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47화 (247/305)
  • 제247화

    과거 전설의 홈쇼핑 판매원이 했던 말이 있다.

    팔 때는 내 물건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생각하고 팔아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자기 최면 수준에 다다라야 진정한 사기…… 아니 장사꾼이라고 할 수 있겠지.

    자, 그러니 제발 한번 사 주십시오!

    이런 물건 안 사면 바보라니까?

    자기 최면을 열심히 걸며 물건을 꺼냈다.

    생긴 건 송전탑에다가 뭔가 오컬트적인 디자인을 해 놓은 것처럼 생겼다.

    크기는 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다.

    요즘 유행하는 사이비 종교 아이템같이 생겼다.

    차원 방벽 생성기 소형 제품.

    최하급 마정석 하나에 한 달간 반경 10미터의 차원을 안정화시키고 방어한다.

    범위는 작지만 차원 방벽을 소형화한 것이라서 아주 강력한 물건!

    “결계석이 있는데도 막 뚫려서 무서우셨죠? 대체 정부는 뭐 하는 건지 한탄만 나오셨죠? 이제 걱정 끝입니다! 제가 직접 제작한 이 차원 방벽 생성기는 완벽하게 던전이 나오는 것을 막아 주거든요! 자! 아이템 설명을 보시죠!”

    [차원 방벽 생성기 초소형]

    등급 : S

    엄지척이 직접 제작한 차원 방벽 생성기.

    초소형의 아이템으로, 마정석을 에너지원으로 작동한다.

    반경 10미터 이내에 던전 출현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보이시죠? 던전 출현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이 문구의 위력은 아주 강력하답니다. 이걸 이용하면 던전이 나타나지를 않아요.”

    -진짜냐!? 저거. 진짜야!?

    -아니… 결계석으로 겨우 막는 거 아니었어?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나를 신으로 부르짖는 사람이 또다시 나타났다.

    사실 예전에는 그냥 드립이나 밈이었다면, 지금은…… 찐이 되었군.

    나 지금 성좌잖아.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다음 멘트를 시작했다.

    “본래 거주 지역을 방어하던 물건이 뭐냐 하면, 바로 결계석인데요. 아이템 정보는 이렇습니다.”

    [결계석]

    등급 : B

    분류 : 장식물 (아티팩트)

    결계를 가동하는 마법적인 조각.

    *반경 1km 내의 지역에 던전의 출현을 방해하고, 저해한다.

    “보이시죠? 던전의 출현을 방해하고, 저해한다. 제 상품의 절대적으로 금지된다는 문구와는 격이 다르답니다!”

    차원을 달리하는 물건이다. 애초에 물건 등급부터가 S급이니까.

    -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 오오!

    ↳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내 돈 가져가! 그거 얼마야!

    -엄지야아아아! 乃乃乃乃乃乃

    -이게 된다는 건 앞으로 부동산의 개념 자체가 박살 나는 거 아니냐 乃乃乃乃乃乃

    -오늘 당신의 물건은 훌륭하군요. 쌍따봉 드립니다. 乃乃

    -굉장하다. 당신. 물건. 훌륭함. 가지고 싶다.

    ↳이 새끼 일부러 이러는 거지?

    채팅창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 좋았어. 계획대로군.

    여기서 2차 폭탄 투척 간다!

    “그리고 이건 비밀입니다만…….”

    나는 비밀스러운 걸 말한다는 느낌의 자세를 해 보였다.

    “제가 지금 파주에 살고 있다는 걸 아시는 분은 다 아시죠? 그리고 제 집 근처 5km 내에는 던전이 나타나지 않는답니다.”

    여기서 윙크해 주시고!

    “그렇습니다. 파주시에서 일어났던 던전 브레이크가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쪽에다가 이런 걸 심었죠. 바로……. 세계수!”

    세계수가 파주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이 세계수의 능력을 탁 까놓고 말한 적은 없다.

    그걸 지금 공개해 보실까?

