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앞으로 걸어 나갔다.
따봉이 내 안에서 더욱더 활성화된다.
그것은 사람들의 경탄, 기쁨, 감동, 행복 같은 감정들의 편린이다.
나를 향한 마음은 경외(敬畏)라는 힘이 되어 나의 일부가 되었다.
내 본질은 결국 이거다.
“나는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
녀석이 갖은 힘을 사용한다. 그것을 타마 그룹과 팀원들이 모조리 차단한다.
그사이 나는 점점 거대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녀석과 같은 크기가 되었을 때.
입을 열어 말해 주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성좌. 그리고 지금 나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너 [사도를 걸어 선이 된 자들]을 처단하노라.”
검을 든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일자로 내리그었다.
수천이나 되는 영혼이 응축되어 일그러져 만들어진 성좌의 몸과 영혼이 단번에 반으로 갈라진다.
그 힘이 흩어지고, 속박되어 있던 영혼들이 흩어져 성불해 간다.
[네… 네노오옴……. 이… 치욕은 잊지 않으리라…….]
[반드시 복수……하겠다…….]
[우리는 성좌… 신격인 자…….]
[결코 소멸하지 않으니… 수천 년 후에 다시 만나자…….]
그리고 성좌의 본체는 그대로 저주 같은 말을 남기고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불멸자, 불멸자 하더니. 이 정도로는 진짜 안 죽나 보네.
나중에 신격도 소멸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든가 해야지…….
던전이 아니라서, 퀘스트나 보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성좌다.
그리고 내가 쓰러트린 것도 성좌고.
그렇기에 나는 놈들이 사라지며 남긴 것이 무엇인지 보였다.
여러 가지 S등급의 아이템을 비롯해 놈들의 힘의 조각들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쓸모 있는 것은 이거다.
[곤륜기]
등급 : S+
분류 : 아티팩트
영산이자, 이동 요새인 곤륜산을 움직이는 열쇠이자 조종 보패.
현재 주인 없음.
그리고 손을 뻗어, [곤륜기]를 손에 쥐었다.
탁!
그러자마자 시스템 음이 울렸다.
-[곤륜산]을 습득했습니다.
-[곤륜산]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곤륜산]의 주인? 그게 정확하게 뭐지?
궁금해하기가 무섭게 바로 다음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곤륜산]
등급 : SS
분류 : 건축물/장소
오랜 시간 수행자들에게 관심을 받아 온 신령한 산.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 자체가 하나의 보패이자 건축물.
곤륜기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기능 : 비행
기능 : 광역 보호막
기능 : 토용병 생산
기능 : 아군 모든 능력치 30% 상승
기능 : 곤륜영자포
이제, [곤륜산]은 제 겁니다.
* * *
엄무척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성좌를 쓰러트리는 데 공헌을 하였습니다.
-타이틀 [성좌 살해자]를 획득했습니다.
-타이틀 [성좌 사냥꾼]을 획득했습니다.
-성좌 [사도를 걸어 선이 된 자들]의 고유 권능의 일부를 획득합니다.
-스킬 [희생제의]를 획득했습니다.
-스킬 [선도수련]을 획득했습니다.
-이제부터 헌터 상점에서 [사도를 걸어 선이 된 자들]의 스킬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성좌 살해자]
등급 : 에픽
성좌를 살해한 자에게 부여되는 타이틀.
‘신성살해’의 권능을 가지게 된다.
[성좌 사냥꾼]
등급 : 에픽
성좌를 2회 이상 살해한 자에게 부여되는 타이틀.
‘신성살해’의 효과가 강화된다.
기본적인 공격력이 50% 상승한다.
[희생제의]
등급 : 에픽
무언가를 희생하여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희생해야 하는 제물은 신중히 골라야 한다.
[선도수련]
등급 : 에픽
선도(仙道)를 수련할 수 있는 비법.
이 비법대로 수련하면 선도를 걸어 선(仙)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지난하고 힘들다.
기능 : 수련 시 영구적으로 능력치 상승.
레벨이 크게 상승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레벨이었는데, 레벨이 무려 10이나 상승한 상황.
고레벨에서의 레벨 업은 능력치가 조금 상승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하나의 스테이터스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격이 다른 힘을 얻게 된다.
그런 상태인데도 새롭게 얻은 능력과 스킬 그리고 권능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특히 유용한 것은 [희생제의]일 것이다.
일종의 공양물을 바쳐서 능력을 상승시키는 권능!
제물로 바치기 위한 것은 물건도 상관없을 것이며, 그럴 경우 유의미한 능력치 상승을 노릴 수도 있어 보였다.
-와아! 끝났다아아아!
별하나의 유쾌한 목소리가 텔레파시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성좌 잡는 것도 두 번째인데… 전보다 어려웠던 것 같아요. 모두 수고하셨어요.
성광의 목소리는 지친 듯하면서도 밝다.
-리블이 없어서 그런 거죠. 그는 왜 안 온 겁니까?
-소환에 응하지 않더라고요. 뭔가 다른 일로 바쁜 것 같긴 한데…….
정지벽은 성취감보다 리블의 불성실을 논한다.
그에 대해서 엄무척의 형, 엄지척이 대답한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엄무척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누구 하나 죽지 않고 끝났다.
언제나 누구도 죽지 않게 기도하며 싸움에 나섰기에, 이 일은 안도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물론 저 산 아래에서 제법 많은 이들이 죽은 것을 안다.
‘삶이란 잔혹한 것이지.’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이들이다.
그들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눈물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
동료들이 한자리로 모여든다.
