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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41화 (241/305)
  • 제241화

    “만만치 않은걸. 그러면 그 정보 얼마에 살 수 있지?”

    “흠……. 선제시요.”

    “양아치니?”

    역시나 예상대로 미친놈 보듯 바라보는군.

    “그럼요. 지금 조금 시간이 없어서. 득을 볼 거면 빨리 봐야 하거든요. 게다가 정비가 사장님은 제가 사이클롭스를 공격하는 거 보고 나서 역계산해도 되시잖아요?”

    “관측하는 것만으로 정보를 전부 얻을 수 없으니까 그런 거지. 시간을 들이면 못 할 것도 없지만 네 말대로 시간은 없잖아?”

    시간이라……. 하긴.

    정비가 사장도 세계가 멸망한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정지한 대표가 말했었지?

    “그러면 한 가지 물어볼게요.”

    “정보 교환?”

    “그건 아니고요. 정비가 사장님은 세계 멸망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거죠? 탈출? 아니면 세계 멸망 저지?”

    “안 본 사이에 많은 걸 알게 된 모양이네?”

    그녀가 싱긋 웃더니 입안에서 사탕을 도록도록 굴린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초간의 침묵.

    “나는 자포자기 쪽이야. 프레퍼라고 알아?”

    프레퍼?

    세계 멸망이 온다고 믿으면서 종말의 그때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잖아?

    어랍쇼? 생각해 보니까.

    세계 멸망이 기정사실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세계멸망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었지. 아니. 제법 많았어.

    [이른바 음모론자라고들 합니다만, 사실은 세계의 진실에 다가간 이들이라 할 수 있겠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프레퍼라고 하면 강력한 피난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식량을 생산하며 생존을 도모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른 세계로 이주를 한다거나 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

    파멸한 세계에서 생존을 하려고 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려나?

    “정비가 사장님이 프레퍼족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어차피 세계는 망해. 사람들은 협력할 생각을 하지 않아. 그러니 나 혼자서라도 생존해야지. 물론 완전히 혼자는 아니야. 몇 명의 사람과는 함께할 거야. 내 기술은 그러기 위해서 쌓아온 거니까.”

    [왠지 그것 외에 다른 속셈이 더 있어 보입니다.]

    척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한테 가르쳐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건가.

    [그래도 저 말 자체가 거짓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장단을 맞춰주는 게 좋아 보입니다.]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일부러 씨익 웃었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야?”

    “어… 더 나은 방법이 있잖아요. 성좌 추종자들처럼요.”

    “그건 노예가 되는 거야. 노예가 될 바에는 죽어 버리라지.”

    음. 성좌 추종자가 되면 노예가 되는 건가?

    [대다수의 성좌는 인간을 개미 보듯이 하니까요. 성좌 추종자들이 성좌에게 노예 취급이나 받는다면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냐…? 하긴, [뒤틀린 성좌의 숲]에서도 끔찍하긴 했지.

    그나저나 정비가는 나름대로 파멸 이후를 준비하고 있긴 했구나.

    생판 타인인 나한테 전부 말해줄 수는 없어도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대답’을 한 셈이려나…….

    흐음…….

    “너는 어때?”

    그러면 이쪽도 대답을 해주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저는 멸망을 저지하려고 하고 있죠.”

    “호오, 행동을 보면 그럴 것 같긴 했지만. 확답을 받으니 웃기는걸. 내가 알기로 너, 남산 타워 던전을 소멸시킬 때 뭔가를 봤다고 하던데… 아니야?”

    이 정보는 대체 왜 이렇게 다들 알고 있는 걸까?

    다들 나 빼고 엄지척 교류회라도 갖는 모양이다.

    “봤죠.”

    “대충 뭔지 예상은 가. 그런 걸 보고도 할 수 있다고 믿어?”

    “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아니, 해내야 한다.

    내 말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아직은 잘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패기는 좋네.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자고. 어떤 무기를 어떻게 만들 건지. 가르쳐 주는 데 대한 대가는 뭘로 주면 좋겠어?”

    대가. 대가라…….

