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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67화 (267/305)
  • 제267화

    화상 통화는 요새 흔하다.

    애초에 이게 스킬로도 있다.

    모든 헌터는 번역 스킬을 헌터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활동 영상을 갓튜브와 연결하는 것도 당연한 시대니까.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화상 통화도 할 수 있다.

    -헌터 각성 사업을 시작했다던데, 이쪽에도 그 기술을 전수해 줄 수 있나? 로열티는 당연히 지급하도록 하겠어.

    정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수집하는 인간이라니까.

    그나저나… 미국까지 확장하려면 [마법의 창조자]가 만든 그 지팡이를 내가 직접 만들든가, [마법의 창조자]한테 의뢰하든가 해야 할 텐데…….

    그 녀석 그거 1년에 10개 한정 상품 아니었던가?

    더 만들 수 있나?

    일단 이거는 [마법의 창조자]와 면담이 필요하다.

    아예 제작 설계도를 사버리든가, 아니면 로열티 지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이게 특별한 아이템이 제작되어야 하는데, 저도 지금은 100개뿐이라서요. 제작이 더 가능할지 저도 장담 못 합니다. 만약 된다고 해도…… 희소한 아이템인데, 로열티 지급보다는 다른 식으로 대가를 받고 싶은데요.”

    -다른 식으로? 어떤 거지?

    “미국이 군대를 움직여 줬으면 해서요.”

    -남극 때문이로군. 그러고 보니 남극 심해에 만들어진 기계 장치들은 엄지척, 네가 한 짓이지?

    “물론이죠. 저걸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는 국제사회가 제정신이 아닌 거 아닐까요?”

    검은 장막.

    차원 분단 결계.

    그걸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증거다.

    저게 어떤 재앙을 몰고 올 줄 알고 내버려 두는 거야?

    조사 같은 것도 안 하는 것을 보니……. 아마 비밀결사 놈들이 뒤에서 로비를 어마어마하게 하고 있을 거다.

    당연히.

    저것을 만든 건 비밀결사와 그놈들을 조종하는 성좌 놈들일 것이다.

    한 놈이 아닐 거라는 직감이 든다.

    대충 다섯 정도의 성좌가 같이 하지 않으면 저 정도 규모의 일을 벌일 수가 없다는 느낌이 딱하고 온 것이다.

    -그건…… 네 말이 맞아. 정치권 내부에서 여러 가지 로비가 판을 치고 있지. 덕분에 적을 특정할 수 있었지만…….

    “적이 누군데요? 골든 호라이즌?”

    -아니. 그들이 아니야. 영국계다.

    미국은 골든 호라이즌의 텃밭 아니었나? 갑자기 영국?

    -세계 최강의 패권국은 미국이지만 영국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야. 과거에 세계를 지배하다시피 했던 전력도 있으니까. 영국에는 거대한 규모의 비밀결사가 두 개 있지. 놀랍게도, 한쪽은 착한 놈들이야.

    비밀결사에 착한 놈이 있다니?

    “그런 데가 있었어요?”

    -우리 미국에도 선한 비밀결사가 있긴 해. 한국은 나도 모르겠군. 어쨌든 영국에서는 [호수의 여명회]와 [원탁의 기사들]이 매번 싸우지. 참고로 [원탁의 기사들]이 착한 쪽이야.

    [원탁의 기사들]이라……. 아더왕과 그 기사들을 모티브로 하는 집단인가 보네.

    [주군. [호수의 여명회]도 아더왕의 전설과 연결이 된 이들입니다. [아발론의 여왕]을 섬기는 집단이지요.]

    [아발론의 여왕]이라…….

    그거 요정 여왕 아니었어? 성좌이기도 하고.

    [맞습니다.]

    척량의 대답을 듣고,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내 기억으로 아발론은 이상향의 섬나라다.

    요정 여왕이 다스리며, 아더왕이 그곳을 찾아가 뭔가 한다던가, 만다던가…….

    그 정도의 기억밖에 안 나지만. 어쨌든 그 존재가 성좌로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아발론의 여왕].

    영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성좌라고 들었는데…….

    이쪽이 악(惡)이라고?

