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58화 (258/305)

제258화

“좋아. 썼어.”

내가 잠깐 생각하는 사이 그녀는 사인을 했다.

이 계약서도 스킬로 만든 거다.

한번 사인하면 절대로 어길 수가 없다.

어기면 영혼마저 탈탈 털리게 되어 있다.

“좋습니다. 일단 비밀 유지 계약서에 사인하셨으니 말씀드리죠.”

“그래. 말해 봐.”

“제 정체는 성좌입니다.”

갑자기 분위기 성좌.

정비가의 표정이 렉 걸려서 다운 먹은 컴퓨터처럼 정지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한다.

머리에서 김이 나오는 거 같기도?

[정비가 사장은 소문으로는 육체의 절반을 기계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뇌 속에 연산장치를 박아 넣었을 수도 있죠.]

하긴 수학적 계산은 전자 기기가 인간보다 빠르니까.

“잠, 잠깐. 무슨 소리야. 너…… 인간이잖아?”

“인간이었죠. 지금은 아닙니다.”

“진짜? 언제? 언제 된 건데?”

“저번에 필리핀에 갔을 때 그 안에서 영락한 성좌를 만났거든요. 그때 그놈을 쓰러트리고 성좌가 되었습니다. 인사해 드릴까요?”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가 손을 흔듭니다.

메시지 창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뭐야, 이게?”

그녀가 이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본다.

늘 여유만만하고 능글능글했는데.

“이… 이게…….”

“예. 가능합니다.”

“그럼 뭐야. 네가 스킬을 이것저것 썼던 게…….”

“아뇨. 성좌가 돼서 얻은 능력이 아니라, 원래 헌터였을 때 가지고 있던 능력이에요. 그리고 그건 지금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나는 한 호흡 쉬고서 말해 주었다.

“성좌는 권속에게 스킬을 [하사]할 수 있습니다. 그걸로 필요로 하는 것을 당신에게 드릴 거예요. 대신 당신은 제 권속이 되어줘야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내 말에 그녀는 혼란을 가라앉히고 진지한 눈으로 나를 직시했다.

“내 참, 어이가 없어서. 내가 평생을 고민한 문제를 이렇게 해결한 놈이 있다니.”

과학에 정점에 올라 하늘을 뛰어넘기를 갈망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엄지척은 미친 갓튜버였고 좋은 여흥이었다. 그리고 그런 놈이 갓튜브를 등에 업고 하늘을 뛰어넘을 줄이야.

“와…하하하……. 망할. 세상 진짜 불공평하다.”

재벌 2세이자 천재 과학자, 세계 삼 대 드론 회사 주인에게 이 소리 들을 줄은 몰랐네.

* * *

-준비됐어?

“오케이!”

정비가.

그녀는 내 권속이 되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약 5억 따봉을 들여서 스킬들을 줄줄이 하사했다.

내가 이미 익혔던 것들. 생산계 스킬들을 줄줄이 얻은 그녀는 심지어는 상위 직업으로 진화까지 해냈다.

[심연에 들어선 마도공학자]

본래 그녀의 직업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마도공학자]였다고 한다.

심연이라는 정보와 기억이 떠다니는 불확실한 정보적 세계를 들여다보고 거기서 지식을 건져 올려 스킬로 삼는다고 하던가?

문제는 계속 들여다보면 정신 오염이 일어나서 맛탱이가 슬슬 간다고. 그래서 그녀가 그렇게 시니컬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신 방어 스킬도 잔뜩 [하사]했지.

어쨌든 그런 그녀를 권속, 그것도 사도로 삼았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도 따봉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도로 삼으면 내 권능의 일부를 얻게 되는 모양.

다만 따봉은 모이지만, 나처럼 따봉 상점을 이용하는 건 아니다.

나에게 따봉을 주고 나한테서 스킬을 사야 하는 것.

즉. 따봉 시스템과 그녀 사이에 내가 끼어 있는 셈이다.

어쨌든 그렇게 사도도 되고, 내가 스킬을 잔뜩 하사해서 진화한 그녀에게는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

[창조자로서의 권위]

등급 : 레전드

창조자는 창조물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간단한 설명이지만, 이 스킬을 얻고 나자 정비가는 자신이 제작한 모든 물건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본래도 프로그램에 백도어를 심어 놔서 여차하면 통제권을 탈취하게 해 놨다고는 하는데, 이거는 그거랑 관계없다나?

