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79화 (279/305)

제279화

[주군.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세금 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어라?

위성 촬영으로 확인한 이번 공격을 보는 순간. 내 감각이 기묘하게 변했다.

어. 저건… 통할 거 같은데?

그리고 초음속으로 날아간 포탄은 정확하게 [곤륜산]의 공간 왜곡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서 일어난 일은 제법 흥미로웠다.

[곤륜산]을 감싸고 있던 주변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일그러지며 아지랑이처럼 뒤틀린다. 그리고 일어난 폭발은 [곤륜산] 일부를 폭발시켰다.

다만 그 폭발력 자체는 작다.

[곤륜산]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저 정도 폭격은 땅 일부가 뒤집어지고 마는 수준.

하지만 효과가 있긴 하다는 게 중요하다.

[공간 파쇄탄이라고 합니다. 다만 재고가 더 이상은 없습니다.]

대량으로 쌓아 놨으면 저걸로 처리할 수도 있었겠네.

[대단한 물건을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러게. 그나저나…… 슬슬 육안으로 보일 때가 된 거 같은데?

그리고 저 멀리. 아주 작은 점이 하늘에 나타났다.

[곤륜산]이 작전 지역까지 나타난 것이다.

자. 그러면 지켜볼까?

타마 그룹을 믿고, 기다린다.

* * *

주술진의 한가운데 앉아 있던 백탄의 마카우는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엔조.”

“예. 마카우 님.”

“그대는 그대를 희생할 준비가 되었는가?”

“물론입니다.”

“좋구나. 허나, 그대만이 희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니. [하늘과 바다를 속인 새]께서도 기뻐하실 게야.”

“주께서 저를 어여삐 여기신다면 그 또한 영광이지요.”

“자. 그러면 의식을 시작하세.”

마카우가 불타며 재가 되는 두 팔을 들어 올린다.

그의 두 손은 이미 재가 되어 흩날리고, 불길은 더욱 거세어져 그의 양팔을 전부 태우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그의 두 다리 역시 타오르기 시작하며 불이 된다.

그리고 그 불길의 곁으로 간 다니엘 엔조가 두 손을 뻗어 마카우의 양팔을 잡았다.

화륵.

희생의 성화가 엔조의 두 팔에 옮겨 붙었다.

그의 두 팔이 불타오르지만, 그는 미소 지으며 두 팔을 들어 벌렸다.

“위대하신 [하늘과 바다를 속인 새]이시여! 지금 여기서 당신의 종이 당신의 권능을 청하나이다! 다시 한번 [하늘을 속여] 저 하늘을 이 바다에 내리소서!”

태초.

세계가 시작되었을 적.

세상에는 땅이 없이 바다와 하늘만이 존재하였다.

창세의 그 세계에서, 근원을 알 수 없는 거대하고 강대한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노래하기를 즐겼으니, 이 새의 이름을 카이트라고 했다.

카이트는 쉴 곳 없이 하늘을 날아야 했기에 피곤에 지친 머리로 꾀를 내었다.

바로 하늘과 바다를 싸움 붙이자는 것.

카이트는 하늘에게 교묘한 거짓말을 한다.

-야야. 바다가 너를 그냥 막 올렸다가 내렸다가 할 거래!

이에 격분한 하늘이 말했다.

-바다 저놈 저거! 바위를 들이부어서 아주 꼼짝도 못 하게 해 주겠어!

당연히 카이트는 이걸 또 바다에게 가서 말했다.

이간질이 성공하고, 하늘과 바다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이.

수많은 섬과 땅이 세계에 생겨나게 되었고, 카이트는 만족하며 땅에 내려와 쉬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 설화에 밑바탕을 둔 성좌의 권능이 펼쳐진다.

하늘이 뒤집어지고 있었다.

* * *

하늘이라는 건 뭘까?

철학적인 질문이지만,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이 거꾸로 도는 기묘한 감각.

마치 하늘 전체가 뒤틀리는 듯이 보였다. 일그러진 하늘.

그리고 동시에, 거대한 [곤륜산]이 그대로 하늘에서부터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공기가 미친 듯이 달아오르고, 바다에서 하늘까지 용권풍이 일어나 사방에서 춤을 춘다.

와아.

이게 성좌의 권능이야? 미쳤는데?

거대한 무언가가 그걸 그대로 내리누르는 형상.

그 잘난 공간 왜곡 결계도 저 힘에는 통하지 않는 모양. 압착된 상태로 아주 빠르게, 하늘에서 수면을 향해 내리꽂히고 있다.

과연…… 어마어마한 대주술이다.

그 결과 다니엘 엔조는 자신의 팔을 잃었고, 마카우는 두 팔과 다리를 잃었으며.

의식에 참여한 이들도 전원 팔 한쪽을 대가로 내놓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결손된 부위에서 새롭게 나무줄기가 자라나 손의 형상을 만들었으니까.

그들은 여전히 던전에서 변이된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것이 가능한 것이겠지.

고오오오오오오.

거대한 섬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그것을 향해 바다에서 자라난 거대한 나무가 가지를 뻗어 나간다.

그것은 그대로 섬을 잡아챘다.

콰직!

나무 일부가 부러지지만, 그대로 받아내며 꿈틀거렸다.

바위로 이루어진 [곤륜산]의 바닥에 닿은 가지는, 곧 줄기를 뻗어내며 [곤륜산] 전체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곤륜산]이 다시 날아오르려고 마력을 발산하지만, 하늘 자체가 그것을 짓눌러 고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화적인 광경!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이윽고, 산이 완전히 허공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넝쿨이, 줄기가 저 거대한 산을 전부 뒤덮듯이 생장한다.

“엄지척 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간 왜곡 결계는 정상 작동 중이기에 원거리 공격은 통하지 않습니다.”

