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54화 (254/305)
  • 제254화

    뱀 괴물은 내가 [세계를 삼키는 뱀]의 사도를 쓰러트리는 즉시 소환 해제되어 사라졌지만, 녀석이 물어뜯어낸 다리까지 원상 복구시키지는 못했다.

    녀석들의 입안으로 들어간 손가락과 뼛조각도 도로 되살려 붙일 수 없었으며, 떨어져 나간 살점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살아남은 이들 중에서도 자기만 살겠다고 강도로 돌변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까지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최대한 확실하게 이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두엽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활성화된 나의 성좌적인 두뇌는 답을 도출했다.

    “권속에게 알린다. 급한 일이 없는 이들은 내 소환에 응하여 이곳으로 오라. 권속 소환.”

    타마 그룹의 사람들이 내 메시지에 응답한다.

    두 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빛과 함께 내 앞에 소환되었다.

    “엄지척 성좌님을 뵙습니다.”

    “잘 왔습니다. 지금 아주 다급한 상황이니 빨리 움직이죠. 사람들을 구조하세요. 위급 상태인 사람들을 치료하고, 건물 붕괴를 막으세요. 지금 당장!”

    “성좌님이 명하신다! 사람들을 구하라!”

    백탄의 마카우. 그가 소리쳤다. 그리고 권속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게 보였다.

    나 역시 즉시 움직이며 잔해를 뒤적였다.

    그러는 한편, 척량에게 명령을 내렸다.

    “척량!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스킬 같은 것을 찾아! 당장!”

    [이미 준비했습니다. 대규모 탐색 스킬 그리고 염동력 강화를 위한 스킬과 물품. 거기에 치료 스킬과 소환 스킬입니다.]

    척량이 리스트를 띄운다.

    [척척박사의 만능 골렘], [지하를 들여다보는 눈], [천리안], [생명체 탐지], [정신 강화], [치유의 물결], [재생하게 만드는 자의 손길], [생명의…….]

    많구나. 하지만 오히려 따봉 포인트는 적게 들어간다.

    “구입! 척척박사의 만능 골렘 소환!”

    번쩍!

    내가 소환할 수 있는 한계만큼 [척척박사의 만능 골렘]이라는 놈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지름 1미터 정도의 동그란 몸체를 가지고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몸통에는 여덟 개의 다리를 달고 있었는데, 각각의 다리 끝에는 손가락이 6개인 기계손이 달려 있다.

    생각보다 작은데?

    게다가 뭔가 문어 우주인처럼 생긴 물건이다. 그런 게 126개나 소환되었다.

    “천리안! 지하를 들여다보는 눈! 생명체 탐지!”

    스킬을 연달아 쓰자, 사방에 살아 있는 생존자들의 위치 정보가 바로 내 머릿속에 들어온다.

    “사람들을 구조해라!”

    -뿌.

    -뿌.

    -뿌.

    골렘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고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녀석이 잔해를 들쑤시고, 사람들을 구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역시 내달렸다.

    콰쾅!

    염동력으로 잔해를 들어내고, 탐지된 사람 역시 염동력으로 부드럽게 들어 올린다.

    그는 혼절한 채로 다리가 으스러져 있었다.

    “치유의 물결!”

    내 마력이 치유의 힘으로 변하여 뻗어나간다.

    으스러진 다리가 본래대로 돌아오고, 혈색이 돌아오는 게 보였다.

    완치된 이를 뒤쪽의 안전한 지역에 내려놓고, 바로 다시 달렸다.

    뒤집어진 자동차에 깔린 이를 발견하고 바로 조치를 취한다.

    찾아내고, 치료하고, 옮긴다.

    그 작업을 반복하는 사이, 따봉이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방송 중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에게 도움을 받은 이들이 보내는 감사의 마음일까?

    하지만 그런 걸 확인할 시간은 없다.

