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화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보내는 메시지를 보면서 나는 의지를 다졌다.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을 살릴 거다. 그리고 다시금 지구 아래의 태양빛을 보게 만들어 줄 거다! 그래야 따봉을 더 많이 받을 거니까!”
-신들이 감탄을 터트립니다.
-1,200따봉을 받았습니다.
-1,200따봉을 받았습니다.
-1,200따봉을 받았습니다.
-1,200따봉을 받았…….
신들의 따봉이 늘어만 간다.
그 사이에서 냉정하게 내가 가진 따봉의 양을 확인했다. 그간 신들이 부지런히 따봉을 보낸 것인지.
무려 1억이 넘는 따봉이 그곳에 있었다.
혼원건곤신공을 랭크 S로 만들 수 있는 양. 그리고 지금의 나는 신공의 랭크 S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심검을 완벽하게 사용하는 경지.
반신격. 즉, 반선이라고 하는 경지가 바로 혼원건곤신공 랭크 S의 경지다!
하지만.
그걸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더 확실하게. 더 완전하게.
타마 그룹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 그게 있었다. 그게…… 있었어.
될까?
사소한 직감이 반응한다.
좋아! 간다!
칼을 들고! 돌격 앞으로!
심검의 힘이 담긴 두 개의 쌍검이 하늘에 떠 있는 던전의 핵을 깊숙이 찌르고 들어간다.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선택 1 : 던전 핵 파괴 후 던전 소멸을 집행…….
“네놈이 생각하는 그 선택이 아니거든!”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의 행동에 멈칫합니다.
“자! 봐라! 내가 지금부터 성좌의 힘을 전부 먹어치운다!”
스킬. 북명신공과 흡성대법. 전부 발동!
화아아아아악!
던전의 핵에서부터 막대한 힘이 내 몸 안으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흡수하는 것보다 핵이 파괴되는 게 먼저.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따봉이다!
“따봉 전부 북명신공에 사용!”
북명신공. 흡성대법의 상위에 위치한 무공. 다른 기운을 흡수하고, 그것을 조화롭게 내 몸 안에 녹여낼 수 있는 신공.
그 격은 혼원건곤신공에 비견될 정도다. 순식간에 따봉이 북명신공에 쏟아부어져 갔다.
랭크가 단번에 상승을 거듭한다.
-[북명신공] 랭크가 올랐습니다!
-[북명신공] 랭크 A!
-[북명신공] 랭크가 조금 올랐습니다!
-[북명신공] 랭크 A+!
-[북명신공] 랭크가 조금 올랐습니다!
-[북명신공] 랭크 A++!
1억의 따봉이 모조리 사라진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S랭크는 애초에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혼원건곤신공이 A에서 S가 되는 데 1억 따봉을 요구하는데, 그와 동격인 북명신공을 겨우 1억 따봉으로 E랭크부터 성장시킬 수 없을 테니까!
파앗!
그럼에도 변화는 극적이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물 한 바가지와 바닷물 정도의 차이가 날 정도로 빨아들이는 힘의 차이가 엄청났다.
또한, 그 힘은 평범한 에너지 같은 게 아니었다.
신을 신으로 만들어 주는 것, 신격의 힘.
그것들이 내 안에 들어와 쌓인다. 그건 고통이며 환희.
동시에 내가 더 드높은 존재가 되어 간다는 기쁨과 쾌락.
조건 없는 행복감과 안락감이 내 안에 퍼지기 시작한다.
이게… 신의 힘에 가 닿은 감각인가.
뭔…가…… 점점…… 내……가…….
-지척아. 우리 강아지…….
소리. 소리가 들렸다.
-지척아, 잘 들으렴. 내일 좋은 일이 있을 거란다.
-옛끼! 이눔아! 로또는 무슨! 로또보다 더 좋은 거 줄 테니까 걱정하덜 마!
그건. 예전에 꾸었던 꿈이다.
할아버지가 엄지를 척 들고 있는 모습이 다시 보인다.
할아버지… 지금 어째서…….
-그동안 니가 이 할비 말 잘 듣고 착하게 살아서 이 할비가 힘을 좀 썼어. 내일은 좋은 일이 있을 것이여. 앞으로도 그렇게 착하게 살거라.
-잘 들어라, 지척아. 착하게 사는 게 제일이여. 알았지, 우리 강아지.
정신이, 점점 돌아온다.
그리고 내 안에. 무언가가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하……하하하하…….”
기가 막히다.
정신이 또렷해지고, 던전의 핵에서 빨아들이는 힘 덕분에 내 몸은 풍선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너무 웃겨서 소리 내서 웃고 말았다.
이게 뭐야?
할아버지. 할아버지 정체가 대체 뭐야?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걸 나에게 준 거야?
-[세계의 정수]를 습득하였습니다.
이건 내가 예전에 먹었던 것. 그 어떤 랭크든 한 단계 상승시킨다는 설명을 가진 비보.
이게 있으면 혼원건곤신공도, 그리고 북명신공도 랭크를 올릴 수 있다.
시기적절.
그렇기에 꿈속의 할아버지에 대한 의문이 치솟아 올랐지만, 잠시 치워 두었다. 지금은 눈앞의 일이 중요하다.
“세계의 정수 사용. 북명신공.”
-[세계의 정수]를 [북명신공]에 사용합니다.
-[북명신공]이 랭크 S++로 상승합니다.
-내공심법인 [북명신공]의 랭크 S++를 달성하셨습니다.
-[진인]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
-[천무지체]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
고오오오오오오오!
나를 중심으로,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주변에 파편화되어 흩어지던 거대한 성좌의 육체가 그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산산이 조각나 흩어졌다.
