능력 이야기하자고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지?”

    “원래는…… 앞으로의 일을 좀 논의할까 하고 찾아온 건데요. 이런 데 계신 줄 몰랐네요. 그것도 혼자서요.”

    내 강력한 감각은 이 우주선에 살아있는 존재가 이 사람 혼자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나를 믿는 건 좋지만. 혼자 있을 때 부르는 건 좀…… 안전불감증 아닐까?

    [아니면 이 공간 안에서 안전하다고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헛된 망상입니다만.]

    너무 그렇게 야멸차게 말하지 말자고.

    “어떻게 내가 혼자인 줄 알았는지 묻지 않을 테니 내가 왜 여기 혼자 있는지도 묻지 마. 알리고 싶지 않아. 그건 아주 슬픈 일이거든.”

    뭔가…… 엄청나게 서글픈 표정이다. 이 인간 왜 저래?

    [타이밍이 안 맞아서 이 인간이 쪽팔릴 일이 있었던 것뿐입니다. 별 볼 일 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주군.]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본래는 [곤륜산]과의 전투에서 우리를 돕고자 이 우주선을 타고 오던 중이었습니다. 도착하기 전에, 저희가 전투를 끝내버린 게 문제였을 뿐이죠.]

    앗. 아앗.

    [아마도 극적인 순간 멋지게 등장하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결국 이렇게 혼자 청승맞은 척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참……. 뭐라고 할 말이 없네. 근데 척량이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해킹했습니다. 이 우주선의 전자전 프로그램과 장비는 상당히 우수했습니다만, 진화한 저의 상대는 아니더군요.]

    네가 더 먼치킨 같은 거 알아, 척량?

    “어……. 음. 묻지 않도록 하죠. 그러면 일 이야기 좀 할까요?”

    “잠깐만 기다려.”

    그러더니 그가 손가락을 딱 튕긴다. 그리고 홀로그램 하나가 나타났다.

    “알프레드!”

    “오즈월드입니다, 도련님. 손님을 부르셨군요.”

    “찾아온 거야. 내가 안 불렀어.”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집사 오즈월드의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오토파일럿 모드. 마이 홈으로 귀환.”

    거대한 우주선이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스카이 워로드는 이제 알아서 돌아올 거야. 그러니 우리 집으로 가자고.”

    그가 손을 다시 한번 ‘딱!’ 하고 튕긴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옆으로 사각형의 문이 바닥에서부터 솟아났다.

    손잡이가 달린, 보통의 나무 문짝이다.

    아니, 저건 또 왜 SF가 아니라 레트로 감성이야?

    “텔레포트 머신이지. 내 집으로 이어져 있어. 만드느라 고생 좀 했다고.”

    “헐……. 진짜예요?”

    워프 머신이라고라! 나도 지금 나 혼자서만 공간 이동이 가능한데.

    “공상 과학의 힘을 얕보면 곤란하지. 그러면 가자고.”

    그가 문을 연다. 그리고 그 안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응접실이 있었다.

    “들어와.”

    그가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 * *

    옛날에 집에서 영화를 보던 때가 생각난다.

    사람은 가난해도 놀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버리기 때문에 적절하게 놀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게 바로 가성비 좋은 놀이 방법.

    그중 하나가 유료 스트리밍 채널이다.

    월 정액 1만 원에 여러 가지 방송이 완전 무료!

    아웃플릭스라는 채널이 가장 유명했고, 영상도 많았기에 그걸 주로 봤었다.

    그 아웃플릭스의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보면 꼭 나오는 게 있다.

    바로 부자의 저택. 호화스러운 응접실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데 와 있다.

    전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방이라는 게 더 놀라운 점이기도 하다. 천장에는 유럽의 고궁 박물관에나 있는 천상화가 그려져 있다.

    천사가 날아다니고, 신화 속의 장면들이 재현되어 있는데, 높이가 거진 10미터는 되어 보인다.