다니엘 엔조가 다가와 말한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직접 박살 내야 한다……. 그거죠?”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시작하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팀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들으셨죠?”

“물론입니다.”

“너무 기다려서 지쳤다고요.”

“형제님. 준비되었으니 걱정 마시기를.”

무척이를 제외한 팀원 세 명이 대답한다. 문제는 리블이 없다는 것? 리블은 알아서 온다더니, 왜 없는 거야, 대체?

“그러면 갑시다!”

나는 모노 바이크G를 소환했다.

이번 전투를 위해서 직접 개량한 물건으로, 내 등 뒤쪽 좌석을 2개로 늘리고 좌우에 서브 좌석을 만들어 부착한 상태!

무척이 녀석이 내 등 뒤로 올라타고, 좌우에 별하나와 성광이 앉는다.

그리고 정지벽 씨는 무척이의 등 뒤에 올라탔다.

“오케이!”

모노 바이크G가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헌터들 역시 각종 수단으로 나무를 기어오르거나 혹은 날아서 [곤륜산]을 향하기 시작했다.

[곤륜산] 공략 개시!

* * *

“허허헛. 이런 수단을 쓸 줄이야…….”

미청년 운중자가 난감한 얼굴이 된다.

“산이 떨어지다니 낭패로군.”

그리고 그 말을 남극선옹이 받았다.

“어쩔 수 없지. 이곳에서부터 시작하세.”

그리고 요염한 미녀의 모습을 한 용길공주(龍吉公主)가 손을 마주하여 합장을 한다.

“그러지. 그러면 우선 병력부터 움직여 볼까.”

사 대 선인.

그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위기감이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태극이 그려진 나침반인 태극반을 꺼내어 돌리기 시작한다.

“토용병이여, 너희의 주인을 지켜라!”

* * *

부아아아앙!

과거에는 엑토플라즘으로 하늘에 길을 만들어 내달렸다면, 지금은 그냥 공중 주행이 가능하게 개조된 모노 바이크G는 수직으로 날아가 그대로 곤륜산에 도달했다.

곤륜산에 와 보니 가장 높은 봉우리에 거대한 전각이 자리하고 있는 게 보인다.

다른 산봉우리에도 전각들이 여럿 있으나, 가장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은 저 가장 높은 봉우리다.

“형! 저기야!”

무척이도 가장 높은 산봉우리의 전각을 가리킨다.

이 녀석도 탐지와 탐색 능력이 제법 쓸 만한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여기저기 산과 숲이 흔들렸다.

그 순간.

위웅!

우리 머리 위로 별을 닮은 평면적 빛의 마법진이 생겨난다.

이건…… 별하나의 스킬인가?

“적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별하나의 외침이 들려온다.

그런데 적이라고? 어디?

우르르르!

내가 잠깐 의문스러워하는 사이. 지면이 갈라지며 무언가가 튀어나와 날아오른다.

그것들은 전부 금속질의 갑옷을 껴입은 고대 중국인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저거…… 진시황릉에 장식되어 있던 토용병처럼 생겼잖아.

게다가 그 수가 끝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그냥 산만 냅다 날린 건 아니라 이거지?

“형! 계속 가! 성광! 지벽 누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형제님!”

“이미 준비했어!”

“오케이! 배틀 모드!”

철컥철컥하는 소리가 내 등 뒤에서 울린다.

내 등에는 눈이 달리지 않아서 보이지는 않지만, 내 초감각이 무척이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렸다.

녀석의 등짝에서 기계적 관절이 열 개나 튀어나온다.

그 끝에는 기관포가 매달려 있고, 그것이 사방을 가른다.

콰콰콰콰콰!

녀석의 양손에 두 개, 등짝에서 튀어나온 게 열 개.

합이 열두 개의 총이 불을 뿜으며 사방을 향해 총탄을 내갈긴다.

마력을 머금은 총탄은 초음속으로 날아가 막 하늘로 날아오른 것들을 개박살 내면서 격추시켰다.

그러나, 날아오르는 것들의 수가 너무 많다.

그때였다.

“소와 닭과 돼지이시여! 당신들의 희생을 기릴 것이니! 흙은 흙으로! 생명 아닌 것들은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성광의 몸에서 성스러운 빛이 터져나온다.

그 빛이 우리를 물들이고,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그리고 그것에 노출된 토용병들이 그대로 으스러지면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뭐야, 저건?

“생명 아닌 것들을 되돌리는 신성한 권능이지요. 하지만 영원한 것은 아니니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일어서라, 대지여! 흔들려라, 대지여! 노호하라, 대지여!”

그때.

뒤이어 정지벽이 스킬을 시전했다.

그녀는 무척이의 등 뒤에서 두 개의 금속 건틀릿을 쓴 주먹을 쾅! 소리가 나게 충돌시켰다.

그러자 세계의 법칙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성좌로서의 초감각이 그것을 알게 해 준 것.

으드드드드!

지면이 흔들린다. 튀어나오던 토용병 놈들이 그 지진의 여파에 휩쓸려 으깨지면서 제대로 튀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좋구나! 이대로 녀석들의 본진을 향해 #가보자고!

* * *

엄지척 일행이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 사이. 다른 헌터들도 날아오든, 기어오든 해서 산에 올라왔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한 것은 토용병뿐만이 아니다. 바로 [곤륜산]에 속한 중국 측의 헌터들이 있었던 것이다.

“오호단문도법을 받으라!”

“건(乾)을 뒤집어 곤(坤)을 흔드는 도다!”

무공. 그리고 도술과 주술.

중국계 헌터들이 자주 사용하는 능력들이 토용병들과 함께 헌터들을 덮쳤다. 하지만 그에 맞서는 한국계 헌터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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