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51화 (251/305)

제251화

“그러고 보니 엄지 군, 요새 잘하고 있더라구요. 아직 어설프지만.”

“그래서 따로 움직이고 있는 건가?”

“그럼요! 엄지 군이 모르는 것들을 처리해 주려고요. 엄지 군과 저는 계약한 사이잖아요? 게다가 엄지 군이 강해질수록 저한테 걸린 제약도 풀리니까~”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뭐긴요. ‘군대’를 준비 중이죠. 권속을 제법 얻었지만, 그것 가지고 되겠어요? 모름지기 성좌란 홀로 빛나는 존재지만. 그 빛을 숭앙하여 따르는 것들이 없다면 시시한 법이라구요~”

“네놈의 계약을 상기해라.”

“우후후후훗. 물론 잘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 따라온 거기도 하고요.”

“저것 때문이로군?”

“아! 물론이죠. 저런 건 제가 전문이거든요. 다른 녀석들도 저주에 대해서는 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니까.”

절반 정도 녹아내린 다음 뒤섞인 괴물체의 크기는 컸다.

높이는 이백여 미터에 이르고, 면적은 수백 미터나 된다.

작은 동산 하나가 꿈틀거리며 이동하는 모습은 혐오감과 구토감을 동반하지만, 그럼에도 리블은 히죽거리며 웃고 있다.

“여러 성좌의 힘을 받은 놈들이 일시에 죽을 정도의 타격을 받으면서 그들에게 내재된 저주가 폭발, 뒤섞여서 저 모양이 된 거죠. 아주 깜찍하죠?”

“…….”

“게다가 능력도 제법 강력해서, 저 정도로 섞이면 최하급 성좌 정도의 능력은 가졌다고 할 수 있어요. 다만 이성이 없어서 저 같은 전문가에게는 아주 좋은 물건이죠.”

“전문가?”

“그래요. 전문가. 자, 전문가의 솜씨를 보시죠.”

그러면서 리블이 헬기 밖으로 뛰어내린다.

미친놈 같은 행동이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리블……. 여전히 모르겠군.”

정지한의 눈동자는 리블을 노려보고 있었다.

* * *

[리블이 방금 마경림에 나타난 괴물체를 포획하여 사라졌습니다.]

“어디서 뭐 하다가 튀어나와서 저런 걸 하는 거래?”

[글쎄요. 하지만 정지한과의 대화를 제가 감청했는데, 그 내용에 의하면 ‘군대’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군대? 아니. 갑자기 뭔 놈의 군대래?”

위잉! 철컥. 위잉! 철컥.

[엄지척의 만능 공작 생산 기계 MK4 +8]을 만들던 것에서 손을 떼어내고 척량에게 시선을 돌렸다.

보통은 내 목을 감고 있지만, 지금은 척량도 이래저래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 내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마도 언데드로 이루어진 군대가 아닐까요? 이미 여러 언데드를 부리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주군께서 강해질수록, 그에게 걸려 있던 힘의 제약도 완화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 지역에 나타난 괴물체를 포획하는 모습도 압도적입니다.]

“보여줘 봐.”

[예. 이것은 위성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척량이 내 앞에 영상을 하나 만들어 보여 준다.

되게 끔찍하게 생긴 괴물. 그리고 그 괴물의 그림자가 점점 넓어지더니, 그림자에서 무수히 많은 손이 튀어나왔다.

아니. 그건…… 손만이 아니었다.

마치 원혼 같은 것들이 무수히 튀어나와서 괴물체를 휘감고 잡는다.

그 수가 족히 수십만은 되어 보인다.

그리고 천천히, 그림자에게 괴물이 먹히기 시작한다.

마치 늪에 빠져드는 것처럼 괴물은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반항을 하긴 했다.

불과 번개가 주변을 초토화시켰고, 심지어는 공간이 분리되고 뒤섞이기까지 하며 파괴가 자행되었다.

그럼에도 결국, 녀석은 그림자에게 집어삼켜져 사라졌다. 그리고 그림자도 사라졌다.

“저게 대체 뭐야?”

[최상급의 네크로맨서는 자신만의 아차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나더 플레인 혹은 네거티브 포스 플레인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죽음의 힘으로 가득 찬 곳이죠. 리블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아차원인 듯싶습니다만… 그 제한이 풀린 겁니다.]

