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08화 (208/305)

제208화

“양동작전으로 가죠.”

그때 정지한이 입을 열었다.

“엄지척. 그리고 리블. 두 분이서 게릴라전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잠깐만요. 어째서 네크로맨서가 원거리 딜러보다 좋다고 하시는 겁니까?”

무척이 녀석이 득달같이 항의했다.

“마력 효율이 이쪽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리블은 시체에서 마력을 흡수해서 회복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죠.”

“말한 적도 없는 정보를 잘도 알고 있군요? 남의 비밀을 그렇게 떠벌리다니. 거 못된 사람이네. 정지 군.”

악 계열 성좌가 남보고 못된 놈이라고 욕해 봐야 타격 하나 안 간다.

‘그나저나 시체에서 영혼을 뽑아내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마력까지 뽑아내?’

정말 다용도 칼을 보는 기분이다.

마력체 기술에다가, 네크로맨시도 빠방하게 사용하는 이 괴이한 존재가 그런 걸 할 수 있다고 해도 새삼스러울 뿐.

이쯤 되면 뭘 못 하는지 물어봐야 하나?

논리적인 말에 무척이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문다.

이걸로 결정이 났다.

“던전 클리어를 통해 던전을 소멸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남은 저희들이 던전을 클리어하고 있을 테니, 그사이 두 분은 게릴라전을 통해서 적을 지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지연? 아니. 아예 전멸시킬 각오로 싸울 거다.

하지만 그런 내 속내를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분명 걱정할 테니까.

그리고 우리는 바로 움직이기로 했다.

* * *

부아아아아앙!

엔진이 폭주한다.

하늘 위에서 달리는데 그 속도가 무려 시속 300km.

제주도에서도 이 속도로 달리면 끝에서 끝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다. 때문에 광신도 그룹의 본거지인 숲속의 유적 도시에 순식간에 도착했다.

본래라면 저 유적 도시도 미니 던전 형태였을 테지만, 지금은 저들이 점거하고 요새처럼 만들어 놨다.

유적 도시 전체를 뒤덮은 반구 형태의 보호 마법. 그 아래에서는 수상쩍은 의식을 행하고 있다.

저게 인신 공양이겠지.

“이야~ 기분 째지네요오~”

리블 이놈은 스피드가 기분 좋은지 헛소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리블이 따라온 건 저걸 어떻게 할 수 있어서 그런 거 맞죠?”

속도를 줄여서 요새 도시 상공에서 정지.

투명화 마법도 걸었기 때문에 광신도 무리에게 걸릴 일은 없다.

“그럼요. 당연한 말씀을 다 하시네요. 곧 보여드리죠.”

리블이 손짓한다. 그의 손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이 번져 나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결계 속 요새 도시 내부의 지면에서 언데드가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에엑!? 저게 어떻게 되는 거야!?

“메타게이밍적 지식이 이런 때 도움이 된다니까요? 제 언데드들은 지면을 통해서 수납이 가능한데……. 그 지면이라는 건 제가 서 있는 장소를 기준으로 하거든요. 즉, 저 아래의 결계 안쪽 지면이라고 해도 가능하다는 거죠! 시스템의 힘이 이걸 가능하게 해 준답니다~”

사기… 아니냐, 그거.

“자. 그러면 여기서…… 시체 폭발.”

리블이 꺼낸 언데드가 주변의 광신도 무리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폭발.

콰쾅! 콰르르릉!

결계가 단번에 해제되고, 유적 도시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

폭격을 수십 발 맞은 것처럼 파괴되는 모습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런 다음~ 사령 마력 흡수~”

파괴된 유적 도시에서부터 새파란 에너지가 거꾸로 흐르는 폭포처럼 리블에게 빨려 들어갔다.

마치 블랙홀 같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다시 시체 폭발.”

콰콰쾅!

안 그래도 박살 난 유적 도시 전체가 다시 한번 대폭발.

이제는 가루만 남았다고 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걸 보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이 녀석… 이럴 거면 왜 나와 동료들이 필요한 거야?

“아니. 혼자 다 해 먹을 거면 대체 우리가 무슨 필요가… 응?”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하려는 순간.

