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74화 (274/305)
  • 제274화

    “허헛. 어린 아해가 기고만장하군.”

    “그렇소이다. 우리 곤륜산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는 것 같소.”

    “질책이 필요하겠군.”

    “[호수의 여명회]와 우리가 같지 않음을 모르나 보오.”

    사대선인(四大仙人).

    [곤륜산]이라는 집단의 최고 수뇌부.

    그들은 정사각형의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

    의자는 없다.

    모두 좌선한 채로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그들은 두 명은 여자, 나머지 둘은 남자였다.

    남자 한 명은 전형적인 신선 같은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주 젊은 미청년이었다.

    그 반대쪽에 앉은 둘 중 하나는 아주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서른 중반의 요염한 미녀의 모습을 가졌다.

    기괴하고 신이한 모습!

    누군가가 본다면, 기괴함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자들인지에 대해서는 외부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것은 [곤륜산]과 적대하거나 협조를 했던 다른 비밀결사들도 마찬가지.

    때문에 이들 네 명이 어떤 경위로 최고 수뇌부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어린 아해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어야겠지.”

    “병사들은 내가 준비하겠소.”

    “본도는 ‘산’을 움직일 준비를 하겠네.”

    “그렇다면 저는 아랫것들을 움직여 두죠.”

    네 명의 의견이 하나로 모였다.

    * * *

    방송의 여파는 뜨거웠다. 그리고 나를 따라서, 비밀결사에 대한 방송들이 갓튜브 여기저기에서 마치 곰팡이처럼 자라났다.

    이내 모든 나라의 공중파 방송에서는 이 비밀결사들에 대해서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어느 나라에든 비밀결사 놈들이 자리 잡고 있다.

    기득권인 정치가나 기업인들 중 꽤 많은 수가 그들과 결탁하고 있거나 스스로 비밀결사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골든 호라이즌]이 해 준 이야기니까 확실한 이야기지.

    때문에 나는.

    [곤륜산]에서 반응이 오기를 기다릴 겸해서 남극대륙에 와 있다.

    북극은 얼음만 있지만, 남극에는 확실히 땅이 존재한다.

    저번에 다 녹아 버렸지만, 내 긴급 조치로 다시금 얼음이 내려앉아서 얼어 있다.

    즉, 다시 추워졌다 이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한가운데에서, 정비가 사장이 열심히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쿠웅! 쿠웅!

    “저건…… 진짜 적응이 안 되네.”

    [저것 자체에서 일전에 주군께서 상대하신 [느린 녹음]만큼의 힘이 느껴집니다.]

    “준성좌급 로봇이라…….”

    내 앞에 보이는 것.

    그것은 높이 500미터의 초거대형 로봇이다.

    사족 보행을 하고 있는 그것은, 전신에 수를 세기 곤란할 정도로 무수히 많은 ‘공작용 기계 팔’을 달고 있다.

    큰 팔도 있고, 작은 팔도 있다.

    그리고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는 ‘왼팔’과 ‘오른팔’도 있다.

    그걸로 자재를 쌓아 올리고, 그대로 용접한다. 전과는 다른,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차원 방벽 생성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로봇이 좌우에 한 대씩 있다. 총 2대!

    이것들이 저대로 작업을 계속한다면 300일 안에 10km짜리를 완성할 수 있단다.

    단순 계산으로 30일 만에 1km고, 3일에 100m씩 올라간다는 말이 된다.

    정말 미친 거 같다.

    정비가 사장은 대체 심연에서 뭘 보고 이런 걸 만들었대?

    나중에 하이퍼 로봇 대전 같은 거라도 하려고 그러나?

    [제가 수집한 정보로는 던전들 중에 완전히 SF 세계 같은 던전도 존재했습니다. 정비가 사장은 그런 던전을 주로 돌아다녔습니다만…….]

    “던전 보상으로 저런 걸 제작하는 지식을 손에 넣은 건가?”