“미쳤네… 그래서 아차원에다가 저 괴물체를 그대로 박아 넣었다?”

[예. 그런 듯합니다.]

“저러면서 무슨 놈의 군대를 준비한대……. 자기가 가진 거 그냥 꺼내 쓰지.”

[그 정확한 원리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하긴, 나라도 내가 가진 패를 전부 보여주는 건 싫으니까.”

[그래도 꾸준히 감시를 해 두어야 할 듯합니다. 대체 어디에서 군대를 만들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나랑 계약 관계니까 그걸 이용할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그나저나 설치는 이걸로 끝인가?”

[예. 이걸로 전부 완료입니다. 이제부터 필리핀을 이용해서 인도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지역 전역에 차원 방벽 생성기 및 각종 포션들을 판매하게 될 예정입니다.]

“전부 +3강짜리 물건들이고 말이지.”

[이미 다른 포션 업계는 망하거나, 망하고 있습니다. 주군의 현재 일일 순수익이 2조 원이 넘습니다.]

“하루에 2조 원 벌고 있었어?”

내가 이렇게 벌고 있었구나!

[최초 판매의 대량 주문 이후부터는 그렇습니다.]

순수익 하루 2조 원이라. 허허… 미쳤구나.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정하 그룹이 작년에 매출 300조 원, 영업이익은 60억 원 정도를 달성했습니다. 주군에 비하면 12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내가 이미 대한민국 1위 재벌 기업을 뛰어넘는 돈을 벌고 있었나 보네. 이제는 놀랄 기력도 없다.

[더 늘어날 테지요.]

“하기사. 더 늘긴 하겠네.”

차원 방벽 생성기만 파는 게 아니라, 이것저거 팔 게 많다. +3강이 자동으로 걸리는 저 제작 기계만 해도 판매가 가능한 상품이니까.

[차후에는 전 세계의 기업을 모조리 병합하시어 패권을 이룩하소서!]

그거 어딘가 디스토피아 세계의 악덕 기업 이야기야? 그런 거 싫으니까 멀리 버려 줘라.

속으로 그렇게 궁시렁거리고서, 척량에게 손짓했다. 척량이 쪼르르 달려와 내 목을 휘감았다.

“점점 많은 걸 결정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차원 방벽 생성기 최소형과 소형을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전략은 좋았던 것 같아. 돈도 벌었고 안전 지역도 늘어났고. 다만 마력 농도가 높아지는 걸 얼마나 차단했는지를 모르겠어서…….”

[튜토리얼이 정확히 언제 끝나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예되었는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어. 저거 설치하면서 생각을 좀 했거든. 그게 있어야 더 확실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게다가 지금 상태면 마력 연소 장치 같은 것도 좀 만들어서 세계 여기저기에다가 꽂아 놓는 게 좋을 것 같고. 흐음… 어쩔 수 없지. 역시 구입해야겠어.”

튜토리얼이 끝나는 걸 계산할 수 있는 스킬. 그런 게 있으려나?

[따봉 상점 검색 중입니다. 놀랍게도……. 있군요.]

“있어?”

[예. 보시죠.]

[지구 8921 – 튜토리얼 안내서]

지구 8921 차원에 시작된 차원 결합에 의한 생존 시스템의 튜토리얼에 관한 안내서.

성좌 전용.

따봉이… 없다? 그러면 뭐야. 공짜야, 이거?

[성좌들에게 기본적으로 보내주는 모양입니다. 주군은 새롭게 성좌가 되셨기에 없었던 것이 아닐는지요.]

이 새끼들……. 이런 걸 자기네들만 봤냐.

“구입.”

속으로 화를 눌러 참으면서 안내서를 구입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내 머릿속에 직접 들어온다.

안의 내용은 거의 다 아는 내용들이다.

차원이 성장하면서 차원 결합이라는 일이 지구에 벌어졌고, 던전이 출몰하며 인류의 절반을 으깬 감자로 만드는 상황에서 [생존 시스템]이 지구에 도착.

인류에 힘을 주고 성좌들도 보러 오고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그런 내용.

그리고 역시나 이게 있었다.

차원 결합 완료 및 튜토리얼 종료 시점 : 12,090시간

[늘었군요. 일전 정지한이 말했던 시간에서 약 2,000시간 정도가 늘었습니다.]

