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화
실제로.
마력의 농도가 올라갈수록 던전은 더 자주 열린다. 그리고 그게 세계 파멸의 방아쇠이기도 했다.
아담 브론즈도 그걸 안다.
문제는 마력의 사용을 막을 수 없다는 것.
[근거요? 제가 거래한 성좌가 보증합니다. 제가 만든 차원 방벽 생성기의 설계도를 어디서 얻었겠습니까? ‘다리를 저는 불과 망치의 주인’이라는 분께 산 거죠. 이제 믿으시겠죠?]
채팅창을 슬쩍 보니 난리가 났다.
-음모론 아니었음?
-진짜였냐… 마력 너무 쓰다가 지구 망한다더니…….
-우리 집 뒷산에 던전 열린 것도 그럼?
↳이놈 너무 관심 종자네.
↳컨셉 아니야, 미친 새꺄!
↳네, 다음 컨셉러.
-아니. 근데 마력 농도 증가는 그럼 못 막음?
↳당장 마력로 없애고 원자로 부활시켜야 함.
↳원자력 에반데…….
[그래서 제가 이 지구를 지켜 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지구 지킴이 선언. 오졌다.
-엄지야아아아! 乃乃乃乃乃
-그래서. 어떻게 지키겠다고?
↳어떻게든 해줄 거임. 엄지가 저번에 사이클롭스도 해결했음.
↳천조국 형님들도 못 해결한 거 엄지가 해결.
↳궤도폭격 무서움. 이거 할 수 있는 헌터 없지?
↳미국이 경악하고, 일본이 실신하는 무서운 헌터가 한국인이다?
-이번에는 엄지 아들 낳은 후궁같이 입고 왔네.
그렇게 열광스러운 채팅이 우르르 지나가지만, 엄지척은 꿋꿋이 자기가 할 일을 했다.
[바로 이겁니다!]
엄지척 옆으로 거대한 기둥 하나가 소환되어 떨어져 내렸다.
역시 나선으로 생긴, 기둥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회전하며 땅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높이 35미터! 두께 5미터짜리 나선 기둥! 자. 이게 무슨 기능을 가지고 있냐면요. 바로…… 주변의 마력을 아주 강력하게 빨아들인 답니다.]
나선 기둥이 어느 정도 파고들어가더니 멈추고, 그 몸신 전체에서 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푸르스름한 막이 생겨나 번져 나가고 주변의 식물들이 급속도로 생명력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빨아들인 마력으로 무엇을 하느냐. 바로 차원 방벽을 생성하죠. 다만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여서 하는 거라서 그리 크지는 않아요. 이 큰 녀석이 겨우 반경 100미터를 커버하니까요.]
자동으로 차원 방벽을 만들어 주는 물건.
대신 마력을 빨아들이다 보니 평범한 현대 도시에서는 쓸 수 없는 물건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마력으로 작동하는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
예를 들자면 오수 정화 시설이 그것이다.
정화 스킬을 이용한 오수 정화 시설은 이미 옛날 옛적부터 사용하던 시설이다. 과학적인 방법보다 간편하고 빠르며 확실하니까.
그뿐일까?
비행기에도 공중 부양의 스킬과 무게 감량의 스킬 같은 것들이 영구적으로 걸려 있다.
이 모든 게 마법사 클래스나 마도공학자 혹은 연금술사 직업을 가진 이들의 업적이었다.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 마력로 같은 것들까지.
회사 서버 컴퓨터에는 발열을 잡는답시고 냉각 주문 계열 스킬이 붙은 것들이 잔뜩 있을 정도고, 어떤 미친놈은 신성 스킬 버프를 컴퓨터에 쓰기도 했다.
홀리 컴퓨터! 갓컴!
이런 게 농담거리가 아닌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큰 문제는 마력로.
마정석의 에너지를 빨아들여 전기를 생산하는 이것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 주범이었다.
이제 마정석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있으니까.
웃기게도 매지컬★월드가 되었는데도 인류는 그 매지컬 힘을 이용해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고 있다.
아직도 이것만 한 가성비 좋은 전기 생산이 없다.
