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02화 (202/305)

제202화

키는 거의 6미터에 달했다.

거대한 그 체구만 보아도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이족 보행을 하는 인간형. 그러나 그 거체와 별개로, 그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전부 인간의 것이 아니다.

두 다리는 도마뱀의 형태였고 비늘마저 무수히 돋아나 번쩍이고 있다.

몸통은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로 광석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다.

게다가 두 개의 팔도 서로 다른 것이 뒤섞여 있다.

한쪽 팔은 거대한 집게였고, 다른 쪽 팔은 털이 수북하게 난 고릴라의 팔처럼 생겼다.

압권은 머리.

그 머리는 용의 형상을 하고서 이마에는 뿔이 아홉 개나 나 있어 마치 왕관처럼 보인다.

남들이 보면 보스 몬스터라고 생각되는 모습이지만, 엄연히 말해서 보스 몬스터는 아니다.

빌리 갤리거.

본래 미국의 헌터였으며, 지금은 이 던전에 종속되어 괴물이 되어 버린 사내.

본래 고레벨의 헌터였고, 필리핀 정부에 거액을 보장받고 이곳에 왔다.

빌리 갤리거 본인도 대단한 헌터지만, 그와 함께 하는 팀원들도 세계에서 이름을 떨친 실력자들이었다.

때문에 자신했다.

‘이런 던전 따위는 우리가 클리어할 수 있다! 다른 놈들이 죽은 건 머저리라서 그런 것뿐이야!’

그렇지 않나.

이미 그는 수없이 많은 미지의 던전들을 클리어해 왔으니까.

오히려 이 던전의 무궁무진한 자원들이 그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그러나 던전에 들어오고, 그들은 결국 죽었다.

‘변이된 삶. 온전한 죽음.’

지독한 갈증과 고통이 느껴졌다.

그게 죽음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나아가면 평안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 너머. 온전한 죽음이 선물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평온하고, 안락하며, 완벽한 종말.

언젠가, 그리고 누구나 받게 될 마지막 선물.

그때 빌리 갤리거는 깨달았다.

선악의 결과는 죽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이다.

죽음은 그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지.

죽음으로써 삶은 완성되고 평온을 얻으리라.

‘그렇다면 삶은 무가치한 것인가? 죽음의 평온이 저기 있다면, 왜 우리는 살아가야 했던가?’

죽었으나, 온전한 죽음으로 나아가지 못한 그는 자신의 공허감과 갈증을 헤아리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래도 삶이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일생이 있었고, 더 이어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 스스로가 보기에도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는 불우한 어린 생활을 보냈으며, 각성 이후에는 힘과 재물에 도취되어 흥청망청 살아왔다.

쾌락을 쫓아다니며 살다가 죽은 지금에 와서, 다시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고개를 돌려 저 죽음으로 나아가면 평온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FUXK!

그는 욕설을 내뱉고 공허감을 끌어안고 삶을 향해 걸었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삶은 아니었지만.

저 절대적인 평온에 비하면 별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이 고통을 동반한 길일지라도.

그렇게 그는 던전의 괴물로서 되살아났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욱더 연장하기 위해서.

이 지긋지긋한 던전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

다른 헌터를 잡아먹은 것.

그 결과가 지금의 이 모습이다.

용의 머리를 하고 있는 거대한 괴물.

그러나 기묘하게 죄책감은 없다. 앞으로도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이니까.

그리고 지금.

그의 거대한 체구에 어울리는 3.5미터나 되는 크기의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콰쾅!

대검이 한번 휘둘러지자 폭발이 일어나며 전방에서 날아오던 적들의 스킬들이 모조리 소멸해 버리고 만다.

‘역시 폭력은 최고의 마약이지.’

거대한 크기는 곧 강력한 폭력이다.

거대한 덩치의 코끼리에게는 사자조차 덤비지 못하듯이, 그의 육체에서 나온 파괴력은 마력을 쓰지 않아도 다른 헌터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졌다.

인간이 콜라 캔처럼 찌그러진다.

그런 거구가 마력까지 쓰면 신화에나 나올 법한 위력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가 방금 전의 칼질이었다.

공격 스킬조차 압살해 버리는 힘!

