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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87화 (287/305)

제287화

[따봉을 자연스레 받게 되십니다.]

엥?

[예전에는 주군이 어떤 행동을 해서 타인의 마음에 경탄과 감탄을 불러일으켜야 따봉이 올랐습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주군의 곁에 있게 되면, 저절로 주군에게 감탄하게 되는 거지요.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아니. 그거 무슨 세뇌 같은 거 아냐?

나 어느샌가 걸어 다니는 세뇌 탑 됐어!?

[성좌의 힘입니다, 주군.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다른 사람들도 그렇대?”

“격이 낮으면 압박감은 안 느껴져. 그래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아……. 성좌로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

“형.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면 죽빵 맞아.”

“그건 그렇겠다.”

“형제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요?”

마티니를 들고서 별하나가 다가온다. 아니, 애들도 있는데 술을 드시네?

“아. 이거? 괜찮아요. 우리 레벨이 몇인데. 이 정도는 몸에 들어가자마자 그냥 분해된다니까요? 게다가 무공도 익혀서 더 그렇거든요.”

“덕분에 취하는 건 이제 더 이상 못 합니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일지도 모르죠. 저야 근손실 오니까 술은 애초에 안 마십니다만.”

그리고 그 뒤로 정지벽 씨가 다가왔다. 별하나는 오늘 편하고 아름다운 복장을 하고 왔다. 하얀 블라우스에 청치마.

반대로 정지벽 씨는 남자 같은 정장 슈트를 입었고, 그녀의 키와 근육 덕분에 위압감이 장난 아니지만, 외모가 워낙 예쁘셔서 위화감이 없는 게 특징.

“너 그거 병이야. 탱커 직업이 술 마셨다고 근손실 온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도 없거든?”

“그런 해이한 마음가짐이 근손실을 부르는 거거든?”

“아니거든?”

“맞거든?”

예전부터 둘이 친하다더니 아웅다웅하면서도 편하고 즐겁게 대화를 한다. 흠터레스팅.

부러워라.

[주군께는 제가 있지 않습니까?]

고마워, 척량. 그래. 나는 무척이와 척량이 있지. 그거면 된 거지, 뭘…….

“다들 여기 계셨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광이 다가왔다.

“정지한 그 인간만 오면 딱 팀원 집결인데.”

“리블 씨는 왜 빼?”

“그놈은 그다지 팀원 같지 않으니까. 사실 이트나 엔조가 더 우리 팀원 같지 않아요, 누나?”

“하긴, 그 둘이랑 체감으로 2년 정도 같이 있었지?”

베르나데 이트. 그리고 다니엘 엔조. 이 둘은 알파 팀원들과 함께 시간 비율이 다른 던전에서 같이 싸웠다고 들었다.

베르나데 이트야 워낙 강력한 마법사이자 드루이드였고, 다니엘 엔조의 탱킹 능력도 정지벽에 버금갈 정도라고.

“꿀꺽꿀꺽. 후아아.”

단번에 마티니를 다 마신 별하나. 그리고 손에 든 작은 보틀을 들어 다시 잔에 따른다.

저거…….

“그거. [술 마르지 않는 술병]이에요?”

“오! 알아보네? 맞아. 던전에서 얻었어. 술의 종류는 내 마음에 따라서 바꿀 수 있지롱?”

별하나 양. 애주가셨구나.

“좋네. 이렇게 느긋하게 쉬는 것도. 그러고 보니 지척 씨. 아직 하나 큰 게 남았다며?”

“네. 리블의 말에 의하면 그렇다는데……. 제 직감상으로도 그래요.”

“그 [성좌의 직감]?”

“예. 예지 능력 하위 호환이지만. 잘 맞거든요, 이거.”

“하긴 사람들 중에도 감이 좋은 사람 많지. 특히 헌터가 되고 나서 그 감이 스킬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그렇죠. 유명한 이야기잖아요.”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들은 헌터가 되고 나면 스킬화가 되어 강해진다는 게 상식이다.

감이 좋은 사람이 [육감], [직감] 같은 스킬을 얻거나, 운동을 꾸준히 하던 사람이 [강건] 같은 스킬을 얻는 게 그런 이유다.

심지어는 헌터 직업이 [마법사]인데도 운동에 환장하는 헬창이라서 [강건한 육체] 같은 스킬을 얻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그 헌터는 [근육 마법사]라는 희귀 직업으로 전직했다던데.

[근육 마법사]는 뭐하는 직업일까?

근육으로 마법을 쓰나? 마력이 아니고?

“그러고 보니, 일이 다 끝나면 뭐 할 거야?”

동료들이 별하나의 말에 나를 본다.

“어……. 저요?”

“그래. 네 말마따나 이 세상을 구원하고 나면 뭐 할 거냐고. 구원자 엄지척! 멋지잖아? 세계 정복이라도 할래? 지금도 가능하잖아.”

[별하나 양의 의견은 타당합니다. 이제 제가 실체화를 하였으니, 세계를 발아래 두실 시간입니다, 주군!]

척량이가 바로 김칫국 마시네. 아니, 그러면 안 되잖니.

세계를 발아래 둬서 뭐 해.

[물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이지 않겠습니까? 던전과 몬스터들. 그리고 간악한 성좌들을 몰아낸다고 해서 세계가 평화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음?

[아직도 정치적인 혼란과 억압적인 독재에 신음하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까? 또한 민주주의 국가들도 자본과 정치권력에 의한 계급으로 나누어지고 백성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들을 구원하고자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바로 참된 군주의 덕목인 것입니다!]

