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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18화 (218/305)
  • 제218화

    필리핀 정부에서는 지극히 위험한 던전 [뒤틀린 성좌의 숲]을 철통처럼 둘러싸고 있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던전이 집어삼킨 헌터들의 수만 해도 천여 명.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 던전 안에서 죽었던 헌터들이 괴물이 되어 나타나 주변을 공격해 댔기 때문이다.

    이번에 들어간 이들마저 실패한다면…….

    더 크나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여러 척의 군함이 둘러싸고 늘 던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던전에서 강렬한 빛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잔뜩 긴장했다.

    특히, 이곳을 수비하는 임무를 받은 함대의 제독은 긴장된 눈으로 던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들었다.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던전을 소멸시켰습니다.]

    외부의 비각성자들은 시스템이 보내 주는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던전이 클리어되었는지에 대한 간단한 음성. 그것은 현대 사회인들이라면 다들 아는 상식.

    “던전 클리어!”

    “와아아아아아!”

    “한국인들이 해냈다! 우오오오오!”

    병사들이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던전 클리어.

    그것만으로도 적어도 1년의 시간은 벌게 된다.

    저 끔직한 던전은 1년에 한 번씩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니까.

    제독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문득, 방금 들은 음성이 두 개임을 깨달았다.

    ‘잠깐. 음성은 분명…… 던전을 소멸시켰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던전이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현대의 그 어떤 것으로도 닫을 수 없었던 포털의 입구가 줄어들며 사라진다.

    “저… 저게…….”

    제독 옆의 군인 중 한 명이 말을 더듬으며 손가락질하는 사이.

    던전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던전에 들어갔던 이들이 서 있었다.

    “헌터 일곱 명 확인!”

    “들어갔던 인원들 그대로입니다!”

    관측반이 보고하는 가운데, 제독 역시 자신이 가진 스킬로 저 멀리를 보았다.

    일곱 명은 시끌시끌하면서 뭐라고 대화를 나누면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놀랄 일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공간이 갈라진다.

    포털 같은 그런 게 아니라, 마치 틈새 같은 균열이 일어나고.

    그곳에서부터 일단의 무리가 빠져 나온다.

    “몬스터다!”

    “던전 클리어가 된 게 아니란 말인가?”

    제독이 놀라서 바라보는 사이.

    “몬스터 출현!”

    “포격 준비!”

    지휘함이 시끄럽게 변했다.

    몬스터 브레이크가 일어난 거라고 생각한 탓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기다려라!”

    제독이 소리쳤다.

    그는 진중하게 몬스터들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의 형상을 한 몬스터들.

    던전에 귀속되어 변이된 헌터들.

    그런데 그들의 행동이 이상했다.

    그들은 공격을 전혀 하지 않고, 보란 듯이 들고 있던 무기를 내동댕이쳤다.

    그러고는 갑자기 헌터들 중 한 명에게로 우르르 몰려가 그 헌터를 붙잡더니.

    헹가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일제히 외치기 시작했다.

    “최강 엄지!!!!!”

    “구세주를 찬양하라!!!”

    헌터 하나가 높이 띄워 올려졌다가 받아지고, 다시금 높이 던져진다.

    그렇게 공중에 떠오른 헌터가 엄지를 들어 자세를 취한다.

    “구독 & 좋아요! 부탁해요--!!”

    마력까지 담아 외치는 게 아닌가?

    “제, 제독님. 저건…….”

    싸구려 번역 스킬을 돌렸다고는 해도, 이 말이 갓튜브 촬영을 고려한 멘트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심지어 그 헌터는 우스꽝스러운 햄스터 인형 옷까지 갖춰 입고 있는 게 아닌가?

    “모두 공격 중지.”

    “공격 중지. 공격을 중지합니다.”

    제독은 직감했다.

    던전은 완전히 소멸했다.

    그리고 던전에 귀속되었던 이들도 현세로 귀환했다.

    * * *

    [필리핀 사회에서 존경받는 헌터 마카우 씨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필리핀을 위해서 애써왔던 의인이며, 고아원을 운영하고…….]

    [필리핀에서 정진 컴퍼니의 알파 팀원들이 수년간 헌터들을 희생시켰으며, 필리핀에 재앙으로 자리 잡았던 던전 ‘뒤틀린 성좌의 숲’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쾌거를 이룬 가운데…….]