    “자, 보시죠!”

    [제법 자라난 세계수]

    등급 : ?

    분류 : 나무

    제법 자란 세계수.

    유아기가 끝나고, 청소년기에 들어섰다.

    주변을 정화하며, 순도 높은 마력을 생성한다.

    성지가 강력하게 강화된다.

    기능 : 5km 범위가 ‘성지(聖地)’로 지정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체력 회복력 500% 증가.

    기능 : 성지 내에서 마나 회복력 500% 증가.

    기능 : 성지 내에서 질병 발생이 금지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식물의 성장률이 200% 증가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지력(地力)은 언제나 충만하다.

    기능 : 성지 내에서 상시 상급 저주 해제.

    기능 : 성지 내에서 던전 출현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부정한 힘이 즉시 소멸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정령력이 초월적으로 증가한다.

    기능 : 정령왕이 관심을 가지고 권속을 보내 세계수를 보호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정원사는 ‘절대 안전’의 가호 아래 보호된다.

    기능 : 1달에 한 번 세계수의 과실을 2개 맺는다.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된 나의 세계수! 이제는 청소년기라고 한다.

    이걸 보여주는 이유? 이제 세계수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만드는 차원 방벽 생성기의 능력을 어필하기 위해서다.

    “자! 세계수 보셨죠? 세계수의 권능이 이 파주시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세계수에 있는 ‘던전 출현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는 기능을 가진 아이템을 드디어 만들어 낸 거죠!”

    -세… 세계수우우우우!?

    -미쳤다. 미쳐버렸다. 미쳐버리겠다!

    -절대 안전 구역이야? 그런 거야? 저거 봐! 정령왕이 직접 권속을 보낸다잖아!

    -뭐야? 파주시 지금 뭐야? 나 파주시 사는데? 어? 나 엄지가 만든 펜트하우스에서 얼마 안 떨어져 있는 동네 사는데?

    -땅값상승가즈아아아!

    -아니. 저 세계수의 능력 일부를……. 엄지가 만든 거야? 저 차원 방벽 생성기라는 걸로?

    “자. 대단하죠? 거짓말 같죠? 하지만 진짜입니다, 여러분!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가격은 단돈 29만 8,800원! 이 가격으로 반경 10미터의 안전을 사실 수 있습니다! 물론. 할부도 가능합니다!”

    -10미터… 조금 미묘한데. 약하지 않아?

    -10미터 밖으로 나오면 좀 그렇잖아.

    ↳머저리냐. 3~4개 사, 새꺄.

    ↳3개면 가격이 90만 원인데 그걸 사라고?

    ↳할부라잖아. 니 스마트 폰 바꾸는 것보다 싸다.

    이런이런. 채팅창에서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더 놀라운 사실. 모이면 모일수록 안전 범위가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3개를 모아 두면? 짜잔! 범위가 30미터까지 증가! 다만 100미터 이상으로는 늘어나지 않으니 주의해 주셔야 하죠. 이건 약점이긴 합니다만……. 그런 분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보시죠!”

    나는 척량에게 신호를 보냈다.

    척량이 [환상의 조각]을 이용, 환상으로 영상을 만들어 냈다.

    내가 손에 쥔 것의 열 배쯤 되는 크기.

    즉. 내 키 반만 한 크기의 오컬트 송전탑이 나타났다.

    [차원 방벽 생성기 소형]

    등급 : S

    엄지척이 직접 제작한 차원 방벽 생성기.

    초소형의 아이템으로, 마정석을 에너지원으로 작동한다.

    반경 100미터 이내에 던전 출현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바로 이 녀석! 혼자서 10개의 초소형 장치를 커버하죠. 이야……. 가격도 싸요! 무려 초소형 장치 5개 값! 149만 8,800원! 정말 싸다! 물론 이것도 10개가 모이면 무려 1km를 커버할 수 있는 아주 고성능의 물건이죠. 자, 지금 구매하세요! 안 사면 손해!”

