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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37화 (237/305)
  • 제237화

    “자. 그러면 노크를 해 볼까.”

    주먹을 가볍게 쥐고, 그대로 정권 지르기 한 방!

    펑!

    권풍이 날아가 그대로 수십 층 높이의 빌딩을 향한다.

    중간에 새파란 빛의 장막이 나타나 내 권풍을 방어하자 폭음이 일었다.

    그리고 곧이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왜에에에에에엥!

    수를 세기 어려운 숫자의 드론들이 빌딩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온다.

    하나하나가 제법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정비가…… 쪽의 드론은 아니고, 아담 브라운이 소유한 회사에서 직접 만든 거려나? 놀라운데?

    일단 드론이 나를 바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헤이헤이헤이! 이게 누구신가? 엄지척 헌터가 직접 내 집에 오시다니, 놀라운데?”

    홀로그램이 나타난다. 그리고 드론 중 하나에서 그의 육성이 들려왔다.

    ‘이야. 최첨단 기술이네~’라고 할 정도는 아니려나.

    “오랜만입니다, A/B.”

    “습격 같은 빅 이벤트는 아닌 것 같고. 무슨 일이지?”

    “사이클롭스 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들어가도 될까요?”

    “물론 언제나 환영이지. 자. 길을 열어 줄 테니 들어오라고.”

    드론들이 다시금 빌딩으로 재빠르게 회수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빌딩의 옥상에 빛이 들어오며 내가 내려야 할 장소를 표시한다.

    그리로 가서 내려섰다.

    그러자, 옥상 끝 쪽에 있는 문이 열리고, 한 명의 노인이 절도 있는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일전에 봤던 아담 브론즈의 집사 할아버지였다.

    “방문을 환영합니다, 엄지척 헌터. 이쪽으로 오시지요.”

    “갑작스러운 방문인데 환영해 주시니 감사하군요.”

    적당히 말을 받고서 노집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지나자 바로 엘리베이터가 나오고, 그걸 타고 몇 층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나온 것은 주변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사방이 통유리로 된 방이었다. 고풍스럽고 호화롭다…기보다는 깔끔하고 얼리어댑터가 살 법한 그런 공간.

    사실 저 유리창 너머의 광경이 더 호화스러운 게 아닐까 싶다.

    널찍하고, 온통 하얗고, 여기저기에 희한한 형태의 제작형 로봇 같은 게 매달려 있다.

    정비가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의 공간이었다.

    “여어. 어서 오라고. 아래층에서 회의 중이었는데, 너를 위해서 중단했거든. 좋지?”

    아담 브론즈가 그런 공간 한가운데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람은 여전히 말투가 희한하네?

    하긴.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앉지 그래?”

    “물론이죠.”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시간 낭비 안 좋아해. 그러니 일단 물어볼 거부터 물어보지. 어떻게 왔어?”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이 있죠.”

    “한국에서 여기까지 올 정도야? 그런 능력은 보고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새로 생겼습니다. 당신이 세계 최초 목격자겠네요.”

    헤르메스의 발걸음.

    성좌 [죽음과 삶의 경계를 여행하는 전령]의 스킬.

    내가 인식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든 공간을 넘어 이동할 수 있다.

    마력은 많이 소모되지만, 감당할 만하다.

    “점점 가치가 수직 상승하는군? 직업에 관계없이 스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한 거지만, 이런 일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걸. 한계가 없는 건 아닐 테고……. 시간이 필요한 종류의 직업인가 보네. 맞나?”

    “맞습니다만……. 그 전에 이걸 봐 주시죠.”

    나는 그림자에서 아까 구입했던 진실의 저울을 꺼냈다.

    “오! 진실의 저울이잖아? 세계에 단 5개밖에 없는 물건인데.”

    아담은 내가 꺼낸 걸 알아봤다. 그런데 이게 이미 5개나 있었어?

    몰랐네.

