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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64화 (264/305)
  • 제264화

    “나무때기 악마 같은 성좌에게 잡혀 녹아내리며 죽을 뻔한 저를 구원해 주시다니……. 너무나도 감사한 일입니다. 때문에 저는 먼저 섬기던 [하늘과 바다를 속인 새]님께 양해를 구하고, 지금은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님께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두 성좌를 동시에 섬긴다!

    심지어는 먼저 섬기던 성좌에게 양해까지 구했다!

    그야말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성좌라는 존재들 중에는 지극히 선한 존재들도 있지만, 필멸자들이 그러하듯.

    지극히 사악하거나 혹은 자기중심적인 존재들이 대다수였다.

    지극히 악한 이와 지극히 선한 이가 소수라면, 대다수의 성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은 필멸자들 기준으로 때로는 선할 수 있고, 때로는 악할 수 있다.

    그리고 배교의 경우에는 어지간한 성좌들 대다수가 징벌한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우리 형이 그 정도였어?’

    ‘[하늘과 바다를 속인 새]라면… 분명히 필리핀의 창세신화에 나오는, 그 카이트라는 새였지? 거대한 독수리의 형상을 했다는…….’

    팀원들이 엔조의 말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는 본래부터 성좌를 섬긴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비록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님께 은혜를 입어 그분의 권속이 되었지만요.”

    끄덕끄덕.

    “좋습니다. 우리들에 대한 소개는 안 해도 되겠습니까?”

    엄무척이 나서서 물었다. 어느 틈엔가, 엄무척이 팀의 리더 비슷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전략전술적 판단이 엄무척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

    그게 신체 개조를 한 영향인지, 아니면 본래 똑똑하고 영악했던 본성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4인 팀으로 던전에 들어갔을 때.

    엄무척이 많은 활약을 하며 리더가 된 상태였다.

    “예. 성좌님의 혈육이신 동생분. 그리고 대지의 화신과 별의 화신 그리고 자신을 숨긴 성좌의 사도. 여러분들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 정보를 접했죠.”

    이트의 말은 일반적인 정보 이상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휘유~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요?”

    별하나가 놀란다.

    “성좌께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저희도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노력을 통해서, 조금의 정보는 얻을 수 있죠.”

    이번에는 엔조가 답했다.

    “그러면……. 손발을 맞춰 보는 단계만 남은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의 현재 리더는 여기 엄무척 헌터입니다. 리더의 지시에 순응하시겠습니까?”

    정지벽의 묵직한 질문에 이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저희는 여러분들을 돕고, 그분의 일을 돕기 위해서 왔으니까요. 저희는 순종적이니 어떤 지시라도 내려 주셔도 돼요.”

    이트의 말에 팀원들의 표정은 조금 기묘해졌다.

    “성광이의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제가 저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데요.”

    “너 예전에 저랬었어.”

    팀원들이 수군거리고. 이윽고 그들은 합을 맞춰 보기 위해서 서로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토의했다.

    알파 팀이 원한 것은 어그로를 끌어줄 부탱커. 그리고 강력한 위력을 지닌 화력전의 딜러였다.

    엔조가 바로 그 어그로를 끌어주는 부탱커다. 방어력도 막강하지만, 아군에게 버프를 걸어주고 힐도 해 준다.

    그 힘은 성광과 같은 실제 신관 계열 직업보다는 못하지만, 방어력만큼은 여느 탱커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성스러운 힘이 그를 보호하기 때문. 그럼에도 부탱커인 이유는 어그로를 끄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탱커로서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트는 드루이드 위저드라는 특수한 직업으로, 당연히 각종 파괴 마법에 능하면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비전의 주술과 마법을 쓸 수 있었다.

    생명체를 태어나게 하고, 상처를 치료하며, 저주를 해소한다.

    반대로 상대에게 저주를 걸고, 파괴의 힘으로 불태울 수도 있다.

    너무 다양한 그 힘 때문에 전문적인 파괴 마법사보다 그 파괴력이 약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었다.

    그녀는 이 세계에 몇 안 되는 마법을 제대로 이해한 존재였으니까.

    그렇게 서로가 가진 힘에 대화를 나누고, 몇 번의 연습을 한 이후.

