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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13화 (213/305)

제213화

콰콰콰콰!

검기를 무진장 길게 뻗어 냈음에도 사용한 내공은 내가 보유한 내공량의 삼분의 일에 불과했다.

거기에 추가로 소모되는 내공은 거의 없다.

왜냐면…….

파앗!

내 등 뒤에서 피톤치드를 뿜뿜하는 세계수 덕분!

검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내공의 회복도 같이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새롭게 익힌 무공 [북명신공]의 효과!

거기에 이 세계수가 있으니, 내공의 소모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

즉, 나는 반영구적으로 이 상태로 지면을 갈아엎을 수 있다는 거다.

콰콰콰콰!

순식간에 던전의 전체 면적 중 10분의 1을 밀어 버렸다. 그리고 알게 된 것.

아직 살아 있는 몬스터가 제법 있었다는 것.

그것은 대다수가 식물형 몬스터였다. 제자리에서 촉수나 독액을 쓰는 식물들이 갈려 나가며 죽어 버렸다.

그리고 여기저기 숨어 있던 식인귀 그룹의 생존자들도 튀어나와서 도주. 그들을 따로 추격하거나 추가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 섬에 대한 조사가 먼저니까.

“정말이지. 유쾌하다니까요, 엄지 군. 마법사도 아닌데 이런 짓을 할 줄이야.”

“마법사들은 이런 짓 자주 해요?”

“제가 살던 세계의 마법사들은 그랬죠. 토목공사 할 때 필요하잖아요? 아! 마법사 혼자서 이런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면 안 된답니다? 이런저런 도구를 쓰고, 여러 명이서 하는 거니까요.”

“어차피 나처럼 혼자 하는 거 아니면 마법사든 아니든 상관없는 문제잖아요, 그거.”

이 성좌가 개어이없는 소리 하네.

“그래도 일단 전사가 이런 일에 나서는 거 자체가 이상한 일이니까요.”

“그런 고정관념을 탈피해 보자고요.”

콰드드득.

땅을 갈아엎는 것뿐만이 아니다.

깊이 파고도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땅을 뒤엎고 파내고 있는 중.

덕분에 예전에 들어갔던 미니 던전 [버려지는 것들의 동굴]까지 파낼 수 있었다.

그때 쓰러트렸던 몬스터의 시체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가, 쓸려 나간다.

“그런데 엄지 군.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있는데 괜찮은 거예요?”

“괜찮죠.”

“이유는?”

“뒤섞여 있는 것. 즉, 두 개의 성좌가 싸우다가 박살 나서 파편만 남은 상태로 들러붙은 거잖아요. 검기 따위에 손상을 입을 리가 없죠. 그게 아니더라도, 검기 따위에 손상 입는 건물도 별 필요 없고요. 애초에 이 던전에서 검기에 파괴될 정도면 별 볼 일 없는 거죠.”

“그래도 돈이 날아가잖아요.”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돈?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게 인의?”

“아뇨. 따봉.”

“아흑학학학학!”

내 말에 자지러지게 웃는 리블 씨.

그나저나 이놈은 결국 내 옆에서 떠들기나 하지 뭐 하는 일이 없네.

[실로 그렇습니다. 거추장스러운 존재군요.]

그러게 말이다. 그나저나 이쪽 지역은 전부 파버렸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자.

[예. 주군.]

그렇게 나는. 파고, 또 파고, 계속 팠다.

콰드드득!

섬의 북쪽 지역에서 바위산을 제외한 모든 곳을 파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파고 있을 때.

-도를 지나친 초목의 살해 행위에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이 분노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떴다.

당신. 죽은 거 아니었어?

* * *

미니 던전 중 하나.

[선택의 미로] 내부에 있던 정지한 일행은 갑자기 생겨난 메시지를 보고 멈칫했다.

선택의 미로라는 말답게, 정석적인 미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석재로 만든 두터운 벽에 천장 높이는 4미터쯤 되고, 폭은 5미터쯤 되는 복도가 이어지는 곳.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길이라는 게 4개일 때도 있고 5개일 때도 있다.

