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32화 (232/305)
  • 제232화

    “크아아아아아아!”

    마력이 요동치는 포효가 들려왔다.

    나무 사이로, 키가 12미터는 되어 보이는 놈이 나무를 부러트리며 나타났다.

    머리에는 그 머리통에 비하면 조금 작아 보이는 뿔이 두 개.

    거기에 양어깨에는 서로 다르게 생긴 보석 같은 게 박혀 있다.

    아직 불길이 가 닿지 않은 지역이지만, 소란을 보고 나타난 모양.

    [오거 로드……군요.]

    오거. 근육질의 거인형 몬스터. 그리고 레이드 보스로도 유명한 놈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오거 중에서도 특별히 커다랗고 강력한 놈이 바로 오거 로드.

    보통 오거는 6미터 남짓이지만, 오거 로드는 2배는 더 크다.

    일반 오거가 오거 로드 입장에서는 어린애처럼 보이겠지.

    그뿐이 아니다. 양어깨의 보석의 원석처럼 보이는 건 마정석이다.

    그게 알아서 어깨에 생겨난 것.

    머리에 달린 두 개의 뿔도 마정석이 뿔처럼 자라나 있는 것으로, 해치우려면 레벨 100 이상의 헌터들이 모여서 레이드를 해야 하는 강력한 놈이다.

    사실 저놈이 요새 근처로 오면 비상이 걸린다.

    그런데 저번에 토벌된 걸로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찌릿.

    녀석이 나를 인지했다.

    음…. 보인 김에 처리하고 갈까.

    척량. 바이크 조종!

    [예. 주군!]

    척량이 염혼염동으로 바이크를 조종하며 오거 로드를 향해 내달린다.

    그사이 손잡이에서 손을 뗀 나는 쌍검을 뽑아들었다.

    마음을 날카롭게 벼려내고, 그것은 마음의 검이 된다.

    오거 로드와 나의 거리가 아주 빠르게 가까워진다.

    녀석이 손을 들어 나를 내리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 순간.

    척량이 바이크를 급가속시켰다.

    녀석이 내리치는 손바닥을 피해, 녀석의 겨드랑이 사이를 지나친다.

    여기서.

    심검--!

    번쩍!

    오거 로드를 지나치며, 검이 공간과 시간을 넘어 육체와 혼을 베어 낸다.

    오거 로드 녀석은 포효를 내지르던 그 상태 그대로, 가슴팍 부분을 기준으로 상체와 하체가 분리가 되어 쓰러져 갔다.

    쿠우우웅!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꺽꺽거리며 상체가 바둥거렸다.

    바이크의 방향을 돌려 녀석의 머리 위에 그대로 바이크를 정지.

    잠시 기다리자.

    녀석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져 간다.

    죽은 것이다.

    촤아아악.

    그림자 주머니에 속에 녀석의 시체를 집어넣었다. 오거 로드 시체면 천억이 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거 부지런히 벌어야지.

    자. 그러면…….

    빠르게 타오른 다음 재가 된 마경 지역을 보았다.

    1km에서 2km 사이사이로 포털이 점멸하고 있었다.

    그 빛은 마치 등대와도 같아서 우리 같은 헌터들을 유혹했다.

    마경림(魔境林)이 사라지고, 포털들만 남은 것.

    그리고 여기서…….

    “그림자 주머니.”

    그림자가 끝이 보이지 않는 강대한 마력을 받아 넓어진다.

    재가 된 지역에 반쯤 타서 쓰러진 몬스터들의 시체가 그림자에 빨려 들어오는 초월적인 모습이 벌어진다.

    이윽고 모든 시체를 그림자 주머니 안에 수납하고서 그대로 던전 하나를 향해 바이크의 핸들을 꺾었다.

    부아아아앙!

    방송이 유지 중인 것도 확인 완료.

    방송 멘트를 안 하고 있는 이유는, 속도전을 유지하려는 생각에서다.

    이대로 던전 소멸을 시작한다! 하루 만에 5연속 던전 소멸 간드아!

    * * *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우리 엄지 오늘도 미모 ㄹㅈㄷ 갱신 ㅂㅂㅂㄱ

    -보이냐!? 보여? 정부도 포기한 마경 지역을 쓸어버리는 모습이 보이냐구!

    -주모! 여기 국뽕 한 그릇! 아니. 두 그릇. 아니다! 전부 가져와아아아!

    엄지척.

    그는 마경화된 지역으로 모노 바이크G를 몰고 하늘을 내달려 그대로 직진하는 순간부터 방송을 켜 주었다.

