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75화 (275/305)
  • 제275화

    천공성 라퓨타는 소설가 ‘조나단 스위프트’가 집필한 저서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국가이자 하늘을 떠다니는 섬이다.

    나중에는 이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 애니메이션이 공전의 히트를 쳤었지.

    나도 좋아해. 그 애니메이션.

    특히. 그 애니에 나오는 로봇이 정말 마음에 들었었지.

    근데…….

    저건 그 천공성 라퓨타보다 크고 웅장한 거 아닐까?

    [높이 7.1km에 지름 32km 정도의 크기입니다. 무시무시한 크기로 하늘을 부유하고 있는 중이며, 발원지는 곤륜 산맥입니다.]

    “미친… 곤륜산이 진짜 곤륜산에 있었어?”

    심해의 해저 공장에 서서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척량이 나에게 보여 주었다. 그건 그냥 여러 개의 산봉우리를 가진 산 그 자체였다.

    산맥의 일부가 그대로 하늘로 떠올라서는 부유하고 있는 것!

    둥그런 그것은 섬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거 뭐… 천공성 라퓨타야, 뭐야?

    그나저나 이놈들 제대로 돌았네……. 지름 32km라고? 거의 서울만 한 크기네?

    “미친 새끼들인가, 진짜. 저런 힘을 세계 수호에나 쓰지, 저러고 있다고?”

    [저들에게 저들 외의 인간은 그저 자원일 뿐이니까요.]

    “제대로 미친 새끼들이라 이거지? 그러면 바로 조져 버려야지. 궤도 폭격. 낙하해.”

    [궤도 폭격용 나선창 사출합니다.]

    인공위성을 쏘아 보낼 때 그냥 위성만 올려 보낸 게 아니다. 인공위성에는 다섯 개의 나선창이 같이 장착되어 있다.

    신의 지팡이 프로젝트.

    거기다가 마법과 스킬의 힘을 끼얹은.

    그리고 나는 믿기 어려운 영상을 볼 수 있었다.

    * * *

    곤륜산 사대선인.

    노인 남극선옹(南極仙翁)이 여전히 좌선을 한 채로 허공을 부유하고 있다.

    그는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하늘에서 파괴의 창이 떨어지고 있구려.”

    “그렇다면 본도가 반천태극진을 전개하겠소.”

    미청년 운중자(雲中子)도 좌선을 한 채로 부유한다.

    그가 두 손을 합장하더니, 그대로 좌우로 뻗으며 태극을 그려냈다.

    “태극이여, 무량하여 무한하라!”

    그의 외침과 동시에, 그들이 있는 공간을 넘어 그들이 하늘로 들어 올린 곤륜산 전체의 하늘 위로 거대한 태극이 그려졌다.

    그것은 진법이라고 부르는 특수한 결계.

    그리고 그 위로, 엄지척의 나선창이 떨어져 내렸다.

    * * *

    하늘에서 떨어진 파괴의 유성이 어느 지점에서 휘어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내가 일전에 남극대륙의 게이트가 열렸을 적에 사용한 공간의 문 같은 종류의 결계!?

    저놈들, 보통이 아닌데?

    [공간 왜곡 결계 확인. 나선창에 서린 스킬로 파훼 불가능. 주군. 결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타격을 줄 수 없습니다.]

    “저거. 어떤 종류의 결계지?”

    [원거리에서는 파악하기 불가능합니다.]

    이야. 이놈들…… 머리 잘 썼네.

    하긴, 내가 궤도 폭격을 하는 걸 알고 있으니, 그걸 대응할 방법은 생각했겠지만.

    거대한 산이 하늘을 난다. 그리고 그것은 명백하게 한국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주군. 급보입니다! 급히 확인해 보셔야 할 일입니다!]

    뭔데?

    [곤륜산]의 산 그 자체가 움직이는 영상 옆으로 하나의 영상이 생겨났다.

    그곳에는 중국의 국가 주석.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인 사람이 서 있었다.

    이름이 샤오바이(小白)였던가?

    -무도한 한국을 정벌하고자 선전포고를 하는 바입니다. 이것은…….

    “이 새끼들이 선을 세게 넘네…….”

    지금, 국가 간의 전쟁까지 하자 이거지?

    [국가 전체가 [곤륜산]에 장악당했군요. 효율적인 수입니다.]

    “AB에게 연락해. 그리고 정지한에게도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하… 전쟁이라……. 그래, 전쟁. 전쟁이지.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이 짧았을지도 모르겠다.

    인류 파멸의 미래에서 세계를 구원하고자 하는 나와 달리, 저놈들은 세상을 불구덩이에 집어넣고 그걸 에너지 삼아서 승천하려고 지랄하던 놈들이었지.

    얼마든지 저런 짓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좋아. 저놈들이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이쪽도 그렇게 대응해 주마!

    * * *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선전 포고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던전 게이트가 열린 이후로, 중국은 과거의 영광처럼 강대국이 되지는 못했다.

    넓은 영토. 인적 없는 땅.

    그곳에서 열린 던전과 던전 브레이크 때문에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 중국의 거대한 영토는 독이 되어 그들의 목을 조르고 만다.

    그래도 중국은 어찌저찌 분열되지 않고 인구의 절반을 희생했지만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지형적으로는 여전히 중국의 영토지만 마경화된 지역이 넘쳐나지만, 던전 소멸을 하게 만드는 방법을 몰랐던 과거에는 경제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이유로 그 지역을 내버려 두었다.

    지금에 와서는 던전 소멸 방법이 알려져 있기에,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주변 지역 마경의 던전을 소멸시키는 작업을 개시한 지가 이제 얼마 되지 않은 상태.

