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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82화 (282/305)
  • 제282화

    “물러서라! 대스승께서 봉신탑을 가동하셨다!”

    [곤륜산]의 헌터들은 모두가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사이에 토용병이나 요괴들이 바스러지며 만들어진 빛의 입자가 모조리 저 멀리의 탑을 향해 빨려 들어간다.

    그뿐이 아니었다. 죽은 이들의 몸에서도 빛의 입자가 생겨나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죽은 자들의 육신은 멀쩡했지만, 그 육신 안의 무언가가 빠져 나오는 형상!

    그 빛의 입자들이 모이고 모이자, 마치 빛의 운무와도 같았다.

    몽환적이고 신비한 모습이지만, 그것이 결코 한국 세력에 이롭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포격 준비!”

    “장거리 공격 준비!”

    헌터들은 재빠르게 원거리 공격 스킬 사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군 역시 기어 올라온 로봇들을 다시금 전차나 자주포의 형태로 뒤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발사!”

    자주포가 공간 파쇄탄을 쐈다.

    착탄 지점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파괴한다.

    그 위로 헌터들이 사용한 장거리 타격 스킬들이 떨어져 내렸다.

    굵기가 아름드리나무만 한 번개가 떨어져 내리고, 집채만 한 불의 구체가 쏘아져 폭발한다.

    북한의 마경림에서 남하하는 몬스터들을 격멸하기 위해서 장거리 타격용 협동 스킬 같은 기술이 발전한 것이 한국!

    때문에 멀리 떨어진 탑에 쏟아진 공격은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고도 남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웅웅웅웅웅.

    빛의 탑은 멀쩡하게 빛을 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것은 더욱 강렬하게 빛을 낸다.

    그리고.

    엄지척 일행이 싸우던 산봉우리가 폭발하며 그곳에 거대한 괴물이 출현했다.

    * * *

    그것은 여전히 성성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는 성성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했다.

    몸체의 키는 어느덧 삼십여 미터가 넘게 거대해졌으나, 그 육신의 피부 여기저기에 사람들의 얼굴이 빼곡하게 생겨나 있다.

    황금빛의 긴 털이 수북이 난 덕에 그 얼굴들이 잘 보이지 않지만, 움직일 때마다 얼굴들이 드러나 혐오스러운 모습이 되고 만다.

    거대해진 몸만큼이나 거대한 녀석의 머리에는 여전히 4개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다.

    팔은 어느샌가 여섯 개가 되었고, 두 개의 팔은 맨손이지만 다른 4개의 팔에는 대도와 삼지창, 채찍과 도끼가 각각 들려 있었다.

    이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괴물이야?

    [사도를 걸어 선이 된 자들]

    녀석들의 이름은 확실하게 보인다. 성좌. 그리고 그 격은…… [느린 녹음]보다 조금 더 윗줄이다!

    [걸음을 걷지 못할지어다!]

    [말하는 것을 금할지어다!]

    [태산태제 동악부군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리라!]

    [금강의 명령 아래 나를 해하지 못할 것이니!]

    [염화의 힘이여, 여기서 펼쳐져라!]

    그리고 놈이 나타나자마자 스킬을 마구 써댔다. 녀석의 얼굴들이 제각각 스킬을 쏟아내기 시작한 거다.

    이거 미친놈 아냐!?

    “다들 피해!”

    급해서 텔레파시가 아닌 육성으로 외치며 나 역시 힘을 최대로 전개했다.

    심검.

    그리고 그곳에 강기가 서리고.

    거기에 더해서 성좌로서의 내 의지를 담는다.

    하지만 여기서 더욱 나아가서 나는…….

    따봉을 검에 담았다.

    네놈 새끼가 무수히 많은 인신공양을 통해 얻은 힘으로 싸운다면.

    나는 사람들의 성원과 응원으로 네놈을 퇴치해 주마!

    신검합일의 상태로 나아간다. 녀석이 내 팀원들을 공격하려던 수십 개에서 수백 개나 되는 스킬들이 나를 향하는 게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힘이 나에게는 무용(無用)하다.

    모든 것을 가르는 검이 되어 그대로 놈을 향해 나아가 베었다.

    촤아아악!

    놈의 권능. 놈의 스킬. 그리고 놈의 힘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나 이놈도 확실히 보통은 아닌 듯하다.

