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척량의 말에 성좌 [느린 녹음]을 보니, 여기저기가 파괴되었다가 다시 자라나는 게 보인다.
진짜잖아.
역시 답은 큰 거 한 방인가?
[예.]
하지만 무형검강도 결국 저걸 쓰러트리지 못했었잖아?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하면.
그때다.
영감이 내 뇌간을 짜릿하게 주무르고 지나갔다.
무형검강. 그걸로 안 된 이유?
검강이 작아서.
그렇다면.
검강을 더 키우면 되잖아.
어떻게?
증폭해서!
펑!
나는 즉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시간 좀 끌어 줘요!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간 나.
성좌는 동료들. 그리고 타마 그룹과 싸운다.
그걸 보면서 나는 쌍검을 쥐고.
염동력으로 물약을 꺼내서 먹었다.
[리자♥드맨의 버서커↗약]
등급 : B-
체력을 크게 감소시켜 다른 모든 능력을 증가시킵니다. 과용하면 사망합니다.
효과 시간 : 30초
후욱!
몸에서 힘이 넘쳐흐른다. 동시에 몸 전체로 기를 뿜어냈다.
그 기는 내가 든 쌍검에 모여들어 거대한 강기로 변해 간다.
내공이 거의 사라지고, 무기력이 나를 뒤덮는다.
자. 이제 여기서 그걸 먹는 거다!
척량!
[예, 주군!]
척량이 그림자 주머니에서 꺼내진 특별한 포션 한 병을 꺼냈다.
세계수의 잎을 다량 농축해서 만든 것.
찬란한 반짝임을 가진 유리병의 뚜껑이 따지고, 그대로 꿀꺽꿀꺽 마셨다.
-세계수의 잎 농축액이 부정한 효과를 사라지게 만듭니다.
-체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마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모든 컨디션이 최고로 되살아난다.
버서커 물약의 부작용인 30초 후 사망 효과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능력치 증가가 영원토록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서, 이 효과는 30초 후 종료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게 되는 거다아아앗!
화아아아악!
검강이 더욱더 거대해졌다.
거대하고 거대해 져서, 그것의 길이가 거의 50여 미터에 달한다.
“간다아아아아!”
수직 낙하.
성좌를 향해 운석처럼 낙하한다.
단번에 베어낸다.
반드시 절단한다.
무조건 갈라버리겠다.
그 순간. 무언가를 알 것 같았다.
눈앞이 아지랑이처럼 흔들거리는 기분 속에서.
정신이 번쩍이고, 몸이 짜릿해지는 감각이 들었다.
알 것 같다.
심검.
마음으로 베어낸다는 그 감각이 무엇인지.
손에 잡힐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 내어 그걸 잡았다.
파아아.
검과 내가 하나가 되는 감각이다.
내 스스로가 거대해진 검 그 자체가 된 것 같아서, 그대로 내려가며 이제는 작아진 듯 보이는 성좌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걸 보며 생각한다.
일념으로.
집중해서.
생각했다.
잘 – 려 – 라!
* * *
“와, 씨……. 저게 뭐예요?”
별하나는 손가락을 활줄에서 뗐다.
그녀는 놀람과 경악이 뒤섞인 표정으로 멍하니 눈앞만 쳐다보고 있었고.
옆에 있던 탱커 정지벽 역시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신이시여…….”
성광이 자신도 모르게 신을 찾고, 무척은 말없이 저 멀리 일어난 신화적인 현상을 지켜본다.
“이야~ 우리 엄지 군. 진짜 대단하다니까요! 저게 된다고 되는 게 아닌데. 아하하핫! 그렇죠, 정지 군?”
그리고 어느샌가.
리블이 나타나 정지한의 옆 허공에 누운 채로 말했다.
그러나 정지한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리블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기괴한 상황이었지만, 정지한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그가 특이점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게 가능할 줄이야…….”
“그러게요. 이야~ 혹시. 제가 찾으려고 했던 게 저것일지도.”
정지한의 시선이 하늘에 생겨난 거대한 검에서 리블을 향했다.
“네가 찾는 것은 대체 뭐지?”
“글쎄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웃기만 했다.
리블이 말을 끝내는 사이.
거대하고, 빛으로 이루어진 검이 아주 빠르게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내렸다.
영락하여 격이 낮아진 성좌 [느린 녹음].
그 몸을 빠르게 가른다.
정지한은 리블에게서 시선을 돌려 성좌의 죽음을 본다.
이게 끝이 아님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알죠, 정지 군? 저건 곧 죽겠지만. 그렇다고 이 던전이 끝난 건 아니라구요.”
“나도 알고 있다.”
“그러면. 이제……. 응?”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모두의 앞에 떴다.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에게 선택의 순간이라 선언합니다.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에게 [선택]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에게 선택을 종용합니다.
“이 쓰레기 같은 성좌 놈이…….”
정지한이 분노한 표정으로 저 멀리를 바라보았다.
영락한 성좌 [느린 녹음]이 반으로 갈라진 채로 파편이 되어 흩어지고 있다.
* * *
기력이 빨려나갔다.
물에서 건져 올려서 바짝 말린 해파리가 이럴까?
이럴 줄 알았으면 세계수의 잎 농축액을 하나 더 만들어 올 걸 그랬어…….
털썩.
무릎을 꿇는다. 헉헉거릴 기력도 없었다.
-[꼬리를 물어 버린 뱀]이 채널을 구독합니다!
-5,0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2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얼음 속의 신사]가 채널을 구독합니다!
-5,0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2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재에서 다시 태어나는 새]가 채널을 구독합니다!