    [정부에서는 필리핀 정부와 수교를 맺기로 결의하고…….]

    [정진 컴퍼니의 포션에 대한 관세 무료가 실현될 경우 필리핀 시장의 포션 업계 구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예정입니다. 필리핀 대통령은 현실이 될 것이라 공식 선상에서…….]

    [정진 컴퍼니의 알파 팀은 필리핀의 유력 헌터들을 던전에서부터 구출하는데 성공했으며, 현재 필리핀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최근 각종 카르텔과 마약, 총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지만, 그렇다고 해도 많은 인구가 살아가는 국가였다.

    게이트 사태 이후에도 아직 인구 8천만 명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

    경제가 취약하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수가 많기에 외국의 입장에서는 제법 큼직한 시장이라고 할 만했다.

    그런 곳의 영웅이 되었다는 점은 크나큰 이슈가 아닐 수가 없었고.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특집 방송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났다.

    그야 그럴 수밖에.

    오랜만의 월척 같은 방송거리 아닌가?

    그뿐이 아니었다.

    갓튜브로 가보면, 온갖 국뽕 영상이 난무한다.

    [미국 대통령이 경악하고, 일본 총리가 ‘우리는 왜 정진 컴퍼니의 알파 팀 같은 헌터가 없나?’라고 한탄했다! 정진 컴퍼니의 알파 팀에 속한 헌터들은 대체 누구인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귀화 요청을 보내고, 미국이 시민권을 바로 내주겠다고 말하는 이들! 필리핀의 영웅이 된 정진 컴퍼니의 알파 팀에 대해서 알아보자!]

    파격적이다 못해서,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어그로의 향연!

    물론.

    아무리 맛이 간 제목이라고 해도 이걸 이길 수는 없었다.

    [뒤틀린 성좌의 숲 공략 영상]

    바로 엄지척 본인이 직접 올린 영상!

    이제는 전천후 만능 매니저 총괄 비서가 된 척량이 철저하게 편집했다!

    이 영상은 올라간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조회 수가 2억을 찍었고, 동시에 따봉은 3천만을 돌파한다.

    특히 마지막에 햄스터 옷을 입고 헹가래당하는 장면.

    -우는 리액션 영상 보고 나도 울었다…….

    -필리핀에 삼백만 조회 수 찍은 리액션 갓튜버, 사실 부모님 이야기라 그렇게 찍은 거라며? 던전에 들어가 있던 부모님 영상 나왔다고.

    -그거 가지고 안티들이 조회 수 올리려고 부모도 판다고 하더라.

    -ㄴㄴㄴ 리액션 찍은 분 광고 비용은 전부 기부한다고 했음.

    그뿐이 아니다.

    구독자의 숫자 역시 가파르게 수직 상승. 무려 1,000만을 넘어 버린다.

    현재 전 세계 갓튜브 구독자 1위가 1억 명이 넘는 것에 비하면 아직 10%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엄지척의 갓튜브가 생성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운 것!

    게다가 해당 영상에 달린 리플만 봐도 엄청나게 인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쳤다! 무쳤어!

    ↳뭐가 무쳐?

    ↳미쳤다고 ㅅㅂㅅㄲㅇ!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그는 신인가?

    -엄지척 펀치! 엄지척 펀치! 엄지척 펀치! 엄지척 펀치!

    ↳엄지척 칼질이 아닐는지?

    ↳그러게? 엄지척 칼질! 엄지척 칼질! 엄지척 칼질! 엄지척 칼질! 엄지척 칼질!

    -엄지야아아아아아! 乃乃乃乃乃 우리 엄지 최고다아아아아!

    ↳222222

    ↳333333

    -성좌를 동강 내 버리다니……. 실화냐?

    -엄지가 착한 이유 : 그 고생 다 하고 집에 오자마자 불닭 라면 먹방 찍어 올림.

    ↳이제 엄지 짬이면 그거 안 할 때도 되지 않았냐.

    ↳엄지 초심길만 걸어!

    -미스터 엄. 영웅이다. 그는. 오늘도 그는 힘센 아침을 맞이한다.

    -엄지가 독종인 이유 : 그 지랄을 다하고도 기어이 섬네일 만들겠다고 그 햄스터 옷 입고 헹가래 샷 찍음.