    [그보다는 해당 던전 내부의 컴퓨터에 접촉해 지식을 빼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그게 돼?”

    [본래라면 불가능하겠습니다만… 정비가 사장은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의 기반이 다르더라도,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거죠.]

    “음……. 정비가 사장의 능력… 중에 그런 게…… 있네.”

    나는 정비가 사장을 사도로 삼았고, 스킬을 ‘하사’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가진 직업명과 능력도 전부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그런 게 있었지.

    [심연을 들여다보는 마도공학자]라는 직업인 그녀의 능력 중 하나.

    [심연으로 연결된 전자 언어].

    아마도 그게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원천일 듯하다. 아니면 말고.

    “어쨌든 빨리빨리 하고 있으니 보기 좋네. 게다가 저거 1km가 완성될 때마다 차원 방벽 생성 기능이 활성화되니까 더 좋고.”

    정비가 사장이 설계를 변경, 개량해서 더 좋아졌다. 1km가 완성되면 즉시 차원 방벽을 생성한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게다가.

    해저의 내 공장은 아직 아무에게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이용해서 마력 연소 기둥과 소형 차원 방벽 생성기를 만들어서 심해 여기저기에 설치 중에 있다.

    이것들까지 하면 아마도 10개월 안에 차원방벽을 완전히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하다.

    왜냐면 중간에 또 개짓거리를 하는 비밀결사 새끼들이 있을 테니까.

    일단 [곤륜산]을 찔러 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호수의 여명회], [골든 호라이즌], [세피로트 조하르], [곤륜산].

    비밀결사 사 대 천왕!

    이번에 남극에서 게이트를 연 새끼들인 [호수의 여명회]만 봐도 무시할 수 없는 맛이 간 놈들이다.

    세계의 인류를 대멸종시킬 정도로 큰일을 남극대륙에서 일으킨 미친 새끼들이 바로 그놈들이니까.

    내가 바닷물을 얼리고 재빠르게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초토화시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단 해안가의 도시, 마을은 전부 쓰나미로 궤멸이다. 바다 전체의 해수면도 급격히 상승해서 한국의 인천 같은 도시는 물에 잠겼을 수도 있다.

    강이 역류해서 강남이나 여의도가 잠겼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 정도면 서울 마비 아니냐?

    한국이 이 정도면 일본은 어떨까?

    해수면 상승에 의해서 침수된다는 뉴스가 매년 나오는 게 일본이다.

    그쪽도 뭐 어마어마한 물난리가 나고 항구도시는 다 박살이 나고, 도쿄도 물에 잠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 놈들이 무려 넷이나 있으니까 내가 걱정이 안 될 수가 있나.

    그나마 다행인 건 [호수의 여명회]가 이번 일로 큰 타격을 입어서 이제는 피라미 정도로 세력이 축소되었다나?

    [호수의 여명회]와 앙숙이고, 놀랍게도 선한 비밀결사인 [원탁의 기사들]이 놈들의 잔당을 추격한다더라.

    그러면 한 놈 아웃.

    [골든 호라이즌]은 저번에 내가 깽판 치고 나서 잠잠해졌으니까 일단 재끼고.

    남은 건 [세피로트 조하르]와 [곤륜산]이다.

    그리고 나는 우선 가까운 [곤륜산]을 건드렸다.

    그놈들이 어디 숨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건드려 본 거다.

    이러면 반응이 있겠지.

    “좋아. 남극 공사는 잘 되고 있고……. 우리도 우리 일을 하자고.”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이동해 주십시오.]

    “오케이.”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사용, 공간을 넘어 내 비밀스러운 심해 공장에 들어섰다. 온갖 아날로그적인 기계들이 돌아다닌다.

    사이버펑크라고 하기에는 너무 톱니바퀴나 테슬라 코일 같은 게 많고, 스팀펑크라고 하기에는 너무 하드웨어 컴퓨터가 좋다.

