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39화 (239/305)

제239화

“프로젝트 아크(Ark)는 다른 조직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비밀결사일세. 우리의 세계가 파멸하고 난 이후에 적어도 1천만 명의 인구는 다른 차원으로 도피할 계획이지. 다른 그 어떤 비밀결사나 조직들보다도 우리는 더 앞서 있는 상태네. 그런데 그 미래에서 쓰일 소중한 전력을 겨우 몇 달의 시간을 더 벌자고 저 사이클롭스에게 가져다 바친단 말인가? 그건 난센스야.”

1천만 명.

그것 참… 많은 숫자긴 한데…….

지금 인류의 인구는 그것보다 수백 배는 더 많지 않았던가?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군그래.”

“수십억 인류를 구하려는 노력조차 안 하겠다는 선언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거든요.”

“어리구먼. 이미 그들은 시체나 다름없어. 죽음이 결정되어 있지. 이 지구를 구할 방법 따위는 없다네, 없어. 실낱같은 가능성조차도 없지. 그렇다면 남은 것은 탈출뿐이지 않은가?”

“…….”

“우리는 저 사교도 놈들처럼 성좌의 총애를 받아 우리만 쏙 빠져나가려는 짓은 하지 않고 있거든. 1천만의 인류를 생존시키고, 문명과 문화를 이어 간다. 우리 골든 호라이즌만이 가능한 일이야!”

알 것 같다.

골든 호라이즌.

황금 지평선이라는 뜻 그대로군.

이벤트 호라이즌이라는 단어가 있다.

번역하자면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뜻으로, 이 사건의 지평선은 그 내부에서 일어난 그 어떤 사건도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되어 버린다고 하던가.

나도 얻어들은 거지만 대표적으로 블랙홀의 경계가 있다고 했지.

블랙홀 그 안쪽은 어떤 정보도 관측할 수 없으며, 블랙홀 주변과 그 외의 지역은 ‘시간’조차 뒤틀린다고 하더라.

이놈들은 바로 경계의 너머로 인류를 데려가겠다는 포부로 자기네 조직명을 골든 호라이즌이라고 한 것이다.

“그래. 좀 대단하네. 그래서 어쩌라고?”

나는 말을 놓아 버렸다.

번역 스킬 때문에 뉘앙스까지도 다 통역은 된다.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아니. 이해해. 인간을 자원으로 보는 네놈들의 입장에서는 다 죽을 사람들 중에서 1천만 명이라도 살려서 갈 수 있다니 대단하긴 하지. 그런데… 죽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

“어차피 죽을 놈들의 마음 따위가 중요한가?”

오만한 눈빛을 보면서 화가 쬐끔 났다.

죽창, 역시 인류사에 죽창만큼 명쾌한 답이 없지.

“중요하지. 내 가족, 내 친구가 그렇게 죽을 사람 목록에 들어갈 거잖아.”

“자네의 주변 인간들을 방주에 태워 준다고 한다면?”

“그러면 내 주변 사람들의 주변 사람들은?”

“끝이 없군그래.”

“그래. 끝이 없지. 그러니 여기서 말해 두겠는데, 돕지 않을 거라면 방해도 하지 마라. 그러면 나도 여기서 물러나 주지.”

“싫다면?”

“적이 되겠다는 거지? 너희들이 나를 방해하듯이, 나 역시 너희들의 프로젝트 방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아 두면 좋을 것 같은데.”

내 말에 노인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그걸 던져 버렸다.

쨍그랑!

“교섭 결렬이로군. 아깝지만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겠지. 자네는 여기서 제거되어 주어야겠네.”

“글쎄다. 그럴 수 있을까?”

그림자를 전개한다.

내 몸에서 뻗어나간 그림자는 바닥과 벽을 물들이며 집어삼킨다. 동시에 내공을 끌어올린다.

호신강기는 더욱더 견고하고 강렬하게 내 몸 주변에서 타오른다.

“나 골든 호라이즌의 6인회 의원 알케믹 퍼펫티어 호퍼 넬슨을 너무 무시하는군. 엄지척, 여기가 네놈의 무덤이다!”

“싸구려 악당 같은 대사 하기는!”

선수필승!

혼원권(混元拳) 단형격(斷玄擊)!

주먹에 서린 권기가 극쾌의 속도로 날아간다. 그것은 그야말로 포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펑!

