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03화 (203/305)
  • 제203화

    “그어어어어!”

    “나를 봐라아아아아!”

    어보미네이션과 탱커 정지벽이 도착했다.

    적들이 나를 죽이려고 전력을 집중하기 직전에 들이닥친 어보미네이션의 육탄 돌격.

    단번에 적들이 휩쓸리며 비명과 폭음이 난무했다.

    거기에 이어지는 정지벽의 어그로 스킬!

    적들의 눈이 붉어지더니, 그대로 탱커인 정지벽을 향한다.

    헌터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던전에 귀속된 몬스터가 되었기에 어그로 스킬이 먹힌 것!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명정의 깨우침!”

    “마인드 클리어!”

    역시. 적이 많으니 어그로 스킬을 해제하는 이들도 있나 본데?

    크투가의 걸음 때 집단 광란이 일어나지 않는 걸 보고 그럴 줄 알았지.

    그렇다면.

    펑!

    바람처럼 달려가, 어그로 캔슬을 사용한 자를 향했다.

    로브를 입고, 팔 대신 촉수가 튀어나와 지팡이를 들고 있는 자.

    갑자기 달려든 나 때문에 당황한 것 같은 그를 향해 검기를 두른 검을 내리쳤다.

    스각!

    깔끔하게 일도양단. 그리고 다음 타깃을 찾…….

    “질주하는 노호!”

    키가 3미터는 넘어갈 법한 근육질의 거한이, 자기 몸뚱이만 한 방패를 든 채로 육탄돌격을 해 온다.

    동시에.

    “파멸의 창이여!”

    “죽음의 숨결!”

    좌우에서 또 다른 이들이 각기 다른 스킬을 썼다.

    삼면 공격!

    하지만 나에게는 경공과 염혼염동이 있단 말이다!

    쾅!

    땅을 찍고 그대로 도약한다.

    하늘로 뛰어오르자마자, 염혼염동을 이용. 그대로 허공에서 직각으로 방향을 바꿔 파멸의 창을 사용한 전갈 비슷하게 생긴 자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스칵!

    일격에 수직으로 몸을 반으로 잘라주고, 그대로 돌면서 죽음의 숨결을 쓴 뱀을 닮은 자에게 검기를 두른 검날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파지직!

    뭔가 보호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던 듯.

    몸이 동강 나지 않고 절반 정도 잘린 다음 검기가 소멸했다.

    “크아아악!”

    검기가 소멸했다지만 반이나 허리가 잘려 나간 그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군다.

    그사이. 어디선가 날아온 빛의 구체를 [희망의 수호자]가 방어해 냈다.

    콰과광!

    점점 나를 노리는 공격이 더 많아지고 강력해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생각보다 두렵지는 않은걸?

    감각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예리해지고,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여과 없이 느껴지고 감지된다.

    기감이 확장된 감각.

    그 속에서 춤을 추듯이 두 개의 검을 휘두르며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번개가 쏘아지기 전, 미리 검이 그 자리를 선점한다. 번개와 검기가 충돌해 소멸하고, 그사이 검기를 실처럼 뽑아내 사방으로 내뻗는다.

    막고, 베고, 죽이고, 피한다.

    그 행위를 하면서 나는 점점 무아지경에 빠지는 듯했다.

    “어디서 저런 미친 새끼가 온 거냐!”

    “저것부터 죽여! 어서!”

    -[뒤틀리고 변이된 지성체]가 당신의 무위에 경악합니다!

    -4따봉을 받았습니다.

    -[뒤틀리고 변이된 지성체]가 당신의 무위에 경악합니다!

    -7따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움직이면서도.

    저들이 하는 말소리가 전부 귀에 들려왔다.

    오오… 놀라워라! 나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적들을 도륙하고 있지 않나.

    순식간에 오십 명 정도는 쓰러트린 것 같고, 팀원들의 공격까지 합하면 적어도 백여 명은 처리한 것 같다.

    오싹.

    그때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났다.

    이럴 때는 뒤로 뛰기!

    탓!

    뒤로 몸을 이동시키자마자, 내가 있던 자리로 커다란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며 지면을 폭발시킨다.

    콰쾅!

    쌍검으로 튀어나오는 파편을 쳐낸다.

    내 손이 움직이는 속도가 마치 음속처럼 빠른 게 느껴졌다.

    아, 성장했구나.

    방금의 검무는 무아지경에서 나온 걸까.

    이것이 [천무지체]와 [진인]의 효과.

    단순히 기의 강함이 아니다.

    기술, 무리.