우리 척량이가 맨날 패도를 걸어 군주가 되라고 하더니 그런 뜻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렇습니다, 주군. 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외면하지 마시옵소서!]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볼게. 그리고 더 온건한 방법이 있을 것 같으니까. 그것도 생각해 보고.

우선은 마지막 남은 최후의 전투인지 뭔지를 준비하자고.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텔레파시로 척량과 대화를 나누고, 나의 답을 기다리는 동료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놀고먹을 건데요?”

“네?”

“예?”

“뭐?”

“음.”

무척이만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고, 다른 이들은 모두 벙찐 얼굴이 되었다. 마치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한 그런 얼굴이다.

“다들 오해하시는데요. 저는 워커 홀릭이 아닙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 놓고 워커 홀릭이 아니라고요?”

정지벽이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예. 아닙니다.”

“어째서요?”

별하나는 이제 따지는 얼굴이 되었다.

“필요하니까, 열심히 한 거예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열심히 치열하게 해야만 어떻게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한 거죠.”

“네에?”

“세계 멸망에 대해서 알았을 때…… 생각했죠. 내가 진짜 코피 터지게 하지 않으면 이거 진짜 망하겠는데? 그래서 그렇게 했죠.”

“어……. 누구도 지척이 너한테 그렇게 해달라고 안 했잖아.”

별하나의 지적.

그 말에 빙그레 웃어 주었다.

“세상 망하면 저는 멀쩡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제쳐 놓더라도, 무척이도 죽을 거고. 여기 별하나 씨나 정지벽 씨 그리고 성광이와 이 보육원의 사람들도 사라지게 되잖습니까.”

“아…….”

“제 가족, 제 친인을 지키기 위해서 세계를 지켜야 하는 상항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렇게 했다.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어린 무척이 그리고 나, 우리 둘만 남았을 때.

나는 과감히 학업을 포기했다. 왜냐면 그래야 했으니까.

무척이를 번듯한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

생각해 보면.

결국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대다수의 일들이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아니면 안 돼’ 같은 중2병 돋는 생각을 하고 사는 건 아니라고요.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와… 대단해…….”

“‘해야 하니까…….’라는 거군요.”

“형제님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아니, 내가 뭘… 그래서 여러분들은 어떤데요?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뭘 하실 건데요?”

내 질문에 별하나는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나! 요트 타고 세계 일주 할 거야!”

와, 이건 생각도 못 했네…….

“나 수영 좋아하거든. 그런데 바다에는 해양 몬스터가 있어서 위험하잖아? 그래도 튜토리얼을 막고 나면 몬스터도 줄어들 거고, 바다 여행을 한 바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다음에는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시원하다. 역시 별하나.

“저는 무공을 본격적으로 익혀 볼까 합니다.”

“무공을요?”

“체질에 잘 맞더군요.”

음. 이것은 헬창의 마음인가?

헬창에게 왜 쇠질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쇠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던데……. 이번에는 무공에 꽂힌 모양이시다.

“저는 재단을 설립해서, 보육원을 더욱 키울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광이는 여전하다.

아이들을 돌보고 선한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의지로 충만해 있다.

[주군도 저렇게 선한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세계를 정복…….]

너는 조용히 해, 인마.

마지막으로 무척이를 보았다.

그러자 녀석이 멋쩍게 웃어 보인다.

“나는 안 정했어. 끝나고 생각해 보지 뭐.”

이놈은…… 뭔가 맥 빠지네.

“자. 그러면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별하나가 술잔을 들어 올린다. 우리 모두 각자의 음료가 담긴 잔을 들어 부딪쳤다.

“위하여!”

* * *

동료들과 작고 즐거운 파티를 즐긴 후 우리는 헤어졌다.

각자의 일을 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는 미국에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에 가는 일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간단한 일이지만, 예전처럼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서 약간의 절차는 지켜야 했다.

우선 A/B와 직통으로 연결된 전화로 통화를 시도한다.

안 받으면? 문자를 남기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화를 걸자 바로 받았다.

-무슨 일이지?

뭔가… 뭔가…… 목소리가 까칠하다.

“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좀 대화를 나누었으면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찾아뵈려고 했는데…….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네요. 다음에…….”

-아니. 별일 아니야. 그래. 이쪽으로 온다고?

“예. 아시잖습니까? 공간 이동 능력이 있다는 거.”

-좋아. 안 그래도 이제 슬슬 움직이려고 했으니까. 이리 올라와.

“올라와요?”

-지금 나 우주에 있거든. 좌표 메일로 보낼 테니까, 올라와.

“아, 네.”

이 인간도 우주를 유영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나?

[좌표 도착했습니다, 주군.]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바로 공간을 넘었다.

화악.

“헐…….”

나는 SF적인 우주 전함의 함교 한가운데에 도착했다.

그 중앙 함장의 좌석 바로 앞에 A/B가 서 있는 게 보인다.

그 외에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지척 헌터. 스키어 워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

오퍼레이터인가? 그나저나, 스카이 워로드?

“어서 와. 내가 만든 최종 결전 병기에 온 것을 환영하지.”

아담 브론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뒷짐 지고 뭔가 멋 부리는 자세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약간 희극적이기도 하다.

“최종 결전 병기요?”

“그래. [곤륜산] 같은 놈들이 있을 거라고 예측하고 만든 거지. 내 직업 특성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거든.”

직업 특성이라…….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아담 브론즈의 직업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최근에는 바빠서 확인해 본 적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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