    어느샌가 삼지창과 대도로 내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내 검을 막았어!?

    [네놈. 무신의 가르침을 받았구나!]

    [그러나 우리 역시 무공을 수련한 지 수천 년이니…….]

    [무신의 가르침이 너에게만 있는 건 아니란다.]

    [이번에는 내 무공을 보아라!]

    녀석의 거대한 두 팔이 각기 용과 호랑이의 모양을 하며 날아든다.

    번개처럼 재빠른 데다가, 그 크기가 내 몸보다 크다!

    하지만 나 역시 호락호락한 건 아니거든!

    위웅.

    염혼염동의 힘으로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두 손을 피해낸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팔을 향해 번개처럼 검을 내리그었다.

    크가가가가각!

    단번에 잘린 건 아니지만, 팔목이 반쯤 잘려 나갔다.

    [크아악!]

    녀석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사방에서 동료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어서라, 대지여!”

    개박살 나서 엉망진창이 된 산봉우리.

    당연히 제대로 다리를 딛고 설 수도 없게 된 공간이 정지벽의 외침에 순식간에 변형했다.

    축구장 10개 정도 합친 것 같은 무지막지한 넓이의 평평한 지형이 된 것!

    게다가 눈 두 번 깜박이는 사이 그런 모양이 되었으니, 나도 놀라고 성좌 놈도 놀랐다.

    [이 무슨 권능인가!? 설마! 대지의 여신인가!]

    “별들이여! 심판하라!”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지막지한 빛의 화살.

    아니. 그건 화살이라기보다는 미사일이나 기둥이라고 해야 옳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것에 맞서 녀석도 힘을 쓴다.

    [오라! 팔괘자수선의(八卦紫綬仙衣)여!]

    녀석의 거대한 몸체를 금색의 팔괘가 그려진 도포가 감싼다.

    빛과 함께 나타난 그 도포는 곧이어 떨어져 내린 별하나의 공격에도 버티어 냈다.

    저건!?

    [주군. 보패입니다. S급 이상의 아이템이오니, 파괴하기 어렵습니다!]

    [희망의 수호자] 같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녀석이 그 거대한 거체로 보법을 사용해 화살처럼 달려오며 창을 내찌른다.

    쾅!

    마주 서서 그 창을 칼로 쳐내고 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놈의 다른 팔이 대도를 휘둘렀으나, 저 멀리서 날아온 무척이의 마탄이 녀석의 팔을 쳐냈다.

    이제 녀석의 머리통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져 내리는 게 보인다. 또한 발 아래쪽으로 정지벽이 달려들고 있었다.

    아래는 정지벽. 가운데는 나. 위에는 유성!

    어쩔 테냐!

    [땅을 접는도다.]

    그 순간 녀석의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약 50미터 뒤에 그 모습이 나타났다.

    이놈 새끼가 근거리 순간 이동도 해!?

    그렇게 나타나자마자, 녀석이 한쪽 채찍을 휘둘렀다.

    강기가 서린 수십 미터짜리 채찍은 마치 용처럼 정지벽을 덮쳤다.

    쾅!

    그러나 역시 탱커답게 그 공격을 가드!

    그사이 떨어져 내린 유성은 궤도를 바꾸어 녀석을 후려쳤다.

    그리고 예의 그 곤룡포 같은 보패를 두드린다.

    콰쾅!

    곤룡포가 타격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주긴 해도 충격량까지 없애지는 못하는 듯, 녀석의 몸이 뒤로 넘어졌다.

    그러나.

    팟팟팟팟.

    녀석의 주변으로 여러 가지 아이템이 생겨났다.

    종처럼 생긴 것도 있고, 깃발처럼 생긴 것도 있고, 대낫이나 가위 그리고 망치와 못 같은 것도 있다.

    [성좌의 직감]이 경고했다.

    저거.

    전부 S급 이상의 아이템!

    녀석의 손이 종에 가닿는다.

    쩌릉!

    쿠구구구궁!

    땅 여기저기에서 사람 형상의 돌조각이 일어섰다.

    동시에 녀석의 몸 주변으로 수십 가지 스킬의 효과가 생겨난다.

