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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44화 (244/305)
  • 제244화

    한동안 그들은 휴식을 취하며 그것을 본다.

    그사이 무척이는 허리춤의 포션을 집어 들고 마셔댔다.

    “후우. 형도 노력하는데. 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지.”

    “좋은 자세군요, 형제님. 지척 형제님께서도 대견해하실 거 같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힘을 내자고.”

    엄무척이 자신의 손바닥을 누른다.

    그러자, 그곳에 구멍이 생기더니 하나의 구슬이 빠져 나왔다.

    그 구슬이 하늘로 올라가 빛을 내기 시작한다.

    기이한 빛과 파장이 흐르기 시작하자 던전 전체가 뒤흔들렸다.

    그리고 던전의 핵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악마가 아니다.

    오히려 성스러워 보이는 존재.

    천사!

    천사가 던전의 핵으로서 출현한 것이다!

    “이건 또 악취미인데?”

    “그러게요.”

    “그래도 우리가 할 일은 변하지 않습니다.”

    정지벽이 주먹을 충돌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천사가 천천히 눈을 뜬다.

    엄지척의 모습을 본 일행은 사기가 충천하여 던전의 핵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은 뒤처지지 않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었다.

    * * *

    사이클롭스의 진영을 처리한 지 딱 하루 지났다. 그리고 하루 만에 따봉이 총합 7억을 넘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속도였지만, 이거 기분 참 이상하네.

    결국 시청자들은 뭔가 대단한 대의보다는 그냥 압도적인 화력과 재미있는 것 쪽을 훨씬 좋아한다는 뜻이니까.

    내가 필리핀에서 타마 그룹의 사람들을 구했던 일.

    성좌 [느린 녹음]을 처치했던 사건.

    물론 이것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했지만, 그런 것보다 미국의 심장부 인근 지역인 뉴저지를 구원했다는 게 사람들에게는 더 대단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딱 까놓고 말하자면 그런 거지.

    경제 상황이 빈약한 필리핀을 구원하는 것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구원하는 게 더 멋지다는 거.

    ‘나도 다를 바 없긴 하지.’

    가난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영웅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재벌 아드님 구해서 감사받는 것은 엔터테인먼트니까.

    “인류는 왜 이렇게 만들어진 걸까? 사회적 동물이라고 다 이러는 건 아니잖아?”

    [이미 답을 알고 계시잖습니까? 따봉 벌면서 인류가 어떤지는 잘 알고 계시면서.]

    그렇기야 하지.

    갓튜버란 이상하게 인간 성찰도 하게 되는 직업 같아.

    지금 내 눈앞에는 세계수를 중심으로 재빠르게 건축되고 있는 신도시가 있다.

    세계수의 효과가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알려져 있어 어마어마한 투자액이 이 지역에 들어와 있다.

    세계수도 무럭무럭 자라서, 현재 안전권역은 세계수를 중심으로 반경 5km 지역에 달한다.

    이미 스킬의 힘까지 동원되어 수십 층 높이로 올라가서 완공된 빌딩이나 초고층 아파트가 총합 열두 개 정도 되려나?

    ‘우리 성광이가 택배랑 편의점이랑 이용하고 음식 배달 시켜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는데 그거 이뤄줄 수 있게 되겠네.’

    그동안 보육원 아이들에게 있어 짜장면은 멀리 나가야 먹을 수 있는 진귀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보육원에서도 드디어 짜장면을 배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바로 그중 하나. 정하 그룹이 직접 건설사를 부려서 지은 빌딩의 최상층 펜트하우스 테라스에 누운 채로 척량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그럼에도 주군께서는 이렇게 동분서주하고 계시지요.]

    “그렇다고 해도 가끔은 힘들어서 그래. 그리고 지금도 놀고 있는 건 아니잖아?”

    [주군의 분신이 움직이고 있지요.]

    분신 계열 스킬에도 따봉을 투자해서 현재 분신들의 힘은 내 본래의 50%까지 올라왔다.

    거기에 숫자도 늘어서 총합 8체가 되었다.

