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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40화 (240/305)
  • 제240화

    성좌로서의 내 능력은 따봉을 얻고, 그걸 힘으로 바로 변환하는 데 있다.

    성좌가 되어서 알게 된 점.

    성좌, 즉 신적인 존재들은 다른 존재들의 신앙심을 받아서 그걸 힘으로 바꿔 스스로의 힘에 더할 수 있다.

    때문에 강력한 성좌일수록 더욱더 강해진다. 딱 봐도 강해 보이는 놈을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아, 더럽게 세네. 이렇게 생각하겠지?

    그 마음이 바로 녀석들에게 힘을 준다.

    생명체의 감정이 성좌 놈들의 영양분이다, 이거지.

    그리고 내 따봉 능력은 적에게도 발동된다.

    -호퍼 넬슨에게서 112따봉을 받았습니다.

    바로 지금처럼.

    그런데 얘는 좀……. 따봉을 많이 준다?

    생각해 보면, 성좌들도 한 번에 1,000이 넘게 따봉을 줬지?

    상대의 강함에 따라서 따봉 포인트가 달라지나 보다.

    어쨌든 놈의 말에 대꾸를 해 주기로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화신체 아니다.”

    “거짓말……이 아니로군?”

    “대체… 그렇다면 그 강함은 어찌 손에 넣은 것이냐!”

    “가르쳐 다오! 만약 가르쳐 준다면, 나는 너에게 협조하겠다.”

    뜬금없네.

    잠깐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척량이가 있었으면, 이놈이 어떤 놈인지 조사해서 가르쳐 줬을 텐데.

    역시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금방 알게 돼.

    하지만 지금은 척량이 다른 걸 조사하러 간 상태라서 어쩔 수가 없네.

    “싸우던 와중에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하면 내가 그걸 믿겠냐? 하여튼…….”

    “믿을 수 있다.”

    “신뢰는 강제력이 있어야 하는 법. 믿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호퍼 넬슨의 두 인형이 번갈아 가면서 말한다.

    그냥 하나만 말하면 안 되나? 그나저나 이놈 정말 다급한가 보다.

    이런 식으로 입을 털 줄이야.

    “그 방법이라는 게 뭐지?”

    일단 물어봐서 손해날 것은 없으니 질문을 던져봤다.

    “계약과 약속의 성좌가 만든 계약서가 있다. 성좌의 힘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것은 계약을 강제로 지키게 만들지.”

    그건……. 정말 믿음직스럽긴 하네.

    성좌가 직접 만든 계약서.

    성좌의 힘이 담긴 것.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확실히 기능한다면 신뢰할 만한 물건이긴 하다.

    나는 녀석의 말에 칼을 양옆에 꽂아 놓고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따봉 상점을 검색했다.

    [계약과 약속의 계약서]

    계약과 약속의 성좌가 만든 계약서.

    계약을 어길 시 계약의 성좌가 그 계약을 강제 집행하며, 계약을 어긴 당사자의 영혼을 가져간다.

    성좌의 힘이 강제적으로 계약을 집행하게 해주는 계약서.

    이러면 믿을 수 있긴 하겠다.

    “좋아. 호퍼 넬슨. 나와 같은 힘을 가지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네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진실 되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모든 것을 알려 줘야 해.”

    “그건 싫다. 거짓을 말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방법을 다 가르쳐 줄 수는 없지. 내 밑천을 가져가려고 하는 거잖아?”

    내 말에 녀석의 두 인형이 나를 노려본다.

    “좋아.”

    “좋아.”

    “그렇다면 계약하자.”

    “계약서를 보아라.”

    두 녀석의 앞에 빛과 함께 계약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내용이 나와 녀석의 사이에 영상으로 나타났다.

    1. 호퍼 넬슨과 엄지척은 상호합의하에 이 계약서를 작성한다.

    2. 엄지척은 자신이 강해지게 된 비결을 ‘불완전’하게 호퍼 넬슨에게 가르쳐 준다.