    부적이 생겼고, 녀석의 몸체 바로 100미터 위에 구름이 생겼으며, 둥근 방패 같은 게 생겨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새끼 진짜 치사하네!

    [좋다! 모든 것을 걸고 너희들을 없애 버리겠노라!]

    놈이 몸을 일으킨다.

    이놈, 봉신탑으로 인신 공양해 잡아먹은 사람들의 스킬과 보패라고 부르는 S급 아이템까지 전부 동시에 쓸 수 있다 이거지?

    이건 뭐……. 단일 개체가 아니라 집단을 상대해야 하는 거냐?

    이를 악물고 나 역시 점점 빨라졌다.

    심검이 사방을 가르며 녀석이 쏟아내는 스킬들을 박살 내고, 동시에 무척이도 어느샌가 변신해서는 그 수가 수십 개가 넘어갈 포신을 꺼내 쏴대고 있다.

    성광이 그런 무척이의 머리 위에서 지팡이를 든 채로 빛의 성스러운 날개를 펼치고 하늘에서부터 성스러운 빛의 기둥을 소환해 낸다.

    그 빛의 기둥에 닿은 [사도를 걸어 선이 된 자들]의 스킬이 소멸하는 것을 보면서 경악했다.

    아예 스킬을 [삭제]하는 보호막이라고!?

    그 상태로.

    정지벽이 대지를 박차며 전진했다.

    그녀는 몸에 쏟아지는 스킬과 권능을 그대로 몸으로 버텨내며 나아간다.

    별하나는 하늘로 치솟아 올라 연신 유성과 같은 화살을 떨어트렸다.

    그럼에도.

    [사도를 걸어 선이 된 자들]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계속해서 권능을, 그리고 스킬을 사용한다.

    또한.

    아이템들이 기괴하면서도 신비한 힘을 사용하며 주변을 파괴한다.

    그에 맞서 우리들도 가진 스킬을 전부 쏟아내고 있었다.

    척량 또한 스킬을 전부 사용하고, 우리의 힘에 의해서 주변이 초토화된다.

    하지만.

    밀린다.

    밀리고 있다.

    힘의 총량이 저놈이 더 높고, 힘을 사용하는 횟수도 저놈이 더 많다.

    우리가 한 번에 백 개의 스킬을 쓴다면, 저놈은 우리의 두 배는 쓰고 있는 중!

    젠장! 성좌는 성좌라는 거냐!

    확실히 강해.

    [느린 녹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강함이다.

    하지만…… 나 역시 성좌다.

    아직 어리지만, 그럼에도 성좌인 것이다.

    네 녀석이 온갖 능력을 다 쓴다면, 나도 역시 마찬가지!

    지금 내가 가진 따봉은 39억 따봉!

    그간 무시무시하게 늘어난 따봉을 전부 내 몸 안에, 그리고 내 검에 때려 박았다.

    화아아악!

    내 격이, 그리고 내 영혼과 육신이 전부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권속이여. 이곳으로 오라.”

    성좌로서의 존재감이, 그리고 인과율이 흘러넘친다.

    따봉은 내 힘이 되고, 그것은 공간을 넘어 내 권속을 불러냈다.

    빛의 와류가 주변에 생겨나, 타마 그룹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주께서 부르시니 이 한 몸 바쳐 영광을 노래하겠습니다!”

    “소환에 응했습니다, 엄지척 헌터.”

    “오오. 이 늙은이가 할 일이 생겼군요.”

    모두가 최상위 랭커들이며, 나의 권속으로서 능력으로 무장한 이들이다.

    이들도 따봉을 벌고, 그걸로 스킬을 구입했다.

    “자라라!”

    “사악함이여 정화될지니!”

    “하늘이시여! 거대하고 위대한 새이시여!”

    식물 줄기가 자라나 놈의 발을 잡는다. 하늘의 일부가 일그러지며 망치처럼 놈을 때린다.

    진한 녹색의 광채가 생겨나 놈의 힘에 맞서 싸웠다.

    그런데 리블은 안 오네. 이 악마는 대체 뭐 하는 거야!?

    [아닛! 아직 어린 성좌가 어찌 이런 권속들을 거느릴 수 있단 말인가!]

    “너도 착한 일 좀 하고 살면 알게 돼.”

    [네놈! 우리를 능멸하느냐!]

    “능멸 아니야. 사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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