녀석은 아무런 방비도 없이 권기에 얻어맞고 큰 소리와 함께 그대로 터져 나갔다.

이야……. 끔찍해라.

하지만 그것에 신경 쓰기도 전에 오싹한 감각이 느껴졌다.

찌릿!

본능에 따라 뒤로 급하게 물러서며 그림자로 주변의 공간을 쥐어 잡아서 고정했다. 그 순간.

콰쾅!

내가 겨우 인지할 수 있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천장을 박살 내며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천장이 파괴될 적에 발생한 충격파가 나를 포함해서 사방을 뒤덮는다.

묵직하고 거센 그 무형의 압력은 대단해서, 벽이 갈라지고 내가 그림자로 붙잡은 건물의 이것저것이 박살 나서 흩어진다.

이윽고 그것이 지면에 닿았다.

크레이터를 만들면서 떨어진 그것은 방금 전의 초음속 충돌의 여파를 일으켰다.

극렬한 충격파가 한 번 더 사방으로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고, 뜨거운 열기의 폭풍까지 같이 몰아쳤다.

이거 뭐……. 운석 낙하 같은 위력인데?

지극히 짧은 찰나의 시간 속에서 그렇게 생각하며 그림자를 재빠르게 회수. 그리고 내 앞에 겹겹으로 방어막을 쌓았다.

콰 – 쾅!

저택 전체가 날아가 버렸다.

지면은 살짝 녹아서 반쯤 용암화되어 부글거렸다. 그리고 그런 참상을 만들어낸 것은 두 명의 인간이었다.

워우… 쩐다.

뭔 놈의 로봇 같아 보이는 강화 슈트를 입었네? 비싸겠지?

[호문클루스 098]

등급 : S+

반생반사의 인형. 연금술사이자 인형술사인 호퍼 넬슨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전투용으로 여성체.

[호문클루스 099]

등급 : S+

반생반사의 인형. 연금술사이자 인형술사인 호퍼 넬슨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전투용으로 남성체.

하나는 덩치가 2.5미터는 되어 보이고 터프한 근육질의 남성체.

다른 하나는 1.8미터에 상대적으로 날렵하고 날씬해 보이는 여성체.

사이버네틱스 같은 슈트를 걸쳤는데 저런 물건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거기다가.

아무래도 정보를 제한하는 종류의 스킬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라면 내 통찰의 눈으로 봐서 이 정도 정보만 나올 수가 없으니까.

“내 최강의 전투 인형으로 네놈을 상대해 주마.”

“영광으로 알도록.”

둘이 번갈아 가면서 입을 열어 말한다.

이것들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본체는 대체 어디 있는 건지…….

“하아…….”

한숨이 나왔지만 어쩔 수 없지. 일단 쓰러트린다.

그러면 더 이상 사이클롭스 처리에 한해서는 방해하지 못하겠지.

“그러면 덤비기나 해라.”

쌍검을 뽑아들었다. 단번에 해치워 주마.

* * *

알케믹 퍼펫티어.

연금술사이자 인형술사.

본래부터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지구에 던전이 최초에 출현하던 당시에 다리 두 개와 팔 하나를 잃었다.

왼손 하나만 남은 그는 절망했지만, 일 년 후 알케믹 퍼펫티어라는 직업을 각성하고 헌터가 되고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냈다.

자신의 신체를 수복하고, 나아가 세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지 중에서 왼팔 하나만 남은 채로 살았던 1년의 생활은 그의 심경에 여러 가지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 타인의 위에 서서 명령을 내리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게 자리 잡았던 탓.

사업가로서의 생활과 헌터로서의 생활을 양립하며 그는 금세 미국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퍼펫 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무섭게 성장하던 그는 그와 비슷한 사상과 행동력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되고 전략적인 제휴를 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골든 호라이즌이었다.

때문에 그는 엄지척에 대해서 조금의 걱정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 적극적으로 알라지 않았을 뿐.

그 역시 헌터로서는 최상위 랭커니까.

레벨 142.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초강자로서 그는 엄지척을 죽이기 위해서 모든 힘을 다하기로 하고 최대 전력을 꺼내들었다.

호문클루스 098은 원거리 공격 포지션의 전투 인형이며 여러 가지 능력을 탑재했다.