“꾸물거리지 말고 달려! 광신도 새끼들에게 빼앗기면 안 된다!”

빌리 갤리거는 그렇게 외치며 그 스스로가 앞으로 나섰다.

“메탈 바디! 티타늄!”

그의 몸이 검은 광택의 금속질 형태로 변화한다.

그가 본래 가졌던 스킬로, 육체를 금속으로 변화시키는 스킬!

그 상태로 그는 무식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빌리를 노리고 거대한 바위가 굴러왔다.

새파란 에너지를 감싼 스킬의 힘이 깃든 바위!

“스매시!”

스킬을 발동하며 바위를 향해 대검이 횡으로 그어진다 싶더니, 그대로 바위가 반으로 쪼개진다!

콰쾅!

바위가 양옆으로 나가떨어지고, 그의 등 뒤를 따라 올라오던 이들을 덮친다.

비명이 튀어나오고 피가 흘렀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스킬을 발동했다.

오버 드라이브!

마력을 다량 소모해서, 육체에 과부하를 거는 스킬!

‘이걸로 단번에 올라…….’

-보스! 후방에서 적습입니다!

그때.

텔레파시로 이루어진 음성이 그에게 전달됐다.

숙련된 공격 팀이라면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하나.

일찍이 엄지척이 구입한 [유대의 연결 고리]와 유사한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것.

-뭐!? 광신도 새끼들이 배신했단 거냐!

빌리가 분노한 채로 전진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빌리 갤리거가 이끄는 클랜 [이터]는 이번에 광신도들과 손을 잡았다.

서로 긴밀하게 협조해서 공격하는 정도까지는 하지 않지만, 바위산의 반대 방향에서 한꺼번에 공격하기로 한 것.

-일전에 들어온 헌터들이……. 으아악!

간부 중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텔레파시가 끊어졌다.

문득 갑자기 숲에서 튀어나와 대규모의 공격을 해대는 자들이 보였다.

어찌 보면 이 던전의 몬스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생기를 느끼기 어려운 시체들.

그놈들을 기워 만든 3미터짜리 덩치를 가진 무언가.

어보미네이션.

그것들이 수십이나 튀어나와 최후방에서 버프를 걸거나, 회복을 전담하던 이들을 덮치고 있는 게 보였다.

뒤이어 쏟아져 내리는 유성 같은 무수히 많은 화살과 아예 폭우처럼 쏟아지는 마탄.

그걸 본 그의 두 눈에 분노가 깃들었다.

“크르르르르!”

그가 기괴한 소리를 낸다.

-모두 뒤돌아서 저놈들부터 죽여!

그리고 그 스스로도 오르던 것을 멈추고 산 아래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파괴하고, 먹고, 피를 마시고.

이보다 삶이 즐거울 수 있을까?

* * *

시간 가속.

그것은 어떤 속성들보다 가장 강력한 권능이자 능력이다.

정지한이 우리 모두에게 시간 가속의 힘을 부여했고,

최소 몇 시간은 걸렸을 거리를 단지 몇 분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해서 보게 된 것은 바위산의 양쪽에서 각기 다른 세력이 산을 오르며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한쪽은 광신도. 한쪽은 식인귀.

우리 쪽에게 가까운 곳은 [섭식 회복]을 사용해 다른 헌터들을 잡아먹는 자들이었다.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정지벽 그리고 리블의 언데드가 전면으로 튀어나갔다.

“그어어어!”

“뭐야! 저건!”

“어보미네이션!? 후방 탐지했던 놈은 누구냐! 저걸 어떻게 놓쳤어!”

“막아!”

원거리 딜러 그리고 힐러로 이루어진 자들이 소리를 질러댄다.

그들의 신체는 동굴에 있는 자들보다야 덜했지만, 역시 기괴하게 변이되어 있다.

눈이 여섯 개 달린 사람, 입이 두 개인 사람, 팔이 다섯 개인 사람, 하반신은 인간이 아니라 거미처럼 변한 이.

그리고 그들을 향해 가장 먼저 별하나의 유성 화살과 마탄이 선제 타격을 시작했다.

위우우웅!

그러자 그들은 능숙하게 각종 방어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방어막이 화살과 총탄을 막아내는데, 수십 명이 펼쳐낸 방어막이라서 그런지 두 명의 강력한 공격에도 뚫리지 않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더욱더 속도를 냈다.