인류는 4차 산업 A.I. 혁명이 오든, 게이트가 열려서 매지컬★혁명이 오든 아직도 스팀펑크다.
그런데 이 마력을 빨아들인다?
마력로 근처에 이런 게 있으면, 전기 생산량은 그대로 훅 가는 거지.
[물론 이건 부가적인 능력이고요. 빨아들이는 마력의 주된 능력은 이겁니다.]
나선 기둥 위에는 어느샌가 불길이 만들어져 타오르고 있다.
[마력 연소의 불길인데요. 마력을 태워 버리는 거죠. 그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 가능하게 해 주고요. 그 막대한 에너지로 무엇을 하냐고요?]
엄지척은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이렇게 접근하는 놈들을 처리할 겁니다. 자동으로요.]
마경을 뚫고 거대한 체구의 괴물이 하나 타나났다.
그것은 보통의 악어보다 열 배는 더 거대한 괴물 같은 도마뱀이다.
다리가 여덟 개. 얼굴은 코모도 도마뱀이랑 악어를 섞은 것 같다.
몸의 형태는 악어처럼 생겼는데, 눈이 여덟 개나 되는 녀석이었다.
바실리스크로 널리 알려진 마물이다.
대단히 강력하고 적어도 레벨 80대의 헌터들이 레이드를 통해 사냥하는 괴물.
특기는 석화 브레스. 무엇이든 돌로 변화시킨 다음 깨 먹는 걸 좋아하는 괴이한 놈이다.
하지만 놈이 나타나자마자, 나선 기둥의 위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에서 굵기가 1미터는 되어 보이는 광선이 득달같이 쏘아졌다.
위우우우우웅!
지지지지지!
바실리스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몸이 타버리더니, 그대로 탄화되며 뼛조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 지면이 벌겋게 달궈져 녹을락 말락 하게 변해 버린 것은 덤일 것이다.
[보셨죠? 마력 연소로 모아 놓은 힘은 이렇게 방출해서 이 마력 연소 나선 기둥을 공격하려는 몬스터를 아예 증발시킵니다! 아주 좋죠?]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아담이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마력 연소에 대한 개념은 그도 알고 있다.
마력 자체를 태우는 것이다.
그건 마력을 그냥 사용하는 것보다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유용한 힘이라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마력이 연소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저장이 안 된다는 것. 그런데 엄지척이 그걸 저장해 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것은 SF소설에나 나오던 진정한 힘의 실현이 될 것이다.
바로 대소멸 기관의 완성!
“놀랍군요. 엄지척 헌터는 어떻게 저걸 완성한 것인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오즈월드 역시 드물게도 그 포커페이스가 무너질 정도!
“당장 연락해 봐. 적극적으로 세계 수호에 가담하겠다고 이야기하자고. 저건 그럴 가치가 있어.”
“알겠습니다.”
아담 브론즈의 눈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진지해진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대소멸 기관.
혹은 대소멸 엔진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핵융합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일 수 있는 힘이 저기에 있었다.
때문에.
누구의 욕망에 충실한 자들 중 일부가 재빠르게 움직이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 * *
“방송 한번 하면 이제는 따봉이 억 단위로 쏟아지네. 그냥 방송이나 엄청나게 해 버릴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벌써 누적 40억 따봉을 달성했습니다.]
“좋아. 방송 되는 대로 마구 한다. 먹방도 하고, 운방도 하고, 언박싱도 하고. 하여튼 할 거 다 하자고.”
[수련은 철저하게 무신의 수련 공간에서 하시겠습니까?]
“그럴 거야. 2,000시간이 늘었다지만, 시간은 아껴야지. 자, 그러면 아프리카 전역에 이걸 계속 깔아 볼까?”
툭툭.
내가 설치한 나선 기둥을 건드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모노 바이크G를 꺼내고, 그대로 풀 액셀!
부아아아아앙!
초고속으로 날듯이 하늘을 질주하면서 그림자 주머니에서 미리 만들어 가져온 것들을 꺼내 지상으로 내던졌다.
쿠우웅! 쿠우웅!