    아직도 중국은 그들의 내부 종양 같은 던전과 마경림을 처리하지 못해서 빈사 상태로 비틀거리는 중이다.

    그런데 전쟁을 일으켜? 선전포고를 해?

    세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상태에서도 전쟁은 일어나긴 했지만, 소규모의 국가들이 하는 전쟁일 뿐.

    그래도 많은 인구와 영토를 가진 선진국 계열의 국가들은 전쟁을 하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니까.

    그것도 그냥 손해가 아니다.

    전쟁 한 번에 국가 파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전쟁하고 있는 와중에 국내에 고등급의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면 어떻게 해?

    전쟁터 한가운데에 던전 브레이크 일어나면 어쩌나?

    때문에 중국의 선전포고는 ‘중국 주석. 돌아 버렸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비서실장! 들어온 정보 없어?”

    “아직 국정원에서도 이유를 파악 중에 있습니다.”

    “저 미친놈들이 대체……. 아니. 요동성의 마경림을 뚫고 오겠다는 거야, 뭐야?”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얼굴이 벌게진 채로 화를 내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비서실장이 태블릿을 들고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록 북한 지역의 마경림을 최근에 전부 소멸시켰다지만, 문제는 중국과의 국경선이나 다름없는 압록강 북쪽은 여전히 마경림 상태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발 빠르게 압록강변에 요새를 쌓았고, 강 북쪽의 몬스터들이 넘어오지 않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니까.

    즉.

    중국군은 해군으로 오든가, 마경림을 돌파해서 오겠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가능할까?

    바다에도 몬스터는 있다. 몬스터들이 싫어하는 음파를 내뿜어 해로를 만든다지만, 그것도 한계라는 게 있었다.

    일정 수 이상의 배가 움직이면 몬스터들이 아무리 음파가 싫어도 득달같이 달려든다. 그러면 그 선박은 끝장나서 가라앉기 일쑤.

    제대로 된 전쟁은 애초에 무리다. 그렇다면 대체 중국의 노림수가 뭐란 말인가?

    그때 비서실장의 이어폰으로 보고가 올라왔다.

    “대통령님.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보시죠.”

    그러고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가져다 놓았다. 10인치 정도 크기의 그것에는 하나의 화면이 나와 있었다.

    산이 하늘을 부유하고 있다.

    “이게 뭔가? 이 상황에서 영화 따위… 잠깐. 이거 설마……?”

    “예. 실제 영상입니다. 산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얼굴이 경악으로 변한 것은 당연한 일.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비서실장이 보고를 계속했다.

    “쿤룬 산맥. 그러니까 한자로 하면 곤륜 산맥의 산 일부가 하늘로 떠오른 것이 1시간 21분 전의 일입니다. 지금은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로 날고 있는 중입니다.”

    “도착 시간은?”

    대통령이 안색을 회복하고 진지한 얼굴이 되어 되물었다.

    “46시간 이후면 서해,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중국군이 요동성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마경림을 통과해서 넘어올 모양입니다.”

    “미친놈들……. [곤륜산] 새끼들도 다 미쳤어.”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도 비밀결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아는 바가 있었다. 그리고 중국의 뒤에 [곤륜산]이라는 자들이 있다는 것도.

    “저거 곤륜 산맥의 산이랬지?”

    “예, 대통령님.”

    “하. 우리는 뭐 저런 거 없어? 우리나라도 비밀결사 좀 있잖아.”

    비서실장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한참을 영상을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거 영상이 생생한데. 누가 찍은 거야?”

    “민간인 헌터입니다. 최근 세계적인 수준의 헌터가 된…….”

    “엄지척? 그 웃기는 이름을 가진 녀석?”

    “예.”

    “하……. 일단 국방장관 오라고 해. 국정원장도. 데프콘 1 때려.”

    “대통령님 그건 정치적으로…….”

    “미친 새끼야! 46시간 후면 저 산 같은 게 영종도를 타격할 거라고! 당장 움직…….”

    “대통령 각하! 큰일입니다!”

    비서실의 또 다른 직원 하나가 들어와 소리쳤다.

    * * *

    “여러분, 안녕하세요. 엄지척입니다. 오늘은 평소처럼 밝게 인사를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엄지척이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정장을 빼 입고, 진지한 자세로 엄지척이 방송에 나오고 있었다.

    -아니, 중국에서 선전포고 했는데, 엄지는 방송을 한다? 이거 성지각이다.

    ↳님 좀 예리한 듯?

    -뭐야. 지금 중국 땜시 개난리인데 긴급 생방송을 해? 엄지. 분위기 파악 못 해?

    ↳너보다는 분위기 파악 잘하는 듯.

    “우선 이번 중국의 선전포고에 대해서, 제가 아는 바를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이렇게 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전 제 방송에서 제가 [곤륜산]이라는 비밀결사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던 것을 구독자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진지한 얼굴의,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

    그것은 확실히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었다.

    “그래서 지금, 저는 구독자분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이 방송을 켰습니다. [곤륜산]은 실존하며, 그들이 중국 정부를 움직여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이는 확실한 진실이며, 동시에 증거 영상도 준비했으니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잉? 뭐야? 갑분 음모론?

    -당황스러운데? 비밀결사가 막 정부를 움직였어?

    -엄지 무리수 던진다.

    -아ㅋㅋㅋㅋ 아니. 전쟁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무슨 비밀결사 운운…….

    그리고 곤륜 산맥의 산 일부가 지상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영상과 함께, 하늘을 부유하는 곤륜산이 한국의 인천 영종도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표시한 도표가 나타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