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59화 (259/305)
  • 제259화

    “허억. 허억.”

    보호막 안에서 자리 잡고 강력한 파괴 마법을 사용하던 ‘파탄의 마도사’.

    캐나다 국적의 필 그랜트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지팡이를 잡고 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기력은 하나도 없다.

    마력도 쥐어짜서 마법을 갈겨냈다.

    아마 오늘 죽인 몬스터의 숫자만 해도 그 혼자서 일천 마리가 넘을 것이다.

    “레벨이 6이나 올랐어? 이래서 한국 헌터들이 몰이사냥에 환장하는 건가…….”

    놀랍게도 레벨이 6이나 올랐다.

    레벨 101이었던 그가 레벨 107이 된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레벨이라는 건 높을수록 올리기 어렵다.

    이렇게 오른 것은 기적이나 다름이 없지만, 그 대가가 곧 다가올 죽음이라면 의미가 없지 않나.

    절망 속에서 한숨을 쉬는 그 순간.

    쩌적. 쩌적.

    정비가가 설치한 강력한 보호막도 이제는 금이 가며 파괴되기 직전까지 갔다.

    보호막 안에서 모든 힘을 쥐어짜서 공격을 해댔음에도 몬스터들은 그리 줄어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저 멀리에서부터 계속해서 몬스터가 줄지어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 그랜트뿐만 아니라, 원거리 공격을 하는 이들 전부가 이미 마력 고갈로 헐떡이는 중이다.

    보호막이 깨진다면 근접전을 하는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나서겠지만,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젠장, 여기서 뒈질 줄……. 응?”

    그렇게 그가 중얼거릴 때였다. 이변이 일어났다.

    드드드드드득!

    뭔가가 갈린다고 해야 할까? 혹은 마찰하며 비벼지고 있다고 할까?

    둔탁한 어떤 소리와 함께 사방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은 갑자기 나타난 높다란 ‘탑’이었다.

    정비가의 공격 타워 같은 게 아니다.

    그냥 탑이다.

    외견을 보면 돌로 만든 것 같은데, 그런 것이 갑자기 수백 개가 생겨났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번쩍!

    화아아악!

    정비가의 보호막에 가던 금이 사라지고, 보호막의 빛이 더욱더 강력해진다.

    그리고.

    하늘에 갑자기 새파란 구체가 생겨났다!

    번쩍!

    “이게 무슨…….”

    파란 구체에서 뻗어 나온 청광선이 그대로 몬스터들 사이를 가른다. 그리고 눈을 비빌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청광선에 닿은 몬스터들이 그대로 얼음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얼어붙은 몬스터를 다른 몬스터가 박살 내자, 얼음 파편이 되어 그대로 흩어진다.

    수백이 단번에 그렇게 얼어붙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청광선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차. 2차. 3차. 4차.

    덤벼오던 몬스터들이 전부 얼음 조각이 돼서 박살 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정비가의 능력은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누가?

    혹시?

    필 그랜트가 하늘을 봤다. 그리고 재수 좋게도 그는 목에 여우 목도리를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엄지척! 엄지척이다!”

    구원자가 왔다.

    * * *

    “아. 시원하다.”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 빙하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적도 쓰러트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군요.]

    “그렇지?”

    척량의 칭찬에 우쭐대고 있다.

    자동 방어 마법탑(보호막). 마도공학이 아니라 마법사 계열의 건축물이다. 하지만 이게 알고 보면 괜찮은 놈이에요.

    일단 방어막 생성 기능이 있어서 아군 방어막이 있으면 거기에 힘을 덧씌우는 능력도 가지고 있고.

    더 중요한 건 자체적으로 방어막을 만든다는 점이랄까?

    거기다 추가적인 마력 소모가 없다는 게 매력.

    방어막이 깨지고 다시 만들려면 충전해 줘야 하지만, 유지는 무제한 가능하다.

    그런 걸 수백 개 만들었다.

    이 정도면 정비가의 방어막을 보충하기에 충분.

    그다음에 만든 것은 진법이다.

    음양대환진(陰陽大還陳)이라는 것으로, 무공 사용자들 중에서도 진법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쓸 수 있는 스킬이었다.

    마법진과 다르게 은근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 진법인데, 음양대환진은 양기를 흡수해서 음기를 만들어내는 진법이었다.

    여기에 자동 방어 마법탑(냉기)를 추가로 짓는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냐면.

    진법의 밖은 더욱더 추워진다.

    지금도 보호막 밖은 영하 10~20도를 왔다 갔다 하는데 진법의 영향으로 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간 상태. 그렇게 만든 열기는 마력으로 전환되어 마법탑에 충전!