    나는 무아지경으로 사람들을 구해 나갔다. 그리고 하루가 꼬박 지났을 때.

    나는 살아있는 모든 이들을 구조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구하기도 전에 죽은 이들은 잔해에 더 많이 깔려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 *

    “말라가에서 지금 사망자만 공식적으로 12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부상자는 더 많고……. 거기에 재산 피해는 아직 집계도 안 되는 상황이고요. 문제는 이건 테러라는 점이에요. 뉴저지 쪽 하고는 사건의 본질이 달라요.”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살집이 조금 있는 중년 아저씨가 느긋하게 입을 열어 말했다.

    그 반대편에는 역시 정장을 입었지만, 안경은 쓰지 않고 마른 중년 아저씨가 앉아 있다.

    삼자토론이다.

    흔하게 나오는 시사뉴스를 위한 방송.

    그 방송에서 이번 스페인의 일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중이다.

    “뉴저지는 던전이 급작스레 생긴 거죠. 피할 수도 없었고, 던전 이후에 도주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빌딩에 겹쳐져 나오지 않고 도로 한가운데에 던전이 열린 거였죠.”

    패널들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분위기를 몰아 계속 말했다.

    “아시죠? 빌딩 같은 건물에 던전이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럴 경우 그 빌딩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엄청 많아집니다.”

    “그거야 알죠. 그렇다고 이게 다르다는 건 억측이 심하신 거 아닙니까?”

    “다르죠. 던전은 지금 정하 그룹에서 만들고 있는 차원 방벽 생성기면 막을 수 있잖습니까? 곧 국내에서는 새로운 던전이 아예 생기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정부에서도 적극적이고요. 그런데 테러는 막기가 어려워요. 미친놈이 작정하고 저지르는데 이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고 말씀하시면…….”

    “아니. 제가 언제 손 놓고 있자고 했습니까? 제 말씀은…….”

    두 명의 토론자가 서로의 혓바닥을 털어 열심히 싸우고 있다.

    사회자가 적절히 말리면서 의제를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 스페인 말라가 시의 사태에 대해서 큰일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중이었다.

    정비가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화면에서 고개를 돌려 다른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두었다.

    그곳에서는 빙하를 파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높이 50km짜리가 5분의 1로 줄어도 높이 10km는 된단 말이지. 너비는 1km나 되고……. 엄지척 그놈도 어지간히 미친놈이라니까.”

    본래 엄지척이 만들려고 했던 것.

    그것은 높이 50km짜리의 궤도 엘리베이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높다란 물건이었다.

    북극에는 땅이 없다.

    얼음 전부가 사실 빙하일 뿐이고, 그 아래는 바닷물이었다.

    때문에 본래라면 엄지척이 만들 50km짜리 차원 방벽 기둥은 해저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그게 10km로 줄어들었지만 어차피 방식은 같다.

    빙하 아래의 바닷물을 관통. 그리고 심해에서부터 쌓아 올린다.

    그러기 위한 설계는 완료되었고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각종 스킬과 마법 주문들 그리고 초능력과 마도공학적인 물건과 아이템, 거기에 연금술이 동원되어 빙하 그 자체를 아주 단단하게 강화했다.

    이게 깨지면 일정이 엄청나게 소요되니까.

    그리고 그 위에 설비를 세우고 차원 방벽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빙하에 구멍이 뚫리고 나면 그대로 심해까지 장비를 내려 보낼 예정이었다.

    본래라면 일개 회사가 할 수 없는 대장정이지만, 엄지척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기에 여기에 모인 인원들만 해도 수천여 명에 중장비만 해도 수조 원에 달하는 물건들이 도착해 있다.

    거기에 더해서, 아담 브론즈의 회사가 참여했고.

    미국 정부에서도 도움을 주기로 하면서 자원들이 쏟아져 오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아직은 순조롭다.

    지금까지는.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이미 정비가 역시 예측한 바가 있었다.