    그들은 다음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지한이 최후에 진입하라고 지시했던 던전.

    [경계가 흩어지는 시간의 땅]이라는 이름의 던전이었다.

    * * *

    심해.

    깊고 깊은 심해.

    남극 대륙의 근처 바다에도 아주 깊은 심해들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바로 그 심해 중 하나에 내려와 있었다.

    [어마어마한 압력이군요.]

    심해의 수압이라는 게 본래 그렇다고 하잖아.

    보통의 생명체는 여기에서 존재할 수 없는 거지.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야.

    [하긴 그렇습니다.]

    일반 물리력 면역. 이게… 수압에도 작용하니까.

    마력적인 어떤 공격이 아니라, 물리적 압력이라서 멀쩡하다.

    그리고 ‘일반 물리 공격에 면역’인 골렘을 제작하는 것도 나에게는 현재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드드드드드드.

    내 주변으로, 내가 직접 제작해낸 골렘들이 돌아다니는 중이다.

    지면을 파헤치고, 광물을 채굴하고 있다.

    심해 한쪽에는 내가 만든 공장도 있다.

    얼마나 급했는지 무슨 정신으로 만들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그럭저럭 돌아가는 걸 보면 내가 부실 공사는 안 한 모양이다.

    물론 완전 무인공장으로, 그곳에서 채굴된 광물을 정련하고, 내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자원도 내가 직접 캐고, 제작도 내가 직접 하려고 지금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거다.

    원래 해저는 자원의 보고니까!

    물론 만들어 내고 있는 건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니다.

    바로 마나 연소 기둥을 만드는 중.

    이걸 왜 만드느냐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저놈 때문이지.

    ‘검은 벽’.

    심해는 본래 빛이 없지만, 내가 만들어 놓은 설비가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검은 벽’이 펼쳐져 있다.

    남극대륙을 뒤덮은 검은 돔의 결계가 바다 안쪽까지도 이어져 있는 것.

    이거는 100% 땅을 파고 들어가도 이어져 있을 거다.

    아마도 완전히 구체 형태의 결계겠지.

    저 안쪽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버려 두면 치명적일 거라는 직감이 든다.

    그래. 진화한 내 [성좌의 직감] 말이지.

    [제작되고 있습니다, 주군.]

    “설치 시작.”

    구그그그긍!

    해저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마력 연소의 기둥을 골렘들이 끌어다가 해저의 지면에 박아 넣는다.

    그것들이 작동을 시작하자, 주변의 마력을 끌어당겨 그대로 소멸시킨다.

    그때 방출된 강력한 에너지가 새로운 마법을 사용하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마법 해체]의 마법.

    상대의 마법을 해체해 버리는 카운터 매직!

    마법사들끼리 사울 때 최중요 마법으로 손꼽힌다.

    이걸 만든 이유?

    당연히 저 검은 장막을 개박살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와서 관찰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라면, 이 검은 반구형의 장막은 고밀도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결계라는 것이다.

    [차원 분단의 암흑 장막]

    등급 : SS+

    차원 그 자체를 분리하는 형식의 마법으로 만들어낸 장막. 통과하는 자는 비틀린 차원을 건너야만 한다.

    그래. 차원 분단의 마법.

    마법은 뭐다?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법이 계속 작동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한다?

    마력이 계속 있어야 한다.

    초월적인 마법 중에는 영구적으로 작동하는 마법이 존재한다.

    추가적인 마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마법이 그것.

    하지만.

    이것들이 그래서 마력이 없는 건 또 아니지. 최초에 사용된 마력이 그대로 머무르면서 마법을 유지하는 것!

    왜 초월적이냐면 처음에 부여된 그 마력이 소모되지 않은 채로 계속 유지가 된다는 게 초월적이다.

    에너지 법칙을 무시하는 힘!

    기적이나 다름없는 권능이다!

    하지만.

    이것들도 약점은 있다.

    그 마법을 작동하는, 영구 유지되는 마력을 없애 버리면, 결국 마법이 작동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영구적으로 마법적인 힘을 계속해서 내뿜는 아티팩트를 파괴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런 마력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우우우우우우!