“크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장과 함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저 아래. 박살 난 유적 도시가 있는 곳에 정확히 24명이 살아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커다란 덩치를 가진 자가 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둘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습지만.

이러고 있으니 우리 둘 모두 진짜 비겁하네.

“양민 학살에는 탁월하지만, 강자들에게는 효율이 떨어지거든요. 시체를 폭발시키니까 언데드도 만들지 못하고요. 그래도 잡몹 정리에는 깔끔하죠?”

깔끔하긴 한데.

이거는 영상에 내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쉽다.

따봉도 못 벌 거 같고.

“수백 명이 한 번에 폭사당한 저쪽 입장도 들어 봐야 할 듯요.”

“그거야 저쪽 사정이죠. 문제는 남은 자들 아닌가요? 저것들을 상대하는 건 위험할걸요~”

“그래서 더는 못 싸우시겠다?”

그럴 리가 있나. 이 성좌가 했던 말은 내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시체 폭발은 싸구려 언데드로 해야 제맛이라고 했었던 놈이다.

즉, 제대로 된 언데드, 강력한 언데드는 따로 숨겨 놨을 거라고 장담한다.

[과연 주군, 뛰어난 통찰이십니다.]

“아하핫. 엄지 군이 이제는 저를 잘 아시네요. 그렇다고 해도……. 제 귀염둥이들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려워요.”

“저도 내려가야죠.”

“그러면 꺼내도록 하겠습니닷!”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긴다. 초토화된 지면을 뚫고 거대하고 굵직한 놈들이 일곱 마리 튀어나왔다.

뼈로 이루어진 거인이 둘. 시체의 살점이 엉켜져서 만들어진 것들이 다섯.

총 일곱의 언데드는 하나하나 키가 8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기를 가진 놈들이었다.

* * *

잔해와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살점과 뼛조각, 탄화된 내장이 조각나 돌과 흙 사이로 뒤섞여 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참한 폭발로 인해 초토화된 대지 위에서 제사장 케인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분노가 용암처럼 들끓어 소리 지르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다.

“어디냐! 감히 네크로맨서 따위가!! 찾…….”

그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의 몸을 두른 신성한 후광은 즉각적으로 사령 마력에 의한 폭발에 반응해 피해를 약화시켰다.

거기에 더해 그의 육신이 가진 상상을 초월하는 저항력과 강인함.

추가로 재생력까지 합해지자 지금은 멀쩡한 상태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는 소리를 지르며 공격자를 찾으라고 명령을 내리려 했으나, 곧 입을 다물었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다른 신도들은 그처럼 멀쩡하지 않았으니까.

신성력을 가졌으되 그 힘은 미약했고, 그들의 육신은 제사장을 자처하는 케인처럼 강인하지 못했다.

그 결과 대다수는 폭발에 휩쓸려 육신이 종이처럼 찢겨져 나가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남은 숫자는 스물넷. 멀쩡한 모습을 한 것은 케인 외에는 없다.

다른 이들은 전부 중상이거나 사망 직전의 부상을 입었다.

비록 인간의 형상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생명체인 것은 변하지 않은 그들이다.

다리가 사라지고, 내장이 흘러내리는 정도의 부상을 입으면 죽을 수도 있다.

“크아아아!”

그는 탐지 능력이 없다. 본래도 그런 능력을 가진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가 숭배하는 던전의 신 [뒤틀린 성좌] 역시 그런 권능을 주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분노하는 것 외에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끔직한 무기력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만든다.

자기 자신에게 혹은 이 일을 일으킨 적에게.

그때였다.

콰쾅!

지면이 터지면서 거대한 시체가 튀어 나온다.

뼈가 들러붙어 만들어진 해골 거인 기사가 둘. 거기에 시체를 이어붙인 살덩어리 같은 언데드가 다섯.

“뭐야!”

“피해!”

거대한 그것들은 케인을 제외한 다른 자들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광신도들도 체구가 3~4미터 수준은 되고 있었지만 그들을 공격하는 언데드는 두 배나 더 커다란 것들이었다.

땅을 폭발시키며 튀어나온 그것들은 중상을 입은 신도들을 향해 흉악한 공격을 시작했다.