-5,0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200따봉을 받으셨…….
아니. 이 미친 성좌 놈들은 X나 힘들어 죽겠는데 어디서 이렇게 자꾸 기어들어 오는 거야?
[주군! 따봉으로 회복을 하시옵소서!]
아. 그렇지. 나의 만능 친구 따봉. 이걸로 회복도 할 수 있을지도? 척량 역시 똑똑해!
따봉. 나의 완전 회복.
-따봉으로 완전 회복을 하시겠습니까?
-2,015,901 따봉이 필요합니다.
-Y/N
완전 회복 하는 데 들어가는 따봉이 200만이 넘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회복한다!
번쩍!
따봉이 소모되고, 몸에서 활력이 넘쳐났다.
상처도 사라지고, 기력도 회복.
위급하면 따봉으로 회복을 해야겠다.
100만 따봉이면 쓸 만한 레전드 스킬 하나 값이라는 걸 생각하면 과소비도 이런 과소비가 없다지만.
급하면 써야지. 아끼다가 똥 된다잖아?
그렇게 회복하고, 앞을 본다.
거대한 성좌가 반으로 쪼개져 있다. 그냥 쪼개진 것이 아니라, 갈라지면서 여기저기가 터져 있었다.
심검… 분명 심검을 쓴 감각이 남아 있긴 해. [진인]과 [천무지체]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심검을 쓰긴 썼다.
문제는 조금 불완전했다…는 거겠지. 그래서 저렇게 여기저기 터진 채로 수직으로 반동강 난 거고.
그나저나.
이렇게 갈라 놨는데도 아직 안 죽었네.
[성좌이니, 보통의 방법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봐.
그래도 전투 능력은 거의 상실한 듯하다.
움직임이 없는 채로 조각나서 파편이 흩어지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타마 그룹 쪽도 그렇고, 동료들도 공격은 멈춘 건가?
[아무래도 주군께서 공격하고 계시니 그렇겠지요.]
하긴, 그럴지도. 그러면 이제 다시 공격을 하라고 연락을…….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에게 선택의 순간이라 선언합니다.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메시지.
아니, 이놈은 선택의 신이라는 놈이잖아?
아, 그러고 보니… 이 새끼는 죽은 게 아니었지?
근데 왜 갑자기 기어 나와서…….
번쩍!
빛이 일어나 시야를 가렸다.
큭. 눈이…….
방패로 즉시 빛을 가린다. 그제야 고통에서 해방된다.
빛이 이내 사라졌기에 방패를 치워 보니 그곳에는 영롱한 무언가가 있었다.
[던전 핵입니다!]
그렇네. 던전 핵이네.
그것은 지름이 3미터는 되어 보임 직한 커다란 유리구슬이었는데, 안에 식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자라나 있었다.
특이한 것은 화살표가 4개 있다는 것.
저게 두 성좌의 가장 큰 파편이 뒤섞인 건가. 그게 던전의 핵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나타날 줄이야.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에게 [선택]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네놈도 결국 적이라는 거지?
조으아써! 내가 이제 막 깨우친 심검으로 네놈 모가지를…….
-선택 1 : 던전 핵 파괴 후 던전 소멸
-보상 및 제한 : 신격 살해자 업적 달성. 던전 소멸 클리어 특별 보상. 성좌의 신격 일부. 던전에 속한 필멸자 전원 소멸.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에 의해서 모든 보상의 격이 상승함.
-선택 2 : 던전 핵을 내버려 둔 후 던전 올 클리어.
-보상 및 제한 : 던전 올 클리어 특별 보상.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의 은총.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 성좌의 신격 일부. 던전에 속한 필멸자 전원 생존(단, 필멸자는 던전 브레이크 사태 외에는 던전을 나갈 수 없음.)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에 의해서 모든 보상의 격이 상승함.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에게만 전언을 보냅니다.
-[이것은 내 호의이니. 선택하라. 선택의 결과에 내 축복이 함께할지니. 어느 쪽이든 축복은 동일하다.]
이…… 미친 새끼 성좌 놈이!
다 끝나고서는 뭐가 좋다고 이렇게 쫄랑쫄랑 튀어나와서는 잘난 척이냐!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에게 선택을 종용합니다.
“닥쳐!”
나는 던전의 핵을 보고 소리쳤다.
“내가 너희 성좌 놈들의 놀음에 놀아날 것 같냐!”
그렇지 않아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 역시 리블에게 물었지.
저들의 영혼을 빼내서 새로운 육체에 넣거나 테이밍하거나 혹은 다른 성좌 소속으로 변경한다.
셋 다 미쳐버린 방법들뿐.
그나마 저들 타마 그룹 사람들의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 번째 방법이긴 했다.
[엄지 군. 한 가지는 확실히 해 두세요.]
[저들은 이미 죽은 존재들이랍니다. 그것도 시일이 제법 오래 지났죠. 말하고, 웃고, 화내고, 떠든다고 해서 살아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이미 죽은 아내를 되살리려고 하데스를 찾아갔던 오르페우스의 신화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리블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알고 있다고. 이미 죽었고, 그저 죽은 채로 저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이미 알아!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의 선택을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하지만 너희 성좌 놈들의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네놈의 선택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네놈이 내민 선택을 내가 순순히 받아들이면, 사람들이 인정해 줄까?”
나는 검을 들었다.
“타마 그룹의 사람도 못 구하는데, 사람들이 이걸 해피엔딩이라고 봐 줄 것 같아?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갓튜브 소셜 스타]의 선택을 기대하며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