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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210화 (210/305)

제210화

“타마 그룹의 사람들을 구하는 방법. 알고 계시죠?”

내 말에 그의 미소가 아주 짙어졌다.

역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알고 있죠. 다만… 엄지 군이 생각하는 것처럼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종류도 다양해요. 카레와 돈가스 같은 느낌으로 다르달까.”

하필 예시가 왜 카레와 돈가스야?

“하지만, 공짜로 가르쳐 줄 수는 없다구요?”

“저랑 계약했잖아요.”

“오~ 물론 계약했죠. 하지만 계약의 내용은 사람을 지키는 것이잖아요? 살아남을 수 있게, 죽지 않게 하는 것. 즉, 보호.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은 이미 잘 살고 있잖아요!”

그가 말한다.

팔을 벌리고 과장스레.

“멋지지 않나요. 저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자신의 순수성을 지키고 싶어서 인간으로 죽게 해달라는 사람들이라니……. 이야. 정말이지. 이런 건 오랜만에 봤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뒤틀린 성좌는 제법 훌륭한 크리에이터네요. 음음. 훌륭합니다. 정말로.”

이게 성좌의 시선인가.

그런 새끼들이 지금 나를 보면서 따봉을 갈겨주고 있는 건가.

하……. 이놈에게 제정신을 요구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심플하게 맛이 가 있는 놈일 줄이야.

“관점의 차이라고요, 엄지 군. 마음에 들지 않는 환경에 있다고 할지라도. 살아 있으니까요. 이거 꼭 탄생 이야기 같지 않아요? 인간은 부모를 고를 수 없다는 말이 있으니까 말이죠.”

그렇게 말하고 리블은 히죽 웃는다.

지독히도 비인간적인 관점이라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그런 이유로. 계약에 관련된 것이 아니니까. 공짜는 안 된답니다.”

“후. 좋습니다. 그러면 대가가 뭡니까?”

“일단. 방법만 가르쳐 주는 것은… 음. 그래요. 제 질문에 답해 주시면 저도 말씀드리죠.”

이놈은 뭘 요구하려고 그러는 걸까? 하지만… 나에게 부담이 안 가는 거라면 괜찮다.

“질문이 뭔데요?”

“저들을 굳이 구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돌아버린 광신도랑 식인하는 놈들까지 다 처리했잖아요. 이대로 핵을 찾아서 파괴하면 종료. 저들도 그걸 바라고요. 그런데 굳이 이러는 이유는?”

“영상이 안 나오잖아요. 사람들은 배드 엔딩을 싫어한다는 거 모르죠?”

“아하?”

“새드 엔딩도 마찬가지. 꽉 찬 해피 엔딩이 아니면 싫어한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들을 구하고 멋들어진 영상을 찍어서 따봉도 쫙쫙 벌 거라고요.”

내 말에 그가 입을 활짝 벌리더니 웃기 시작했다.

아주 자지러지게.

“아하하하핫! 그거… 걸작이네요! 진짜……. 아. 눈물이 날 정도로 걸작인 대답이에요! 아핡학하하하핫!”

이게 웃기나? 나는 진지하다.

“하아… 확실히 성공한다면 성좌들에게도 크게 인기 끌겠죠. 성좌 세계에서도 이런 일은 좋게 끝나는 일이 드무니까요. 좋습니다. 그러면 일단 첫 번째 방법을 설명해 드리죠. 영혼을 뽑아서 다른 몸에 넣는 겁니다. 신체 갈아타기. 그것만으로도 던전에 귀속된 것을 끊어낼 수 있죠.”

신체 갈아타기라…….

“새로운 신체 준비는 호문클루스 같은 걸로 만들 수 있죠. 물론 ‘인간’을 창조하려면 연금술사로서의 능력이 뛰어나야 하지만… 엄지군은 한 번에 해낼 수 있잖아요?”

리블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아, 맞아. 부작용도 있답니다. 육체 기반 스킬은 초기화될 거예요. 그래도 레벨은 유지되겠지만 전력 약화는 피할 수 없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진다는 거?”