    그리고 냉기는 저렇게 하늘 위에 구체 형태로 만든 이후에…… 발사한다.

    그 결과가 저거다.

    단번에 몬스터를 전멸시킨 것!

    덕분에 따봉도 엄청 오르고 있다.

    건설 기지의 사람들이 보내오는 따봉이 아주 달달하네.

    물론 계속 몬스터는 쏟아져 오고 있지만, 오는 족족 죽이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저 던전들을 소멸시키면 이번 소동도 끝이 난다는 것.

    [헌터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잔당 토벌이라도 하면서 경험치라도 얻으려고 그러는 건가?

    [예. 원거리 공격 헌터들은 평균 12레벨이 올랐습니다.]

    쩌는데? 배 아프긴 하겠어. 그러면 내버려 두고 움직여 볼까?

    던전을 닫을 시간이다.

    휙!

    헤르메스의 발걸음으로 던전 중 하나.

    키메라 박쥐가 나오는 곳 앞으로 이동한 다음.

    심검으로 나오는 박쥐들을 잘라내며 그 안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

    풍경이 변하고, 나는 마계 비슷한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

    하늘에는 붉은 번개가 치고 먹구름이 잔뜩이다.

    태양은 떠있지 않아서 묘하게 어둡지만 완전히 밤 같은 건 또 아니다.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어 있고, 하늘에는 키메라 박쥐가 무수히 많았다.

    그리고 지상에는 거대한 개구리가 혓바닥으로 박쥐를 잡아먹고 있다.

    이야… 이건 또 처음 보는 던전인데?

    [조각난 세계를 먹는 두꺼비]

    레벨 : 189

    속성 : 어둠.

    약점 : 빛.

    차원 이동 능력을 가진 마물. 조각난 세계를 먹어치우는 청소부.

    설명이 단출하다. 그리고 강하다. 레벨이 189라니?

    인류 중에서 이 정도 레벨에 도달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이런 놈이 던전 안에 있다니…….

    두꺼비 녀석이 나를 본다. 그리고 그 눈이 기괴한 빛으로 일렁거린다.

    위우웅!

    -정신계 스킬의 공격에 노출되었습니다.

    -당신은 정신계 스킬의 공격에 면역입니다.

    [주군! 방금 전의 정신 공격은 아주 위험했습니다! 대비되지 않은 자가 노출되었다면 단번에 광기에 삼켜져 미쳐버렸을 겁니다.]

    그 정도였어?

    [그렇습니다. 주군께서는 [희망]이 주었던 방패와 각종 스킬, 거기에 세계수의 가호까지 있어서 문제가 없었을 뿐입니다.]

    역시 위험한 놈이었군? 밖에 있는 놈들은 숫자가 많았지 상대는 할 만한 데 반해서 이놈은 대량 학살에 특화된 놈인 걸 보면 일종의 함정이었나?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적들은 아직 주군의 진정한 능력을 모르는 모양이군요.]

    잘됐지.

    그러면 박살 내 볼까!

    화아아악!

    내 몸 전체에 기운이 맺힌다.

    그것은 순수한 빛과 같은 힘이 되고, 순식간에 공간을 넘어 두꺼비 놈의 몸을 베었다.

    혼원건곤신공의 오의!

    심검 – 건곤분단.

    건과 곤. 하늘과 땅을 잘라낸다는 초식 명처럼 이것은 일종의 [절단]에 관한 권능처럼 작용한다.

    무공이지만, 마치 신의 힘처럼 기능하는 이것은 거의 대다수를 잘라버릴 수가 있다.

    그것을 검강에 담아서 심검으로 펼치니 레벨 189인 보스 몬스터의 몸뚱이가 반으로 갈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쩌억!

    녀석의 몸이 반으로 갈라져 떨어진다. 그럼에도 놈은 죽지 않았다.

    몸의 갈라진 단면에서 촉수가 생겨나 서로의 몸을 이으려고 했다.

    하지만 재생하지 못한다. 몸은 달라붙지 못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허락하지 않는 듯이.

    그럴 만도 하지.

    [절단]에 관한 권능이란다.

    너는 죽을 때까지 반으로 나뉘어져 있어야만 해. 그렇게 된 거지.

    녀석은 한참 잘린 몸을 붙이려고 끙끙거리다가 결국 힘이 다하고 쓰러졌다.

    경험치가 들어오고, 던전이 클리어되었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포탈이 열렸다.

    하지만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위웅!

    기파를 퍼트리고, 던전 핵을 찾아냈다.

    거기냐!

