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33화 (233/305)

제233화

엄지척은 달린다! 바이크를 타고 하늘을 질주하는 모습은 사람을 벗어난 느낌이었다.

첫 번째 던전을 격파할 때는 다들 환호를 질러댔다.

두 번째 던전에 들어가자 다들 마력이 넘쳐나느냐고 소리 지른다.

세 번째 던전을 격파하자, 엄지척에게는 마력 회복 능력이나 마력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음에 틀림없다고 사람들은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던전까지 격파했을 때.

이제는 외국인들까지 엄청난 숫자가 들어와서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기묘한 경외감.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갓튜브가 아닌 정규 방송국에서도 긴급 속보와 방송을 틀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마경림을 불태워 정화하고, 마경림 내의 던전을 하루 만에 5개 소멸시키는 생방송이 나가니 다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건 당연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그 관심은 선한 자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골든 호라이즌.

미국을 중심으로 암약하고 있는 이 단체 역시 엄지척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제임스 킴이 아무것도 못 하고 잡혔다지?”

“성좌의 챔피언이었다는데… 함정에 빠진 것 아닌가?”

“하지만 저 마력량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성좌께서 은총을 내려 주셨다고 한들, 저 정도 레벨은 불가능해.”

“강력한 유물이나 아티팩트를 소유했을 가능성이 높아.”

둥근 원탁.

그리고 그 원탁에는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골든 호라이즌을 총괄하는 자들로, 육인회라고 불리는 존재들.

그들은 침중한 표정으로 장내를 바라보았다.

각기 강력한 성좌의 챔피언 혹은 사도인 자들로, 세계를 좌지우지하려고 노력해 온 이들이기도 하다.

세계를 이면에서 지배해온 자들.

혹자는 음모론에 나오는 그림자 왕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세계의 멸망을 인지하고 일찌감치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 중이었다.

프로젝트 ‘방주’.

성경에 기록된 것과 같이.

그들만의 생존을 위한 방주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었다.

“던전의 소멸은 분명 이 세계의 종말을 유예하기 위한 행동일 터. 그렇다면 A/B와 손을 잡았을 수도 있다.”

“이미 둘은 접촉을 했었지.”

“어떤 대화를 나눈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경계할 만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나서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데…….”

“GOF를 움직이지.”

원탁에 앉은 이들은 빠르게 의견을 교환하고 결론을 도출했다.

가디언 오브 프리덤.

미국 제일의 규모와 세력을 가진 조직. 그 배후에는 미국 정부가 존재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 있는 곳.

그러나 사실 이들 골든 호라이즌의 영향력 안에 들어 있는 조직이기도 했다.

사실상 미국의 1위 세력과 3위 세력이 하나인 것.

이들에게는 A/B야말로 가장 큰 경쟁자인 셈이었다.

“그걸로 엄지척을 제거한다.”

골든 호라이즌 수뇌부의 원탁회의. 그곳에서 엄지척의 적극적인 제거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비밀결사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몰랐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곧 이 결정을 번복하게 될 거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 * *

귀가 가렵네. 누가 날 죽이려고 하는 기분이 드는걸.

[성좌가 되셨으니, 단순한 기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긴 그럴지도. 그러면 어떤 놈이 진짜 나를 죽이려고 드는 거겠네.

하기야 나 죽이려고 드는 놈들은 이미 많이 있었으니까.

그러니 그건 신경 쓸 게 못 된다.

“어디 보자…….”

내가 불태우고 잿더미로 만든 지역이 대충… 여의도 두 배 정도 되는 면적이다.

그렇게 청소가 끝난 지역의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이야. 겨우 이 정도 지역에 던전이 5개나 있었던 거야?

이러니 마경이 될 만하다.

시선을 들어 마경림 지역을 보니 기가 질렸다.

저쪽으로 들어가면 더욱더 많은 던전이 자리를 떠억하고 차지하고 있겠지?

속도를 더 내야 할 것 같은데.

한국 땅에서 비인기 던전은 싹 소멸시키고.

그다음에 지리적으로 안 좋은 곳에 있는 던전은 정부와 여러 기업들에서 협찬을 받은 다음에 소멸시켜야 뭐가 되겠어.

그렇게 뜯어낸 돈으로 차원 방벽 지을 준비를 하면서 그 와중에 북한 지역을 완전히 정리하는 거고.

그나저나… 이 경우에는 파티 플레이를 조금 했으면 하는데…….

[팀원분들의 레벨 업을 위해서입니까?]

그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응? 왜?

[팀원들은 지금 하루에 한 번씩 던전에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어? 그랬어?

[예. 주군께서 번거롭지 않도록 알리지 않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2인 1조로 들어가고 있을 정도입니다.]

진짜냐.

언제 그렇게 강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대?

[주군께서 일전에 목적을 밝히셨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무공의 경지는 비록 얕으나 내공의 경우에는 주군이 하사하신 영약 덕분에 순후하고 강대하지 않습니까? 사실상 120레벨 대에서도 그들을 상대할 만한 자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가. 그래서 그게 가능한 건가.

[그리고 얼마 후면 정진 컴퍼니의 베타 팀과 감마 팀도 그렇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음 차례로 인수 합병을 하게 될 겁니다.]

SL그룹이지?

[예. 그들이 소유한 것을 인수 합병하여 먹어치우고 그들 산하의 헌터들을 이용해서 북한 지역을 정리할 겁니다. 물론 이 부분은 지엽적인 것일 뿐입니다. 정지한의 로드맵과 저희가 짠 계획에 의하면 3개월 후부터는 차원 방벽의 건설과 마력 연소 시설 건축을 동시에 진행하게 될 거고요.]

막대한 돈이 들어가겠구나.

[그만큼 주군께서 벌어들이고 계시니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겠지요.]

