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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68화 (268/305)

제268화

-[골든 호라이즌]이 그것들을 놓쳤는가?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골든 호라이즌]의 변절자들!

[골든 호라이즌]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러하듯, 연합체이며 강력한 금권주의로 무장한 자들이었다.

이 세계에 던전이 도래하여 난장판이 되기 이전에도 지구에는 비밀결사들이 있었으니, [호수의 여명회]나 [곤륜산] 그리고 [세피로트 조하르] 같은 이들이 그랬다.

그들 외에도 상당히 많은 수의 비밀결사들이 존재했고, 개중에는 현실에 이름을 알린 이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알리스터 크로울리].

수많은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에도 영향을 끼쳤던 인물 중 하나다.

그리고 이들은 본래 [세피로트 조하르]처럼 유럽에 기반을 둔 비밀결사의 일원이었으나 그 뿌리를 배신한 이들이기도 했다.

그런 이들이 모여서 연합해 만든 것이 바로 저 [골든 호라이즌]인 것이다.

이들 중에는 [호수의 여명회]의 사람이었던 이들도 있고, [곤륜산]의 일원이었던 자도 있었다.

때문에 [세피로트 조하르]의 수장이 물은 것이다.

저들이 영국의 유산을 과연 모르고 있겠느냐는 것.

“일부는 그들도 몰라.”

-좋아. 그러면…….

“내일 바로 실행하겠다.”

* * *

“아아… 다른 쪽에서 열려 버리면 내가 뭐가 되냔 말이야.”

한 명의 사내가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뭔가를 걷어찬다.

그 발길질은 파괴신의 일격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앞에 있던 거대하고 질척거리는 생명체의 가죽을 단번에 으깨며 검은 피를 짜낸다.

펑! 펑!

몇 번이나 발길질을 하며 정체 모를 뒤틀린 생명체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 사내는 고개를 돌렸다.

한국인.

제법 잘생긴 얼굴과 크고 훤칠한 키를 가진 사내.

맨손이지만, 이 사내의 얼굴을 아는 이들은 절대로 이자를 무시하지 않았다.

통칭 ‘그 헌터’. 그리고 팬들은 ‘아일’이라고 부는 남자.

그의 주변은 지옥의 한 장소처럼 보일 정도로 끔찍했다.

벽과 천장은 끈적이는 타르가 흐르는 생명체의 내장처럼 생겼고, 주변에는 흉측하게 생긴, 사람 머리통만 한 벌레가 여기저기 기어 다니면서 피를 마시고 있는 중이다.

그런 끔찍스러운 장소의 여기저기에는 방금 전 죽은 듯한 괴생명체들이 찢겨 나간 채로 널려 있다.

말라비틀어지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칠족보행의 말과 도마뱀을 반쯤 섞은 것에서부터, 구불구불한 촉수가 스파게티 면처럼 덩어리진 느낌의 괴물과 이마에 뿔이 돋고 박쥐 날개에 구릿빛 피부를 지닌 전형적인 악마 같은 것도 있었다.

“X팔 진짜. 이 개 같은 것들은 죽여도 죽여도 자꾸 튀어나오네. 본진을 몇 개 터트렸는데도 튀어나와. 바퀴벌레가 따로 없어요. 정지한 새끼는 뭐하는 거야?”

아일은 뜬금없지만, 정지한을 언급했다.

“이쪽도 다 청소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일단 그놈을 믿고 여기서 뻐겨? 아니면 나가야 해? 아…. 골 때리네…….”

무언가를 아는 듯한 언행.

그는 잠시 머리를 벅벅 긁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아주 기괴하게 생긴 물건이었다.

알처럼 생겼는데, 여기저기에 눈이 잔뜩 나서는 움직이고 있다.

코나 입은 없이, 눈알이 잔뜩 달린 알 형태의 물건.

그리고 그 끝에는 나침반 같은 것이 달려 있다.

“나가? 말아?”

그가 그 기괴한 물건에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나침반이 빙글빙글 돌다가 우뚝 멈춘다.

붉은색 바늘이 아일 그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씁. 나가지 말라 이거지?”

그는 앞을 보았다.

기괴한 살덩어리로 가득한 던전의 통로가 앞에 놓여져 있다.