    그런 것들이 내 안에 깃들어 성장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감탄은 나중에.

    지금은 눈앞에 나타난 자부터 처리해야겠지.

    [빌리 갤리거]

    나이 : 38

    성별 : 남성

    레벨 : 112

    종족 : [뒤틀리고 변이된 지성체]

    직업 : 메탈 워로드

    금속의 원소력을 타고 태어난 존재가 전쟁의 힘을 익혀냈다.

    금속을 창조하고, 자신의 육신을 금속으로 변환하며, 금속의 힘으로 마력까지 생산해 내는 강력한 존재.

    그러나 지금은 뒤틀린 성좌의 조각에 의해 인간에서 변이체가 되어버린 자. 종족이 변화하며 추가적인 특성과 능력을 손에 넣었으나 그 외의 변화는 없다.

    특성 : [뒤틀린 성좌의 숲]의 몬스터가 되었기에 던전 브레이크 시간 외에는 던전을 벗어날 수 없다.

    특성 : 재생력

    특성 : 섭식 회복

    레벨이 112!

    어마어마한 레벨이군.

    이 정도면 최고위 헌터인데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이 안에서 레벨이 상승한 건가?

    게다가 외견도 기괴하긴 해도 어쩐지 간지가 났다.

    용의 머리에, 온몸은 스킬 때문인지 금속 느낌으로 광택이 나는 상태.

    이놈이 [섭식 회복]을 하는 쪽의 보스인가 본데…….

    “네놈… 잘도 내 팀원들을 죽였겠다.”

    “바위산 쪽에 계신 분들하고는 친구 사이라서…….”

    “흐… 친구? 그거 좋지. 그러면 그 친구 때문에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죽게 될 거다!”

    땅에 꽂힌 거대한 검.

    그것을 한 손에 움켜쥐고 뽑아내며 휘두른다.

    지면이 터져나가며 마력과 파편이 뒤섞인 충격파가 나를 향해 파도처럼 밀려온다.

    혼원건곤검법-건곤이원(乾坤二元).

    두 개의 검 끝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듯이 쥐고 수평이 되게 들었다.

    혼원건곤진기는 건기와 곤기의 두 개의 기운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그것을 각각의 검에 담았다.

    그리고 두 검 사이로 두 개의 기운이 흐르며 교류하는 순간.

    두 개의 검을 교차하며 횡으로 휘둘렀다.

    그 효과는 극명.

    왜냐하면 이 무공 초식은… 무공 주제에 중력을 만들어 내니까.

    위웅!

    적이 만들어낸 충격파가 내가 만든 검의 궤적에 따라 한 점에 모여들더니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이걸로 적의 공격은 무력화! 그리고 동시에 발을 활대처럼 사용해 그대로 앞으로 달렸다.

    한 걸음에 무려 이십 미터를 뛴다.

    단번에 적과 나의 거리가 오십 센티도 남지 않은 순간 검을 휘둘렀다.

    혼원건곤검법-건곤역극(乾坤逆極).

    두 개의 힘이 뒤집혀 충돌한다는 의미의 초식. 그 말 그대로 두 개의 검에 힘을 담은 채 녀석의 몸을 기점으로 충돌해 그대로 검기를 폭발시켰다.

    콰쾅!

    “이 쥐새끼 같은 놈!”

    쐐에엑!

    녀석의 대도가 나를 향해 내리찍어 왔다.

    캉!

    [희망의 수호자]가 날아와 그걸 막아내는 사이, 나는 보법을 사용해 뒤로 순식간에 물러나며 상대의 정강이를 살폈다.

    억! 방금 전 공격이면 대미지가 들어가야 정상인데 상처 자국도 없어!?

    방금 전에는 그래도 검기를 이용한 공격이었는데?

    그렇게 놀라는 사이. 적의 공격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힘차고, 빠르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쾅! 쾅!

    공격을 피해 내면, 지면을 때리기 일쑤.

    그러나 나에게 닿은 공격은 단 하나도 없다!

    상대의 공격이 전부 보인달까?

    이것도 [진인]과 [천무지체]의 효과인가?

    아니면 [무신의 수련 공간]에서 매일매일 수련한 결과물인가?

    어쨌든…….

    이 사람, 레벨도 높고 강하긴 한데… 검술 실력이 영 꽝인걸.

    검술 패시브 스킬 같은 거 안 익혔나? 그러면 패턴은 대충 알았겠다.

    이제 나도 공격을 다시 해 볼…….

    “메탈 필드! 티타늄!”