    이걸 참 뭐라고 해야 하나 몰라.

    그리고 그런 대규모의 심해 공장은 차곡차곡 뭔가를 만들고 있다.

    이건.

    위성이다.

    인공위성.

    [주군의 만능 제작 기계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이것들은 소환체가 아닙니다. 현세의 물건이죠.]

    “음. 좋구먼…….”

    [발사를 시작할까요?]

    “물론이지. 발사해.”

    [발사 체계로 전환합니다. 매스 드라이버 전개 시작.]

    매스 드라이버.

    레일건과 유사한 원리로 작동하는 거대한 사출 장치다. 말이 사출 장치지, 제대로 쓰면 무기로도 쓰일 수 있다.

    전자기를 이용해서 고속으로 물체를 쏘아내는 투사 기기.

    이걸 왜 만들었냐면, 우주 장악하려고.

    다른 국가에서는 제작 스킬이 나나 정비가 사장만큼은 발전하지 못했는지 아직도 이 매스 드라이버를 못 만들었다.

    혹은.

    매스 드라이버로 쏘아낼 때의 압력을 견딜 만한 투사체(그러니까 인공위성 같은 것들)를 못 만들었든가.

    나?

    나는 아주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인공위성에 내구성 증가, 자동 복원, 충격 감쇄 등의 스킬을 부여한 것.

    내가 과학을 알 리가 없잖나.

    스킬이라는 반칙을 써서 우겨 넣은 거지.

    이 정도면 충분하죠?

    그그그그긍!

    내 앞에 화면이 나타난다.

    여기는 바다에서도 조금 얕은 곳.

    수면까지 약 1.2km 정도의 거리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 심해 공장에서 커다란 쇠기둥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수면 위까지 뻗어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그게 화면에 나왔다.

    이윽고 거대한 포신은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수면에서 보면 약 50미터 정도 높이에 지름 30미터 정도의 이상한 구조물이 수면 위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발사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발사.]

    마력과 전력이 폭발하는 느낌이 내 감각에 걸린다.

    화면상에서는 포신에서 엄청난 속도로 무언가가 쏘아져서 하늘을 가른다.

    캬. 시원하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그것은 위성 궤도에 올라가 그대로 날개를 펼쳤다.

    태양광 패널.

    응급용 마정석을 이용한 발전기를 내장한 하이테크 인공위성.

    기능은 정찰, 탐색, 탐지, 통신. 그리고 방어 및 공격 능력을 보유했다.

    [약 3시간 11분 안에 현재 제작된 147기 전부를 궤도에 올리게 됩니다.]

    “계속하자고.”

    위성이 올라가는 것을 하나둘 지켜본다.

    위성이 전부 안착하고 나면……. 저 위성을 매개체로 대마법을 사용할 거다.

    [카이라스의 광범위 미세 탐지]

    제한 : 9클래스 마법사

    고룡 카이라스는 자신을 분노하게 만든 하플린 종족의 대도둑이자 대마법사인 칠크를 잡기 위해서 마법을 고안해냈다.

    터무니없는 마력이 들어가지만, 이 마법을 펼치면 행성 전체를 감시하에 둘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칠크를 잡지 못했다.

    칠크는 다른 차원으로 도망갔기 때문에.

    기능 : 행성 전체에서 원하는 것을 탐색.

    이걸 위성과 함께 쓰면, 이 대마법과 같은 격을 가진 은신 결계 같은 걸로 숨어 있지 않는 이상에는 무조건 찾아낸다.

    사실 같은 격의 주술이나 결계로 숨어도 찾긴 찾을 수 있다. 우회해서 찾아야 해서 번거로워서 문제지.

    [주군!]

    “왜?”

    계속해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척량이 나를 급하게 불렀다.

    [곤륜산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나왔는데, 아주 가관이었다.

    미친 새끼들이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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