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85화 (285/305)
  • 제285화

    [현재 한국은 건국 이래 최대 호황기입니다만……. 그렇다 해도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상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

    “골치 아픈데…….”

    [원하신다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다만 슬슬 저의 대외적인 모습이 필요할 것 같긴 합니다만.]

    “음……. 그러고 보니 이번에 얻은 게 많잖아. 하자.”

    [예?]

    “공양 의식. 하자고. 시스템에 공양 의식을 해서, 너도 업그레이드하자. 따봉도 쓰고.”

    척량.

    내 만능 집사이자 책사.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때가 됐다.

    [아아……. 주군!]

    “그리고 예지 스킬을 더 올려야겠어. 아니면 예언자라는 그 여자를 만나 보든가.”

    전투가 끝나고서 리블이 나타났다고 무척이가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 한다.

    최후의 전투가 하나 남았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그는 뭔가를 알고 있다. 그건 정지한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정확한 무언가를 나에게 이야기해 줄 수 없는 것일 거다.

    그렇다면 나는 할 수 있는 걸 해야겠지.

    “그럼. 가자, 척량.”

    [예. 주군!]

    * * *

    “처음이로군.”

    정지한. 그는 어떤 섬의 해변에 서 있다.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고, 해변에는 보석들이 깔린 채로 빛을 내고 있다.

    하늘에는 오로라가 생겨나 영롱한 광채를 뿌리고, 섬 안쪽에는 사과나무가 무수히 많이 자라나 있다.

    아발론.

    신화에 나오는 환상의 섬.

    요정 여왕 모건 르 페이가 지배하는 곳.

    정지한은 이곳에 무수히 많이 왔었다. 그리고 올 때마다 이 섬에 파괴와 재앙을 내리고는 했다.

    이유는 단지 하나.

    [아발론의 여왕]을 섬기는 [호수의 여명회]의 잔당을 처리하고, [아발론의 여왕]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내버려 둔다면 [아발론의 여왕]은 고대의 영웅이자 왕인 아서 왕을 부활시키고, 브리타니아 왕국을 건국하려고 들기 때문.

    그렇다면 여기서 [원탁의 기사들]이 왜 이들에게 저항하고 대립하는가 궁금할 것이나, 그것에는 간단한 이유가 있다.

    [원탁의 기사들]은 현세를 수호하고, 현재의 영국을 지키기로 천명한 자들.

    [아발론의 여왕]이 만들려고 하는 브리타니아 왕국이란 지금의 국가와는 완전히 다른 가혹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들의 행동은 명백히 악(惡)이다!

    [무엇이 처음이지? 필멸자여.]

    “이 정도의 극소한 피해만으로 내가 이곳에 선 것이 처음이다.”

    [시간을 이동하는 권능을 지닌 건가… 그렇기에…… 본녀를 이리 몰아세울 수 있었더란 말인가…….]

    아름다운 해변과 몽환적인 섬.

    그러나 정지한의 눈앞에는 은혈(銀血)을 흘리는 여인이 쓰러져 있다.

    그녀의 날개는 나비와 같고, 두 눈은 사파이어를 박아 놓은 듯 아름답게 빛난다.

    크고 찬란한 눈동자가 떨릴 때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찬사를 내게 만든다.

    [아발론의 여왕] 모건 르 페이.

    성좌인 그녀가 지금, 정지한의 눈앞에 상처 입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정답이다, 여왕. 네 헛된 꿈 때문에 죽어가는 이들이 무수히 많기에 내가 이곳에 온 것이다.”

    [흐……. 우습구나. 내 꿈을 감히 네가 평가하느냐?]

    “못 할 것도 없지 않나? 너는 그저 하찮은 성좌에 불과한 것을…….”

    [하! 네가 지금 이 몸을 죽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리라고 생각하느냐.]

    “적어도 수백 년의 시간은 벌 수 있으니 의미가 있지 않은가?”

    정지한이 천천히 다가간다.

    [네놈 따위에게 승리에 대한 기쁨을 줄 수는 없느니!]

    그리고 분노에 찬 여왕의 포효가 터져 나오며, 세계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또한 여왕의 몸 전체가 빛을 내며 위험한 마력을 흘려냈다.

