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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78화 (278/305)
  • 제278화

    한국 영토에 너무 가까워지면, 전투의 여파가 영종도나 강화도에 미칠 테니까 제법 떨어져 줘야 한다.

    그곳에서 [곤륜산]을 추락시키고, 녀석들의 본거지를 파괴할 거다.

    그리고 그 모든 준비는 정경영 경영이사가 해 주었다.

    “저 망할 산이 서해 작전 지역에 도착하기까지 앞으로 9시간 12분 남았어요. 해군은 이미 전부 움직이고 있고, 해군의 도움을 받아 어선에서 군선까지 동원돼서 헌터들도 실어 나르고 있고요. 그래서, 저 산을 정말 떨어트릴 수는 있는 거겠죠?”

    정부 부처에서 만든 긴급대응사령부의 한쪽에 마련된 민간 협력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 책상에 앉아서, 정경영 이사가 나를 올려다보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희 쪽 아는 분이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베르나데 이트. 그리고 마카우와 다니엘 엔조.

    타마 그룹에 있는 세 사람이 자신들에게 맡겨 달라고 말했다. 산을 떨어트리겠다고.

    이미 여러 성좌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니, 일단 믿을 뿐이다.

    리블은 전투가 시작되면 알아서 참전한다고 말하고는 사라졌는데, 어차피 어디선가 튀어나오겠거니 하고 기다리는 중.

    정지한은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거겠지.

    “좋아요. 중간 조율에 대해서는 이미 정 대표하고 이야기 나눴으니 문제없어요.”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만의 일이 아니잖아요? 이 나라 전체의 일이니까. 그럼 가 봐요. 당신의 일을 하세요, 엄 이사. 저도 제 일을 할 테니까.”

    “그러죠. 수고하세요.”

    “당신도요.”

    그녀는 나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나 역시 헤르메스의 발걸음으로 공간을 넘었다.

    서해의 한가운데 정박한 화물선.

    그 위에 올라선다.

    정진 컴퍼니의 무역을 위한 화물선 중 하나이며, 정진 컴퍼니의 헌터들과 타마 그룹의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이미 배의 갑판에는 초대형의 주술진이 그려져 있었고, 타마 그룹의 사람들이 무언가의 의식을 벌이고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나는 초월적인 감각으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식물이 자라고 있다. 바다 밑바닥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

    서해는 그 수심이 얕기에 가능한 일.

    수심이 50~100미터 사이인 바다이기에, 어마어마한 기세로 자라나는 초목은 얼마 후면 수면 위로 가지를 뻗어낼 것처럼 보였다.

    드루이드들이 많더니만…….

    이런 것도 할 줄이야.

    어쩐지 ‘고속 생장’이나 ‘식물 친밀’, ‘대자연의 축복’ 같은 스킬을 달라고 하더라니.

    “주여. 오셨습니까.”

    다니엘 엔조. 본래는 [하늘과 바다를 속인 새]의 성기사였으나, 던전에서 강제로 연결이 끊어졌다가 나에게 구원된 사람.

    이후에는 다시금 [하늘과 바다를 속인 새]와 연결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성좌와 나를 동시에 섬길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듀얼 성기사!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내 사도들이 그렇듯이.

    그에게도 내 마이너 카피 같은 권능이 생겼다.

    그 역시 따봉을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헌터 상점에서 스킬을 구매할 수 있다고.

    나처럼 모든 스킬을 다 구하는 게 아니라, 성기사의 스킬과 [하늘과 바다를 속인 새]의 권능에 한해서만 살 수 있다고 한다.

    이건 사도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생긴 권능이지만……. 이 사람이 특이한 것은 이 사람이 내 사도가 아니라는 점.

    권속들은 따봉 포인트로 헌터 상점을 이용할 수 없다고 들었거든.

    아마도.

    듀얼 성기사라서 그런 것 같다는 킹리적 갓심이 든다.

    초월자가 되어 버린 내 직감이니 아마 맞을 듯.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어디까지나 여러분들을 구출하려고 권속화한 거니까요.”

    “하해와도 같은 그 은혜. 어찌 섬기고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제가 불편하니까…….”

    “그러시다면…… 존함으로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엄지척 님.”

    [주군. 군신의 예를 다하라고 하심이 어떠시온지요? 패왕이 되시옵소서! 저들도 그것을 바라나이다!]

    척량아. 너는 또 왜 그래? 얘는 걸핏하면 패왕이 되래.

    “그나저나, 잘되고 있죠?”

    “예. 저의 첫 번째 주이셨던 [하늘과 바다를 속인 새]께서 내려주신 권능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무를 키워서 산을 잡아챈다는 전략……인 건가요?”

    “그것은 두고 보시면 아시게 됩니다. 신화의 한 장면이 다시 여기에 재현될 테니까요.”

    마카우가 주술진의 가운데 앉아 있다.

    그는 여전히 인간의 형상이라기보다는 나무로 이루어진 정령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의 손이 타오르고 있다.

    백탄의 마카우라는 별명처럼, 그는 스스로의 손을 태운다.

    동시에 주변에서 기기묘묘한 가면을 쓴 이들이 주술의 춤을 추며 주언(呪言)을 영창한다.

    단순한 스킬이 아님은 보면 알 수 있다.

    콰르르르르.

    드디어 수면 위로 식물의 줄기가 자라난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하고, 수없이 많은 나무줄기가 서로 엉겨 붙은 채로 꿈틀거리며 자라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굵기의 줄기가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걸?

    “수만 그루의 나무가 하나로 합일된 것이지요. 두께만 해도 2km에 달합니다. 그리고 더욱 크고 높이 자랄 테죠.”

    바닷물도 상관없이 자라는 주술적인 나무인가. 이거라면…… 확실히 될지도.

