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화
갓튜브를 틀었다. 그리고 채널에 접속, 내 구독자 중에 [다리를 저는 불과 망치의 주인]을 찾아내고 문자를 보냈다.
-대화 가능하십니까?
그러자.
바로 답변이 온다.
그것도 갓튜브의 시스템이 아닌, 성좌로서의 메시지가 직접 왔다.
-[다리를 저는 불과 망치의 주인]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다리를 저는 불과 망치의 주인]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무슨 볼일이지? 신참?]
그에게서 성좌 메시지가 오자, 나는 그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지구의 하늘 위. 그곳에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서 그 안에서 나를 보고 있다.
[세계]라고 하지만, 사실 던전과 다를 건 없다.
던전 대다수는 자연 발생에 가깝지만 몇몇 개는 성좌들이 직접 만들어 낸 거니까.
그나저나 말투에 중후한 맛이 있네.
역시 그리스 신화의 자수성가한 신 원톱답달까?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식에 대한 거래를 원합니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지식이라? 나에게서 원하는 지식이 있나?]
-[차원 방벽을 건설할 수 있는 지식을 알고 계십니까? 그런 지식을 가지고 계시다면 거래하고 싶습니다만.]
-[필멸자에서 이제 막 성좌의 자리에 들어서서 그런가 보군. 이 세계를 지키고 싶은가?]
-[당신은 아니라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당연히 아니다. 세계 따위 파괴되어도 아무래도 상관없지. 물론 네 녀석처럼 세계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몇몇은 있겠지만, 대다수는 아니다.]
역시. 예상한 게 맞았다.
이놈들은 역시 인간이 어찌 되든, 지구가 저찌 되든 상관없는 놈들이야.
-[잡담은 그만하도록 하지. 가르쳐 줄 수 있다. 그리 귀중한 정보는 아니니까. 허나. 너는 나에게 어떤 대가를 치를 것이냐?]
-[저는 이제 막 성좌가 되었기에 잘 모릅니다.]
-[순수하군. 그러나 마음에 드는구나. 속임수를 쓰는 것들은 지긋지긋하지…….]
헤파이스토스 씨. 갑자기 사연 있는 듯한 대사를 하시면 저는 조금 당황스러워요.
-[너는 드물게도 카르마를 직접 다루는 성좌임을 알고 있다. 네가 다루는 카르마 중 일부를 넘겨다오.
-[다리를 저는 불과 망치의 주인]이 100,000,000따봉을 요구합니다.
-Y/N
음! 아예 따봉을 달라 이거냐.
1억! 확실히 비싸다! 하지만……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면 못 쓸 것도 없지.
바로 그의 요청을 수락했다. 그러자.
-[차원 방벽 설계도면]을 습득했습니다.
바로 물건이 도착했다.
그것은 내 기억에 콱하고 틀어박혔고, 어떻게 해야 차원 방벽을 만들 수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근데. 와……. 이거 만들 수 있는 거냐? 실화냐?
-[확실히 재미있는 놈이로군. 지켜보고 있겠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 헤파이스토스는 메시지를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나를 보고 있음이 느껴진다.
성좌 전용 채널이 돌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어쨌든. 이거 진짜 어떻게 만드냐?
[세계 전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
척량에게 바로 차원 방벽 설계도면을 공유했다.
일단 지구의 북극과 남극에 높이 50km짜리 금속 기둥을 박아야 하는데, 이게 그냥 기둥이 아니다.
마법적인 처리를 한 기둥으로, 제작법이 되게 짜증난다.
거기다가 처음에 가동할 적에 엄청난 양의 마력을 주입해야 하며, 가동 시 주변에 차원의 비틀림이 심하게 일어나서 기둥을 파괴하겠다고 각종 몬스터에 성좌들까지 난입한다는 주의 사항이 적혀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일단 가동에 성공하면 태양광을 받아서 알아서 에너지를 충전해 유지를 계속한다나? 태양광에 태양 마력이라는 힘이 있어서 그게 가능하다고.
결국 유지는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지만…….
이걸 어떻게 만들어.
길이가 50km고, 두께는 약 3km짜리란다.
전 세계 국가가 작정하고 역량을 쏟아부으면 어떻게 가능하긴 하겠지만.
절대로 1년 안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 거대한 기둥.
이 녀석의 정체는 사실.
던전이 나타나는 걸 방지하는 결계석의 극대화 형태인 것이다.
[마력 연소. 차원 방벽. 둘 다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하. 이럴 거면 차라리 모든 던전을 소멸시키고 다니는 게 빠르겠다. 절망께서 괜히 그런 미래를 보여 주신 게 아니구먼…….”
희망 성좌의 대척점에 있는 우리 고명하신 절망 성좌께서 특급 화질로 보여주신 미래.
아. 그래, 절망적이었지.
그런 미래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참으로 우울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주군.]
“그렇지. 그 전에, 정지한에게 물어보자고. 그 인간은 미래 예지로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건지 알아야겠어.”
[예. 확실히 그에게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강화석과 랜덤 상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가서 방송하면서 까야지.”
언박싱 방송!
이것도 따봉 많이 주니까.
게다가 이거는 보통의 랜덤 상자가 아니다.
바로 플래티넘 랜덤 상자!
뭐가 됐든 레전드급의 뭔가가 튀어나올 거다.
그리고 강화석은 어떤 것이든 강화하게 해 주는 물건.
사실 강화석은 그간 손에 넣은 적이 없었는데…….
흠…….
“일단.”
[예. 주군. 말씀하시옵소서.]
“강화석을 너에게 써 보면 어떨까?”
[저에게 말씀이십니까?]
“어. 이게 정보를 보면…….”
