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55화 (255/305)
  • 제255화

    본래라면 소멸시켰어야 할 던전들이지만, 정진 컴퍼니 알파 팀은 그 던전들을 클리어만 하고 나오기로 결정했다.

    다시 들어가 다시 레벨업 하기 위해서다.

    이것도 역시 정지한이 알파 팀을 위해서 미리 준비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엄무척은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와서는 잠시 휴식 중이다.

    클리어된 던전의 포탈은 열려진 채이고, 그 안으로 서포터들이 들어가 전리품을 가지고 나온다.

    그 포탈 앞에 차려진 휴식 공간에서, 엄무척은 늘어진 채로 스마트 폰을 통해 영상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형이 스페인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보인다. 시간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죽을 둥 살 둥 했는데도 차이가 좁혀지기는커녕 줄어들지를 않아서 걱정이다.

    “무공 수련도 X나 빡세게 해야지 안 되겠네…….”

    엄무척은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는다.

    영약을 어마어마하게 먹어서 단전에 내공이 과포화된 상태로 존재했다.

    사실 그가 다른 최상위 랭커를 압살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내공에 있었다.

    이 내가진기는 레벨과 관계없이, 그가 수련하거나 그의 형이 만들어준 영약을 잔뜩 먹어서 만들어낸 별도의 힘이니까.

    마치 1+1 같은 상태랄까?

    “그러게요. 형제님은 너무 빨리 앞서 가시네요.”

    “지척 씨 말로는 1년 안 남았다고 하잖아. 지척 씨도 바쁘겠지.”

    별하나 역시 옆에서 늘어져 있는 채로 말을 받는다. 말을 완전히 놓은 것을 보니, 그간 던전에서 어지간히 친해진 모양이었다.

    하기사.

    생명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를 몇 번이나 오갔으니, 말을 안 놓는 것이 이상할 테지.

    그런 그녀도 역시 손에 폰을 들고 엄지척의 구호 영상을 보는 중이다.

    “그나저나 지벽이 얘는 어디 가서 아직도 안 오……. 어? 새로운 영상이네?”

    그렇게 쉬고 있던 일행에게 알람이 울렸다.

    엄지척의 새로운 영상이었고, 그걸 보고 세 명 다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형……. 사고 쳤네…….”

    * * *

    “여러분! 이것은 음모론이 아닙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방송을 시작했다.

    [세계를 삼키는 뱀]의 사도와의 전투는 녹화만 해 두고 방송은 안 했다.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척량의 의견에 따라서 그걸 적당히 편집해서, 중요한 장면만 영상으로 만들었다.

    그 영상을 짧게 방영하고, 화면이 종료된 후에 앞으로 나섰다.

    카메라 앵글이 나를 향한다.

    그리고 나는 외쳤다.

    “여러분. 전 세계의 제 시청자분들. 이번 스페인에서 일어난 끔찍한 재난은 던전 같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에 의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카메라를 향해 표정을 정돈하고.

    “호세 멘도사라는 이름을 가진 이자는 스페인에서도 알려진 거부이며, 동시에 정치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자는 시민들의 목숨을 자기 것이라 생각하며 학살하고, 거래의 물건으로 삼았습니다!”

    척량이 만들어준 연설문이지만, 내 진심도 같이 담겨 있다.

    뭐, 그렇지. 생각해 보면 그래.

    사람 붙잡아다가 성좌 제물로 태워버리고 세계 멸망 좀 해보고 싶어 하는 이놈들을 굳이 내가 배려해줄 필요가 있나?

    “그렇습니다! 저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성좌와 거래하여 자신만이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이런 일을 한 겁니다! 대체 누가 그런 일을 하도록 허락했습니까! 그 누구도 그들이 대학살을 벌이며 그들만의 축제를 열도록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여론전이기도 하지만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단순한 음모론이 아닙니다. 세계에는 저렇게 악한 성좌들과 거래하여, 이득만을 챙기려드는 자들이 많은 겁니다. 비밀결사! 광신 집단! 자신들만을 위해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쓰레기들!”

    비밀결사 같은 건 음모론으로나 존재하던 이야기다.

    하지만 봐라. 실재하고 있다.