    던전 핵을 찾음과 동시, 녀석이 어디론가 움직이려고 한 순간 검을 내리그었다.

    심검은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공간을 넘어 때릴 수가 있기에, 던전 핵에 타격을 입힌 것이 느껴졌다.

    쾅!

    땅이 폭발하며 그곳에서 거대한 핵이 나타났다.

    신장이 3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형인데, 두꺼비가 아니고 키메라 박쥐였다.

    [진화하는 날짐승의 던전 핵]

    녀석에 대한 정보는 이게 전부인가?

    그나저나 이 던전 이름이 [진화하는 날짐승의 던전]이지?

    왜 키메라처럼 생겼는지 알 것 같은데?

    [옵니다!]

    “음!”

    몸 전체가 수정으로 이루어졌지만, 거대한 키메라 박쥐같이 생긴 던전 핵이 입을 쩌억 벌린다.

    그러고는 광선 공격!

    스팟!

    간발의 차이로 회피! 그리고 헤르메스의 발걸음으로 녀석의 몸체 옆으로 이동하며 그대로 검술을 펼쳤다.

    혼원참이나 먹어라!

    카가가가가각!

    녀석의 몸을 단번에 잘라내지 못하고, 3미터 정도 깊이만 잘라내고서 뒤로 물러섰다.

    내가 있던 자리로 녀석의 거대한 꼬리가 스치고 지나간다.

    이 새끼 단단한걸? 그렇다면 다시 한번 건곤분단이다앗!

    꼬리가 지나가고 난 후. 녀석의 몸으로 뛰어들며 쌍검에 기운과 의지를 불어넣으며 건곤분단의 절초를 사용해 녀석의 몸을 가른다.

    쩌어어억!

    거체가 단번에 갈라지고, 던전 핵이 그대로 소멸하는 게 보였다.

    좋았으. 던전 하나 클리어!

    세계가 무너지고, 나는 현실로 되돌아와 있다. 그리고 옆을 보니, 다른 던전 입구에서 계속 쏟아지는 몬스터들이 북극 건설 기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야~ 이놈들 진짜 끈질기네.

    그래도…… 내가 만들어 놓은 거랑 정비가 사장이 만든 것 덕분에 버티긴 하네.

    [그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주군. 그러니 더 빨리 던전을 정리하셔야 합니다.]

    그래야겠지.

    가자고.

    다시 다음 던전을 향해 움직였다.

    * * *

    -어이어이! 진짜냐고!

    -혼자서 10연속 던전을 소멸시키는 헌터가 있다? 뿌슝빠슝?

    -엄지 큰일이다. 초심 잃었네. 옛날에는 던전 하나만으로 빌빌댔는데…….

    -요즘도 그 빵빵한 햄스터 옷 입고 던전 깨는 영상 올려줌 ㅇㅇ

    ↳ ㅁㅊ 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왜 입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슬 ‘그 헌터’보다 강한 게 아닐까?

    ↳‘그 헌터’도 몇 달 전부터 던전 소멸시키고 다님. 그것도 5성 던전을 혼자서.

    ↳그 인간도 어지간히 제정신 아님.

    -그런데 엄지척은 스킬이 대체 몇 개야?

    ↳수백 개가 넘는다던데.

    ↳레알? 혼토니?

    ↳삐삑! 진실입니다.

    -엄지척. 그는 마이티 스트롱 맨입니다.

    ↳이 새끼 이거 외국인 맞아? X나 콩글리쉬 쓰고 있어.

    엄지척은 던전을 처리하면서 영상을 라이브로 송출하고 있었다.

    채팅창에 반응하거나, 사람들과 소통은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 바빴으니까.

    대신 햄스터 옷을 입고 달리고, 제로투댄스를 추고, 던전 안에서 초열불닭볶음면을 끓여서 먹방을 했다.

    여기에 겸사겸사 북극 건설 기지를 방어하고, 쏜살같이 날아가서 첫 번째 키메라 박쥐가 나오는 던전을 터트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5분.

    “여러분, 지금의 저는 햄토리입니다. 햄토리니까 햄볼을 굴려야겠죠?”

    허공을 향해 햄스터 포즈를 취한다.

    꾸시꾸시라고 부르는 마른세수다.

    “하지만 기존의 햄볼은 너어무 작습니다. 그러니 새 햄볼을 만들어 어떻게 굴리는지 보여드리죠. 가랏! 방가방가!”

    엄지척은 거대한 보호막을 만들고 본인이 두 손, 두 발로 굴러서 몬스터들을 와르르 깔아뭉갰다.

    그렇게 30분 컷.

    이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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