    “진실의 저울까지 꺼내다니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나 본데. 좋아. 진실 좋지. 나는 언제나 진실의 친구거든.”

    “세계의 멸망까지 앞으로 약 1년 남은 건 알고 계십니까?”

    “정확하게 하자고, 친구. 멸망은 아니야. 지금의 인류 약 80%가 사망하는 것뿐이지. 그리고 문명도 퇴보할 거고.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는 남지 않겠어?”

    아담의 말에 저울은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알기로 인류는 절멸에 가깝게 죽습니다. 멸종할 수도 있고요.”

    내 말에도 저울은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둘 다 진실을 말하고 있다.

    진실의 저울은 주변의 인간이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만 가르쳐 주기 때문에.

    그 사람이 틀린 정보를 진실로 믿고 있다면 이렇게 되어 버린다.

    “재미있는걸? 우리 둘 중 누가 틀린 거지?”

    “당신입니다.”

    “그만큼 네가 가진 정보의 출처가 믿을 만하다는 건가?”

    “예. 저의 정보 출처는 ‘절망’이니까요.”

    “절망…….”

    아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서울 남산 타워의 던전에서 있었던 일이구나? 그렇지?”

    “맞습니다.”

    “흐음… 절망이 절망스러운 미래를 보여준 모양인데……. 그 성좌, 믿을 수 있는 거야?”

    “희망이 보증했거든요.”

    “희망이라… 그러고 보니 넌 희망의 수호자를 가지고 있었지?”

    내가 가진 타이틀 그리고 방패. 둘 다 희망의 수호자.

    이 두 개 덕분에 난 정신적인 공격에서는 면역이 된 지가 오래였다.

    “그렇다면… 내 쪽 정보가 더 낡은 거로군.”

    “누구의 정보죠?”

    “눈먼 예언가 스테파니 제시카.”

    [미국의 가장 유명한 백 명의 헌터 중 한 명이며, 그중 최상위의 열 명의 초인들인 텐 스타즈의 한 명입니다. 예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GOF 소속인 여성입니다.]

    척량의 설명.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헌터 업계에서 구르면 적어도 [텐 스타즈] 정도는 알게 되니까.

    열 개의 별.

    그중의 한 명인 스테파니 제시카는 예언 능력 외에도 강력한 마법사로 알려져 있었다.

    눈먼 예언가라는 별명은 사실 그녀의 실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녀는 눈이 멀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마법으로 주변을 인지하는데, 눈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몰랐나? 이 미국의 여러 기득권들은 그 사람의 예언을 들은 이후 각자도생할 생각만 가득하지. 물론 몇몇은 나라를 지키고 세계를 지키겠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아니야.”

    “그러면 골든 호라이즌을 아시겠군요.”

    “그치들? 잘 알아. 그치들이야 말로 다른 세계로 이주하겠다는 골 때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놈들이거든. 그놈들 내부에 여러 가지 비밀결사도 뒤섞여 있고.”

    역시.

    미국 최대 재벌 중 하나. 알 건 아는구나?

    “최근에 네가 그쪽을 건드린 것도 알아.”

    “꽤 많은 걸 알고 계시네요. 그러면 사이클롭스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그쪽은 몰라. 스테파니도 보이지 않는다더군. 그러면……. 너는 뭘 알고 있지?”

    “약 56시간 이후. 뉴저지 지역의 거의 대다수는 마경으로 변하게 되고, 사이클롭스의 군대가 튀어나올 겁니다. 정확한 정보예요. 그렇게 되면…….”

    “되면?”

    “아마도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죽을 겁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가 위기에 처할 것이고, 워싱턴도 위험 지역에 들어가겠죠.”

    “이런…….”

    내 말에 아담은 장난기 넘치던 표정을 거두고는 두 손으로 깍지를 꼈다. 그리고 우리 둘 앞에 놓여진 저울을 봤다.