“확신이 부족해진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죠?”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인가?’라는 거죠. 영혼을 옮긴 상태의 나는 진짜 나인가? 기억을 완전히 복제한 클론은 진짜 나일까나~ 그런 고민들. 신체 갈아타기 마법의 부작용 중 하나랍니다. 영혼에 상처가 나거든요. 그래서 미묘한 불쾌감을 가지게 되요.”

영혼에 상처가 나서 자기 확신이 부족해진다. 이건가…….

“성좌쯤 되는 이가 부활 계열 권능을 사용해 주면 부작용도 없다지만… 그건 일개 필멸자로서는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니 패스. 아무리 엄지 군이라고 해도 저들 전부를 그렇게 부활시켜 줄 수 없다구요?”

“그렇겠네요.”

타마 그룹의 사람들 숫자가 제법 된다. 한두 명 정도면 모를까… 그들 전부는 내가 가진 따봉으로도 옮겨 줄 수가 없다.

“두 번째 방법! 그들의 소속을 변경하는 것!”

“테이밍?”

“정답! 맞췄으니까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어 주는 상을 줄까요?”

“쓰다듬는 거 싫어하는 애완동물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분들이 현재 몬스터 상태니까 테이밍으로 소속을 변경해서 데리고 나가라는 겁니까?”

“그런 거죠~ 그렇게 되면 던전이 소멸해도 저들은 그대로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도 단점이 있죠. 시스템상 테이밍 숫자에는 제한이 걸린다는 거 알고 있죠?”

“예.”

소환수와 테이밍된 몬스터는 다르다.

소환수는 지속적으로 마력을 소모하지만, 테이밍 몬스터는 한번 테이밍하면 끝. 먹이만 잘 주면 된다.

어떻게 보면 개꿀 같은 이 스킬에도 약점이 있어서, 테이밍되는 몬스터의 수가 지극히 적다.

수십의 소환수를 유지하는 소환사는 봤어도, 수십 마리 몬스터를 테이밍한 테이머는 본 적이 없을 정도.

아마도 시스템에서 막아 놓은 밸런스 패치 같은 거겠지.

“또 다른 방법으로는… 다른 성좌에게 소속되게 만드는 것. 소속 변경 두 번째의 응용편이겠네요. 하지만 저분들은 이미 이곳의 성좌를 거부한 사람들인데 이게 될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받아 준다는 성좌도 따로 찾아봐야 하고요. 아니면 아예 이 던전과의 연결을 끊는 것도 방법이지만… 글쎄요? 그게 되려나 모르겠네요.”

“어렵네요.”

“그럼요. 어렵죠. 아아주 어려운 일이죠. 아니면 제가 언데드로 만들어 드릴까요? 데스나이트나 리치 같은 걸로. 아! 그건 감각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으니 뱀파이어 어때요? 흡혈귀는 감각도 인간과 똑같다고요? 게다가 격만 높이면 태양빛에도 견딜 수 있고, 흡혈 욕구도 통제 가능하고요!”

기각.

“테이밍과 소환수의 다른 버전 같은 거잖습니까. 결국 죽은 채로 나간다는 문제가 있네요.”

내 말에 그가 피식 웃는다.

“엄지 군. 한 가지는 확실히 해 두세요.”

리블이 드물게도 진지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었다.

“저들은 이미 죽은 존재들이랍니다. 그것도 시일이 제법 오래 지났죠. 말하고, 웃고, 화내고, 떠든다고 해서 살아 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이미 죽은 아내를 되살리려고 하데스를 찾아갔던 오르페우스의 신화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오르페우스.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죽음을 맞이하자, 그녀를 되살리고자 하데스가 지배하는 죽음의 왕국으로 향한다.

그의 노래에 감명받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길을 비켜 주었고, 하데스마저 노래를 듣고는 에우리디케를 풀어주겠다 말했다.

다만 그 조건은 저승 세계를 떠나기 전까지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만약 돌아본다면, 에우리디케는 영영 저승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그리고 비극적이게도.