“좋아. 그러면 가보자고!”

그리고 그는 시체를 밟으며 앞으로 전진했다.

* * *

“저것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요?”

나는 화면에 비추어진 남극대륙에 나타난 던전 게이트를 가리켰다.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저게 지금 시기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군요.”

“역사적으로 뭔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는 뉘앙스네요.”

정지한.

그가 잠시 정비 중인 내 집에 나타났다.

물건 챙기고 바로 던전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나타난 것이다.

“그간 어디서 무슨 일을 했길래 이제 와요?”

세상 끝장나게 생겼잖습니까. 지금.

“세계 수호를 위해서 이런저런 일을 했습니다. 물론 여기 리블과 함께.”

그리고 그 옆에는 리블이 있었다.

“짜잔! 당신의 소원을 위해서 불철주야 일하고 온 귀여운 러블리 악마! 정리블이에요!”

괴상한 포즈를 하는 리블.

하지만 어째선지 안심이 된다.

확실히 저 정체불명의 악마와는 ‘신뢰’가 쌓여 있으니까.

[주군. 그럼에도 경계해야 합니다.]

알아. 그래도…… 지금은 믿어야지.

“거창하게 해 주셨더군요~ 아주 멋지던걸요?”

“고생 좀 했죠. 돈도 많이 쓰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로비를 하고 있고, 정치권에도 저희 회사의 직원들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AB 쪽도 제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리고 저 던전은…… 최후의 멸망을 당기는 두 가지 중의 하나입니다.”

“최후의 멸망을 당기는 두 가지요?”

아니. 그런 게 있었어?

“정확히는 다섯의 징조들이 있었지만……. 그중 3곳은 처리했습니다. 필리핀의 던전도 그중 하나였죠.”

“아아…….”

필리핀. 그러고 보니 그곳에서 개고생했었지…….

[느린 녹음]을 처리하고 내 스스로가 성좌가 되긴 했었다.

그게 전환점이었나 보다.

“그러면 저걸 못 막으면 어떻게 돼요?”

“바로 세계 멸망이 시작될 겁니다.”

미쳤군요. 미쳤어.

“하지만 당장 던전에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예?”

“던전이 아직 완전히 열린 것은 아니까요. 그리고 곧 [호수의 여명회]가 던전의 완전 개방을 위해서 의식을 행할 겁니다. 저희는 그걸 막아야 하죠.”

“못 막으면 역시 세계 멸망?”

“의식을 막지 못하더라도, 기회는 있습니다. 다만 더 어려워질 뿐…….”

“그러면 바로 움직이죠. 어디로 가야 하죠?”

헤르메스의 발걸음은 나 혼자 움직이는 거라서 곤란한데…….

리블 정도라면 나와 계약이 되어 있으니 소환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정지한과는 같이 갈 수 없으려나?

“위치는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리블과 같이 다녀오십시오.”

그가 나에게 쪽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공간 이동용 좌표가 적힌 쪽지였다.

“둘이서요?”

“예. 둘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사이 저는 다른 쪽에서 일을 해결하죠.”

다른 쪽의 일이라는 게 있나 보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문으로 향했다.

“[호수의 여명회]가 그곳에 있을 겁니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흠…….

저 인간은 여전히 비밀이 많단 말이야.

“리블이 저랑 같이 가야 할 정도의 일인가 보네요.”

“던전을 저렇게 크게 열어 버린 놈들인데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상당히 많은 인간이 그곳에 있을 거예요. 대량 학살은 저에게 맡기시라구요~”

“굳이 당신한테 맡기고 손 놓고 있지 않을 겁니다.”

“후후후후. 그래야 엄지 군이죠.”

“자. 그러면…… 먼저 가겠습니다.”

나는 좌표가 가리키는 장소를 향해 공간을 넘었다.

쾅!

“억!”

공간을 넘은 장소에서 뭔가와 강하게 충돌.

내 몸이 뒤로 나가떨어지며 흔들렸다.

염혼염동!

우뚝!

염혼염동 스킬의 염력이 허공에 내 몸을 정지시킨다. 그리고 주변을 인지하자마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지름이 적어도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마법진.

그런데 그 마법진을 그리는 데 쓰인 것은 무수히 많은 인간의 시체였다.