    엄지척의 팬들과 엄지척의 행보를 염탐하려는 자.

    그리고 엄지척의 영상을 그저 즐기는 일반인들까지 합해져 무시무시한 속도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난다.

    그 이후에 엄지척이 한 것은 마경 지역을 불태우는 것!

    마경을 불태워 정화한다는 전략은 여러 국가에서도 해 본 적이 있는 행동이지만 전부 실패했다.

    마경림의 식물은 보통의 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불에는 잘 타지 않고, 숲 자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화재를 진압했으니까.

    게다가 숲에 일정 이상의 불길이 생겨나면 몬스터들이 전부 달려드는 특성까지 있으니, 각국은 마경림을 정화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엄지척은 그걸 하고 있었다.

    어떤 능력인지 알 수 없지만 상당한 넓이의 마경림이 불타며 그 안의 몬스터들까지 타죽어 버렸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

    그 영상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전부 태운다제! 우효! 코이츠! 오모시로이WWWW

    ↳이 새끼 한본어 마스터냐. 하지만 네놈의 흥분. 이 몸도 이해했다.

    ↳중2병 대전 그만해 미친놈들아!

    -엄지척 무공이 전부가 아니었어? 직업이 불의 군주 뭐 그런 거냐?

    ↳엄지 원래 멀티 플레이어였음. 어떤 직업인지 모르겠는데 별별 능력 다 씀.

    ↳아마 인류 최초의 무제한 스킬 사용자일걸?

    ↳그거 사람들의 망상 뇌피셜 아니었음?

    ↳그런데 짜잔. 엄지가 해냈습니다.

    -X바. X라 잘 탄다. 마경림이…… 재가 되고 있어.

    -착한 산불 인정합니다.

    ↳착한 산불 ㅇㅈㄹ 하고 있네……. 근데 나도 인정.

    그리고 나타나는 오거 로드.

    -미… 미친! 엄지가 사고 쳤잖아! 저거 어쩔 거야!

    -오거 로드! 저거 특급 경계로 겨우 쫓아내는 괴물이잖아!

    -나. 피난 가야 하냐? 파주 사는데.

    -X발 파주 X망각.

    -엄지 형 덕에 팬티 갈아입어야 할 듯.

    -어……. 저게. 저런다고? 내가 뭘 본 거야?

    -엄지척 그는 신이야! 엄지척 그는 신이야!

    ↳엄지 님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를 탈덕하지 않게 지켜주옵소서.

    -엄마. 나 오늘부터 검지단 할래.

    오거 로드가 나타나자, 그 위험성을 아는 이들이 엄지를 물어뜯으며 난동을 피워 댄다.

    하지만 곧 엄지척이 오거 로드를 죽이자,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스타.

    슈퍼스타 그 자체!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이고 초월적인 모습!

    무지막지한 넓이의 대지에 그림자가 펼쳐지면서 몬스터의 시체를 빨아들인다. 다들 그걸 보고 넋을 잃었다.

    -그림자 능력이 저 정도라고?

    -영화 보는 줄?

    -나 그림자 능력 헌턴데. 저거 절대 못 함. 마력이 무슨 발전소 단위로 있지 않으면 안 됨.

    -진짜 신이냐? 엄지. 너 신이었어?

    그러나 그들의 경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아직 몰랐다.

    * * *

    “키에에에엑!”

    곤충과 파충류를 섞어 놓은 듯한 괴물.

    크기는 중형견만 하다. 그런 것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숫자로 덤벼오고 있다.

    주변의 환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축축한 동굴이다.

    넓이는 제법 넓어서 사람이 다섯 명씩 늘어져서 가도 될 정도였고, 높이 역시 5미터는 될 법했다.

    그런 동굴의 천장과 벽 그리고 바닥을 타고서 떼거지로 몰려와 육탄 돌격을 해 온다.

    크기는 중형견만 하지만, 이 곤충을 닮은 생물체는 껍질이 금속만큼 단단했다.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제대로 죽이거나 상처 입히기 어려운 놈이었다.

    그리고 이런 놈들을 던전 밖에서도 몇 번 봤다. 지금은 불에 타 죽어서 없지만.

    콰직! 콰드드득!

    그런 괴물들을 분쇄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단어 그대로의 의미를 몸소 실천하는 중이다.

    검기를 모노 바이크G 전체에 두르고, 재빠르게 회전시키면.

    믹서기의 칼날처럼 변해버린다. 그 상태로 돌진하는 전법은 예전부터 써오던 것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모노 바이크G의 바퀴 뒤로는 불길이 거세게 타오른다.