그것들은 빛의 입자가 되고, 모조리 던전의 핵으로 빨려 들고 있었다.
-[밤을 쫓는 개]가 경악합니다!
-2,489따봉을 받았습니다.
-[부유한 죽음의 지배자]가 경악합니다!
-7,361따봉을 받았습니다.
-[마늘 먹는 곰]이 경악합니다!
-4,721따봉을 받았습니다.
-[용이 되어 버린 동해의 왕]이 경악합니다!
-4,285따봉을 받았습니다.
-[바위 뒤에 숨은 여신]이 경악합니다!
-2,843따봉을 받았…….
신들의 경악이 느껴진다.
그들이 보내는 감탄과 놀람이, 어떻게 따봉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따봉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정령신이 나를 보고 [경외의 총아]라고 불렀었지.
경외(敬畏).
공경하면서 두려워한다는 뜻을 가진 한자.
하지만…… 연예인이나 스타라는 것이 본래 그렇잖아?
저 멀리 있는 빛나는 존재감. 공경하고, 두려워도 하고, 부러워도 한다. 질투를 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별(star)이라고 부르는 거지.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깨달았다.
그건 마치 자연스러운 본능 같았다.
숨을 쉬고. 눈을 깜박이고.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과 같이.
나는 알게 되었다.
내 영혼의 격이 지금 여기서 자라난다.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의 파편이 내 안에서 제대로 자리 잡고.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의 파편 역시 내 안에서 녹아들어 갔다.
아!
알았다. 선택은 언제나 일어나며, 그것은 피할 수 없구나.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은 느리게 성장하고 자라난다.
느림은 상대적인 것이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어린 성좌니까.
보통은 [빠름]을 원하지, 느림을 원하진 않지.
하지만 오히려 이상하게도 내 [사소한 직감]이 이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다른 헌터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이 가능할지도 모르지.
나는. 지금. 여기서.
성장하는 것을.
선택한다.
번 – 쩍.
빛이 내 안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 본질이 무엇인지.
“나는…….”
-채널에 입장한 성좌들의 수가 일만을 넘었습니다.
-일만의 성좌가 새로운 성좌의 탄생에 경악합니다.
-새로운 성좌의 이름을 설정합니다.
“오늘부터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입니다.
원래 갓튜브는 제목이 반이야!
한 방에 알아야 시청자가 오는 거라고!
궁극의 따봉 수집가. 그것이 바로 나인데스.
“구독과 따봉. 부탁드려요!”
만신(萬神)들 앞에서 나는 오늘도 따봉을 구걸한다.
이것이 나의 길이다!
-충분한 따봉을 사용하였습니다.
-레벨 업 했습니다!
“뭐? 레벨 업? 내가 레벨 업을 했다고?”
경험치 창 자체가 안 보이는 괴이한 직업 아니던가.
야, 시스템아. 무슨 소리야! 내가 레벨 업을 했다고?
-조건이 모두 해금되었습니다.
뭐? 무슨 조건?
-성좌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뭐어어어!?
따봉으로…… 레벨 업을 했어?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메시지 창을 노려보고 있어야 했다.
* * *
-일만의 성좌가 새로운 성좌의 탄생에 경악합니다.
-새로운 성좌의 이름을 설정합니다.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입니다.
“제가 뭘 보고 있는 거죠?”
별하나는 아예 넋이 나갔다.
거대한 빛나는 거검이 만들어지더니,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그게 성좌를 반으로 갈라버리는 초월적인 모습에도 경악했지만, 곧 이어서 이어진 모습들은 그녀의 정신을 저 멀리로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선택의 신이 개입하고, 갑자기 나타난 던전의 핵에 엄지척이 달려들어 냅다 칼로 찔러 버렸다.
그대로 끝나는가 싶더니.
엄지척이 성좌가 되어 버렸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별하나가 머리를 쥐어 잡고 비명을 지른다.
옆에서 리블은 깔깔거리며 환호하고 박수를 치고 있는 중이었다.
“부라보!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엄지 쿤!”
뭔가 이상한 말투를 사용하는 그를 신경 쓰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정지벽 역시 넋이 나갔고, 성광은 신을 찾고 있었으며, 엄무척은 침중한 눈으로 저 멀리 성좌가 된 엄지척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지한은 놀랍게도.
웃고 있었다.
“어라라. 정지 군. 웃고 있군요?”
“내가…… 웃고 있나?”
“이런이런. 망가진 인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웃는지도 모르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런 정지 군의 모습이 제법 보기 좋지만요.”
“그런가. 지금 웃고 있는 모양이로군.”
자신의 입가를 매만지며, 정지한은 말하고 있다.
그건 리블의 말처럼 어딘가가 망가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내 무표정으로 얼굴을 되돌렸다. 또 다른 메시지가 출력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던전 클리어!
-기여도에 따라 정산을 시작합니다.
-1위 엄지척. 12,491,234,521포인트.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던전 클리어 보상을 정산합니다.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보상을 정산합니다.
-던전을 소멸시켰습니다.
-던전 소멸 보상을 정산합니다.
던전이 붕괴한다. 세계 전체가 무너지고, 던전에 들어왔던 팀원들의 몸도 빛과 함께 흩어지고 있다.
그 와중. 정지한도 처음 보는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가 던전의 존재를 권속으로 만듭니다.
‘결국. 그가 해냈나.’
그것은.
엄지척이 원했던 것.
따봉을 위해서 해내겠다고 공언하던 행동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메시지.
타마Tama 그룹을 구원했다는 증거.
정지한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세계가 붕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