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화
정진 컴퍼니의 포션이 중국 시장에 정식 유통되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중국 전체 시장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이미 중국 시장을 완전 붕괴시키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갓튜브 역시 완전히 난리가 나 있었다.
* * *
-엄지척 님이시여! 오늘도 제가 왔나이다! 따봉도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네가 뭔데 필요 있다, 없다냐?!
-플라잉 곤륜산도 이제 엄지 거?
↳엄지 님이라고 칭하지 못할까!
↳응. 안 해.
↳무엄하도다!
-우리 엄지 오늘도 일하는구나. 국회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님?
-중국을 혼자서 멈춰 세운 사나이. 그것이 엄지척. 원 따봉 드립니다.
↳뭐래? 한국군도 열일했거든요? 공간 파쇄탄 못 봄?
↳그거 효과 없었잖아.
↳있었거든요?
-오, 전능하신 성좌 엄지척 님이시여! 이 세상에 광영을 주실 분이시여! 오오! 당신에게 구독, 좋아요를 바치나이다.
↳이놈 찐인데?
-세계가 놀라 자빠지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헌터가 바로 한국인!? 이라는 국뽕 영상 오늘 풀 차징 예약이다.
↳2222
↳3333
-그래서 영상은 언제 올라오냐?
↳그러게. 엄지야 빨리 전투 영상 좀.
↳2222
엄지척이 중국에 엄중히 경고하던 영상에는 리플이 상상 이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따봉의 숫자도 수직 상승 중.
그 와중.
드디어 엄지척의 새로운 영상이 떴을 때.
모두가 경악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엄지검지 엄지척입니다!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아아아!”
그것은 생방송이었다.
그리고 엄지척은 굉장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해… 해버렸다. 이 미친놈. 해 버렸어!
-초심을 잃지 않는 엄지……. 그러나, 그것이 나는 두렵다.
↳너두? 나두!
-엄… 엄지야……. 아니. 그건 좀……
미쳐버린 채팅창 속에서 엄지는 오늘도 초심을 잊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그것은 바로 바니보이 복장!
물론 이게 노출이 많은 형태는 아니다.
토끼 귀를 낀 것은 맞다.
민소매 슈트에 까만 토끼 귀.
거기다가 명찰에 커다랗게 쓰여 있는 ‘엄지척’.
-세상에,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변태인 줄 알았는데 엄지 코디가 더 변태였어.
-어느 변태 코디가 이런 걸 입힌 거야?
-엄지는 자기가 입을 놈임.
보통 특정 콘셉트의 아이돌이 무대에 입고 올라올 법한 복장이었다.
-아니, X발, 코디 대체 누구야! 변태 오타쿠잖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코디님, 고맙습니다.
물론 잘생겨서 잘 어울리기는 한다.
하지만 얼마 전에 중국을 후루룩 말아먹은 위대하고 강력한 초인이 할 만한 복장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필멸자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성좌들도 난리가 난 상태였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여행하는 전령]이 박장대소합니다!
-5,0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부유한 죽음의 지배자]가 눈살을 찌푸립니다.
-5,0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백조를 타고 다니는 창조자]가 박수를 칩니다.
-5,0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천둥을 부르는 망치]가 파안대소합니다!
-5,0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자]가 ‘떼잉~ 라떼는~’이라고 말합니다.
-5,000따봉을 받으셨…….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성좌들!
그러거나 말거나.
엄지척은 열심히 방송을 이어 나갔다.
“이번에 곤륜산과 싸운 이후, 그 곤륜산이 어떻게 되었냐면요……. 이제 제 거가 됐습니다.”
곤륜산 영상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거, 그냥 두면 돈 잡아먹는 하마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곤륜산 영상이 바뀌었다.
“대놀이공원 곤륜랜드! 3개월 후 개장! 물론 제가 소속된 정진 컴퍼니와 함께할 거죠. 지금 기획된 기구 종류는 다른 데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이라고 자부합니다. 무중력 수영장! 토용병 술래잡기! 그 외의 여러 가지가 잔뜩!”
맛이 간 기획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문제는 그게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
곤륜산 전역에 세울 호텔 그리고 놀이 시설, 워터 파크. 거기에 아이템 굿즈 숍까지.
여러 가지를 줄줄이 늘어놓고 있다.
-전략 병기를 놀이공원으로 만드는 놈이 있다? 뿌슝빠슝?
↳항공모함 놀이공원 만드는 소리가 현실로?
↳항공모함보다 더 크지. 저거 면적이 10km가 넘는다며.
↳서울시 절반만 할 거임, 저거.
↳무쳤다.
-엄지는 변태 오타쿠 복장을 하고 저런 미친 소리를 하는 게 매력. 맞으면 개추.
↳2222
↳3333
↳아. 엄지 매력 못 참지!
↳엄지형 형이 좋아요…….
↳아!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근데 중국은 완전 개깨갱한 거임? 눈 뜨고 뺏기네…….
↳이미 패전 처리되었자너. 뉴스 좀 보고 살아라.
↳엄지가 한국을 살린다. 엄지를 대통령으로!
↳엄지를 대통령으로!
-나도 엄지 같은 헌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엄지야! 나도 정진 컴퍼니에 넣어 주라!
-요새 집 앞에 게이트 사라져서 살겠더라. 엄지야, 고맙다!
-무중력 수영 저거 뭐 어떻게 하는 거임? X나 하고 싶다.
-우주는 못 가냐? 우주 가즈아!
-무공 수련소는 또 뭐야? 무공 수련이 현실에서 돼?
↳됨. 이번에 정진 컴퍼니에서 하고 있는 각성자 학원 있음.