    3. 호퍼 넬슨은 1년간 엄지척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는다.

    4. 계약과 약속이 이 계약을 보증한다.

    “이봐. 네가 나에게 협조한다는 조항이 사라진 거야 그럴 수 있는데, 호퍼 넬슨 네 녀석 혼자만 나를 ‘방해’하지 않는 것 정도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호퍼 넬슨이 방해 안 한다고 해도, 다른 골든 호라이즌의 인간들이 나를 방해할 수도 있으니까.

    이놈이 CEO라고는 하지만 최종 보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계약을 할 수는 없잖아?

    “골든 호라이즌은 방대한 조직이다. 몇 명의 최고 수뇌부가 의사 결정을 하지. 나는 그중 하나일 뿐이니 조직 전체의 행동을 내가 강제할 수가 없다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군.”

    “그러면 굳이 거래할 필요는 없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대충 8시간 정도려나.

    하지만 일단 호퍼 넬슨의 저택을 개박살 내 놨으니, 8시간 후 작전을 방해하지는 못할 거다.

    그 정도면 나는 만족한다.

    “노련하군.”

    “좋다. 급한 건 내 쪽이니…….”

    녀석이 손가락을 튕기자 내용이 변했다. 3항의 내용이 변했다.

    3. 호퍼 넬슨은 1년간 엄지척의 행동과 요청에 ‘가능한 만큼 협조’한다.

    “어떤가?”

    “내가 협조한다면 골든 호라이즌 전체의 움직임도 늦출 수 있다.”

    조력자를 얻는다라! 나쁘지 않은걸.

    좋아. 그렇다면 할 만하지. 하지만…….

    “조건을 추가했으면 하는데.”

    “어떤 조항을 원하지?”

    “말해라.”

    “호퍼 넬슨은 1년간 엄지척의 행동과 요청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가능한 만큼 협조’한다.’로 고치자고.”

    내 말에 녀석은 잠시 침묵한다.

    “좋다.”

    “그렇게 하지.”

    계약서가 내 앞으로 날아온다.

    그곳에는 내가 말한 것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손을 가져다 대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호퍼 넬슨과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Y/N

    Y를 누르자 빛과 함께 계약서가 사라졌다.

    “말해라.”

    “어떻게 하면 너와 같은 힘을 가질 수 있지?”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어렵지. 성좌가 돼라.”

    나는 진실을 말해 줬다. 성좌가 되면 나만큼 강해질 수 있잖아?

    “뭣!?”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흠…. 그래. 조금 더 서비스를 해 줄까?”

    팔짱을 낀 채로 한 손만 올려서 턱을 문질렀다.

    그리고 말했다.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뉴저지의 사이클롭스 공략을 도와라. 그러면 정보를 더 가르쳐 주지.”

    “큭…….”

    “네놈…….”

    “할 거야?”

    두 인형 전부 투구를 쓰고 있어서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다.”

    “최대한 지원하지.”

    “그래서 추가적인 정보는 뭐지?”

    “제대로 말해야 할 거다. 너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했지, 너라는 개체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장난이냐… 뭐. 좋아. 나는 왜 유명해지려고 했을까?”

    “성좌가 되기 위해서 유명세가 필요한 건가…….”

    “단순한 유명세는 아닐 터다. 그렇다면…….”

    놈이 뭔가를 고민한다.

    경외심에 대해서 혹은 신앙에 대해서 녀석이 알아차릴지, 알아차린다고 해도 어떻게 수급할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알아서 하겠지.

    “작전은 지금부터 정확히 6시간 36분 후에 시작한다.”

    “알고 있다. 네놈이 아담 브론즈를 움직인 것도 이미 파악했지.”

    “좋다. 뉴저지의 사이클롭스를 공격하는 데에 협조하도록 하겠다.”

    “호퍼 넬슨. 네가 어떤 형태로 나에게 협조할지는 모르겠지만……. 계약을 어긴다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 명심해라. 아까의 정보도 허술한 것 같지만 귀중한 정보야. 알고 있겠지?”