길만 미로인 게 아니다.

길을 가면서 성좌의 힘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듯한 던전의 강제적인 퀘스트가 생기기도 했다.

함정. 몬스터. 기괴한 성좌의 권능.

그것들을 뚫고서 앞으로 나아가던 일행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에 나타난 메시지는 놀라운 것이었다.

-도를 지나친 초목의 살해 행위에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이 분노합니다!

“엑? 뭐야, 이건.”

별하나가 물을 마시다가 놀람을 표시한다.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이라면……. 싸우다가 조각났다는 그 녹음의 신 아닙니까?”

정지벽이 자신이 아는 내용에서 정보를 추측해 말하자, 엄무척이 고심에 찬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선택의 신의 조각과 뒤섞여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성광의 조심스러운 질문.

그리고.

정지한은 보기 드물게도 눈을 살짝 찌푸리고 고심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반응은 처음이군. 하지만……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이 따로 살아있을 리가 없을 텐데.’

몇 번이나.

이 던전에서 그는 [뒤틀린 선택 속에서 자라나는 녹음]을 소멸시켜 왔다.

선택의 신과 녹음의 신. 그 두 신의 조각이 융합되어 탄생한 이것이야말로.

뒤틀린 성좌 그 자체.

‘어떻게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이 개별적인 분노를 일으킬 수 있지?’

그도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지금의 순간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희열감을 느끼기도 했다.

‘새로운 변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긍정적… 음?’

-[결정하는 순간의 선택]이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에게 선택을 종용합니다.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이 대가를 치르고 선택합니다.

-불완전한 성좌 [느린 녹음]이 강림합니다.

‘[느린 녹음]!? 설마…….’

정지한이 벌떡 일어섰다. 그는 저게 어떤 현상인지 안다.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영락(靈落) 현상!

영의 격이 떨어져, 낮은 존재가 된 것.

싸움으로 죽었으며, 덕분에 조각조각 나뉘었어도 신으로서의 격을 유지하고 있던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존재를 강제로 낮추면서까지 강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이유인가?

“여러분, 던전을 전력으로 돌파해야 합니다. 밖에서 엄지척 헌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긴급…….”

쿠구구궁!

미로가 뒤흔들린다.

-[선택의 미로]가 사라집니다.

-해당 던전 안의 존재들은 밖으로 이동됩니다.

일행이 무언가 반응하기도 전. 전부 빛에 휘감겨 이동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두가 미니 던전에 들어가기 위한 폐허가 된 유적 도시 위에 있었다.

“뭐야. 갑자기 강퇴당했잖아! 던전 보상은!? 아, 씨! 이거……. 엑!?”

별하나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화를 내다가 무언가를 감지 한 듯 괴상한 소리를 낸다.

그것은 그녀만이 느낀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 모두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

지면이 흔들린다. 식물들이 마구 자라나고 있다.

그곳에는 동물 비슷한 식물들도 있었다.

이 던전에 들어왔을 때 본 죽은 것 같은 검은 나무들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그 나무들 사이에 자라나 있던 버섯들이 더욱 크게 자라나고 있다.

동시에 그 사이에 있던 벌레들 혹은 식물과 동물을 뒤섞은 듯한 괴생명체들과 몬스터들이 서로 뒤틀리며 달라붙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절반에 가까운 섬 전체에 있는 생명체들이 전부 엉겨 붙고 있으니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미친……. 잠깐. 형! 형은!?”

“안전하니까 진정해요, 무척 씨.”

별하나의 말.

그 말에 무척이의 시선이 별하나에게로 향했다.

“진짜예요. 리블하고 같이 하늘을 비행 중이니까. 그런데 이건…….”

“융합……하고 있어요.”

성광의 중얼거림대로였다.

섬 전체의 생명체가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 * *

[어지간히 분노한 모양입니다, 주군.]

그러게. 그런데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에서 [느린 녹음]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아니, 저게 대체… 뭐람.

[영락한 겁니다.]

영락?