↳와 X. 대박.
↳정보가 느리시군요.
그야말로 무지성 칭찬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럴 만도 했다. 중국과의 전쟁 승리는 국뽕으로 가득 찰 만했으니까.
게다가 전쟁이 일어난 것치고는 피해가 극심했던 것도 아니고, 한국군이 준비하던 전략 전술 병기가 공개된 것도 국뽕을 치솟게 할 만한 이유가 되고 있었다.
“그러면 여러분! 다음에 다시 만나요~”
그리고 영상은 종료되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경악을 뒤로하고서.
* * *
“좋아. 방송 종료.”
[수고하셨습니다.]
옷을 휙휙 벗고, 편한 반바지에 면 티로 갈아입었다.
내 집이니까, 당연한 일.
내가 던져둔 옷을 척량이 염동력으로 받아서는 잘 걸어 놓고 있었다.
역시 만능 집사야!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서 먹으면서 따봉을 체크한다.
저번 전투에서 썼던 따봉이 무려 20억이나 된다.
힘 그 자체로 소모한 것이라서 소모가 심했었던 것.
덕분에 이기긴 했지만, 그야말로 과소비 그 자체였다.
따봉을 많이 벌고, 따봉을 많이 쓴다.
그게 바로 성좌로서의 내 능력.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유틸성이 높으니까!
그게 내 강점이자 장점이지!
그리고.
소모한 따봉은 20억이지만, 다시 벌어들인 게 30억쯤 된다.
전 세계의 인간들 중에 나를 모르는 이가 없다 싶은 수준이라서 그런 듯하다.
지금도 차오르고 있다. 하루 평균 따봉 증가 숫자가 이미 4억에 도달했을 정도다!
다들 갓튜브로 내 영상을 보고 따봉을 눌러주고 있다.
따봉을 누르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나를 보고 감탄한다면, 그것 역시 따봉 포인트가 되어 나에게 들어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선순환!
좋아. 이대로만 가자. 이대로만.
“중국 쪽의 상황은 어때?”
[총체적 대혼돈 상태입니다. 물론 일당독재의 국가이긴 했습니다만, 정치적인 파장이 없을 수 없으니까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주석은 하야를 발표했고, 새로운 주석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당파 내의 파벌 싸움이 극심해서 내부에서 암살까지 횡행하고 있습니다.]
“미쳤네.”
[인구가 많고, 거대한 국가이니만큼 파열음도 큰 것이죠.]
“저러다 내전 나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 굴복했다는 것에 대한 민심이 폭발 직전입니다. 문제는…… 현실과 감정은 별개라는 것이겠죠. 저들은 현재 한국을 이길 수 없습니다. 군사력 부분에서 완전히 찍어 눌러졌으니까요.]
“나 때문에?”
[예. 주군 때문입니다. 사실 곤륜산을 얻으신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실제로 저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궤도 폭격입니다.]
“아아……. 하긴.”
전쟁은 보급이 전부다. 보급이 안 되는 전쟁은 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먹을 게 없으면 열흘만 굶어도 살기가 어렵다.
그런 식품 보급은 둘째 치고, 총탄에서 미사일까지 전부 계속해서 보급되지 않으면 당연히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적들의 군수공장 그리고 보급품 창고를 정밀 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지형 자체를 바꿔 버릴 수도 있다.
폭격 같은 자리에 몇 번 때리면 엄청난 구덩이가 생기니까.
화산 같은 데 떨어트리면 대지진과 대분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거다.
물론.
군대 그 자체를 궤도 폭격으로 끝장내는 것도 가능하고.
대도시에 떨어트리면 수천만의 사람이 학살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니 나 엄청 대단해지긴 했네.
[사실 주군께서는 이미…… 지구의 패권을 장악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그간 주군께서 그 힘을 제대로 행사한 적이 없으셨을 뿐이죠.]
“그랬나…….”
[예. 그리고 세계의 사람들은 이제 확실히 알게 된 겁니다. 주군이 이 지구의 주인임을요.]
“주인까지는 아니지.”
주인까지는 아니다. 내가 무슨 독재자도 아니고. 그렇잖아.
내 욕했다고 잡아가기를 해. 아니면 찾아가서 쥐어 패기를 해?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래도 일인국가. 그것도 패권국가가 되신 것은 확실합니다. 제일강대국! 최강대국인 것이죠. 때문에 중국에서 제대로 유통되지 않던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부패 관료들도 가장 빠르게 일을 처리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국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지역 모두에서 제대로 물류가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부작용이 있긴 합니다만…….]
“부작용?”
[원화 가치가 너무 급등 중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 시장 자체가 교란될 수 있습니다. 잊으시면 안 됩니다, 주군. 한국은 수출로 경제가 굴러갑니다. 원화 가치가 너무 급등하면 수출에 적신호가 켜집니다. 주군의 제품을 제외하면 가격을 무시할 정도로 고품질의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아니. 내가 한국 경제도 신경 써야 해?”
[예. 주군. 물론 정지한이 적절히 조절하겠습니다만……. 주군도 신경 써 주셔야 합니다.]
갑자기 국가 심X티를 해야 하냐? 이건 좀…… 애매하다.
[물론 좋은 일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 내로 유입되는 외국인의 수가 올해 벌써 120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 속도라면 적어도 올해 안에 외국인 인구가 1,000만 명이 넘을 듯합니다. 전부 ‘투자 이민’입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랐다.
“투자 이민?”
투자 이민을 내가 모르는 게 아니다. 그래도 그거……. 적어도 최소 10억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인간들이 무려 120만 명이나 들어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