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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57화 (257/305)
  • 제257화

    “와……. 오졌다. 이 생각을 그간 왜 못 했지?”

    따봉 상점에서 스킬을 사서.

    내가 익힌다.

    그다음 [하사]하면?

    오오… 이건 된다. 이건 돼!

    나 스스로가 성좌가 되면서 얻은 감각. 혹은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작동한 느낌이다.

    이건 된다!

    [주군. 그러면 빠르게 세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성좌 새끼들은 여기를 놀이터로 보니까 사람들에게 쉽사리 아무것도 안 주지만, 나는 생존이 걸려 있잖아?

    그놈들하고 나는 완전 경우가 다르지!

    하지만… 이게 쉽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한번 실험을 해 봐야…….

    “공사는 어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며, 내 상념을 방해했다.

    정비가 사장이다.

    “아주 잘되고 있네요. 스킬도 팍팍 쓰고 있고요.”

    실제로 그랬다.

    [연금술사] 직업을 가진 이는 흔할 정도다.

    [광기의 공돌이]라든가, [창조주의 오른손] 같은, 나조차도 처음 보는 희귀한 제작계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 있다.

    그들이 설계도대로 물질을 합성하고, 제작해서 바닷속으로 던져 넣고 있다.

    듣기로 바다 아래까지 수압을 마법과 스킬로 해결한 작업 공간을 마련해 놨다고 한다.

    해저 아래 지면을 파고 그 안에 뿌리를 박는 것은 이미 끝났고, 지금 해저에서 약 500미터 높이까지는 제작이 완성되었단다.

    해저에서 접근하는 몬스터를 막기 위해서 정비가가 직접 만들었다는 그 보호막을 상시 가동하고 있고, 그를 위해서 막대한 마정석이 들어가고 있다나?

    그래서 예상외로 돈이 더 들어갔지만.

    그런 거야 사실 아무래도 좋다. 내가 시간이 없지 돈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지? 하루에 거의 5,000억씩은 쓰고 있으니까. 계속 쓸 거야. 더 많이 쓸 거고.”

    “보호막 가동에만 그렇게 들어가는 건 아니죠?”

    “보호막 가동에 들어가는 돈은 대충 1,200억 정도? 나머지는 헌터들 월급에, 자원 가져오는 운송료에, 자원 가공 및 부품 제작료 쪽에 쓰이지. 경비도 그렇고.”

    “저것들이요?”

    내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는 드론이 무수히 많이 떠 있다.

    공사장 주변에도 높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철탑이 세워져 있고 그것들에는 살벌한 병기들이 매달려 있다.

    “이 누님도 세계의 이면을 제법 잘 알거든? 분명히 이걸 공격하려는 놈들이 한가득 있을 테니까. 유사시에는 보호막이 작동할 거고, 위성을 비롯한 각종 공중 전력이 적들을 1차적으로 타격할 거야.”

    이 사람도……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구나.

    돈이야 내가 더 벌지만, 역시 하나의 거대 기업을 운영해 온 능력은 놀라운 구석이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공격하는 놈들이 있을까요?”

    “있지. 반드시. 네 덕분에 각국에서 지원품이 잔뜩 도착하고 사람들도 오고 있지만……. 글쎄? 승천에 미친 놈들이 그런 걸 신경 쓸까?”

    “알고 계셨군요?”

    “그럼~ 세계가 그냥 망하는 게 아니거든. 망하길 바라는 놈들이 많으니까 문제지.”

    그녀의 말에는 섬뜩한 지혜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러 온 건 아닐 테고. 그냥 둘러보러 왔어?”

    “둘러보러 와야죠. 제 돈이 들어간 일인데. 그리고 한 가지 물어볼 것도 있고요.”

    “물어볼 게 뭐지?”

    “설계도를 봤으면 알겠지만, 탑은 2개여야 해요. 이쪽을 완성하기만 해도, 유예 시간을 1년은 더 벌 수 있지만요. 그러니 이 공사, 언제까지 되죠?”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팔 개월이야.”

    그녀의 말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조금…… 아슬아슬한데요.”

    이 북극에도 내가 만든 [엄지척의 만능 공작 생산 기계 MK4 +8]이 이미 설치되어 있다. 이걸로 각종 부품도 마구 만들어 내는 중.