    ↳독종 ㅇㅈ

    -진지 빨고 말하자면 엄지척이 강한 건 확실한 듯. 무공 스킬을 저기까지 쓰는 사람은 중국에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 헌터’나 미국의 톱 랭커만큼 강할까? 그쪽도 장난 없다고 하던데.

    ↳그쪽은 영상 공개된 게 거의 없잖아.

    ↳‘그 헌터’는 영상 많은데?

    ↳근데 ‘그 헌터’의 영상도 자세히 보면 스킬이나 그런 거 자세히는 안 보여줘.

    ↳그래도 ‘그 헌터’가 현존 최강 랭커인 거에 이견은 없긴 한데…….

    -주모! 여기 국뽕 한 그릇! 아니. 다 가져와!

    -애국가 제창을 하시겠습니다.

    -엄지를 국회로!

    ↳엄지를 대통령으로!

    그야말로 정신줄을 놔버린 혼돈의 도가니.

    하나의 축제라고 할 만큼 난리가 난 상태였다.

    단지 한국에서만의 열풍이 아니다. 외국인도 와서 리플을 달고 있다. 자동 번역된 그 글들은 묘한 번역체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엄지척만 인기를 끄는 건 아니었다.

    정지한, 정지벽, 엄무척, 성광, 별하나, 거기에 리블까지.

    전부 이슈가 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인기가 최고조의 절정을 찍는 중.

    그런 이 순간.

    일행들은 필리핀의 최고급 호텔에서 늘어지게 쉬고 있었다.

    * * *

    [이 코코넛 밀크는 맛이 아주 좋군요.]

    그래. 많이 먹으렴, 척량.

    [감사합니다, 주군!]

    아니. 뭘 이 정도 가지고.

    맑은 수영장의 물에 둥둥 떠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아주 업되는군.

    저 멀리의 하얀 구름이 되어 버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척량은 내 가슴팍 위에 올라탄 채로, 옆에 같이 떠다니는 코코넛 밀크 병의 빨대에 입을 대고 쪽쪽 빨고 있다.

    그런 척량의 발바닥을 조물조물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가지고 있는 중이다.

    아. 이것이 치유인가. 힐링이라는 것인가. 나는 대자연이 되어 간드아드아드아…….

    “형. 궁상 좀 그만 부려.”

    그러고 있자니 무척이 놈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녀석은 놀랍게도 수면을 밟고 서 있다.

    이 녀석.

    무공을 가르쳤더니 언제 이런 걸 할 줄 알게 되었대?

    “그거 무공?”

    “아님. 마법.”

    “수상 보행?”

    “워터 워킹.”

    “너 마법도 써?”

    “내장된 거 몇 개는 쓸 수 있어. 괜히 개조한 게 아니니까.”

    “아. 그러냐.”

    “그나저나 형. 일어나. 그러고 있으니 완전 폐인 되기 일보 직전이야.”

    “전사의 휴식이라고 해 줘라. 이번에 엄청 힘썼잖아. 이 형은 지쳤어요, 땡벌땡벌.”

    “아니. 무슨 아저씨 흉내를 내고 있어. 일어나요, 이 사람아.”

    무척이가 억지로 내 팔을 잡아끈다.

    척량이 놀라운 밸런스로 내 목으로 올라가면서 코코넛 밀크 병도 앞발로 잡아챈다.

    어이구, 우리 여우 귀여워.

    무척이가 나를 한 손으로 번쩍 잡아 든다. 녀석의 손에 잡혀 대롱대롱거리고 있다.

    “이 형 진짜 큰일 났네.”

    “재충전하게 내버려 둬라. 그리고 나 지금 그냥 늘어져 있는 것도 아니야. 일하고 있어.”

    “그거?”

    “응. 그거.”

    내가 성좌가 되었다는 것은 던전 안에 있는 이들은 전부 아는 사실.

    하지만 타마 그룹의 사람들은 내 권속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보안이 유지되고 동료들에게도 비밀 엄수를 부탁해 두었다.

    그래서 이렇게 암호처럼 말하는 거다.

    어쨌든 내가 무척이한테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늘어져서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열일하고 있는 중이다.

    무슨 일?

    성좌로서의 적응을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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