일정한 간격으로 마력 연소의 나선 기둥이 박힌다.
그리고 기괴한 힘을 사용하는 나선 기둥을 공격하려는 몬스터가 접근한 순간, 마력 연소를 통해 모아 놓은 [열기]를 광선 형태로 쏴대기 시작했다.
좋아. 아주 좋아!
[주군. AB에게서 연락입니다. 마력 연소의 힘을 어떻게 저장하는지 알고 싶다고 합니다.]
“그걸 왜 궁금해하는 건데?”
모노 바이크G로 계속 나아가면서 물었다. 이 간단한 걸 모르나?
되게 간단한데?
[대소멸 엔진을 만들 수 있는 단초라고 하는군요.]
“대소멸 엔진? 어…. 나 그거 알아. 물질 그 자체를 소멸시켜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든다는 그거잖아? 이 아저씨가 착각했나 보네……. 그거 아닌데.”
[그러게 말입니다. 간단한 ‘열 저장’ 마법의 응용일 뿐인데 말입니다.]
[열 저장] 주문.
말 그대로 열이라고 하는 에너지를 한곳에 모으는 마법이다.
스킬로도 있다.
이걸 이용해서 체온을 유지하는 데도 쓰인다.
보온병 같은 원리를 마법으로 구현한 거라고 할까나?
물론 마법이니까. 이걸 잘 쓰면 끝내주는 힘을 보여 준다.
열을 한 지점에 계속해서 저장하면 초고온으로 올라가 버리니까.
마력 연소를 하게 되면 그걸 여러 가지로 이용할 수 있다.
연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쉬운 게 열기를 만드는 것.
마력을 태워서 불을 만든다.
그 열기는 공업용 용광로에 비교할 만큼 강력하지.
마력 자체가 타서 소멸하면서 나오는 걸 열로 바꾸는 거라서 그런 건데.
그걸 그냥 [열 저장] 주문으로 모았다가 쏘는 게 저 마력 연소 나선 기둥의 작동 원리 되시겠다.
즉.
대소멸 엔진 같은 거 못 만든다고.
[지구 수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합니다.]
“저걸로 대소멸 엔진 못 만든다고 해.”
[믿지 않습니다만…….]
척량은 나를 대리하여 메신저로 다른 이들과 의사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이렇게 의사소통이 빠른 것.
“그러면 원리를 대충 가르쳐 줘. 어차피 속여서 우리의 과업에 참여시켜도 별로 도움이 안 되니까.”
[알겠습…… 주군! 긴급 사항입니다!]
“어? 왜? 뭔데?”
[보십시오!]
차원 결합 완료 및 튜토리얼 종료 시점 : 12,003시간
차원 결합 완료 및 튜토리얼 종료 시점 : 11,980시간
차원 결합 완료 및 튜토리얼 종료 시점 : 11,790시간
“이… 이게 뭐야!”
시간이 갑자기 쭉쭉 사라진다. 마력 농도 수치도 확인해 보니 갑자기 증가하고 있었다.
내가 마력 연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다고?
이게 무슨 개짓이냐!
“이유를 찾아내!”
[찾았습니다! 보소서!]
척량이 바로 내 외침에 반응해 결과물을 가져왔다.
모노 바이크G를 멈추고 하늘에 부유한 채로 영상을 본다.
“미친…….”
도시가 불타고 있다.
그건 보통의 불꽃과는 다른 보랏빛의 불꽃이다.
그것이 도시 전체에서 타오르고, 사람들이 도시에서 탈출하고 있었다.
갓튜버가 촬영하고 있는 영상이다.
[괴물! 괴물이야! 던전에서 나오는 게 아니야! 보여? 저거 보여? 시체가 사라져! 사라지면서 괴물이 나와! 오… 신이시여……. 으아아악!]
갓튜버는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친다.
그 자신도 헌터인지 두 손에 번쩍이는 파란빛이 머무른다.
덤벼드는 괴물은 마치 이족 보행하는 파충류 같았지만, 리자드 맨이라기보다는 공룡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갓튜버는 목이 물리며 죽고 만다. 그리고 영상은 그걸로 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