    벽에는 웃는 여인, 화내는 남자, 천사, 수녀 등의 종교적인 느낌의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바닥에는 귀해 보이는 카펫이 깔려 있고, 가구들도 고가구 같은 느낌의 앤티크들이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벽난로가 있어서,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타고 있다.

    뭐랄까. 아주 분위기 있다고 할까?

    “내가 자랑하는 티 룸 중 하나야. 유럽풍으로 만들어 본 곳이지. 오즈월드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는데 아주 분위기가 좋지.”

    “확실히 좋네요. 인테리어 값도 어마무시하겠는데요?”

    “물론이야. 한국 돈으로 치면 대충 100억쯤 들였을걸?”

    “와우…….”

    [주군. 이보다 호화롭게 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 됐어.

    [하오나…….]

    됐대도.

    척량을 조용히 시키고, 나는 그가 앉은 의자 앞에 앉았다.

    늙었으나 꼿꼿하고 강직한 집사는 곧이어 차와 스콘을 내놨다.

    “스콘도 오즈월드가 직접 구운 거야. 맛은 아주 끝내줘. 게다가 버프도 준다고?”

    버프도? 어디 보자…….

    [오즈월드의 스콘]

    등급 : A

    집사 오즈월드가 구운 스콘.

    피로 100 제거.

    와우……. 무슨 쿠키가 아이템이야?

    요리 스킬도 가지고 계신가? 그런데 집사가 왜 요리 스킬이 있는 거야?

    [저도 요리 스킬 배우겠습니다.]

    아니. 됐다고.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거지?”

    “눈먼 예언가……라는 분을 만다고 싶어서요.”

    눈먼 예언가. 헌터 네임은 레인 시커.

    그리고 본명은 스테파니 제시카.

    예전부터 이야기는 제법 많이 들었다. 하지만,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미국의 최상위 랭커 중 한 명이며, 동시에 대마법사라고 하던가?

    예지 능력을 이용해서 마법 스킬을 확보하고 강력해진 케이스라고 했다.

    정지한과는 다른 느낌……이랄까?

    그녀와 만나서 그녀도 최후의 관문을 알고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모른다면 나 혼자서 그 나름의 준비를 해야 하고, 그녀가 뭔가를 알고 있다면 어느 부분까지 아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에야 내가 성좌들과 거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스테파니를? 왜지?”

    “믿을 만한 정보에 의하면, 이제 최후의 전투 혹은 관문이 남았다고 하더군요. 그걸 해결하면 지구는 이제 안전해지는 거죠.”

    “세계 멸망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정말인가?”

    “예. 심지어 성좌가 건네준 정보니까 일단 신뢰할 만해요.”

    “성좌들도 거짓말을 하지. 그건 알고 있나?”

    “물론 알죠.”

    우리가 거짓말을 하듯이, 성좌들도 거짓말을 한다.

    다만 시스템이 공증한 거래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우회적으로 속이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 중요 정보를 은닉하고 말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다고 해도 아예 거짓을 말할 수는 없는 게 시스템의 장점이지.

    “흐음……. 그럼에도 진실이라고 판단한 정보라 이건데. 그렇다면 그 최후의 관문이 뭔지 알아보려고 그러는 거겠지?”

    “예. 그래야 대비를 하죠. 안 그러면 설사 그 관문을 해결하더라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을 수 있거든요.”

    “혹은 실패해서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겠지.”

    “그럴 수도 있죠.”

    “스카이 워로드 말인데. 어땠나?”

    “예?”

    갑자기?

    “그건 전투용이기도 하지만……. 이주를 위한 모선이기도 해. 성서에 나오는 방주 같은 걸 만든 거지. 지금은 네가 차지한 [곤륜산]이 더 방주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쨌든 내 거는 아니잖아?”

    그의 뜬금없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가 멸망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면, 생존을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할 만하다.

    그는 이주를 위한 방주를 만드는 것을 선택한 것.

    아마 정비가도 비슷한 형식으로 생존하려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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