[확정 강화석]
등급 : S
각성자에게 속한 그 무엇이든 강화 가능하다.
“‘무엇이든’이라는 단어가 써 있으니까 말이지. 이거 스킬이나, 소환수도 강화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러시다면 저보다는 주군의 주력 전투 스킬인 무공에 사용하시는 쪽이 더 효율적인 것이 아닌지요.]
“이게 랭크를 올려주는 건 아니라서. 조금 애매한 느낌.”
무공을 심도 있게 익히고, 거기에 성좌까지 되다 보니 무공의 경지와 격이라는 게 어떤 건지 이제는 감이 조금 잡힌다.
심검을 쓰게 되었으면서 이제야 무공의 격에 대해서 감을 잡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어쨌든 지금 내가 파악하기로.
확정 강화석으로 무공 스킬을 강화해 봤자 나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신화적인 아이템을 가진 것도 아니라서. 그런 것을 강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조금 더 유예를 두시지요.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고민을 더 해보자 이거지?”
[예. 주군. 게다가…… 확정 강화석의 경우 타인에게 양도 역시 가능하지 않습니까?]
“아아……. 맞아. 그렇네. 차라리 무척이나, 정지한에게 쓰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예. 전력 상승에는 그쪽이 더 효율적입니다.]
“좋아. 그러면 나가 볼까?”
내 손에는 1억이 넘는 따봉과 레전드 스킬 교환권이 1장.
그리고 플래티넘 랜덤 상자 3개와 확정 강화석 3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갈 길이 멀다.
* * *
다들 잠이 들었다.
모두들 레벨이 높아지면서 초인이 되었지만, 휴식은 필요하다.
세계수의 도움과 물약의 힘으로 컨디션도 100% 회복했다지만 수면 시간이 아예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야 이제는 인간이 아니니까 수면도 필요 없지만.
그래서.
기다리고 있다.
외부로 나간 정지한이 돌아오는 것을 말이다.
겸사겸사.
레전드 스킬 교환권 1장을 뭐에 쓸까 생각도 하고 있고. 심검까지 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려나.
그러고 보니까.
심검도 한 번 공격이 2회 공격으로 바뀌던데. [시스템]의 힘이 어마무시하구먼…….
저벅. 저벅.
[왔습니다, 주군.]
그러게. 근데 리블은 없네.
“안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정지한이 내가 기다리고 있는 중앙 수영장의 바(BAR)로 다가왔다.
다만 바라고 해도, 지금 시간이 새벽 2시라서 직원은 없다.
그리고 나 외에 사람도 없다.
호텔 전체를 통으로 우리만 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저야 이제 잠을 안 자도 되거든요.”
“그건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군요.”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내 말에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 된다. 그러고는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여기에 나와 계신 이유는 저를 기다렸기 때문입니까?”
“예. 물어볼 게 조금 있어서요.”
“그렇군요…….”
그가 손을 뻗는다. 바의 벽면에 있는 술병 중 하나가 날아와 그의 손에 쥐어졌다.
손가락으로 위를 잘라낸 그가 그대로 술을 한 모금 한다.
“한잔하시겠습니까?”
“저는 괜찮아요.”
“그렇군요. 그래서, 어떤 것이 궁금하십니까?”
“당신이 본 미래 중에서 튜토리얼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방법은 없습니까?”
내 말에 그는 약간 멍한 얼굴이 된다. 아니. 멍하다기보다는…… 놀란 얼굴? 같은 표정. 아주 희미해서, 알아보기가 어렵다.
“그걸 물어보시는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일단…….”
성좌가 되면서 알아낸 것들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계획한 것들에 대해서도.
“예상외의 성과군요. 엄지척 헌터. 당신이 성좌가 되었기 때문에, 검열 제한이 매우 완화된 모양입니다.”
“완화요?”
“본래 당신이 말하는 것들은 제대로 이 세계에서 울려 퍼질 수 없습니다. 예전, 제가 말하려고 했다가 못 한 것처럼요.”
아하. 그랬었나.
“당신의 말대로입니다. 세계는 이미 파멸한 상태입니다. 차원은 불안정하게 파괴되었고, 그것을 [시스템]이 억지로 붙들고 있죠. 그걸 되돌리는 건……. 파괴된 이 세계를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차원 방벽을 만드는 것과 마력을 연소하는 방법, 거기에 던전을 소멸시키는 것들 역시 궁극적으로는 시간 벌이일 뿐이죠.”
음, 역시 그랬나.
“결국, 던전이 무수히 많이 생겨나는 미래는 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저는 그 미래에 인류가 자립하여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죠.”
“세계 파멸은 막을 수 없으니까, 파멸 후 생존을 도모한다. 이겁니까?”
“그렇습니다. 인류의 문명을 이어 나가고,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 저의 계획상 약 7억 명의 인구가 생존하여 국가를 이루고 문명을 유지하며 진화, 발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7억 명!?
현실감이 없다.
산 자보다 죽은 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은 결말.
이 인간. 그런 이야기를 아주 태연하게…….
“미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마도 저뿐이겠지만, 세계 파멸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예지했거나 혹은 정보를 따로 습득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일부와 함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현실성 있는 계획인가요?”
“글쎄요. 미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지금까지는 인류가 완전히 파멸하는 미래 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나 던전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과 신화적인 괴이 존재들 덕분에 인류는 멸절에 이르는 건가.
절망이 보여준 미래상 그대로다.
“그렇다면. 시간이라도 벌어야겠군요. 인류가 대비할 시간이 필요해요.”
“어떻게 벌 생각이십니까?”
“일단 차원 방벽을 만들도록 하죠.”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뇨. 할 수 있습니다.”
나도 이게 거의 불가능한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을 척량이 따져 보더니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