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00화 (200/305)

제200화

“이야! 이거 완전 호문클루스 같은데요? 성좌의 힘으로 만든 키메라려나!”

그런 걸로 감탄하지 말라고!

속으로 소리치면서 일월검에 내공을 밀어 넣었다.

두 개의 검이 열기와 냉기를 머금은 채로 거대한 검기를 만들었다.

혼원건곤신공. 혼원천단!

두 개의 검기가 기묘하게 뒤틀리고, 동시에 수십 개로 갈라지며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가는 몬스터를 덮친다.

“와우, 대단한데요?”

“검기 사용자는 이 상황에서 저런 출력이 나오는구나!”

파티원들의 감탄을 뒤로하고.

촤아악!

수십 조각으로 갈라진 몬스터의 조각이 절반은 불타고, 절반은 얼어붙어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몸을 날려 바닥에 착지.

“후…….”

이 동굴도 흉흉한 곳인걸. 특히 적들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점이 까다로워.

“역시… 우리도 빡빡하게 레벨 업 했지만, 지척 씨는 더 강하네요. 대체 어떻게 그게 되는 거지?”

별하나가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감탄한다.

띠링-

-동료 헌터들이 당신에게 크게 감탄합니다.

-10따봉을 받았습니다.

하긴, 지금의 내공의 양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서 딜 미터기 폭발하는 공격을 할 수 있으니 놀랄 만하지.

“이 동굴 안쪽에서 뭔가 단서가 나오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별하나가 동굴 안쪽의 어둠을 노려본다.

“그러면. 계획대로 가겠습니다.”

정지한의 말.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나설 차례군요~?”

리블이 앞으로 나서서 한 손은 허리에, 다른 한 손은 천장을 향해 내뻗는다.

전투 자세라기보다는 어딘가의 연회장에 온 것만 같다.

“움직여랏!”

저걸로 되는 거냐. 그런 거냐?

그런 의문과 다르게. 녀석의 몸 주변에 마법진이 몇 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일어난 검은 기운이 조각난 시체들을 향했다.

꿈틀거리는 시체들.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들러붙기 시작했다.

어보미네이션.

시체를 기워 만드는 시체 골렘의 일종. 골렘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언데드.

그 숫자는 다섯이나 된다.

“출발하겠습니다.”

정지한은 무감정하게 말했다.

우리는 동굴 안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어보미네이션 언데드가 먼저 달려들어 몸빵!

“크워어어어!”

시체 골렘에게로 바람 칼날, 화염 투창, 번개 망치 같은 것들이 날아와 충돌한다.

보통이라면 폭발해야 마땅하지만, 키가 3미터쯤 되는 뚱뚱하고 덩치 좋은 어보미네이션은 그걸 버텨냈다!

리블이나 성광이 특별한 버프 스킬을 쓴 건 아니다.

저것이 내가 가진 전국옥쇄의 효과.

[강건]

방어력, 체력, 근력 등의 신체 능력이 상승하는 버프!

전국옥새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이 버프는 상당히 강력했다는 것을 저 언데드가 증명한다.

터져나갔어야 할 몸체가 공격을 버티고 있으니까.

퍼억!

결국 접근에 성공한 어보미네이션이 무자비하게 적들을 난타했다.

적들은 기괴하게 변이된 것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기가 인간만 했기 때문에 한덩치 하는 어보미네이션의 주먹질에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었다.

퍽! 퍽! 우드득!

“그아아아!”

“끄아악!”

비명을 질러대는 변이체들.

이성이 없기 때문인지 어그로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근처에 있는 어보미네이션에게만 집착하고 있다.

그사이 나 역시 스킬을 사용한다.

“염혼염동.”

콰직!

저들을 한자리로 뭉친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으로 쓸어 담듯이 한 지점으로 몰아넣는 것.

그걸로 게임 끝.

그리고 그렇게 죽은 몬스터들의 시체는 다시금 어보미네이션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어보미네이션이 21기.

아니 이거 좀… 사기 아니냐? 이러다가 백만 대군 만들겠다.

“저는 여기까지! 이 정도 규모 유지하는 것도 슬슬 버겁네요. 뭐… 그냥 언데드로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요.”