    자폭!

    [죽어라, 필멸자야!]

    부우우우우우우!

    마력이 부풀어 오른다. 모든 것이 파괴되어 그 힘을 방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째각째각.

    정지한의 등 뒤로 톱니바퀴의 환영이 생겨나며, 주변의 모든 것이 그의 손등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이건!?]

    “너 역시 인과율의 제물이 되거라.”

    [안… 안 돼에에에!]

    여왕의 몸이 부서져 내린다. 유리로 만든 모래처럼 반짝이며 흘러내린 그녀와 주변의 모든 것이 전부 정지한에게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현세에 되돌아온 그는 아무도 없는 얼음으로 된 무인도에 서 있었다.

    짝. 짝. 짝.

    그리고 뒤쪽에서 누군가가 박수를 치면서 걸어나왔다.

    “훌륭해요! 그래도 제법 강성한 성좌인데 말이죠.”

    “그렇다 한들 초월적인 다른 성좌들에 비하면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으니까. 그런데 리블.”

    “예. 정 대표님. 말씀하세요~”

    “너는 왜 여기 있지? 엄지척과 [곤륜산]에서 싸워야 했을 텐데…….”

    “저도 나름대로 바빴거든요. 정지 군이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조금 했답니다? 그리고 저쪽은 이미 다 끝났거든요. 국가 간의 정리도 끝나고~ 일도 정리되고~ 정지 군이 데려온 정경영이라는 사람, 일 잘하던걸요?”

    “그녀는 그런 능력이 있으니까.”

    “흐음. 확실히… 회귀자는 다르군요.”

    정지한은 리블을 고요히 바라볼 뿐이었다.

    “뭘 꾸미는 거지?”

    “꾸미다뇨오~ 그저, 거래를 제안하려고 왔을 뿐이랍니다~”

    “거래?”

    “앞으로 최후의 한 번……이 남은 것. 알고 계시죠? 아니. 모를 리가 없죠! 당신은 회귀자니까.”

    “너도 역시 성좌이기에 알고 있는 건가?”

    “글쎄요~?”

    히죽 웃는 리블.

    “그래서, 무슨 거래를 하고 싶다는 거지?”

    “지금 얻은 [아발론의 여왕]의 인과율. 그 안에 보면…… 여왕의 정수가 있을 거예요. 그걸 주시면 좋겠군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거냐?”

    “음~ 엄지 군을 위한 프레젠트?”

    정지한의 눈이 가늘어진다.

    “나는 너를 믿지 않아.”

    “그래야죠. 믿어서야 안 되죠.”

    “네가 이걸 원한다면, 그에 맞는 무언가를 제시해라.”

    “흠……. 그러면. 이걸 드릴게요.”

    푹!

    리블이 자신의 가슴을 스스로 찌른다. 그리고 기괴한 소리와 함께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심장이다.

    그것도 완전히 검은 심장.

    피 하나 흐르지 않지만, 심장은 두근거리면서 뛰고 있다.

    “제 심장이죠. 제 본체와 연결된 심장. 이 정도면 충분한 대가가 되려나요?”

    “목줄을 넘겨주겠다는 건가…….”

    “그럼요! 이 정도는 되어야 저에게 여왕의 정수를 주실 테니까요?”

    “그러면 말해라. 이걸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지.”

    “음~ 그건 말해드릴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죠. 그걸 저에게 주지 않으면…….”

    “않으면?”

    “마지막을 넘길 수 없을걸요? 당신이 그간 무수히 실패했듯이.”

    정지한은 그 말에 손등에서 무언가를 불러냈다.

    그것은 요정처럼 생긴 작은 보석.

    그리고 그것을 내던지자, 리블은 검은 심장을 정지한에게 던졌다.

    “하핫. 잘 생각하셨어요~ 그러면. 마지막 그날까지 저는 잠시…… 사라져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둠이 되어 사라졌다.

    * * *

    내 동생이지만, 정말 잘 컸다. 무척이가 저번에 하는 걸 보니 엄청나게 강해졌더라.

    아니, 몸에서 대포를 꺼내더라니까.

    무척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그랬어.