    습격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면, 공사 기간은 더 줄어든다.

    “어쩔 수 없나…….”

    “왜? 방법이 있어?”

    “있죠.”

    따봉만으로 차원 방벽을 완성하려면 1,000억 따봉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원 방벽 기둥 2개분에 1,000억 따봉이니까.

    한 개만 짓는다면 500억 따봉이면 된다는 계산.

    게다가.

    지금은 각종 자원들이 여기 쌓였다.

    순수하게 자원들만 해도 300억 따봉어치는 될 것이다.

    자원들이 여기에 있는 상태.

    그렇다면…….

    [현재 제가 스킬로 탐지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152억 따봉이면 즉시 차원 방벽 1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보유하신 따봉은 72억입니다. 지금 속도면 152억 따봉까지 약 2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땡큐, 척량.

    그러면 그걸 소모해서 일단 지어야 할까? 아니면, 그 따봉으로 전력을 높여야 할까?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가.

    “있긴 한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혹은 옳은지 판단이 안 되어서요.”

    “그럴 때는 감을 믿어.”

    “네?”

    “감. 감 말이야. 발명을 위해서는 영감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고. 몰랐어?”

    정비가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 쳐 보인다.

    “그러면 물주님. 앞으로도 계속 자금을 대 주세요. 이 공사는 이 내가 제대로 완성할 테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공사 현장으로 걸어가 버렸다.

    그 뒷모습이 당차고 강인해서 믿음직했다.

    감. 감이라.

    그렇지. 나한테는 감에 관련한 스킬도 있었지. 그리고 성좌가 된 이후에는 그 감이 더 날카로워졌으니까.

    그렇다면…….

    내 직감아 가르쳐 줘! 어느 쪽이 더 낫냐!

    [사소한 직감]이 발동했다.

    거기에 성좌가 되면서 확실하게 가지게 된 성좌의 육감도 같이 움직였다.

    그러고 있으니 번뜩하고 뭔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탑을 만드는 쪽이 더 낫다!

    ‘이거 아주 좋은 스킬인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팟!

    내 안에서 뭔가가 변한다.

    -[사소한 직감] 스킬이 진화합니다.

    -[성좌의 직감] 스킬로 변화하였습니다.

    [성좌의 직감]

    등급 : 인피니티

    소수의 성좌들이 가지고 있는 예지 능력의 하나.

    머나먼 미래를 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이 필요한 순간 가장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오… 오우……. 예지 능력이 생겼어!

    그렇다면 역시 정답은 이거다.

    차원 방벽 기둥을 먼저 완성한다! 그리고 내가 순수하게 따봉을 쓰면 152억 따봉을 써야 하지만…….

    꼼수를 쓰면 더 아낄 수 있다는 생각도 번뜩 떠올랐다.

    성좌 이 새끼들 X나 편하게 살았구나. 치사한 놈들이네.

    “정비가 사장님!”

    나는 정비가 사장을 부르러 달려갔다.

    * * *

    “직업과 스킬을 전부 말해 달라고? 하……. 갑자기 미친 건 아니지?”

    “미쳤긴요.”

    어깨를 으쓱했다.

    “다 필요해서 알려 달라고 하는 겁니다.”

    “어디에 필요한데? 헌터한테 스킬 정보를 캐묻다가 죽어도 할 말 없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

    그만큼 개인 정보고 중요한 문제긴 했다.

    헌터에게 스킬 정보는 목숨줄이자 약점이니까.

    정비가 사장님은 ‘드디어 얘가 미쳤구나?’ 하는 눈으로 보고 있다.

    “알죠. 그럼에도 물어보는 겁니다. 필요하니까.”

    내 스킬 통찰의 눈으로도 상대가 무슨 스킬을 가졌는지 알아내는 건 아직 불가능했다.

    따봉 좀 투자해서 스킬을 향상시키면 가능할 수 있지만, 굳이 그럴 것까지야.

    따봉도 아껴야 잘 산다.

    그러니 물어보면 되지.

    “네가 미친 게 아니라면, 스킬 같은 걸 나에게 주려는 거 같은데……. 맞아?”

    “오… 역시 이과시군요. 똑똑하십니다.”

    정비가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친놈.’

    이 강하고 미친 놈은 인류의 마지막 보루이자 구원자이기도 했다.