    그렇게 생각한 순간. 상대가 스킬을 사용하며 대검을 땅에 박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검이 꽂힌 땅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주변의 땅이 전부 금속질의 형태로 변했다.

    흙 알갱이가 전부 금속 알갱이가 된 것! 그것도 티타늄이 되었다!

    이거 범위가 대충 지름 100미터쯤 되는 거 같은…….

    촤아아악!

    “헛!”

    내 발밑에서 금속으로 된 꼬챙이가 튀어나와 나를 꿰뚫으려고 했다.

    재빠르게 피해냈지만, 주변의 금속화된 지면도 꿈틀거리고 있다.

    이 새끼. 금속 조종의 능력이 있었냐!

    염혼염동 급속 탈출!

    쐐엑!

    하늘로 재빠르게 치솟자, 내가 있던 자리의 금속이 수십 개의 창을 만들어 낸 것을 볼 수 있었다.

    덩치가 커서 무투파인 줄 알았는데 지능캐였어!?

    “날파리 같은 놈!”

    쐐에엑!

    지면에서부터 금속 창이 아예 작살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그런 원거리 공격 따위가 나에게 통할 리가!

    염혼염동. 염력 회오리!

    콰아아아아!

    내 밑의 방향으로 염동력을 회오리처럼 회전시켜 방출하자, 로켓 같이 쏟아져온 금속 창들이 전부 그 회오리에 휘말려 튕겨져 나갔다.

    이 새끼 까다롭네. 검강으로 한 번에 그어야 하나?

    쾅!

    그때. 녀석의 거체가 폭음과 함께 옆으로 무너진다.

    시선을 돌려 확인해 보니, 무척이가 새로운 대물 저격총처럼 만든 총을 쥐고 있는 게 보였다.

    화끈한 한 방용!

    하지만 용머리 보스는 옆구리의 금속화된 부분이 깨져서 금이 갔을 뿐 큰 부상을 입은 건 아니었다.

    게다가 산에서부터 근접 딜러와 탱커들이 달려오는 게 보인다. 그 수가 또 백이 넘어간다.

    쯧. 이대로는 우리가 불리한걸. 그렇다면 강기를 써…….

    서걱!

    “크악!?”

    용머리의 두툼한 다리 한쪽이 잘려 나가 있었다.

    몸 전체가 금속화되어 있기에 피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잘려 나간 다리는 금속화가 풀려 피를 뿜어내며 땅을 나뒹군다.

    그리고 그 옆에.

    정지한이 서 있었다.

    “좋군요. 보스가 죽기에 딱 좋은 시간입니다.”

    저 인간……. 그동안 제대로 싸우지도 않더니 이제야 나서네!

    근데 멋있긴 하네.

    절로 감탄이 나온다.

    * * *

    ‘언제 내 다리를 잘랐지!?’

    빌리 갤리거는 경악했다.

    메탈 바디 스킬은 육신을 금속으로 바꾸는 것.

    거기에 거대해진 육체와 마력이 합쳐져 파괴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니 검기로 이루어진 검격을 정면으로 맞고도 경질화된 겉가죽이 조금 깨져 나가고 말았던 것 아닌가.

    게다가 레벨이 110을 돌파하면서 생긴 감지 능력은 아무리 빠른 적이라도 놓치는 법이 없었으며, 금속을 지배하는 메탈 워로드의 스킬 능력은 더욱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가 감지하지도 못하는 사이 다가와 다리를 자르다니!

    ‘시간계 능력자!’

    그는 오랜 경험으로 판단이 재빨랐다.

    자신의 다리를 자른 적이 시간을 조종하는 스킬을 가진 것이라 확신한 순간 주변의 금속들을 움직였다.

    촤아아악!

    지면에서 폭발하듯 금속 창 수백 개가 튀어나온다.

    동시에, 그의 잘린 다리조차도 금속으로 변화시켜 다시금 잘린 단면에 붙였다.

    촤륵. 촤르륵.

    그리고 그는 다리를 자른 자가 사라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로 갔지?’

    감지 능력을 사용해 봐도 상대가 느껴지지 않았다.

    “느려.”

    ‘뭣!?’

    소리는 그의 어깨에서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 정장 슈트를 입은 자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검고 불길한 검을 든 상대의 손이 느릿하게 다가온다.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다.

    부드럽게 다가온 검은 검날은 그대로 그의 눈을 찌르고, 뇌까지 파고들었다.

    ‘이런 개 같은…….’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 의식이 어둠 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렇게 [섭식 회복]을 이용하는 [식인귀] 그룹의 보스인 빌리 갤리거는 허망하게 죽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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