이제 그들은 텔레파시가 아니라 육성으로 소리 내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짜~ 지척 씨 덕분에 살았다니까요. 무공이랑 스킬들 추가로 익히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확실히 엄지척 헌터 덕분에 이렇게 성좌조차 잡을 수 있었던 거죠.”
“형제님에게 그분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괴짜들의 괴짜 대화.
대화를 나누는 동료들은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본래 동료는 아니었으나 형인 엄지척을 중심으로 같이 팀원으로 활동한 이들도 하나둘 다가와 소리 내어 말했다.
“엄지척 님이시여! 저희가 승리했나이다!”
“홀홀. 그렇게 호들갑 떨 필요 없네. 엔조.”
“마카우 님. 이 기쁨을 같이 나누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카우 님의 말이 맞아. 엔조 너는 너무 시끄러워.”
“이런, 이런……. 분위기를 보십시오! 다들 환호하고 있지 않습니까!”
광신도같이 구는 다니엘 엔조. 그리고 타마 그룹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마카우와 그 보좌인 베르나데 이트.
그 외의 다른 타마 그룹의 사람들.
모두가 기뻐하며 엄지척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헹가래가 시작되었다.
“엄지척 만세!”
“우리의 위대하신 성좌를 위해서!”
위엄 있는 공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가 즐기고 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무척이는 슬쩍 미소 지었다.
“이야……. 뒤에 물러서서 배려 깊은 미소를 짓는 동생 포지션으로 가려는 건가요? 배려심 있어 보여서 좋긴 하네요.”
그때 그의 어깨를 누군가가 잡았다.
“너야말로 어디를 갔다 온 거지? 이쪽은 목숨 걸고 싸우고 있었다는 건 아나?”
“오우. 물론이죠! 다 지켜보고 있었어요~ 다만 제가 놀고 있던 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정지한하고 다른 쪽 일을 처리해야 했거든요.”
“다른 쪽 일?”
“비밀결사가 [곤륜산]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호수의 여명회] 쪽의 잔당도 처리해야 했고, [세피로트 조하르] 놈들이 몰래 저지르던 것들도 처리하느라 바빴거든요.”
엄무척은 그런 리블을 노려본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돌려 저 멀리의 엄지척을 바라보았다.
“그쪽이 이쪽보다 더 급했단 거야?”
“아니요. 하지만…… 이쪽은 여러분들만으로도 충분해 보였거든요. 게다가 이걸로 끝이 아니니까요.”
“끝이 아니라고?”
“하나가 남았을 거랍니다~”
리블은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며 뒤로 물러선다.
“자. 저 안에서 같이 지금의 기쁨을 누리세요. 저는 마지막 전투에서 뵐게요.”
그리고.
그는 검은 어둠 덩어리가 되어 사라졌다.
엄무척은 그 자리를 제법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 *
“아……. X나 뻘쭘한데?”
A/B는 하늘 상공에서 저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가 직접 만든 최종 병기. 그의 재산이 들어간 우주 함선이 대기권에서 강하를 하기 위해서 대기 중이었다.
스킬의 권능을 이용해서 만든 이 우주 함선은 한번 우주에 자리 잡으면 지상에 내려갈 필요조차 없게끔 설계되어 있다.
태양광을 받아 마력으로 저장하며, 내부에는 스킬을 이용해 음식을 ‘창조’할 수 있는 기계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그뿐이 아니다.
자체적인 복원 및 수리 기능이 있으며, 자체적으로 전투 드론까지 생산하고 강력한 함포 역시 여럿 달려 있는 전천후 전투함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늦었다.
엄지척이 먼저 전부 쓸어버린 것!
“보스. 이거…… 늦었네요?”
“아니. 무슨 놈의 전쟁을 몇 시간 만에 끝내! 저놈들 너무한 거 아냐?”
“한국인의 빨리빨리는 전통이라고 하더군요.”
A/B의 최측근들이 와서는 어쩔 거냐는 눈으로 바라본다.
“집에 가.”
“예?”
“다들 집에 가라고! 파티 끝났어!”
“어……. 그러면 이거 다시 내려가요?”
“아니. 텔레포트 있으니까 그걸로 내려가. 나는…… 혼자 내버려 둬.”
A/B는 쪽팔림의 눈물을 숨기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있고 싶으니 전부 나가주세요.’를 시전했다.
* * *
중국과의 전쟁은 끝났다.
중국군에서 종전 협상을 하자며 사람을 보내왔다.
한국은 이번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 다 알고 있었기에 확전은 하지 않되 받아먹을 건 받아먹어야겠다는 태도로 물고 늘어졌다.
그사이 [곤륜산]이 북경을 향해 비행을 시작하자 중국은 무조건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한국이 자국 내에서 자주포를 때려대도 중국은 궤멸적 피해를 입게 되는 데다가, [곤륜산]을 한국에 탈취당했다는 것은 감출 수도 없는 진실이었기 때문!
결과적으로.
한국은 승전국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을 경악하게 하고, 미국을 놀라게 했으며, 전 세계의 국가들에 ‘한국이 건드리면 X 되는 나라구나…….’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말았다.
한국이 승전국이 되면서, 중국은 여러 가지를 양보해야만 했다.
관세 인하에서부터, 중국 내의 여러 이권을 한국이 가져올 수 있게 된 것.
그럼에도 세계 전체에서는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대로 전쟁이 계속되었다면 북경은 쑥대밭이 되었을 테니까.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진 컴퍼니의 중국 진출!
외국계 회사들은 중국에서 여러 가지 횡포를 당하는 게 일반적.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을 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정진 컴퍼니와 정하 그룹은 그대로 진출했다.
한중전쟁의 승패가 갈렸기 때문도 있지만, 한중전쟁의 승패를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엄지척이니까.
그렇게 사태는 일단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