    옆에서 기동하기 시작한 바로 이 녀석이지.

    마력 연소 기둥. 주변의 마력을 강제로 빼앗아서 연소한다.

    그리고 [마법 해체]의 마법을 검은 장막을 향해 사용한다.

    물론 지금은 하나라서 효과가 거의 없지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고.

    “계속해.”

    [물론입니다, 주군!]

    심해의 자원은 풍족하고, 나는 따봉이 많다.

    남극이 분명 넓은 대륙이다만, 남극대륙 전체를 둘러싼 심해에 이게 빼곡히 깔리고도 네놈들의 결계가 무사할지 보자고.

    강렬한 눈빛을 결계에다가 보내면서, 자리를 지켰다.

    [마법 해체]의 마력 연소 기둥. 그 외에도 정비가 사장에게 삥 뜯어 온 방어막 생성 장치와 무인 공격 타워까지 설치를 계속 한다.

    몬스터들은 지상만 거니는 게 아니라 바닷속에도 있다. 그리고 그런 놈들이 내 생산 기지를 망치게 놔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무도 내가 이 심해에서 이러고 있는 것을 모를 것이다.

    심해의 일은 지상의 누구도 알지 못하니까.

    “척량. 여기서 수고 좀 해줘. 네가 있어야 스킬을 쓸 수 있을 테니까.”

    [물론입니다, 주군. 그러면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하시려는 겁니까?]

    “그래야지. 적들의 전력이 어떨지 몰라. 시간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지.”

    [이 자리를 지키고, 주군의 명을 수행하고 있겠습니다.]

    “되도록 빨리 다녀올게.”

    할 일이 더 있어서, 나는 재빠르게 움직이기로 했다.

    * * *

    성좌는 권속, 사도들과 이어져 있다.

    때문에 내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언제든지 알 수 있다.

    다만, 내가 신경을 끄고 있으면 당연히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가 신경을 다른 데다가 쓰고 있는 사이 무척이 녀석이 또 던전에 갔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던전에 갔는지는 모르는 거고요?”

    정진 컴퍼니 본사.

    대표이사의 집무실. 그곳에서 나는 정지한의 비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방은 비어 있고, 정지한은 없다.

    “예, 이사님. 정지한 대표님께서 극비리에 일을 처리하셔서…….”

    “정지한 대표는 연락이 돼요?”

    “현재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다들 바쁘네.”

    어디 가서 죽을 양반들은 아니라지만, 연락이 안 돼서 갑갑하네. 할 일이 있었는데…….

    “쯧. 어쩔 수 없죠. 운영이사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표이사 정지한. 생산이사 나. 그리고 또 한 명의 이사가 있었으니…….

    바로 운영이사라는 사람이다.

    정지한이 사장이고, 나와 운영이사가 부사장인 셈.

    부사장이 2명이라니 이상한 것 같지만 회사가 이제는 ‘초월적’으로 성장하다 보니 필요하다고 들었다.

    운영이사도 정씨 가문의 혈족 중 하나라고 들었다.

    이름부터가 정경영이라고 하던가?

    참…. 이 집안도 대단한 집안이야…….

    정지한의 의자가 아닌, 손님을 위한 의자에 앉아서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운영이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다가다가 만나서 인사만 했던 사이.

    “오랜만에 뵙는군요, 엄 이사님.”

    “저도 오랜만입니다. 정 이사님.”

    정경영.

    나이 35세.

    각성을 한 헌터이기도 한 여성으로, [성좌의 전문 경영인]이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이사 직위에 있으면, 회사 전체에 버프가 걸린다나?

    본래는 정만득 회장과 함께 본사를 경영하던 사람인데 작년쯤에 정진 컴퍼니로 와서 일하고 있었다.

    정장 슈트를 입은 그녀는 내 옆의 의자로 와서 앉고는 다리를 꼬았다.

    일부러 건방져 보이려고 그런 건 아니고, 버릇 같아 보인다.

    그녀는 옆의 버튼을 누르더니, 비서에게 말했다.

    “에스프레소 한 잔.”

    그렇게 커피를 시키고, 그녀가 나를 본다.

    “그래서 무슨 일이죠? 본론부터 처리하죠.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시간은 금이라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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