    “네가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는 게 아니라면 블러핑은 아니라는 거군. 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핵미사일은 쓰지 않을 테니까요. 제 말이 맞죠?”

    “맞아. 자국 내에 핵을 쓰는 건 최후의 수단이지. 그리고 겨우 56시간 사이에 최악의 상황이 올 거라는 상상력을 가진 인간은 많지 않거든. 아니.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근거로 행동을 하는 건 어렵지.”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마경이 된 이후에는 핵을 써도 소용이 없을 겁니다. 방사능도 정화할 수 있는 종족이라고 들었거든요.”

    “진짜? 그런 능력이면 탐나는걸. 원자로를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건 장점인데.”

    그의 말은 농담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뭐야? 엄지척 헌터. 네가 원하는 건 뭐지?”

    “사이클롭스들을 쓰러트리는 겁니다.”

    힐끔. 그의 눈동자는 저울을 향했다.

    “진실이군. 아니. 이 저울이 아니더라도, 알 것 같아. 이건… [진실의 힘] 스킬이지? 진실을 말할 경우 호소력과 신뢰성을 얻는 스킬.”

    “그 말 그대롭니다. 당신을 설득하려고 준비한 거죠.”

    “좋아. 좋아……. 사이클롭스들을 쓰러트려서 네가 얻는 것은 뭐지? 왜 저것들을 쓸어버리고 싶은 건데?”

    이 질문에는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따봉을 받고 싶거든요.”

    “뭐?”

    그는 멍청한 얼굴이 된다. 그리고 저울을 봤다.

    그다음에 다시 나를 본다.

    “뉴저지를 구하고, 사람들을 구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는 세상을 구할 거고요. 그 모든 것을 이룩하면서 저는…….”

    잠시, 말을 끊고 호흡을 골랐다.

    “지구 최강 갓튜브 스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 *

    [정지한은 작전에 동의하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필리핀에서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7시간 후 작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A/B는?

    [아담 브론즈 역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GOF 쪽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고 있으며, 정부 관계자들을 협박하고 회유하고 있는 중이죠. 문제는 골든 호라이즌입니다.]

    그놈들은 또 왜?

    [방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친놈들이네… 세상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건가?

    [아담 브론즈가 손을 쓰고 있으나, 이대로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어떻게 한다?

    [참수 작전은 어떠십니까?]

    참수 작전이라…….

    외눈거인들의 진영에서 대략 3k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고층 빌딩의 옥상.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저 멀리의 사이클롭스들을 지켜보고 있던 중이다.

    내가 생각해낸 작전들이 여럿 있고, 그것을 이용해서 저들에게 타격을 줄 생각이다.

    그리고 잘된다면…….

    아마도.

    저들 사이클롭스들의 행위를 방해하고 저들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걸 방해하고 있는 꼬라지가… 아주 그냥. 빡이 쳐요.

    거기에 척량이 제안한 것은 참수 작전.

    [골든 호라이즌의 최고 수뇌부는 저의 능력으로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만 실행 조직의 수장들을 처리한다면 충분한 효과를 줄 수 있을 겁니다.]

    그거 꼭 삼국지 게임에서 장수를 하나둘 처형하다 보면, 장수가 없어서 병사가 많아도 전쟁 못 하는 것과 비슷하다?

    [비슷하지요. 인재라는 것은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이미 악(惡)입니다. 수백만의 죽음을 일으키려는 자들이니까요.]

    그건 그래.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걔들은 왜 방해하는 거지?

    그놈들이 세계 멸망을 기정사실로 여긴다면 이 정도에는 움직이지 말아야지.

    [그렇군요. 확실히… 그건 이상한 일입니다.]

    알아봐. 그리고 나도 나대로 움직일게.

    [알겠습니다. 정보를 더 파보도록 하겠습니다.]

    척량이 내 목에서부터 슬그머니 일어섰다. 그리고 공간을 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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