    그게 바로 오늘 낮의 일로, 따봉은 약 1억 정도 소모된 상황.

    1억 쓰고도 7억이 남는 상황!

    얼마나 따봉이 많이 쌓이는지 체감이 안 된다니까.

    이게 바로 월드 스타의 위엄인가.

    뉴저지 구했다고 월드 스타가 되다니. 필리핀 때도 좀 그랬으면 얼마나 좋냐.

    그게 엔터테인먼트인가?

    역시 천조국?

    [정비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주군이 요청한 사항을 오늘 즉시 처리하여 배부터 수배했다고 합니다.]

    “지금 자산이 얼마나 있어?”

    [현재 주군의 자산은 현금으로만 6조 원이 넘습니다.]

    억!

    “언제 그렇게 벌었는데?”

    [발모제를 비롯한 각종 포션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생산되는 족족 전부 팔리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제 방송 이후로 판매량이 생산량을 압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 스킬 전부 풀로 돌리는데도 생산량이 모자라?”

    [예.]

    미쳤네. 내가 유명해지니까, 내가 만드는 포션들도 더욱더 잘 팔리는 건가?

    [덕분에 전 세계 포션 업계는 초비상 상태이긴 합니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상대가 안 되니까요. 본래라면 세계 포션 업계에서 압력이 들어오거나 테러가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테지만, 어제의 방송 때문에 전 세계의 업체들이 침묵 중입니다.]

    “…….”

    [하긴, 그럴 만도 하지요. 테러했다가 자신들의 본사에 나선창 궤도 폭격을 맞고 싶지 않다면 참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척량아. 아무리 나라도 그런 과격한 짓을 하지는 않아. 그들은 그래도 민간인이잖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참. 주군.]

    “왜?”

    [SL 그룹의 회장 박막기에게서 주군께 접견 요청이 와 있습니다.]

    “예전에 암살자 보냈던 거기?”

    [예.]

    “굳이 만날 필요가 없잖아. 내버려 둬도 고사할 텐데.”

    척량이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며 여상하게 말했다.

    그렇지. 그놈들 어차피 곧 망하잖아.

    사실 그놈들이 가진 공장이나 인프라 같은 것도 필요가 없고.

    내 포션 생산은 결국 내 스킬로 하고 있는 것.

    녀석들에게서 얻을 건 단 하나도 없다.

    그쪽 그룹에서 일하던 일반 직장인들이 하루아침에 무직자가 되겠지만, 이 혼란한 세상에서 그런 것까지 내가 챙겨줄 수는 없다.

    [그러면 거절 의사를 보내 두겠습니다.]

    “그렇게 해. 그리고 아까의 6조 원 있잖아.”

    [예. 주군.]

    “절반인 3조 원, 정비가한테 보내고 그걸로 자원 사서 북극에 먼저 탑 공사 시작해 달라고 해.”

    1,000조 원이 필요한 대공사. 정비가의 1천억이면 첫 삽을 뜨겠지만, 이 3조 원이 추가되면 기초 공사는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이후 일정은 어떻게 진행하시겠습니까?]

    “북한 지역 마경림 정리. 그러면서 정지한의 연락을 기다리자.”

    [예. 주군.]

    그리고 마경림을 정리하면서 [심검]을 더욱 수련하고, 더 나아가 [심원검계]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따봉을 써서 [심원검계]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가격은 무려 100억 따봉.

    차원 방벽 건설에 들어가는 따봉이 1,000억 따봉인데. 그중 10분의 1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요구하더라.

    미친 거 아냐?

    어쨌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척이와 다른 동료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니. 이대로 움직여야겠지.

    * * *

    엄지척이 다시 구 북한 지역의 마경림으로 달려간 순간. 정지한은 거대한 기업 제국의 황제를 만나고 있었다.

    정하 그룹의 회장 정만득.

    겉모습은 건강한 노인처럼 보이는 그는 그의 손자들 중 하나이며,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사실상 후계자로 점찍어 두었던 정수기를 옆에 세워둔 채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할아버님.”