오르페우스는 거의 빠져나가던 찰나 불안감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뒤돌아보고 만다.

그 결과?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에 속하게 되고, 둘은 영영 이별한다는 이야기다.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죽은 이의 부활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려주는 일화이기도 했다.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다시 싱글벙글 웃는다.

그런 그의 말이 내 마음에 깊이 박혔다.

저들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그 말이.

* * *

마력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아지트인 토굴로 되돌아왔다.

마력 포션의 양을 확인해 보니 가져온 것의 절반 정도를 쓴 상태.

내 그림자 주머니의 용량이 넓다고는 하지만, 무한한 건 아니라서.

때문에 포션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토굴로 돌아와 세계수를 꺼내고서 운기조식으로 내공을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던전의 최대 위협인 두 개의 그룹이 처리된 이상.

사실 던전의 클리어는 확정된 상태.

때문에.

타마 그룹을 온전히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데 정신을 집중 했다.

하지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걸…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는……. 아.

“무신의 수련 공간.”

내 주변 풍경이 뒤바뀐다. 그리고 나는 [무신의 수련 공간]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았다.

던전에서는 써 본 적이 없었는데 이게 되네?

허허. 이거는 꽤나 유용하게 쓸 수 있겠는걸.

왜냐면. 위기일발의 순간에 여기로 도피하는 거지. 이 안에서도 포션 같은 건 쓸 수 있으니까.

하루 1회라지만. 위기 탈출이 된다는 점에서…… 아주 쓸 만한걸.

무신의 수련 공간의 한가운데.

좌선을 하고 앉아서 주변을 한가롭게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

어. 잠깐. 무신… 검… 심검…….

으으음…. 이거다. 이거면. 될 거다.

“따봉 상점.”

상점을 연다. 그리고 성좌 은총 구입 서비스를 확인했다.

내가 은총을 구입할 수 있는 성좌가 주르륵 뜨는데, 그중에서 한 명의 성좌를 찾았다.

[무신]

[정령신]

다른 성좌들과는 표기된 명칭부터가 다르다.

수식어가 없는 존재.

단순한 이름 표기지만, 그만큼 강력한 대신격이라는 의미.

그리고 [무신]의 은총 중 내가 찾는 게 있었다.

[무신의 가르침]

그래. 저거다. 무신의 조각상을 이용해야만 쓸 수 있었던 것. 1회 무신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것!

그게 성좌 은총 구입 서비스에 있다!

따봉은… 무려 500만 따봉. 하지만 지금 필요하지…….

내 생각대로라면, 이게 답이 될 거다.

“무신의 가르침 구입!”

내 앞에서 빛이 폭발하며 한 명의 사내가 생겨났다. 뿅하고 순식간에 나타난 그는 예전에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추리닝 바지, 삼선 슬리퍼, 검은 반팔 티. 거기에 긴 머리카락은 말총머리로 묶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건장한 체구를 가진 그는 나타나자마자 한 손을 들어 올린다.

“이여! 갓튜버 슈퍼 루키! 네 녀석의 활약에 나도 덕을 좀 보고 있지.”

나를 반가이 맞이해 주는 무신.

뭔가 당황스럽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나에게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만. 그나저나, 아무리 시스템의 보조가 있었다고 해도 단기간에 어엿한 무인(武人)이 되다니. 예상외였어.”

“그렇습니까?”

“그래. 잔재주에 더 많이 의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뚝심이 있는 놈이었을 줄은 몰랐지. 덕분에 나도 요새 이름 좀 날리고 있어.”

“성좌 전용의 제 갓튜브 채널 때문이군요?”

“정답이다.”

성좌 전용의 내 채널에는 지금 성좌들이 우글우글하다.

덕분에 매일 들어오는 따봉도 어마어마하고.

그리고 나는 현재 주력 스킬로 무공을 쓴다.

그것도 스킬로만 쓰는 게 아니라, 제법 심도 깊은 수련도 해냈고 그 때문에 강적들을 쓰러트려 왔다.

강기를 쓰는 것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능력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네 녀석의 수준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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