    그것들은 점점 번지면서 동굴을 불바다로 만들고 있다.

    콰쾅!

    벽을 부수며 거대한 놈이 튀어나왔다.

    [터널러 같은 종류의 괴물인 모양입니다.]

    터널러.

    이런 종류의 던전에서 동굴 길을 만들어 내는 종류의 몬스터를 그리 불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놈이 중간 보스겠지.

    그러나.

    부아아앙!

    콰쾅!

    놈의 몸통에 구멍을 내며 그대로 전진했다.

    ‘네놈 정도로는 내 검기와 일체가 된 바이크를 막을 수 없으셈!’

    그렇게 쭉 내달리면서 거의 대다수의 몬스터를 박살 내고 학살하다 보니 결국 보스 룸에 도달했다.

    여왕.

    거대한 몸체를 가진 여왕이 수백 마리의 괴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운동장 3개 정도 들어갈 공간에 터널러도 4마리가 넘는다.

    과연 미공략 던전답네.

    하지만 어차피 내 상대는 아니야.

    스릉.

    쌍검을 뽑아들고, 마음의 검을 꺼내들었다.

    위웅!

    그사이.

    여왕이 상당히 강력한 염동력을 사용하며 나를 내리눌렀다.

    그와 동시에 터널러 4마리가 돌격해 오고, 일반 괴물들도 덤벼들었다.

    염혼염동의 힘으로 여왕의 힘을 중화시키는 한편.

    마음의 검으로 사방을 한번 주시했다. 그리고, 벤다.

    서걱!

    거대한 터널러 4체가 동강이 난다. 달려들던 속도 때문에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흩어졌다.

    심검의 영역 안에 있던 것들이 전부 토막 나 쓰러지고, 남아 있는 여왕을 향해 심검을 내리그었다.

    위우웅!

    여왕의 염동력이 심검을 중화하며 방해했다. 그러나,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라서 여왕의 몸통에 길고 큰 상처가 생겨나 체액을 뿜어냈다.

    키에에에엑!

    여왕의 비명을 들으며 검을 다시 들었다.

    혼원건곤검법.

    천지분단.

    심검으로 무공 초식을 펼쳐낸다.

    촤아아악!

    그러자 여왕의 보호막조차도 일격에 소멸되면서 그대로 몸을 동강내 버렸다. 하지만 이걸로 끝은 아니다.

    기감을 넓게 펼쳐 던전의 핵을 찾았다.

    오……. 이 보스 룸 안에 있나? 운이 좋은걸.

    던전 핵은 희한하게도 랜덤으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게 문제. 재수 없으면 넓고 넓은 던전을 샅샅이 뒤지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니까.

    자. 그러면… 던전 핵을 공격합니다!

    다시금 심검을 사용해 던전 핵이 숨은 장소를 갈랐다.

    카가가가강!

    쇠와 쇠가 서로를 가는 소리가 난다.

    동시에 던전 핵이 빛을 내며 출현했다.

    “으엑.”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저거. 뇌처럼 생겼잖아?

    보석으로 만든 뇌.

    아니. 뭔 놈의 던전 핵이 저따구로 생겼어?

    위우우우우우웅!

    억!?

    콰쾅!

    갑자기 밀어닥친 초강력 염동력에 몸이 나가떨어져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수백 톤이 내리누르는 것 같은 압력!

    이 던전 핵 놈은 뇌처럼 생겨서는 염동력도 쓰네?

    위우우우우우웅!

    나 역시 염혼염동의 힘을 증폭시켜, 녀석의 힘을 밀어냈다.

    그런데… 출력이 나보다 여전히 강한데!?

    [염동력을 전문적으로 쓰는 유형의 적입니다!]

    그렇다면…….

    심검-혼원단천!

    콰직!

    거리를 넘어, 던전 핵의 본체가 갈라진다.

    염동력이 막강하다지만, 심검을 사용해 펼치는 무공초식을 이겨낼 정도는 아니었나 보군.

    던전 핵이 그대로 파괴되고 흩어진다.

    세계 역시 붕괴하기 시작했다.

    콰칭!

    차원이 갈라지고, 나는 현실에 도착해 있다.

    주변으로 던전 내의 것들이 전부 쏟아져 내렸다.

    그림자 주머니를 펼쳐 열심히 받아낸다. 그리고 모노 바이크G를 염동력으로 잡아당겨 다시 탑승했다.

    방송은 여전히 유지 중.

    오케이.

    자. 다음 던전으로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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