후욱!

다리에 내가진기를 보내고, 경공을 사용한다.

어보미네이션을 지나쳐 순식간에 선두로 내달린다.

그런 나를 향해 번개 같은 것을 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 궤적을 보고, 몸을 살짝 비튼다.

콰쾅!

번개가 내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나를 자동으로 따라붙으며 보호해 주는 [희망의 수호자]로 막을 필요도 없는 공격이었다.

그렇게 번개를 피해내고서 계속 달렸다.

동시에 쌍검에 내공을 불어 넣었다.

불과 다섯 발자국을 떼는 사이.

검기의 날은 계속 늘어나 무려 십여 미터까지 자라났다.

“저… 저거 뭐야!”

“오러 블레이드가 뭐 저렇게 길어!”

“저거 오러 블레이드가 아니야! 검기다! 무공 사용자!?”

적들이 경악해서 떠들어 댄다.

이 사람들아. 떠들어 댈 시간에 스킬을 하나라도 더 썼어야지!

휘익!

적들이 펼친 보호막 앞에 도달하고, 두 개의 검이 가진 스킬을 발동했다.

일월지혼.

일월의 힘이 합쳐져 대폭발을 일으키는 스킬!

위이이이이잉!

파치지지지직!

두 개의 검을 교차하자, 내가 뽑아낸 검기가 그대로 허공에 빨려 들어가 하나가 되었다.

열기와 냉기가 흔들거리는 그것은 소용돌이치는 구슬처럼 생겼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킨 것은 눈 한 번 깜박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콰 – 르 – 릉!

‘와우! 화끈한걸.’

파지직-!

보호막이 단번에 파괴된다.

척량!

[예, 주군!]

척량이 목에서 뛰어내리며 거대화.

그리고 그대로 보호막이 파괴된 자들 사이로 뛰어들어 마구 날뛰었다.

내가 쓰는 스킬을 척량도 쓸 수 있으므로, 크투가의 걸음을 쓰며 염혼염동으로 적들을 내동댕이친다.

“끄아악! 불꽃, 불꼬오오옻!”

보는 사람에게 광기를 일으키는 불꽃답게 적들 중 몇은 정신이 나갔다.

섭식 회복으로도 정신 보호 스킬을 못 챙긴 놈들인 모양이다.

그사이.

나는 십 미터가 넘어가는 검기를 다시 뽑아내고서 춤을 추었다.

서걱! 휘익! 스칵!

검기의 궤적에 들어온 자들 열두 명이 단번에 동강 나서 그 몸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으악!”

“적이여, 묶여라!”

피 보라를 일으키는 내 검무를 보던 자들 중 하나가 염동력과 같은 느낌의 마법으로 나를 억압한다.

“염혼염동.”

그러나 나 역시 염동력을 사용하는 스킬을 쓸 수 있다고.

파직!

상대의 힘을 단번에 상쇄. 동시에 검기를 더욱더 늘렸다.

이제는 아까의 두 배는 더 길어진 검기가 주변을 휩쓴다. 순식간에 십수 명이 또다시 토막이 났다.

그리고 별하나와 무척이의 원거리 공격이 그들을 덮친다.

“보호막! 보호막 다시 만들어!”

“저놈부터 죽여!”

“FUXK! 지금 보호막 쓰고 있는 거 안 보이냐!”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근처 적들은 나와 척량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

“뇌신의 망치!”

콰쾅!

“저걸 막아냈어?”

“저 문짝 같은 방패는 뭐야?”

그랬다.

누군가가 쏘는 번개가 [희망의 수호자]에게 막혀 스러지고, 나는 검무를 추면서 또 다른 스킬도 발동했다.

피피핏!

추아아악!

“으아악!”

그림자 스킬을 사용. 그림자가 칼날이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위에서는 내 검기. 아래에서는 그림자 칼날이 공격한다.

“대체 저 헌터는 뭐 하는 놈인 거냐?”

“빌어먹을! 제발 한 대라도 닿아라!”

그랬다.

티브이도 인터넷도 없는 던전이다 보니 어째 다들 나를 모르는 모양이다.

덕분에 시간 벌이도 잘 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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