너 내 생각 읽는 거지?

어떻게 내가 딱 사기 아니냐고 생각하는 타이밍에 이렇게 귀신처럼 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냐.

“이 정도면 든든하군요. 으으, 이러면 제가 없어도 되는 건 아닌지…….”

탱커, 정지벽의 말에 리블이 손사래를 친다.

“그럴 리가요~ 이 녀석들, 몸빵이 조금 된다지만 보스전에서는 금세 사라질 거랍니다. 게다가 어그로를 끄는 건 불가능! 잔챙이 사냥용이죠.”

구라 치네. 저것들 다 합쳐서 거대화시킬 수도 있으면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탱커 정지벽이 기운을 차렸다.

그녀가 건틀릿을 탕탕 부딪치며 말했다.

“좋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미로처럼 되어 있었고. 함정도 있었다.

하지만 어보미네이션이 앞에서 함정을 몸으로 때우고, 나오는 몬스터는 족족 처리하면서 들어가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새삼 생각하는 건데, 우리 팀원들 전부 대단한데?

설사 저 리블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몇 개의 갈림길을 지나고, 막혔던 곳으로 갔다가 되돌아 나온다.

동굴에는 별다른 흔적이 없었다.

벽화라든가, 다른 세계의 물건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전혀 없다.

나타나는 몬스터들도 전부 변이체들뿐으로, 무기나 방어구 같은 물건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버려지는 장소인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사냥하던 와중.

정지한이 말했다.

“모두 정지. 식사 및 휴식 시간입니다.”

그가 선물해 줬던 [절대 시간]의 시계를 들여다보니, 확실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저 인간은 체내 시계가 왜 저렇게 정확한 걸까? 시간계 능력자라서 그런가.

“자. 일단 먼저 씻죠. 한 명씩 이쪽으로 와 주시고요. 네. 청소.”

청소 마법.

이거 아주 유용하다. 사람의 몸에 달라붙은 더러운 것도 전부 싹 씻어 주니까.

그렇게 파티원 한 명, 한 명에게 스킬을 썼다.

“아… 진짜 지척 씨 없으면 이제 사냥 못 하겠어요. 너무 개운하네.”

“형제님 덕분에 몸이 보송보송하군요. 감사합니다.”

“엄지척은 인권이다. 인권.”

“하하하. 별말씀을요. 그러면 식사 준비하죠.”

일단 그림자 주머니에서 이것저것 꺼냈다.

여기는 우리들밖에 없으니 눈치 볼 것 있나.

조리 도구, 식탁, 그릇, 물, 음료, 식재료. 그것들을 꺼내자 무척이가 와서 요리를 했다.

놀랍게도.

우리들 중에서 가장 요리를 잘하는 것은 무척이다.

무척이가 밥솥에 쌀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그사이에 나는 김치를 꺼내서 썰고 반찬을 꺼냈다.

이거 뭐……. 던전 안에서 이렇게 차려 먹는 놈은 우리밖에 없을 거야.

[던전 먹방이라고 해서 방송 나가면 아주 많은 따봉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럴 듯.

소고기뭇국에 밥 한 그릇, 거기에 장조림 반찬하고 김치. 여기에 김하고, 감자햄볶음까지 꺼냈다.

나중에 바비큐 그릴 가져와서 바비큐 굽는 퍼포먼스 같은 것 한번 해 볼까?

[좋은 생각이십니다. 주군!]

음. 던전에서 하는 먹방 기행. 괜찮을지도.

“이야……. 던전에서 소고기뭇국을 다 먹고…….”

“지벽아. 이거 장조림이야, 장조림. 소고기 장조림이라고.”

“진짜 큰일이군요. 형제님 덕분에 입맛만 올라가서 곤란하네요. 나중에 다른 쪽에서 던전 갈 때 고역일 거 같아요.”

“다른 쪽들은 짐꾼 고용 안 해요?”

짐꾼.

내가 가진 그림자 주머니 같은 아공간류 스킬을 가진 헌터를 뜻한다.

이런 사람들은 전투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몸값이 높다.

4성 던전 이후부터는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던전이 많다 보니, 보급 물자가 중요해지니까.