투명화, 고출력 레이저, 순간적 미래 예지에 의한 전투 보조, 보호막 생성, 염동력, 환상.

호문클루스 099는 근접 공격 포지션의 전투 인형으로 098에 비해서는 조금 심플하지만 강력한 능력을 가졌다.

괴력, 초월적인 신체, 강력한 대검 격투술, 일시적 시간 가속, 오러, 재생력.

최대 전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심심한 능력 같지만 두 개체의 출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거기에.

호퍼 넬슨의 스킬에 의해서 강화까지 이루어진다. 그가 직접 만든 도핑 물약이 투입되고, 인형술사로서의 힘이 이 두 호문클루스의 힘을 극대화한다.

이 두 전투 인형이라면 사이클롭스 한 개체와 싸워도 필승한다고 자신할 정도.

그럼에도.

호퍼 넬슨은 인형을 조종하며 경악했다.

어째서 엄지척은 쓰러지지 않는가?

* * *

성좌가 되면 이미 보통의 인간은 아니라서 감각도 비정상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여성체 쪽의 머리에 마력이 차오르는 게 보이자마자 몸을 움직였다.

츠파아아앗!

두 눈에서 레이저 빔!

멋진걸!

속으로 그렇게 외치면서도, 미리 낌새를 눈치채고 회피한 나는 두 개의 검에 강기를 일으키며 앞으로 달렸다.

그러자 나를 향해 거인이라고 해도 될 법한 남성체 호문클루스가 덤벼들어 온다.

온몸에 오러를 불타는 망토처럼 두른 채로 덤벼드는 것에서 응집된 파워가 느껴졌다.

위웅!

동시에 무형의 압력이 나를 덮쳐 온다.

요새는 염동력 쓰는 적들이 많은걸?

위이이잉!

나 역시 염혼염동을 전개하며 그 힘을 중화. 그리고 쌍검을 들고 무공 초식을 사용했다.

혼원건곤검법. 건곤반극!

두 개의 검이 건기와 곤기로 나뉘고, 그것은 교차하며 천지개벽의 파괴력을 만들어 내며 검로를 그린다.

절삭력, 폭발력을 동시에 갖춘 참격이 그대로 남성체의 몸을 갈라 버렸다.

콰쾅!

본래라면 동강이 나야 됐지만, 녀석의 슈트가 제법 튼튼한지 슈트만 파괴되어 조각이 떨어져 나가며 놈이 나가떨어졌다.

덩치 값을 못하네. 나보다 힘은 달리나 봐?

그러면 추가타 들어갑니다!

위웅!

“헐?”

주변의 풍경이 뒤바뀐다.

우거진 수풀이 나타나고, 추가타를 넣으려던 남성체 인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합!”

쌍검을 풍차처럼 돌리며 주변으로 강기를 뻗어낸다. 그러자, 내 강기가 수풀을 그대로 관통한다.

이거 환상이네? 하지만 그냥 환상은 아니야.

내 감각은 이것들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으니까.

제법 재미난 스킬을 가지고 있는걸?

그렇다면…….

두 개의 쌍검을 빗겨 든다.

건곤파천!

건기와 곤기. 두 개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지 않고 서로 충돌한다.

그것은 강기로 이루어진 강대한 파괴가 되어 지상에 강림했다.

콰콰쾅!

나를 중심으로 반경 수십 미터가 강기의 폭발에 그대로 ‘증발’해 버린다.

그리고 반경 수백 미터가 방금 전 일어난 폭발의 충격파에 초토화되며 쓸려 나갔고, 고열에 의해서 지면이 녹아내린다.

저 두 인형이 운석처럼 떨어질 때와 유사한 모습.

덕분에 환상도 전부 날아가 버렸다. 역시 환상 같은 건 광역 공격에 취약한 모양이야.

동시에 내 감각도 정상적으로 작동.

두 녀석은 이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보호막을 만들어 방금 전의 공격을 방어한 것으로 보였다.

“네 녀석에 대한 정보로는 이 정도 실력이 아니었는데…….”

“설마! 네 녀석, 성좌의 화신체가 된 것인가!”

두 인형이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목소리로 번갈아 가면서 소리친다.

거리가 멀어도 그럭저럭 들리는 목소리에 어깨를 으쓱해 주었다.

화신체라니.

성좌 본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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