    정지벽 씨는 걸어 다니는 태산이나 다름없고, 대지의 힘으로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능력도 익혔잖아?

    주변 지형을 바꾸고, 그녀 스스로도 강한 타격을 먹일 수 있고.

    성광도 마찬가지. 그 녀석을 사도로 선택한 성좌의 힘을 가감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더라고.

    태양광 폭발 같은 그거 쩔던데.

    별하나 양도 엄청나기는 매한가지였다.

    성좌의 배에 구멍을 뚫을 수 있을 줄이야. 공격력만큼은 나보다 강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여서 놀랐었지.

    그러니까.

    척량이를 강화할 때다.

    슥슥.

    염혼염동의 힘으로 의식을 진행할 공양진을 그리고 있다.

    마법을 쓰면 마법진. 공양 의식을 하면 공양진.

    그리고 공양진에 이번에 얻은 여러 가지 것들을 올린다.

    [사도를 걸어 선이 된 자들] 성좌는 여러 가지 S급 아이템을 다량 소유하고 그걸 사용했었다.

    그것들 중 사용하기 참 애매한 것들을 공양의식에 쓸 생각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

    [은나라의 인신공양을 위한 제단]

    등급 : S

    분류 : 건축물

    최초의 고대 중국 국가인 은나라에서 널리 쓰이던 인신공양을 위한 제단.

    오랜 세월 인신공양을 하던 건축물로서 인신공양을 당한 제물들의 원념이 서려 있다.

    기능 : 공양의식 효율 300% 상승

    기능 : 소유주는 저주받는다.

    기능 : 소유주는 저주받는다.

    기능 : 소유주는 저주받는다.

    기능 : 소유주는 저. 주. 받. 는. 다.

    이런 물건이다.

    기능에 저주받는다는 말이 4번 쓰여 있고, 맨 마지막의 문장은 대놓고 저주하겠다는 강력한 원념이 서려 있다.

    무서운 물건인데 이걸 용케 쓰고 있었네. 놀라워라.

    [성좌의 직감]으로 보아하니, 성좌라고 해도 이 저주를 피해갈 수 없는 듯하다.

    이런 재수 없고 저주받은 물건은 파괴하거나, 공양의식으로 떠넘겨 버리는 게 최고지.

    이런 저주 템을 좋다고 받는 성좌도 있겠지만, 시스템의 경우에는 뭐든지 받아서 ‘자원화’해 버릴 수 있으니 편리하다.

    선도 악도 상관없다. 저주도 축복도 문제없다.

    모든 것은 ‘신성력’이 되어 그대로 환원된다.

    내 따봉 포인트처럼.

    그리고 성좌가 된 지금은 안다. 이 시스템이라는 게 얼마나 거대하고 강대한 것인지.

    어지간한 성좌 수십을 합쳐 놓은 것보다도 더 거대하고 위압적인 것이 시스템이다.

    무수히 많은 성좌들이 서로의 힘을 모아 만들어낸 것.

    그리고 분명히.

    나에게 ‘따봉’ 능력을 준 것도, 이 시스템의 의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요새 하고는 한다.

    어째서 나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아. 척량. 가운데 서.”

    [예. 주군.]

    “공양의식을 시작한다! 시스템이여, 공물을 받고 내 소환수를 진화시켜 다오!”

    우우우우웅!

    공양진이 오색의 운무를 내뿜으면서 광채를 내뿜기 시작했다.

    늘어놓은 공물들이 빛의 입자가 되어 하나둘 사라지고, 그것은 공양진을 더욱더 빛나게 만들기 시작한다.

    저거 하나하나가 수천억 하는 아이템들!

    그러나 아깝지는 않다!

    그렇게 12개의 S급 아이템이 사라지고, 공양진의 빛이 모조리 척량의 몸으로 빨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번쩍!

    척량의 몸이 오색찬란한 빛을 내며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물의 가치가 높아 한 단계 더 높이 진화합니다.

    본래 2단계였으니, 3단계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공물의 가치가 높다고 하나 더 올려 준단다.

    그 결과.

    척량은 2배 정도 덩치가 커지고 꼬리가 아곱 개 달린 여우로 진화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