그리고 지금.

그녀는 이 공사장의 거의 대다수의 물건을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지원을 받으며 나는 심해에 가라앉은 상태다.

[계산상 40억 따봉이면 충분합니다. 주군.]

정비가의 스킬 향상이 역시 정답이었어. [성좌의 직감]이 쓸 만한걸?

[미래 예지처럼 정확한 건 아니지만 아주 강력한 능력입니다.]

그랬다.

정비가를 권속 삼고 스킬을 하사한 것도 이래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은 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훌륭히 성공!

그녀를 성장시키는 데 쓴 게 5억인데. 그것 덕분에 100억 정도의 따봉을 아낄 수 있게 되었거든요!

오우, 아주 훌륭해요!

그리고 지금.

나는 그녀와 힘을 합쳐 단번에 차원 방벽 기둥을 세울 것이다.

부그르르.

심해의 수압은 강력했지만, 내 보호막이 한 수 위.

때문에 나는 내 주변을 감싸는 지름 4미터짜리 구체의 안에서 주변을 보고 있다.

심해는 빛이 없어야 정상이지만, 주변에는 정비가가 내려보낸 수압을 견딜 수 있는 중장비가 수천 대나 있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부품이나 금속들이 여기저기 산처럼 쌓여 있다.

중장비들이 그것들을 집어서 차원 방벽 기둥의 아래 부분에 가져다 대고, 스킬을 사용한다.

그러면 금속 조각들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들러붙어 융합된다.

멀리서 보면 개미 같은 것들 수천 마리가 조립을 해대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미 아래 부분 약 1km 높이 정도는 완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대역사(大役事).

피라미드를 쌓는 것도 이것보다는 못 했을 것 같다.

-시스템 온 라인. 올 그린. 마법진 시냅시스 연결. 올 그린. 시작해도 돼.

수천 대가 넘는 중장비들끼리 마력으로 이루어진 선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해저 전체가 빛으로 차오른다.

그리고 나는 건설 중이던 차원 기둥의 밑단에 내려섰다.

그 가운데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금속의 매끈한 바닥에 손을 가져다 댄다.

“따봉 투입. 차원 방벽 기둥 제작.”

따봉 포인트.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경외의 마음.

어찌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감정의 편린 같은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좌인 나에게는 힘이 되어 준다.

‘왜 성좌들이 그리도 자신들의 아바타를 내세우는지 알겠네.’

힘을 부여하고, 자신의 신전을 짓고, 이름을 세우고 널리 알리는 일.

인간의 숭배. 감정적인 그 에너지는 신력(神力)이 된다.

그리고 신력은 그 자체만으로 자양분이 되어 기둥 밑동에 빨려 들어갔고, 주변에 떨어진 자원들이 저절로 빛에 휩싸이며 날아왔다.

내가 선 곳이 쭉쭉 솟구친다.

그리고 그 아래 주변으로 자원들과 부품들이 달라붙으며 그대로 커져 갔다.

‘씨앗을 심는 게 어렵지, 그다음은 쉽지.’

-30분 만에 1km 추가 건설 완료. 이게…… 성좌의 권능…….

정비가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사이에도 따봉이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면서 기둥을 완성한다.

자원도 있고, 장비도 있고, 부품도 있어서 모든 것이 순조롭다.

[주군. 적입니다. 위쪽에서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다각면에서의 화신 생성.”

확!

내 분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지역의 던전을 소멸시키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때를 위해서 슬롯 하나를 비워 두었거든요.

“네가 계속 기둥 만들고 있어.”

“오케이.”

나의 분신에게 명령을 내리고, 발을 굴렀다.

화악!

[헤르메스의 발걸음]으로 북극 건설 기지의 상공에 도착해서 본 것은 그야말로 대전쟁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키에에에엑!”

저 멀리 북극 건설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하늘에 열 개나 되는 던전이 생겨나 있었다.

차원 방벽 생성기를 설치하지 않은 영역의 공간!