몸 어딘가에 구멍이 나서 피를 흘리는 채로 죽어 있는 시체를 겹겹이 쌓아서, 거대한 마법진을 그려 놓았다.

마법진의 중앙에는 시체로 쌓은 탑이 있었는데, 높이가 5미터는 되어 보인다.

“커, 커억.”

고통 속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의미가 없다.

뭘 하기도 전에 바로 숨이 끊어졌으니까.

그리고 그 마법진 전체를 붉은 장막이 보호하고 있었다.

뚝.

뭔가가 내 안에서 끊어졌다.

사람으로서의 마지막 인내가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대량 학살은 저에게 맡기시라구요~

방금 전 리블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 맡기고말고. 하지만 너 혼자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남에게 시켜 놓고 뒤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는 짓은 하고 싶지 않거든.

“리블.”

화악!

리블이 공간을 넘어 내 부름에 응한다. 그리고 내 옆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이야~ 끝내주게 해 놨네요. 죽이기 전에 고문도 했고……. 의식을 아주 정갈하게 잘 했군요?”

“조용히 해주겠습니까? 기분이 안 좋거든.”

“물론이죠. 저의 주인님.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막아야지. 설령 손에 피를 보더라도.”

죽인다.

“나쁜 놈이니까 언데드로 만들어도 되죠?”

그 말에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게 리블과 나의 계약이고 나는 착한 놈은 아니다. 이런 걸 놔두고 있을 만큼 자비롭지도 않고.

“좋습니다. 시작하죠!”

리블의 몸 전체에서 검은 어둠이 뭉게뭉게 피어져 오른다.

눈으로는 마치 연기처럼 보였지만, 진짜 기체가 아니었다.

어둠이라고 하는 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계약자인 엄지척, 당신의 격이 성좌에 이르렀기에. 저 역시 이제 본래의 힘을 어느 정도는 쓸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 세상은 참으로 풍요롭지만, 그만큼 많은 것들이 죽어가고 있더라고요. 후후훗. 봐 주시겠어요? 제가 회복한 이 힘을!”

그의 주변 어둠이 폭발적으로 넓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언데드가 튀어나왔다.

그것들이 붉은 장막 위로 떨어져 내려서는 미친 듯이 장막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파아파아파아좋아?좋아?좋아?좋아?좋아?죽어어어어어!

-배고파배고파끄아내장이찢어져어어어어어!

그것들은 전부 미쳐 버린 망령 같은 것들이었다.

광기 어린 악의를 쏟아내며 붉은 장막을 두드린다.

“저들은…….”

“오……. 제가 죽인 건 아니에요. 죽은 채로 남아 있던 원혼들이죠. 공양 의식에 희생된 제물들이야 그 혼백이 전부 빨려 들어가 버리지만, 인간들끼리 서로 싸워서 죽고 남은 이들의 혼백은 손상된 채로 악념과 섞여서 악령이 되거든요.”

그는 자신의 창조물들을 보며 즐겁게 흥얼거렸다.

그러고는 말을 다시 이었다.

“보통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지만……. 짜잔. 지금은 저렇게 산 자를 증오하는, 훌륭한 자유 의지를 가진 언데드가 되었습니다!”

나는 한 가지만을 말했다.

“저들을 자유롭게 해 주세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지만,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하는 건 어려워요. 아시겠어요? 저들은 불합리한 이유로 불합리하게 죽었거든요. 그 원한과 고통이 사라질 리가 없죠. 음~ 그래도 저들이 성불하는 걸 원하신다면…… 많이 죽이게 내버려 두세요.”

그리 말하고는 ‘원래 복수란 즐거운 거랍니다~’라며 나를 돌아보았다.

“죽이게 내버려 두라……고요?”

이 무슨 미친 소리지?

“그럼요. 분노를 토해내고 나면 그 마음의 짐이 줄어들거든요. 죽이고 죽이고 죽이게 내버려 두면, 저절로 성불할 겁니다. 저, 그렇게 나쁜 악마 아니에요? 이게 전부~ 저들을 위해서라고요.”

그리 말하며 히죽 웃는다.

“진실이죠?”

“물론 진실이죠.”

“좋아요.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저게 저들, 언데드가 된 이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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