    이미 스페인의 말라가에서 대학살이 벌어졌다.

    영화에서는 비밀결사 놈들을 상대로 주인공도 어둠 속에서 싸우지 않나.

    그런데 그건 영화고. 걔는 영화 히어로인 거고.

    리얼 인간인 내가 굳이 얘들의 히든 시크릿을 도와줄 이유가 1도 없는 것이에요.

    “이미 정부와 결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재산과 권력이 있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안하겠습니다!”

    나는 북극의 영상을 비추었다.

    공사가 한창인 북극.

    “이것은 제 사비로 제작 중인 대차원 방벽입니다! 전 세계의 국력을 합쳐 이것의 건설을 빠르게 완공합시다! 우리들을 위해서! 여러분들을 위해서!”

    너무 열광적으로 소리 질렀나 싶을 정도로. 나는 소리쳤다.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 내일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평소와는 다른 멘트까지.

    그리고 나는 방송을 종료했다.

    * * *

    엄지척의 방송은 파급력이 아주 막강해서, 핵폭탄 같은 위력을 보여 주었다.

    용암에 내던져진 물처럼 금세 끓어올라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전 세계인들에게 이 방송은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갔다.

    뉴저지의 사이클롭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을 때보다도 더.

    스페인 말라가의 테러를 저지하고, 사람들을 구호하는 영상보다도 더.

    순식간에.

    조회 수가 100억이 넘을 정도였다.

    전 세계, 지구에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이 영상을 보지 않은 이가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사람들은 이 영상을 보고 달아올랐다.

    -호세 멘도사 저 새끼가 말라가 시민을 성좌한테 공물로 바쳤다는 게 사실이냐!!

    -부자 놈들이 우리를 죽이고 자기들이 영생 불사하려고 한다!

    -조사해라! 조사를 거부하는 놈들은 모두 악마 숭배자 새끼들이야!

    -미친 새끼들! 죽여! 죽일 거야!

    -정부는 뭘 했나? 이게 정부를 믿은 대가인가?

    -한국으로 이민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은 안전해? 뉴저지 꼴이 또 터지는 거 아냐?

    -차원 방벽! 차원 방벽 생성기를 사야 해! 정부 놈들을 믿을 수 없어!

    -벙커다! 벙커하고 차원 방벽 생성기 X라 큰 거 하고 있어야지.

    -내 세금으로 대체 뭐 하고 있냐?

    -뉴욕에서 저런 일 벌어지면 어쩌지?

    -마력 연소 나선 기둥도 사고 싶어. 저거 있으면 몬스터 자동으로 조져 주는 거지? 그렇지?

    정부를 비난하는 자들부터,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의견이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고 그것은 현실적 물리 세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단 서민들은 죽창을 들었다.

    총기 합법 국가에서는 총을 들었고.

    시위가 각국에서 발발한다. 정부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라고 사람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과 그 CEO 그리고 오너 일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는 영국에서는 수백 년 전통을 가진 백작 가문이 [검고 깊은 심연]이라는 성좌를 추종하는 비밀결사임이 밝혀지면서 난리가 날 정도였다.

    [영국의 유서 깊은 멕다닐 가문이 악신 추종자?]

    [영국! 내전에 준하는 전투가 벌어지다!]

    [비밀 결사는 진짜로 있었다! 엄지척 그가 밝힌 세계의 비밀!]

    [속보. 영국 계엄령 발동.]

    영국의 일은 점점 사태가 심화되더니, 영국의 상류층을 장악한 비밀결사가 마각을 드러내고 말았다.

    영국 의원 중 3분의 1이 사교도였음이 밝혀졌고, 영국군 중 4분의 1이 이 사교도들의 통제를 받았다.

    멕다닐 가문이 드러나자, 연계된 다른 조직들도 드러나며 내전이 벌어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EU가 이 일에 개입했다.

    각성자들과 군대가 파견되고, 결국 영국의 비밀결사 [호수의 여명회]의 세력은 축출되었고, 그들의 주력이 도주하여 숨어 버리며 일이 끝났다.

    그 과정은 무려 한 달이나 이어졌고.

    그들이 숨어버리며 일이 끝나고 난 후.