[예. 리블과 비슷하죠. 자신의 격을 스스로 버린 것입니다. 아마도……. 선택의 신과 융화되는 와중에 빠져나오기 위해서 스스로 영락한 것일 테죠.]

성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면 그동안은 왜 안 그랬을까?

선택의 신의 파편하고 합일되는 쪽이 더 나은 거였나?

도통 알 수…….

“아하핫! 아……. 웃겨. 진짜 웃기네요.”

“좀 같이 웃죠? 저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안 웃기거든요.”

“성좌도 죽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게 완전히 깔끔하게 죽는 경우가 드물어요. 보통은 파편화되는데……. 이때 다시 완전하게 부활할 수 있는 찬스가 몇 개 있죠.”

“찬스? 어떤 건데요?”

“다른 성좌의 파편을 찾아내서, 흡수한다. 그러면 짜잔! 부활!”

“아…….”

“뭐어~ 이 던전 같은 경우에는 두 성좌의 파편 조각이 거의 비슷해서, 주도권을 놓고 싸우고 있었나 봐요. 안 그러면 이런 던전도 생길 리가 없는 거고. 그런데…… 지금 [느리게 성장하는 녹음]이 빡쳐서 뛰쳐나왔네? 영락할 걸 각오하고 나오다니……. 너무 웃기다니까요.”

“아니. 내가 숲을 일궈 버리고 재개발 좀 했기로서니. 그게 그렇게 빡칠 일인가?”

“이 숲의 모든 초목이 저 성좌의 몸의 일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예?”

“산 채로 피부를 벗기고, 그 생살에 소금을 뿌린다거나 한다면……. 그리고 그걸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는 미친놈이 눈앞에서 계속해서 껍질을 벗겨 댄다면?”

“그거. 지금 제 이야기죠?”

“아핫핫핫핫! 그러면 누구겠어요! 지금 엄지 군은 성좌의 살점을 잘라내고 있던 거라구요!”

-1,200 따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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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따봉을 받았습니다.

-1,200 따봉을 받았습니다.

이 사이코패스 같은 성좌님들아, 이런 일로 감탄해서 따봉 보내지 말라고!

미치겠네. 아니, 그런 건 줄 내가 알았어야지.

아니지. 차라리 잘됐다.

그래. 성좌가 직접 나타나셨다 이거죠?

뒤섞여 잠들어 있다는 우리 조각 난 성좌님들 중 하나가 직접 납시었다 이거잖아.

올 라잇! 아주 좋아!

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겠어!

근데 정령신님도 좀 자세히 가르쳐 주지.

저게 직접 나타나긴 했는데, 어떻게 하면 타마 그룹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거지?

“그나저나 저거, 저대로 내버려 둘 건가요?”

숲이 사라지고 있다. 생명체가 없어지고 있다.

슬쩍 보니, 타마 쪽 사람들은 멀쩡해 보이니 안심이지만.

문제는 이거다.

생명체들이 아메바처럼 한곳으로 모여들며 뒤섞이고 있다.

“그렇네요. 변신하는 장면에서 기다려 줄 필요는 없죠.”

모노 바이크G 소환! 염혼염동의 엑토플라즘 스카이 로드 준비! 세계수는 다시 그림자 주머니 속으로!

순식간에 준비를 끝마친다.

“타요!”

“오케이!”

리블이 바로 뒷좌석에 탑승하고 고정 장치까지 작동했다.

척량! 내 대신에 운전해!

[맡겨 주십시오, 주군!]

간드아!

“가속!”

부아아아아아앙!

최고 속도로 하늘을 질주한다.

지금이야말로 질풍이 되어야 할 때다!

후악!

공기를 뚫어낸다. 순식간에 시속 400km의 속도로 내달렸다.

공기의 압력이 나를 덮친다. 이럴 때는…….

염혼염동이다!

피이잉! 화아악!

염혼염동으로 전면에 보이지 않는 원뿔 모양의 장막을 만들어 공기 저항을 없앴다.

순식간에 하늘을 내달리다 그대로 지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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