    “그러면. 믿겠습니다.”

    “예. 엄지척 님. 당신이 구원해 주신 저희들을 믿어 봐 주시기 바랍니다.”

    다니엘 엔조는 그 덩치에 걸맞지 않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초감각에 뭔가가 걸려들었다.

    “쓸데없는 짓을…….”

    한국에서 공격이 시작되었다.

    * * *

    한국의 군대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단히 기묘한 형태가 되어 있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멀리 날아가는 대포를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개량하고, 마개조하고, 개발해 왔다.

    그 결과 사정거리 1,500km라는 정신 나간 자주포를 만든 것.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이 기술을 탐내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들조차 이런 정신 나간 대포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그 대포들이 일제히 포신을 서쪽으로 겨눈 채 준비되고 있었다.

    한국에 존재하는 이 미친 자주포의 숫자는 무려 246기.

    그중 절반인 123기가 서해에 집결한 상태였다.

    “표적은?”

    그리고 급하게 마련된 군사령부.

    3성 장군 중 한 명이 이번 일을 위해서 사령관으로 와 있었다.

    이미 대통령에게서는 공격을 해도 좋다는 명령이 떨어져 있었기에,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중국군에도 직접 타격을 먹일 수 있지만, 중국과의 확전을 우려하여 우선은 [곤륜산]을 떨어트리기로 한 작전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게다가.

    준비된 것은 이 자주포 [흑표 37]만이 아니지.

    그간 꾸준히 인공위성을 날리면서 쌓아온 기술로 미국의 견제와 중국의 개지랄 그리고 일본의 간잽이를 견디면서 만들어낸 미사일까지 준비되고 있었다.

    “일정한 속도로 이동 중입니다! 서해를 건너는 중입니다!”

    전면에는 서해의 레이더 지도가 있었고, 이동 중인 [곤륜산]이 표시되어 있다.

    다른 쪽 화면에는 위성으로 촬영 중인 [곤륜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좋아. 비밀결사인지 뭔지 하는 새끼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고. 전탄 발사 준비!”

    “전탄 발사 준비! 표적 조준까지 앞으로 1분! 59, 58…… 1, 0.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전탄 발사!”

    장군의 명령에 따라.

    서해 군부대에 포진한 흑표 37의 포신이 불을 뿜는다.

    동시에, 각지의 미사일 기지에서 쏘아진 미사일이 날아갔다.

    하나의 도시를 단번에 파괴하고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과도한 폭발물들의 세례!

    그러나.

    이내 사령부는 침묵해야 했다.

    위우우웅.

    기묘한 공간의 비틀림과 함께 곤륜산에 도달한 모든 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기괴한 것을 보게 되었다.

    폭발광이 곤륜산의 주변 공간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연기가 허공의 빈 공간에서 흘러나와 흩어졌다.

    “공관 왜곡……. 진짜였나.”

    사령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공간파쇄탄 장전.”

    “공간파쇄탄 장전 시작하겠습니다!”

    공간파쇄탄.

    한국군은 미국에서 있었던 사이클롭스 던전 사태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다.

    또한, 미국의 아주 유명한 예언 능력자의 예언도 입수했다.

    세계 멸망까지 앞으로 한 발자국.

    본래 그 예언은 사회의 극소수 기득권층은 다 알고 있던 이야기.

    그러나 그것을 심각하게 여기는 기득권층은 대다수가 비밀결사와 연관이 된 이들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코웃음 치던 예언이었다.

    하지만 사이클롭스 사태를 통해서 예언을 믿지 않던 이들 대다수가 위기감을 느꼈다.

    정말 세계 멸망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혹은.

    세계 멸망은 아니더라도, 과거 던전이 처음 열렸을 때와 같은 대재앙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정비가의 보호막도 그런 이유에서 대규모의 지원금과 자원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오히려 엄지척이 이레귤러.

    그런 이유로 한국군은 여러 가지 전략전술병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과거에 연구하다가 중단한 프로젝트를 다시 꺼내서 기름칠하고 가동시켰고, 그 결과 꽤나 굉장한 물건이 몇 개 튀어나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

    공간 자체를 뒤틀어 버리는 폭탄.

    “장전 완료!”

    “전탄 발사.”

    “발사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만든 초유의 파괴 병기가 흑표 37에 의해서 쏘아졌다.

    * * *

    위성 촬영을 통해서 우리나라 군대의 공격이 무효화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역시 안 통할 거 같더라니…….

    [특이한 종류의 공간 왜곡 결계로군요. 보통은 들어간 것을 되돌려 보내는 형태를 쓰는데…….]

    사람들이 있으므로, 텔레파시로 척량에게 답해 주었다.

    그렇지? 아무래도……. 저거 공간 자체를 아주 길게 늘이는 형태의 결계 같아.

    [주군의 직감입니까?]

    맞아. 내 직감이 말해 주고 있다고.

    원거리 공격은 아예 아차원에 가까운 광활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거야.

    그러니 미사일이든 자주포든 통하지 않는 거지. 그렇다고 해서 저 공간 결계를 외부에서 마법 파쇄 같은 걸로 깨부술 수도 없어.

    원동력은 아마도 저 떠다니는 산 안에 있을 테니까.

    이론적으로는 절대 방어이긴 한데…….

    나는 자라나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해저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주술에 의해서 자라고 있는 거대한 나무.

    지금도 자라고 있으며, 곧 하늘 위에 도달할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긴 하다.

    저 [곤륜산]이 진로를 바꾸면 어쩌려고 그러지?

    나무는 이미 하늘 높이 자라나 높이가 무려 2km나 되고 있다.

    스케일이 크다, 커. 이게 파리지옥 식물처럼 [곤륜산]을 잡아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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