    “손주 얼굴 한번 보기가 이리 어렵구나.”

    “바쁘니까요.”

    정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한다.

    그런 정지한을 보면서 정만득은 허허롭게 웃었다.

    “그래. 바쁘긴 했지. 정진 컴퍼니의 규모가 깜짝 놀랄 만큼 커졌더구나.”

    “예. 생산이사로 취임한 엄지척 헌터 덕분이죠.”

    “그리고 그런 엄지척을 끌어들인 네 능력 덕분이겠지?”

    “물론입니다.”

    잠시 두 조손은 말이 없었다.

    “그래. SL 쪽은 어떻게 할 게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아무것도?”

    “예. 그들에게 신경 쓸 시간은 없습니다.”

    거대한 기업이지만, 거대하기에 약점이 존재한다.

    그 약점을 찌르면 거대한 기업도 연쇄 부도가 나면서 쓰러지기 마련이다.

    특히 SL 그룹은 화학을 근원으로 하는 그룹.

    각종 포션으로 이미 업계를 장악한 정진 컴퍼니를 어쩌지 않는 한 그들에게 기사회생의 기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부채를 털어내고, 포션 계열을 완전히 분리해서 없앤다.

    그리고 화학 중에서도 특수 화합물 계열로 전환하는 것이다.

    비대한 몸의 살덩이를 떼어내고, 나약해지는 것.

    그것이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할아버지께서 SL을 탐내신다면 그대로 가져가셔도 됩니다. 어차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화학과 제약의 연구뿐이겠지만요.”

    포션을 제외하더라도 화학 분야와 제약 분야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었다.

    특히 포션에는 없는 것들도 많이 만들 수 있다.

    제약 부분으로 들어갈 경우 암 치료제.

    이것은 포션으로도 대량 양산을 할 수가 없다.

    포션 중에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엘릭서가 있고, 그것의 열화판인 엘릭서 레플리카가 존재한다.

    엘릭서 레플리카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확실한 치료제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이걸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는 백여 명이 채 안 되기에 그 가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일반인은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수준!

    때문에 아직도 화학과 제약 분야에서는 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연금술사들의 능력이 엘릭서 레플리카를 대량 양산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엄지척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제법 걸릴 일이다.

    그리고 정지한은 엄지척이 그런 것까지 생산할 정도의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SL 화학은 내버려 둔다.

    어차피 이제 한국의 재벌 기업 하나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레벨은 지났으니까.

    정진 컴퍼니는 지금 사실상 정하 그룹 전체보다도 더한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물론 전부 엄지척 덕분이다.

    “종말인가 뭔가 하는 거 때문이냐?”

    “예.”

    “그건 낭설입니다. 할아버님.”

    그때, 옆에 서 있던 정수기가 끼어든다.

    그는 세계 멸망에 대해서 불신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도 그는 믿고 있지 않았다.

    이 세계가 파멸한다고? 무슨 근거로? 성좌들이 그런 계시나 신탁을 내리기라도 했나?

    눈먼 예언가 스테파니 제시카?

    그 여자의 발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근거는?

    정수기 역시 강력한 후계자인만큼 꽤 다양한 정보가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제대로 믿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눈먼 예언가의 예언을 믿는 이는 많지 않다고 하던데…….”

    정만득의 말 역시 사실이었다.

    스테파니 제시카의 예언을 대다수가 믿었다면 지금보다 더 난리가 났을 것이다.

    미국의 기득권들은 그 예언을 들었고, 그걸 진실이라고 믿는 이들은 이미 별도의 그룹을 만들었다.

    그들은 과거 수많은 종교 예언서들에 나왔던 기록들을 바탕으로 이 세계의 끝을 점치던 와중이었기에 더더욱 쉽게 예언을 믿을 수 있었다.

    그것이 골든 호라이즌.

    믿지 않는 이들이 GOF를 결성한 것.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ABM의 아담 브론즈는 예언을 믿는 쪽이었지만.

    아직 다수의 기득권자들 전부가 그 예언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정지한도 그것을 아주 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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