    “명심하지.”

    “너야말로 헛수고는 그만하는 게 어떤가? 어차피 세계는 멸망한다. 네가 그 어떤 노력을 한다 해도.”

    “글쎄.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니까.”

    호퍼 넬슨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나는 공간을 뛰어넘는다.

    앞으로 몇 시간 안 남았으니까. 할 일이 많다.

    * * *

    [주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갔던 일은 잘 끝냈어?”

    [물론입니다. 주군께서는 어떠십니까?]

    “나름대로 잘 끝냈어.”

    척량과 헤어졌던 빌딩의 옥상. 그 위로 다시 되돌아왔다.

    척량은 이미 일을 끝낸 듯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보고드리겠습니다. 골든 호라이즌은 6인회라고 하는 최고 수뇌부에 의해서 통치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여섯 개의 세력이 통합된 곳이며, 일종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세력 내에 작은 세력 수십 개가 들어가 있습니다. 피라미드 같은 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작은 세력 수십 개를 총괄하는 하나의 보스 세력. 그리고 그 집단 하나가 6인회의 한 축을 맡는다. 그런 구조로군.”

    [그렇습니다. 6인회의 권력은 서로 동등. 세력도 서로 엇비슷합니다. 그리고 전원이 미국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집단입니다.]

    “다른 외국에도 저런 놈들이 있겠지?”

    [유럽에도 골든 호라이즌과 비슷한 조직들이 몇 있습니다. 골든 호라이즌의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호수의 여명회]와 [세피로트 조하르], [곤륜산]이 현재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호수의 여명회는 어디고, 세피로트 조하르는 또 어디래. 곤륜산은 딱 봐도 중국 계통인 거 같긴 한데.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골 때리는 조직도 많구나.

    “일단 호퍼 넬슨은 내 편으로 끌어들였어.”

    호퍼 넬슨과의 계약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자, 척량은 감탄한 듯했다.

    [실로 훌륭하신 용인술. 역시 주군이십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자, 그러면. 다음 계획은 6시간 정도 남았으니. 시작해 볼까?”

    [예. 주군.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래. 가자고.”

    척량이 내 목으로 되돌아와 휘감긴다. 그다음 즉시 공간을 넘었다. 도착한 장소는 인천항 근처의 대형 물류 창고.

    엄청난 숫자의 텅스텐과 마정석 그리고 각종 마법적인 힘을 띤 금속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 역시 정지한이야. 미리 부탁한 마법진도 바닥에 잘 만들어져 있는데?

    “바빠? 엄지척 군.”

    그렇게 감탄하면서 보고 있는데, 의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간 이동은 이게 문제야. 이동하고 난 후에 바로 누가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워.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정장을 입은 정비가가 입에 사탕 같은 걸 하나 물고 있었다.

    “먹을래? 두뇌 활동에는 당분이 필요하거든.”

    “지금은 거절할게요. 무슨 일이시죠? 여기까지 오시다니 별일이시네요.”

    정비가.

    그녀는 연구소에서 어지간하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옛날에 무척이를 꾀어낼 때도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재미난 일을 벌인다고 들어서. 사이클롭스 쪽을 토벌하려고 한다며?”

    “그 이야기가 정비가 사장님에게까지 흘러들어 갔나요?”

    “그럼. 이렇게 자원을 급하게 끌어 모으니까. 이것들. 왜 준비한 거야? 아니아니. 질문을 바꿀게. 뭘 만들려고 준비한 거야?”

    “그거야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외눈거인의 진영을 파괴할 무기를 만들려고 하는 거지.

    “흐응. 내 뜻이 잘못 전달된 거 같은데. 다시 물을게. 어떤 무기인데, 어떤 힘으로 사이클롭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거야?”

    “기업 비밀인데요.”

    그걸 순순히 가르쳐 주면 안 되지.

    누가 그러더라.

    잘하는 건 공짜로 해 줘서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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