후웅!

으직!

해골 거인 기사의 거검이 단번에 신도 하나를 일도양단해서 살해한다.

몸이 두 쪽이 나고도 살 수 있을 정도의 재생력은 없다.

휘익!

쾅! 파직.

살덩어리 덩치가 그 거대한 주먹을 내리쳐 또 다른 신도 하나를 그대로 으깨 버렸다. 체격 차이가 너무 컸기에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일격에 사망한다.

“이 개 같은 시체꾼 새끼가아!”

분노한 케인이 신성력을 몸으로 뿜어낸다.

작은 태양이 된 것 같은 성화가 언데드들을 직격했다.

“맹독의 이빨이여!”

“죽음의 숨결!”

“고통의 파동!”

다른 광신도들 역시 스킬을 사용했다.

그 스킬이 독과 산성 그리고 고통 계열인 이유는 오랜 시간 다져진 본능에 따른 행동이었다.

이 던전 안에서 오랜 시간 투쟁해 오며 몸에 붙은 습관과도 같은 것.

성화에 의해서 불타오르는 언데드들에게 각종 스킬이 틀어박힌다.

성화는 언데드들의 몸을 불태우고 있지만 큰 타격은 아닌 듯, 언데드들이 한 번에 쓰러지지 않았다.

때문에 언데드들은 불에 타오르는 채로 움직여 다음 희생양을 찾아 움직이다가 광신도들이 쏟아낸 스킬에 직격당했다.

치이익!

독액은 살점에 닿았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고, 죽음의 숨결에 포함된 산성 물질이 살점을 녹이지만 그뿐.

해골 거인에게는 아예 아무런 효과가 없다.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면서 언데드들이 사방으로 뛰어 가며 희생양을 찾는다.

“언데드라 독이 안 통해!”

“고통 스킬도!”

“파괴력 강한 스킬……. 으악!”

때문에 그들은 즉시 다른 스킬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그사이에 이미 몇 명의 희생자가 더 생겨나고 만다.

크기가 크고, 강력한 사령 마력을 두른 언데드의 공격은 일격, 일격이 중상을 입은 이들에게는 너무 위력적이었다.

죽음이 그들에게 성큼 다가온다.

“시체 따위가 감히!”

그때.

유일하게 언데드들과 체구가 비슷한 케인이 달려들었다.

사자의 앞발이 해골 거인 기사의 등을 후려쳐 박살 내고, 세 개의 각기 다른 머리가 그 뼈마디를 물어 부숴 버렸다.

콰드득!

단번에 해골 거인 기사 하나가 파괴되어 사라진다. 그와 함께 사자 등판에 달린 거인 형태의 상반신은 어느샌가 거대한 핼버드를 소환해 손에 쥐었다.

“새로운 생명의 재료가 되리라!”

콰쾅!

핼버드에 신성한 힘이 서리며 번개처럼 내리쳐진다.

그 일격에 남은 해골 기사 거인 하나가 그대로 파괴되었다.

그때였다.

섬찟한 감각에 그가 양손으로 핼버드의 창대를 잡고 하늘로 들어 올리며 방어 자세를 만들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감각! 야수화된 본능이 그에게 가르쳐준 섬뜩함에 자연스레 신성력을 사용하며 방어를 시도했다.

그러나.

서걱.

신성력을 두른 핼버드의 창대를 부드럽게 가르며 빛으로 이루어진 거검이 그의 몸을 갈라 나갔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필사적으로, 그는 몸을 뒤로 물린다.

가슴팍이 베어지고, 사자 몸에 매달린 3개의 머리 중 두 개가 빛의 거검에 잘려 나간다.

어마어마한 격통에 뇌를 불로 지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는 참아내며 앞을 보았다.

조그마한 체구의 헌터가 그의 앞에 서 있다.

쌍검을 들고, 그 검에 빛으로 된 거검을 만든 자. 위험한 존재임이 분명한 적을 보며 그는 전의를 불태웠다.

“신께 네놈을 바치리라!!”

신이시여! 저를 굽어보소서!

광신도의 제사장은 그대로 공격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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