내가 한 일들이 뻘짓이 아니었다는 건가? 확인돼서 기쁜걸.

[게다가 항목 중에는 이것도 있습니다.]

차원 결합을 위한 마력 농도 수치 : 100,000,000,000

지구 마력 농도 수치 : 87,382,431,821

어메이징했네.

수치만 놓고 보면 87%나 달성한 거 아냐?

[그렇습니다. 던전이 세계에 출현한 지 수십 년째. 이제 얼마 안 남은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마력 연소도 병행해야겠구먼…….

[그것이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그러면.

마력 연소의 탑을 내가 직접 짓고 다니는 게 좋겠네.

[어디부터 지으시겠습니까?]

아프리카. 그쪽도 북한 지역처럼 마경림이 된 지 오래잖아?

그쪽으로 가자고.

[국제 규약 혹은 그에 준하는 조약이 있나 검색 중. 없군요. 마음껏 활동하셔도 됩니다.]

좋아. 그러면 생산 설비 일부로 [마력 연소의 파멸거창]을 만들자고. 방송도 하고.

[예. 주군.]

* * *

세계는 바쁘게 변하고 있다.

덕분에 한량처럼 지내던 아담 브론즈 역시 입에서 거품이 날 정도로 열심히 뛰어 다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옆에서 그를 보좌하는 집사 오즈월드는 멀쩡한 모습으로 조금의 피로도 내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괴물이라고 불러도 좋을 사람이다.

집사의 힘을 근원으로 하는 성좌가 축복한 것이 아닐까 싶을 지경.

그리고 오즈월드는 업무를 보는 아담 브론즈에게 와서 엄지척의 방송 영상을 알렸다.

“도련님. 미스터 엄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북한 마경림 날린 방송 후에 또?”

궤도 폭격은 효과적인 무기지만, 마법적인 힘이 서리지 않으면 일정 이상의 몬스터들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

실제로 양산된 미사일이나 포탄에도 마법적인 힘을 담게 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고, 미국은 그것에 성공하는 데 큰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저 엄지척은 마법적인 궤도 폭격을 위한 나선창이라는 거대한 창을 만들어서는, 마구잡이로 위에서 내리찍어 버리고 있다.

생산성도 우월하다.

엄지척이 만든 소환체 [엄지척의 만능 공작 생산 기계 MK4 +8]의 생산 능력은 무지막지하기 때문.

게다가 이 기괴한 제작 기계에서 생산되는 물건은 심지어 +3이 붙어서 나왔다.

“보시죠.”

오즈월드가 방송을 틀었다. 그리고 나오는 것은 엄지척의 익숙한 얼굴이다.

이번에는 지구가 아닌 것 같은 괴상한 식물들로 가득한 정글 같은 데 있었다.

대체 어디를 간 거야, 저거?

[안녕하세요! 엄지검지! 엄지척입니다! 일전에 올려놓은 북한 마경림 정리 영상 모두 즐겁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정부와 이야기가 된 일이라 방송 멘트는 하지 못했거든요.]

“구라 까네.”

아담이 그걸 보고는 한국어로 욕했다.

요새 한국 욕만 잔뜩 늘어나는 미국의 찐따 훈남 부자같이 되고 있는 아담이다.

[자. 그래서 오늘은 제가 다른 컨텐츠를 준비했습니다~ 최근 몬스터들이 더욱 흉폭해졌다! 던전이 너무 많아진 거 아니냐! 미국 땅에 사이클롭스가 나타나다니! 같은 종류의 걱정을 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홈쇼핑에 익숙해진 모습이군요.”

오즈월드의 평가.

[제가 성좌분들하고 거래를 좀 해서 알아봤더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우리가 사는 지구의 마력 농도가 올라갈수록 던전이 더 자주, 많이 열린다네요!]

“아니, 저 미친놈은 대체 저걸 말해서 뭐하려고…….”

환경 단체들은 지구가 이 모양 이 꼴이 되기 전에도 있었다.

지금에 와서 일부 환경 단체는 마력의 사용이 지구를 파괴한다는 근거 없는 캠페인을 내놓고는 했다.

사실 그들에게는 근거가 없을지 모르는 음모론이지만, 기득권자들 중에서도 최상위 계층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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