    채팅창은 이제 빅뱅이 일어난 우주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 * *

    “하… 하하. 하하하핫!”

    정지한은 웃고 있다. 그러나 그 표정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 눈도, 그리고 얼굴도 웃고 있지 않다.

    입꼬리만 아주 조금 올라간 채로. 그는 기괴하게 웃는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는 이복형제가 주저앉아 있다.

    “미, 미친…… 새끼.”

    아메리카 호러 영화? 아니, 이건 동양풍 호러 영화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며 정수기가 주저앉아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시체가 가득하다.

    머리통에 척추만 매달린 시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시체. 전신이 토막 나 흩어진 시체.

    시체. 시체. 시체.

    내장이 흩어져 있고. 뼛조각과 살점이 굴러다닌다.

    피로 된 웅덩이와 대장에서 쏟아진 반쯤 소화된 오물이 흩어져 지독한 악취가 비강을 찔렀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정지한은 기괴하게 웃는다.

    “역시 당신은… 제 예상을 뛰어넘는군요. 그렇다면 당신이 하는 일에 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는 정수기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린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너 이게……. 할아버님이 아시면…….”

    “정만득은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아.”

    왜 이렇게 인간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게 전부라고 믿는 걸까.

    정지한은 다시 무표정한 얼굴과 기색으로 되돌아와 정수기를 내려다본다.

    “네가 죽어도. 네가 사라져도. 네가 불구가 되어도. 네가 백치가 되어도. 네가 괴질에 걸려도. 네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네가 오염되어 변이가 되어도. 네가 뇌만 남아 있어도.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도.”

    끔찍한 말이 흘러 나왔다.

    “정만득은 신경 쓰지 않지. 언제나 그랬다.”

    “뭐야. 너.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냐…….”

    “알려주는 것뿐이다. 정수기. 나를 더 이상 방해하지 마라. 네가 바라는 정하 그룹의 후계자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미친 새끼! 정말 세계가 멸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래서 이래? 그래서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거냐고!”

    시체들 사이에서 공포를 뚫고 나온 분노로 정수기가 소리친다.

    “미친 짓이라니?”

    “이게 미친 짓이 아니라는 거냐!”

    “정수기. 너는 나를 죽이려고 했다. 그 죽음과 이들의 죽음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지. 네 앞에 깔끔하게 죽은 시체 하나와 조각난 시체 하나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

    정지한이 손을 흔든다.

    그러자 모든 시체가 빛의 입자로 변하며 그의 손등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정수기의 집무실 내부는 이제 깨끗하게 변해 버렸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공포심을 느끼고 만다.

    “정만득의 세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네가 살아 있는 편이 더 낫다.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사실이지.”

    “마치 내 미래를 안다는… 설마, 너…….”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그리고 한 번 더 나를 방해한다면, 이번에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지옥 같은 고통을 영겁토록 느끼게 해 줄 테다. 그러니 잘 생각해라. 알았나?”

    정지한은 그렇게 말하고 집무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엄지척 씨가 차원 방벽을 소형화해서 팔 수 있을지는 몰랐으니……. 계획을 바꾸어야겠군.”

    정지한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 * *

    기본적으로.

    내가 만드는 차원 방벽 생성기 초소형과 소형은 헤파이스토스에게 받은 차원 방벽의 소형화 제품이다.

    그리고 이것을 만드는 건 이 세상의 공장이 아니었다.

    쿠쿵! 쿠쿵! 드드드드드득! 쿠쿵! 쿠쿵! 드드드드드득!

    아무리 봐도, 어린이용 만화에 나올 법하게 생긴 직사각형의 외형을 가진 거대한 기계 장치.

    맨 위에는 마치 뿔처럼 테슬라 코일도 두 개나 달려 있고, 계기판은 아날로그 방식의 계수기처럼 생겼다.

    최첨단이라기보다는 아날로그 애니메이션틱한 물건이라고 할까.

    물론.

    내가 만든 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