    [주군. 영향력과 자원을 요구하시지요.]

    아하?

    [북극과 남극, 두 개의 차원 방벽의 기둥을 세우려면 지금부터 진행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상당한 자금과 영향력이 들어가니 미리 시작해 두면 좋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건 그렇겠다.

    “차원 방벽이라는 게 있다는 건 혹시 아십니까?”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알아. 결계석도 사실 차원 방벽의 일종이지. 그래서 그게 왜?”

    “그걸 지구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규모로 설치하려고 하거든요. 북극하고 남극에 하나씩.”

    내 말에 그녀의 두 눈이 크게 뜨여진다.

    “성좌와 거래해서 얻은 정보입니다. 제작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세계 파멸을 막을 수가 있죠.”

    튜토리얼의 끝은 차원 방벽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차원 방벽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튜토리얼은 끝나지 않는다.

    물론 영원히 튜토리얼을 유예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아.

    그래도 인류가 더 강력해질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테니까.

    “크기는? 그리고 자원은?”

    “상세 데이터는 나중에 보내 드리죠. 일단 금액적으로는 미국의 1년 치 국방 예산 정도가 들겠네요.”

    미국의 국방 예산 1년 치. 그 정도면 가능하다.

    “와우. 엄청난 금액인데?”

    “하지만 인류 전체가 힘을 모으면 불가능하지도 않죠.”

    “그런데 인류 전체가 힘을 모으지는 않을 거다. 이거지?”

    “예.”

    일치단결하여 모든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못 만들 것도 없다. 하지만 우선 모든 나라의 수뇌부가 이 일에 대해서 미심쩍어할 게 뻔하다.

    과거 지구온난화도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판에 이게 될 리가 없어요.

    그리고 두 번째.

    내가 왜 그런 돈을 지출해야 하냐?

    때문에 단합이 안 되는 거다.

    X나 어리석음의 극치 아니냐?

    어차피 세상이 망하고 나면 그런 돈 같은 것은 휴지 조각에 불과한데.

    게다가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기득권층 놈들은 대부분 세계가 망하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골든 호라이즌도 그래서 나온 거고, 곤륜산 같은 조직도 그래서 생긴 거겠지.

    성좌 추종자도 그래서 생긴 거고.

    그런 상황에서 세계 멸망을 막는다는 내 계획을 저들이 신뢰하지 않을 거라는 게 문제다.

    내가 진실의 힘 스킬과 진실의 저울을 써도 이 판이 바뀔 거 같지가 않네.

    “푸흐흐흐흐. 사실 그래. 네가 진실로 그런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고 해도. 그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믿을 수 없으니까.”

    “성좌와의 거래로 얻어낸 지식임에도 말이죠?”

    “그 성좌라고 해서 제대로 알고 있을 거라는 보장이 있어? 성좌도 실수를 하거든. 그놈들이 위대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지전능하지는 않잖아?”

    그건 그렇다.

    내가 쓰러트린 영락한 성좌 [느린 녹음]만 해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좋아. 네가 줄 수 있는 지식에 대한 대가라면……. 나는 1,000억 정도는 내놓겠어. 어때?”

    미 국방 예산에 비하면 0.01% 정도 되는 금액이다. 괜히 천조국이 아니니까.

    그래도 첫 삽을 뜨기에는 충분하다.

    북극으로 사람과 공작 기계들을 보내고, 자원을 보내서 기초 공사를 시작할 정도의 돈은 된다.

    아니. 아예 정비가의 회사에 공사를 의뢰해도 될 일이었다.

    “좋습니다. 지식은 바로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이건 별도의 부탁인데 들어주시겠어요?”

    “말해봐.”

    “차원 방벽을 만들기 위한 결계 기둥의 공사를 정비가 사장님의 회사에 맡기고 싶은데요.”

    “그건 나도 해보고 싶은 일인데? 좋아. 해 주지.”

    “1,000억으로 기초 공사 들어가 주세요.”

    척량. 메일로 데이터 보내. 그리고 차원 방벽에 대한 것도.