    던전이 주변에 열릴 것이고 비밀 결사의 사교도들이 공격해 올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정비가는 그것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진 강력한 스킬에 의해서 만들어내는 살인 기계들이 설치되고 있는 중.

    단지 북극의 빙하 위에만이 아니었다.

    하늘에도 띄웠고, 바다 안에도 있다.

    그야말로 얼어붙은 요새.

    거기에 각국에서 온 인부들과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파견된 각성자들까지.

    “하지만… 뭐, 좋아. 이것 덕분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녀는 분명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중 하나.

    숨만 쉬어도 드론이 특허권으로 계속 돈을 물어다 준다.

    그렇다고 해서 조 단위가 넘는 금액을 마음껏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그것은 떼부자인 그녀라고 해도 불가능했던 일.

    그런데 지금은 벌써 그녀의 손에 쥐어진 금액만 200조 원이 넘었다.

    엄지척이 어디선가 돈을 캐 와서 무제한적으로 돈을 쥐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치트키 같단 말이지.”

    때문에 그녀는 오랜만에 ‘부자 된 기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누구도 본 적 없는 기계 제국이 세워지고 있다.

    “후후후후. 누가 덤벼들려나?”

    그녀는 웃으며 다른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한국이 아닌 미국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테러를 일으킨 주체는 누구? 수십만 사망자가 나온 스페인 말라가의 사건!]

    [미국 뉴저지와 스페인 말라가의 비교 분석.]

    [한국의 자랑 엄지척은 대체 어떻게 그런 능력을 얻었을까?]

    [차원 방벽 생성기의 능력은 진짜일까? 한국! 던전 제로 시대가 온다!]

    따봉이 제곱으로 늘어나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나 많은 국뽕 영상이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집에 돌아와서 영상을 몇 개 틀어 보니 국뽕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외적인 일은 정지한 대표가 처리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나에게 연락이 온 것은 없었다.

    [주군, 따봉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렇더라고.”

    자고 일어나면 따봉이 2~3억 쌓인다.

    영상 하나 올리면 그날은 5억 따봉은 기본이다.

    이번 스페인의 사람 구호 영상으로 얻은 따봉이 벌써 8억이 넘는다.

    내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그런 이유로. 지금 내 따봉은 그렇게 사용했는데도 무려 45억 따봉을 돌파 중이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

    아니. 성좌 승리!

    라고 기분 좋아하고 싶지만. 딱히 좋지가 않다.

    튜토리얼이 끝나는 때는 다가오고, 그때가 오기 전에 자기만 살겠다고 내부에서는 서로 총질을 해대고 있으니 내가 지금 기분이 좋을 수가 있겠냐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아이디어.

    [주군.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

    역시 우리 척량이야. 제일가는 책사야!

    [예. 여론전입니다.]

    “자세히 말해 봐.”

    여론전이라고?

    * * *

    “형은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저러는 거야?”

    엄무척.

    엄지척의 하나뿐인 동생. 각성 자체도 A급.

    아니, S급의 직업으로 각성해서 전도가 유망했지만, 정비가의 수상쩍은 개조 수술까지 받아서 SS급 헌터라고 해도 될 잠재력을 얻은 행운아.

    그럼에도 엄무척은 입맛이 썼다.

    지금은 그의 레벨도 120에 도달했으며, 동 레벨의 다른 최고위 헌터들을 압살할 수 있는 힘까지 손에 넣었다.

    엄지척과 떨어져서 팀원들과 던전을 돌며 이룩한 성과!

    불과 몇 달 만에 이런 성과를 얻은 것은 뼈를 깎는 고난을 이겨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지한의 도움을 받아 [시간 괴리] 계열의 던전들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엄지척의 [무신의 수련 공간]처럼 안과 밖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던전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소가 5성급 던전, 그것도 정예 던전들이었다.

    그 안에서 1년의 시간이 지나도, 밖에서는 하루밖에 흐르지 않을 정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