    게다가 애초에 [원탁의 기사들]이라는 명칭만 봐도, 이쪽은 아더왕 일파 같잖아?

    그럼 [호수의 여명회]도 같은 편 아니야? 왜 서로 싸워?

    [저희가 모르는 내막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겠기야 하겠지. 하지만 모양새가 조금 이상하잖아.

    [그런 경우…… 기만책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 두 집단이 서로 같은 편이고 대외적으로 다투는 척하는 것이라면 어떻습니까?]

    척량의 말에 머리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만책!

    그럴 수 있다.

    [물론 가능성일 뿐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저들을 경계하고 있을 수 있지요. 믿었다가 배신당한다면 늦습니다.]

    그래. 네 말이 옳아. 척량! 훌륭해!

    [과찬이십니다.]

    척량의 꼬리가 휙휙 돈다.

    -[호수의 여명회]가 미국에서 방해를 하고 있지. [골든 호라이즌] 놈들은 방관자고, 우리는 그걸 막아내려고 하는 중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시간은 지체되고 있지.

    “결국. 저걸 막을 수 없다는 거죠?”

    -그래.

    “흠……. 사람이 수백만 명 죽은 다음에야 움직이려나…….”

    미국 놈들도 그렇지만, 다른 국가들도 전부 머릿속에 우동 사리만 든 게 아닐까?

    -끔찍한 소리를 하는군.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죠.”

    -뭔가 알고 있나?

    “미래 예지와 비슷한 스킬이 있거든요. 불길함과 안 좋은 걸 알게 해 주는 스킬인데……. 저거, 내버려 두면 남미 대륙하고 호주 그리고 아프리카 남부 지역은 전부 박살 날 겁니다.”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서 작업하고 있지만, 전 세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딴짓을 하고 있다면 피해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아 봤는데, 저게 차원 분단 결계라는 거더라고요. 저 결계를 파괴하고 저 안에 있는 걸 박살 내지 않으면 결국 엄청난 피…….”

    찌릿.

    오싹.

    서늘하고 불길한 감각이 들었다.

    “X 됐네.”

    -뭐?

    “이미 늦었어요. 하…. 나도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늦었나.”

    [주군. 검은 장막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와 이어진 척량이 남극 대륙을 둘러싸기 위해서 제작하고 설치 중인 심해의 제작 공장을 이용해서 남극 대륙을 관측한 후 말해 주었다.

    “통신 끊겠습니다. 남극대륙에 일 생겼어요. 알아서 찾아보세요.”

    -잠…….

    뚝.

    AB와의 통신을 끊자마자 척량에게 말했다.

    “화면 연결해 줘.”

    [예. 주군.]

    스팟하고 내 앞에 영상이 나타난다.

    “진짜 X 됐네.”

    [예. 주군. 해안가는 전부 쓰나미에 의해서 물에 잠기게 될 겁니다.]

    남극의 극점.

    남과 북이라는 곳을 정하는 그 장소 중 하나.

    본래는 초대형 차원 방벽의 기둥을 가져다가 꽂으려는 자리에 높이가 5km는 되어 보이는 타원형의 초대형 던전이 생겨나 있었다.

    그야말로 미쳐버린 크기.

    일찍이 인류 역사에 나온 적이 없는 던전이다.

    그리고 그 던전은 주변의 얼음을 모조리 녹여 버렸고, 그렇게 드러난 맨땅이 열기로 이글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아직 던전에서 뭔가가 튀어나온 것도 아닌데 남극 대륙 전체의 얼음을 녹여 버리고 있는 것이다.

    아놔……. 차원 방벽을 뚫고서 저런 던전을 열어제끼려고 차원 분단의 결계까지 둘렀던 거라 이거지?

    완전히 인류 X 돼보라고 개 같은 짓거리를 했다, 이거지?

    [이미 해수면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으며, 쓰나미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후. 이럴 줄 알고 준비한 게 다행인가? 바로 작동 시작해.”

    [예. 주군!]

    남극대륙을 둘러싸기 위해서 심해에 설치 중이던 것.

    마력 연소의 기둥은 그 에너지로 마법 해제를 쓰게 만들어 놓았지만…….