그래. 그게 문제지.

이렇게 해도 튜토리얼의 유예를 겨우 몇 달 정도 늦출 뿐이야.

차라리.

세계수를 만개시킬까?

[주군. 세계수가 차원 방벽과 같은 능력이 있으나,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 저희는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세계수를 완전히 개화시키기 위한 지식이 100억 따봉임을 잊지 마십시오. 지식만이 100억이라면, 성장을 위해서는 더한 따봉 포인트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게 문제지. 세계수 완전 성장의 지식은 무려 100억 따봉 포인트가 들어간다.

미쳐버린 거지.

1,000억이면 차원 방벽 설치가 완전하게 가능한데.

그 10%인 100억을 지식 획득하는 데 쓰라고?

이후에 어떻게 될지 전혀 상상할 수 없어서 문제다.

“후…….”

뜨거운 한숨을 내쉬고 모노바이크 G의 손잡이를 잡았다.

방송은 아까 종료했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던전을 더 많이 없애 버려야지.

성좌가 되면서 편한 점이라면, 더 순수하게 육체를 굴릴 수 있다는 점이니까.

단적으로 말해서.

나는 잠을 안 자도 피로가 알아서 풀어진다.

마력도 포션을 마시든, 따봉을 사용하든 하면 회복이 바로 된다.

사실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양이 상당해서 포션을 안 마셔도 되지만.

사실 아무리 스킬이 있어도 육체를 과도하게 굴리면 나중에 터지고 만다더라.

육체 쪽에서는 전문가인 정지벽 씨의 말이니 확실하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이제 그 한계가 없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그렇게 해서 저 던전들을…….

“자자~ 그만~.”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그것이 너무 놀라워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남산 타워의 던전에서 보았던 악령 군체와 놀랍도록 비슷하게 생긴 것에 올라타 있는 리블이 서 있었다.

“너무 빨리 가려고 하지 말아요~ 그러다가 훅 가버릴 수 있답니다.”

“제 감각을 피하고 들어오다니…….”

“엄지 군의 감각은 확실히 훌륭하지만 너무 무공(武功)에만 치우쳐져 있으니까요. 인지능력을 속이는 방법은 아주 많답니다?”

“그렇군요. 그것들도 전부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좋은 자세예요. 하지만, 급하면 안 된다구요.”

“방금 전에도 너무 빨리 가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죠? 제가 다급해 보였나요?”

“그럼요! 엄지 군의 감정에 따라서… 이렇게 주변의 마나가 요동치거든요. 저 같은 유경험자는 보기만 해도 그걸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반쯤은 때려 맞힐 수 있죠!”

놀랍다.

성좌는 그런 것도 가능한 거냐?

[저자의 특기가 아닐는지…….]

저 녀석 원래 사령술 계열의 성좌 아니었어?

그런데 남의 기분 맞히기는 왜 가지고 있는 거래.

[수수께끼가 많은 존재이긴 합니다.]

“정지 군이 엄지 군 좀 도와 달라고 하길래 와 봤는데요~ 딱히 할 일은 없네요.”

“정지한 대표는 걱정이 많은 분이니 그렇죠. 혹은 제가 습격당할 거라는 미래를 봤다든가?”

“그럴 리가요. 이미 정지 군이 본 미래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는걸요. 정지 군도 이제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저언혀 몰라요.”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압니까?”

내 말에 녀석은 히죽거리며 답했다.

“글쎄요? 제가 눈치가 100단인 악마라서?”

진짜야? 구라야? 어느 쪽이야?

“어쨌든. 오늘은 여기서 철수하는 게 어때요? 엄지 군. 너무 빠르단 말이죠.”

“아까부터 너무 빠르다…고 하는데. 그게 문제가 되나요?”

“그럼요. 갓 성좌가 되었는데 그렇게 성급하게 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답니다?”

흠…. 대체 무슨 문제인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악마 녀석은 나와 제대로 된 계약을 했다.

그 계약 자체가 신뢰가 가기 때문에 이 녀석의 언행도 믿을 만하다.

“좋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

[주군! 긴급 속보입니다!]

그때다 척량이 나에게 다급한 어조로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 왔다.

뭐야? 뭔데?

[이걸 보소서!]

스팟!

나와 리블 앞에 영상이 생겨난다.

물론 갓튜브를 이용한 영상이다.

그곳에는 믿기지 않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 * *

미국 뉴저지의 어느 도시.

수많은 인구가 살아가는 지역의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던전의 입구인 포털이 생겨났다.

빌딩과 빌딩 사이에 생겨난 포털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점이었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곧이어 점점 커져 순식간에 수십 미터나 되는 타원형의 거대한 것으로 변모했다.

던전 브레이크!

일찍이 엄지척이 막아섰던 고블린 던전과 같이, 이곳에서도 갑작스럽게 던전이 생겨난 것이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던전은 운이 없을 경우 몬스터를 무수히 토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 던전이 그랬다.

쿠웅. 쿠웅.

거대한 던전의 입구에서, 그 던전 입구에 걸맞은 것이 튀어나왔다.

키는 십여 미터가 넘으며 그 머리통은 인간형이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커다란 뿔이 하나 솟아 있다.

거기에 지나치게 큰 눈이 하나.

몸체는 근육질의 인간형으로, 상의는 걸치고 있지 않으나 이름 모를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반바지 같은 것 하나만은 걸치고 있다.

신화에 관심이 있는 자이거나, 던전의 몬스터들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자라면 단번에 이들을 이리 부를 것이다.

사이클롭스.

한 마리가 레이드 보스.

그것도 레벨 100 이상의 고레벨 랭커들이 수십 명 모여야 겨우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몬스터!

그런데 그런 것들이 하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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