    [예. 주군.]

    “오케이. 좋은 거래였어.”

    그녀는 그리 말하더니 손가락을 딱 튕긴다.

    그녀의 등 뒤쪽에서 작은 구슬 4개가 날아가더니, 차원문 같은 것을 만들어 냈다.

    이야. 저건 또 뭐야?

    “이건 과학의 산물이야. 그러면 나중에 또 보자고.”

    그녀는 차원문 안쪽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어떻게 여기 나타났나 했더니, 저런 수단이었나?

    [헤르메스의 발걸음보다는 못하지만, 확실히 훌륭하군요.]

    저렇게 똑똑한 사람도 세계 멸망을 인정하고 프레퍼가 되겠다고 하다니…….

    [역시 숨기고 있는 게 있겠군요. 아마, 높은 확률로 주군과 같은 길일 겁니다.]

    성좌인가?

    [네. 스스로 신이 되는 루트는 되어야 만족할 수 있겠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건 주군께서는 해낼 겁니다.]

    그래. 해내야지.

    몸을 돌려 자원들과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시작해 볼까.

    손을 비비고, 연금술을 사용했다.

    * * *

    사이클롭스 전쟁 사령관.

    다른 사이클롭스보다 50%나 더 큰 거체를 가졌고, 마력 역시 드래곤에 버금간다.

    단순히 마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지휘하기 위한 지식과 능력을 고루 갖춘 개체가 바로 이들이다.

    전쟁 사령관. 종교 지도자. 기술 총책임자. 그리고 왕.

    이 부류의 사이클롭스들은 그들 종족의 최고 수뇌부이며 그만한 책임과 능력을 지닌 자들.

    그리고 여기에 선 이는 던전 속 사이클롭스 사회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령관이었다.

    때문에 그는 대장군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대장군 퀴클.

    그들 사이클롭스들이 소인족이라 부르는 종족이 살고 있는 세계.

    그들은 이곳을 정복하고 자신들의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서 여기에 있었다.

    [주교.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았지?]

    [해가 두 번 질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기술자. 방어 마법진의 추가 제작은?]

    [용의 숨이 한 번 채워질 정도의 시간이면 끝날 거요.]

    한 명은 로브를 입었고, 다른 하나는 정비공 같은 복장을 했다.

    달랑 팬티만 걸친 전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

    그러나 이 둘도 대장군 퀴클보다 덩치와 키가 작았다.

    [더욱 서둘러라. 동족들의 안위가 우리 손… 어라, 저건?!]

    오싹!

    퀴클의 시선이 하늘을 향한다.

    그를 대장군으로 이끌어 주게 된 원동력.

    그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인 [감각적 미래 예지] 능력이 발동했다.

    곧 이곳은 철저히 파괴된다! 그의 예지력이 그에게 속삭였다.

    본래라면 이 자리를 피해야 할 터. 하지만 지금은 이곳을 목숨을 걸고 지켜내야 했다.

    [습격이다! 방어 마법을 전개하라! 광선을 쓸 수 있는 자들은 모두 하늘을 주시해라! 적은 하늘에서 온다! 어서 보아…… 아니다, 쏴라! 저것이다! 쏴서 파괴하라!]

    하늘에서 시뻘건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게 보였다.

    퀴클 자신도 눈에 마력을 들이붓는다.

    사이클롭스들이 선천적으로 할 수 있는 공격법인 안광에 의한 파괴 광선이 지상에서부터 하늘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흡사 인류가 그들을 향해 쏘았던 대공포들처럼.

    * * *

    “후… 맨몸으로 우주 공간에 올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주군의 경지가 그만큼 높아지신 것이겠지요.]

    “그러려나.”

    마법으로 만들어낸 보호막의 구체 안에서 나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내 머리 위로는 무한히 넓은 우주가 있다. 그리고 내 발밑으로는 지구가 있다.

    지구, 미국 뉴저지 사이클롭스들의 진영 바로 위 정지궤도.

    헤르메스의 발걸음은 나를 여기로도 올 수 있게 해 주었다.

    역시 레전드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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