    바로 기능을 바꿀 수도 있도록 해 놨지.

    이게 아니었다면…….

    해안가는 전부.

    쓰나미로 물에 잠기고 난리가 났을 테지.

    수백만?

    아니. 수천만 명이 재산적 피해를 입고 부상을 입거나,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어 사라져서 해양 몬스터의 배나 불려주는 끔찍한 재앙이 닥쳤을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절대로. 그렇게 둘 수는 없어.

    그리고 곧.

    화면 안에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 *

    남극대륙을 둘러싸는 수를 세기 어려운 마력 연소의 기둥은 본래 마법 해제의 힘을 사용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아주 간단하게.

    저 북극에서 만들었던 것과 같은 기능으로 교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기도 했다.

    냉기.

    마력이 연소되며 만들어지는 에너지로 냉기 마법을 사용하게 제작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수를 세기 곤란할 정도로 많은 마력 연소 기둥이 냉기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순식간에 바닷물이 얼어붙는다.

    심해에서 만들어진 얼음이 단번에 수면까지 부상하기 시작했다.

    얼음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남극대륙의 주변 바다 전체가 재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것은 남극대륙에 쌓여 있다가 녹아내린 물을 전부 흡수해 그대로 부피를 키웠다.

    마치 원형 탈모 같은 모습이었다.

    남극대륙의 원형 지역은 열기로 이글거리고, 그 주변의 바다는 완전히 얼어붙었으니까.

    그 초현실적이고 놀라운 광경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밀결사의 로비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전 세계가 끓어오르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애초에 남극대륙을 둘러싼 얼음들도 놀랍지만, 무시무시한 크기의 던전 게이트는 전 세계의 사람들을 경악과 공포에 떨게 했다.

    던전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지 않은 것도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던전 브레이크는 던전이 생기자마자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 상식이 깨진 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던전 게이트가 만들어지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열기가 남극대륙 전체를 녹여 버리고 계속해서 달구어지게 만든 것이다.

    그 열기는 사막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장소보다 더 높아서 이글거리는 게 사진 같은 것으로도 관측될 정도.

    이미 전 세계 기후가 그 열기와 녹아내린 물에 의해서 흔들거렸다.

    갑자기 나타난 수수께끼의 얼음 대륙이 아니었다면 세계 전체가 쓰나미로 대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것도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전 세계에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 일을 획책한 두 집단도 경악하면서 난리가 났다.

    -엄지척이 개입했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했다.

    [호수의 여명회]와 손을 잡기로 하고서 니뮤에의 마법사를 받기로 한 집단.

    [세피로트 조하르].

    그 집단의 대표인 로브를 입은 자가 화면 안에서 말했다.

    그 화면의 맞은편에는 예의 노인이 앉아서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상상 이상이더군. 생산 능력은 이미 전 세계를 압도할 정도인가.

    “스킬 중에 그런 게 있다니……. 경악스럽군.”

    -덕분에 제물이 모이지 않았다. 본래라면 쓰나미로 죽은 이들의 혼을 제물로 하여 던전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왔어야 했는데…….

    “그래서 놈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고 한 거다. 녀석을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결국 승천에 실패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확실해지긴 했다. 어쨌든 이리되면 우리가 준비한 것은 곧 사라지게 된다. 다른 수를 써야만 해.

    “어쩔 수 없지. 모자란 제물을 다른 곳에서 확보할 수밖에.”

    -어떻게 할 생각이냐?

    “과거에 만들어 둔 제물 공양을 위한 마법진은 많이 있다. 심지어는…… 미국에도 있지.”

    영국은 과거 바다를 통해 세상을 지배한 적이 있었다. 수없이 많은 식민지를 만들었고, 그 식민지들을 착취하여 영국이라는 국가를 빛내었다.

    그리고 그중 미국이 있었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영국에서 독립해 생겨난 국가이다.

    과거 13개의 식민지가 영국을 상대로 독립 전쟁을 벌이고 끝내 승리하여 미국이라는 국가를 건국한 것이다.

    때문에.

    이들 영국 출신의 비밀결사들이 만들어 놓은 유산이 미국 땅에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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