    세계의 사람들은 전부 알아 버렸다.

    우리가 모르는 사악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들은 우리를 죽일 것이다.

    * * *

    “형!!”

    와락!

    무척이가 와서는 나를 껴안는다.

    어우. 이놈, 표현이 예전에 비해서 과격한데?

    “뭐야. 나 걱정해서 그래? 나 괜찮다니까.”

    “뭐가 괜찮아! 사람 죽는 걸 보는 게 괜찮을 리가 없잖아!”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하다 보면 익숙해지더라고. 그나저나…… 너 엄청 강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무척이는 상상을 초과할 정도로 강해졌다.

    일단 내공.

    내가 한계까지 꽈악 채운 내공이 아주 자연스레 몸 안에서 흐르는 게 보였다.

    내가 이래 봬도 심검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게 보이는 것.

    그런데 저런 자연스러움이면 적어도 경지로 치면 화경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저게 되네?

    얘 그러면 강기 쓸 수 있는 건가? 진짜로?

    “던전에서 고생 좀 했거든. 성광이 덕분이지, 뭐.”

    “성광이가 왜?”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성광이 다가왔다.

    얘도…… 강해졌다. 무척이만큼.

    “최근에 클리어한 던전이 아주 위험한 던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무리를 하게 되고, 주화입마도 생겼죠.”

    “헐?”

    주화입마? 그거 골로 가는 건데!

    “그런데 제가 레벨을 올리며 최근에 얻은 스킬이 바로 ‘부활’이거든요. 그걸 이용하면 ‘주화입마’도 치료가 가능해요.”

    진짜냐? 아니, 부활씩이나 써야 돼? 그래도 치료가 되긴 되네.

    “주화입마 걸리고, 그다음에 부활 스킬을 써서 고치고. 그걸 반복한 겁니다. 지척 씨.”

    정지벽이 다가와 답했다.

    “그게…… 돼요?”

    “되니까 저희가 이렇게 강해졌죠.”

    고개를 돌려 보니, 별하나가 서 있다.

    그녀도 강해졌다. 네 명 다. 진기의 수발이 아~주 자유로웠다.

    이게 내공이 많으면 좋긴 한데.

    그걸 제대로 사용을 못 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내공의 운용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실제 존재하니까.

    무신이 나에게 맨 처음 가르쳐 준 게 그거였고.

    그런데 다들 아주 자연스럽다. 강기를 쓸 수 있어 보일 정도로.

    “아니, 그 무슨 미친……. 그리고 부활 스킬 자주 못 쓰는 거 아니었어요?”

    “성광이가 가진 스킬은 제한적인 부활 스킬이어서 위력이 약하더라고. 대신 자주 쓸 수 있고.”

    “그런 게 있긴 하지…….”

    온몸이 멀쩡히 있어야만 부활이 된다거나 죽은 지 1시간이 지나지 않았어야 한다거나.

    그런 까다로운 조건이 붙을수록 부활 스킬을 더 자주 쓸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부활 스킬 좀 사둘까?

    요새 따봉이 하도 많이 벌려서 살 수 있을지도.

    “형이 너무 앞서 나가니까 우리가 무리 좀 해야지, 별수 있겠어? 참. 다들 들어와.”

    “어……. 말 놨어?”

    “정지한이 골라준 던전인데. 던전 안에서 1년이 여기서 하루더라고. 그런 종류의 던전만 3개 클리어하고 왔는데, 뭘.”

    나 빼고 뭔가 다들 엄청 친밀해졌네…….

    무척이 녀석의 말에 다른 팀원들이 전부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우르르 부엌으로 가서 자리잡는다.

    무척이가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고, 성광이 자연스레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자기 집처럼 잘 쓰네.

    나야 땡큐지.

    “그래서. 거의 3년 정도 던전에 있었던 거야?”

    “응. 5성급부터는 장난이 아니더라고.”

    “맞아요. 그 안은 아예 작은 세계더군요. 이미 알던 이야기였긴 한데…….”

    별하나는 말도 말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는다.

    작은 세계라……. 하긴 나도 5성급 던전이 어떤 건지는 여러 정보를 통해 알긴 안다.

    갓튜브에 영상도 올라온 적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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