    “논리적인 추론일 뿐이야. 너는 수를 세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고, 그걸 사용하니까.”

    하긴. 내 능력이 스킬 수집에 특화되어 있다는 추측이 세간에 나돌고 있다고 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정확히는 ‘경외’를 얻어 신력(神力)으로 바꾸고.

    그걸로 다른 성좌들의 권능을 거래로 사들이는 것이지만.

    “그런데 그간은 안 했잖아? 아. 못 했던 거구나?”

    못 한 것도 맞지만, 안 한 것도 맞다.

    사실 성좌가 되고서 스킬을 ‘하사’할 수 있다는 발상을 이제 했으니까.

    초보 성좌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

    “비슷해요. 어쨌든 그러니까 스킬들을 가르쳐 주시면 좋겠네요. 정비가 사장님이 가진 스킬들을 알면 그에 도움이 되는 스킬들을 선별해서 제가 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차라리 내가 원하는 스킬이 있는데 그걸 주면 어때?”

    “제가 선별하는 게 효율이 더 좋을걸요?”

    사람이라는 건 정보력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제 슈퍼 인공 지능으로 업그레이드된 척량이 있고, 업그레이드된 따봉 상점이 있다.

    척량이 여기서 검색하는 것이 정비가 사장이 미리 조사한 것보다 더 좋은 스킬일 가능성이 높다.

    “흐음~ 자신만만한데? 그렇다는 말은 어떤 스킬들이 있는지 검색해 볼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건가? 대단히 강력한 능력인데…….”

    이 와중에 내 말에서 단서를 얻어서 추측하는 정비가.

    게다가 뭔가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감각 같은 게 깨어난 모양이다.

    짝!

    박수를 쳐서 그녀의 정신을 일깨웠다.

    “뭐야! 생각하는 데 방…….”

    “평소에 직원들에게 어떻게 대하셨는지 알겠군요. 자자. 진정하시고요. 저 바쁘니까 빨리빨리 진행하죠.”

    “아. 미안해. 연구하다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녀가 얼굴을 슬쩍 붉힌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좋아. 가르쳐 줄게. 사실 이거저거 따지는 게 이상하지. 스킬을 공짜로 준다는데.”

    “공짜는 아닙니다.”

    “차원 방벽 공사 잘하라고 주는 거 아냐?”

    “그건 맞는데, 공짜는 아니에요.”

    나는 그녀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녀가 그걸 받아들자 그녀 앞에 긴 문장이 생겨났다.

    그녀에게도 아주 익숙한 계약서이긴 할 거다.

    [비밀 유지 계약서]

    갑과 을은 비밀 정보의 취급에 관해 다음과 같이 비밀 유지 계약(이하 ‘본 계약’이라고 함)을 체결한다.

    제1조 (비밀 정보)

    본 계약에 있어서 비밀 정보란, 갑이 밝히는 기술상, 영업상, 재무상, 조직상 그 외 정보로서, 다음에 규정하는 정보에 해당되는 것 및 개시 목적 및 검토 내용…….

    “이런 것도 써야 해?”

    “제가 스킬을 드리면, 제 정보가 공개되거든요.”

    내가 스킬을 [하사]하면 어떻게 되느냐면, [성좌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가 정비가에게 스킬 ㅇㅇㅇ를 하사합니다!] 같은 문장이 상대에게 뜨게 된다.

    내가 성좌라는 정보가 알려진다, 이거지.

    척량이 찾아보니 성좌 명을 가리는 것도 있긴 한데, 그러면 따봉 포인트가 추가로 들어간다.

    그것도 제법 많이.

    이게 조금 시스템이 개 같은 게.

    성좌가 1만 따봉짜리 스킬을 하사하고 싶으면, 10배인 10만 따봉을 써야 하는 구조더라.

    성좌 놈들이 왜 인간들에게 스킬을 잘 안 주는지 알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성좌가 현세에 직접 개입하려면 그만한 인과율적인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나?

    그나마 나는 살아서 성좌가 된 케이스라, 그 인과율적인 대가가 완화되긴 한다.

    남들이 10배면 나는 5배.

    즉. 1만짜리 스킬을 하사하려면 5만 따봉을 쓰면 되는 식이다. 그나마 낫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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