“짐꾼은 보통 고정 멤버로 들어가니까요. 프리랜서로 뛰는 짐꾼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런 사람은 드물어요. 그리고 지척 씨만큼 용량이 넓고 많은 사람은 더욱더 없거든요.”

별하나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즉, 그런 사람 구하기 어렵다, 이거로구나.

“그런데 요새는 짐꾼이라고 하지 않고, 창고지기라고 하지 않던가요?”

리블이 끼어든다.

“공식적인 포지션으로 부를 때는 그러지만, 뭐 다들 자기 입에 달라붙는 대로 이야기하니까. 그런데 리블 씨, 외국인이라면서 제법 잘 아네요?”

“저에게는 마법의 기술이 있거든요. 혹시 들어는 보셨는지 모르겠는데요. 인-터넷이라고 하는 거죠.”

“우와. 저도 있어요. 그거.”

이 사람들 농담 따먹기가 수준급이네.

그렇게 밥 먹고 있는 와중. 식사 중에도 근엄진지한 표정의 정지한이 입을 열었다.

“식사하시면서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이 동굴 안의 보스에 대해서입니다.”

다들 귀를 기울인다.

“제가 얻은 정보는 어떤 시점이 되기 전에는 말을 할 수 없는 제약이 걸린 것들도 있기 때문에, 지금 말씀드리는 겁니다.”

“모두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정지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다들 눈치채고 있었나 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쉬워지겠군요. 이 동굴의 보스 몬스터는 [융합된 변이체]라는 녀석입니다. 한 번에 스킬을 8개 사용. 쿨 타임은 각기 1~2초. 그리고 어그로가 쉽게 풀립니다.”

탱커 정지벽이 정지한의 말에 불끈 주먹을 쥐었다.

“어그로 스킬 타이밍이 중요하겠군요.”

“네. 또한 어떤 스킬이 나올지는 그때그때 다릅니다. 디버프에서 공격 스킬 혹은 환경 변화 스킬까지 다양하죠. 심지어는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스킬을 쓰기도 합니다.”

“대박…….”

별하나의 말이 내 심정이다.

“정석으로 잡으려면, 녀석의 스킬을 계속해서 끊으면서 몸에 타격을 꾸준히 넣고. 그 핵인 성좌의 조각을 빼내야 합니다만……. 저희 인원으로는 아무래도 그렇게 잡기에는 힘들 겁니다. 때문에 조금 변칙적인 방법을 써야 하죠.”

변칙적인 방법이라?

“이번 일의 주축은 엄지척 헌터입니다. [강기] 사용 가능하시죠?”

“네.”

혼원건곤신공 랭크 A가 되면서 [강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공유했었던 사실.

그간 쓰지 않은 것은 이게 내공을 많이 잡아먹어서.

각종 스킬로 내공이 몇 배로 뻥튀기가 되었음에도, 은근히 내공을 참 많이 먹어대요.

“그게 공략의 키워드입니다.”

그는 설명을 시작했다.

* * *

우리는 안으로 쭉쭉 들어가서 결국 모든 변이체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던전 내부에 있기 때문에 리스폰 같은 건 없다.

남은 것은 이제 보스 몬스터뿐.

이 보스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라도 동굴 안의 변이체를 전부 사살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보스 몬스터가 살아남은 변이체를 흡수해서 더욱 거대화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보스 룸 앞에 섰다.

“위대하신 소이시여. 저희에게 젖을 내려 주시고 정신을 보호하소서!”

성광이 우선적으로 버프를 건다. 정신 보호의 축복.

무척이도 기록사로서의 버프를 자신에게, 그리고 동료들에게 건다.

나 역시 마찬가지. 할 수 있는 버프는 다 걸었다. 거기에 방패도 꺼내놓은 것은 덤이다.

“그럼 엽니다.”

정지벽의 두 팔이 근육으로 부풀었다.

거대한 석문을 잡고 안으로 밀자, 그그극 소리가 나며 석문이 열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는 운동장 두 개가 들어갈 만큼 넓은 지하 공동이 나왔다.

천장에는 마법적인 빛의 구체가 떠서 지하 공동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기에 우리는 공동의 한가운데에서 홀로 우리를 기다리는 보스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