그곳의 높다란 곳에 있는 던전들에서 박쥐에다가 이것저것을 섞은 듯한 괴물과 와이번이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곤충으로 보이는 날개 달린 것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조금 낮은 위치에 있는 던전에서는 끓어오르는 증기와 금속 조각으로 이루어진 이족보행 인간 형태의 괴물과 촉수가 여럿 달린 두꺼비 비슷한 것들.

그 외에도 더욱 다양하고 기괴한 놈들이 다른 던전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하늘에 3종. 육상에 7종!

진짜 작정하고 던전을 열었다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그리고 그런 놈들이 보호막에 엉겨 붙어 있다.

투투투투투투!

파지지직! 파지직!

드론이 열화우라늄 탄을 쏴 재낀다.

이 드론은 스킬까지 부여한 물건으로, 열화우라늄의 위력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계열 타격과 물리 타격을 동시에 주는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정비가가 자랑했었더랬지.

그게 키메라 박쥐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고, 와이번 놈들의 날개에 구멍을 내며 추락시켰으며, 곤충 놈들은 산산조각이 나게 만들었다.

동시에 ‘파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개를 뿌려대는 드론들이 또다시 한가득 있었다.

번개는 연쇄적으로 번지며 공중의 몬스터들을 통구이로 만들었다.

문제는 적의 수가 아주 많다는 데 있다.

이 미친 몬스터 놈들은 대체 얼마나 많은 거야?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네.

아예 하늘을 덮는 수준이잖아?

[성좌들이 작정한 듯싶습니다.]

“대체 어떤 성좌 새끼지? 내가 나중에 찾아가서 그 새끼를 아주 조져 버리겠어.”

[주군을 방송으로 보고 있을 겁니다.]

이 새끼들… 정체를 알게 되면 밴도 먹일 테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상을 내려다보니, 이쪽도 난리가 아니다.

보호막에 달라붙어 두들기는 몬스터들의 수가 수만 마리나 되는 것 같았다.

다행히 보호막 안에서 밖을 공격할 수 있다.

덕분에 정비가가 세운 공격 타워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공격을 해대지만 몬스터 놈들도 방어 스킬을 써서 버티고 있다.

그 위로 헌터들의 공격 스킬이 쏟아졌다.

화염과 번개 그리고 폭발이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그런 노력 속에서도 적은 생각보다 많은 숫자가 살아남았다.

공중보다 더 튼튼하구먼?

게다가 문제는 저 멀리의 던전이 아직도 몬스터를 쏟아내고 있다는 거야.

원래 던전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몬스터 숫자에는 한계가 있는 법인데… 이건 총력전이나 다름없다.

핵이라도 쏘면 좋겠지만. 아무리 빙판의 대지를 강화했다고 해도 핵을 쓰면 빙판 전체가 박살 날 거다.

북극의 빙판이 박살 나서 녹아 버리면 일단 해수면 상승이 일어날 거고, 메탄가스도 대기로 돌 테니 온도가 계속 올라갈 거고.

여기에 마력까지 섞여버리면 지구가 화성 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지구는 X 되는 게 아닙니다. 거기 붙어있는 인간과 생물들만 X 되는 거죠.

물론 거기까지 갈 것도 없다.

저건 좀 먼 일이고, 당장 가까이만 보면 이 북극 건설 기지와 이곳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도 떼죽음을 당하는 게 그 시작이니까.

이 망할 놈들.

어디 해 보자, 이거지?

좋으아!

너희가 숫자로 상대하겠다면 나도 숫자로 상대해 주마. 그리고 디펜스의 신이 되어 주지.

“척량! 진법 관련 스킬 전부 구매! 척척박사의 만능 골렘 소환!”

척량은 특별한 소환수이기 때문에, 내 스킬을 연동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소환수는 스킬 연동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조금 재미있는 점이 하나.

버프 스킬류는 연동된다는 점.

그리고 이 [척척박사의 만능 골렘]은 제작계 스킬을 가지고 있는 소환수라는 점.

척척박사라는 수식어 때문인지 전투 능력 자체는 조금 떨어지지만 오만 가지 스킬을 다 가지고 있더라고.

그리고 이놈들하고 같이 할 일이 뭐냐면.

“타워 지어!”

타워 디펜스 간다.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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