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5화
남자 10명. 여자가 7명.
인간의 형태인데…… 외형은 기괴하잖아?
머리에 뿔이 비대칭으로 나 있는 사람.
눈이 좌우에 5개 달려 있는데 제각각 크기가 다른 사람.
한쪽 팔이 게의 집게발처럼 된 사람.
그리고 공통점이라면.
우리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들 중 한 명이 나무를 엮어 만든 지팡이를 들고서 그들의 머리 위로 둥근 보호막을 펼치고 있는 게 보였다.
콰쾅!
파치지지직!
푸른색의 보호막. 그것은 별하나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낸다.
와우……?
별하나의 유성 화살은 위력이 으마으마한데 그걸 막아내?
방어 전문 직업을 가진 헌터였나?
“바이크!? 던전에서 바이크를 타는 놈이 다 있어?”
“디버프나 걸어!”
저들이 당황해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겠지. 던전에서 바이크 타고 폭주하는 놈을 보면 나라도 놀라겠다.
그래도 개중 하나는 정신이 박힌 듯, 해골과 뼈가 덕지덕지 붙은 지팡이를 흔들었다.
-상급 저주 : 고통에 노출되었습니다.
-강대한 내공이 저주에 저항합니다.
-저항 성공.
디버프가 미쳤는데?
하지만 내 내공에는 상대가 안 된다!
그리고 당신들. 저주를 건 사람은 제법이다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당황해서 쓰겠어?
타타타타탕!
당황해서 멈칫거리던 그들에게로 총탄 세례가 쏟아진다.
순식간에 그들 사이로 부상자가 속출!
나 역시 그대로 그들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차킹!
바이크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쌍검을 꺼내 들었다.
바이크는 라이딩 스킬 덕분에 손을 떼도 문제없이 주행 가능!
이대로 전부 썰어 버린다!
화아아악! 츠츠츠츠츠츠!
우월해진 내공을 팍팍 쌍검에 밀어 넣는다.
한쪽에서는 열기를 머금은 검기가 수 미터까지 자라나고, 반대쪽 검에서는 냉기를 머금은 검기가 수 미터로 늘어났다.
“저게 뭐야!!”
“검기다!”
부상을 입은 자들과 멀쩡한 자들, 양쪽 다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나를 향해 스킬을 쏴 댔다.
그러나.
그들의 스킬들은 무척이가 쏴대는 총탄에 가로막혀 허공에서 폭발한다.
그 연기를 뚫고 돌진해 그대로 두 검을 휘두르자, 그들은 제법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림자로 변해서 피하는 자.
빛과 함께 도주한 자.
재빠르게 점프를 해서 피한 자.
여럿이 피해냈다.
이것들 레벨이 제법 높다 이거지!?
서걱! 서걱!
“크악!”
하지만 아까 무척이의 총탄 세례에 구멍이 난 이들은 피하지 못하고 몸이 잘려 나갔다.
잔혹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이들은 적이다.
그것도 그냥 적이 아니라, 몬스터로 변한 적!
부아앙!
모노 바이크를 그대로 내달리는 사이.
무척이는 계속해서 총탄을 쏴댔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도 보통은 아니었다.
“거신이여! 당신의 힘으로 적을 분쇄하리라!”
“분노의 염왕이여, 나에게 깃들어라!”
어떤 이는 몸이 2배로 커지며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어떤 이는 온몸이 불길로 휩싸였다.
무척이의 총탄을 방어 혹은 몸으로 때우면서 그들이 나를 향해 무기를 들었다.
과연 고레벨의 헌터!
그렇게 생각하는데, 새로운 도움이 생겼다.
“카아아아!”
숲으로 흩어졌던 하프 구울들이 나타난 것!
리블이 사방으로 흩어지게 만든 수백 구의 구울 중 일부인 듯, 수십 구의 구울이 나타나 덤벼들었다.
“언데드!?”
“구울 따위에게 신경 쓰지 마! 저놈들부터 잡……. 커억!”
그사이.
무척이가 쏘아낸 마탄(魔彈)이 결국 지팡이 든 놈의 머리통에 구멍을 내주는 데 성공했다.
보호막을 유지하던 놈이었다.
파칭!
보호막이 파쇄된다.
그러자 하늘을 통과하며 유성이 떨어져 내린다.
콰쾅!
별하나의 유성 화살이 지면을 강타하며 화려하게 폭발.
그리고 그사이로 리블의 언데드가 자기 목숨 따위는 조금도 아끼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야……. 장관일세.
별하나의 유성 화살은 하나가 터지면 적어도 반경 수 미터가 폭발로 날아가 버린다.
이야. 저런 게 계속해서 떨어져 내리니까 그야말로 융단폭격이나 다름이 없네.
이윽고 폭격이 끝났다.
바이크를 멈추고 서서 초토화된 땅을 바라보고 있으니, 단 한 명만이 팔 한 짝 없는 채로 살아남아 있었다.
“크… 크으으으… 네놈들……. 어디의 헌터냐.”
[주군. 정보를 주시면 안 됩니다.]
척량의 말에 동의했다. 적에게 굳이 정보를 줄 필요가 있나.
“얌전히 우리에게 잡혔으면 덜 고통스러웠을 것을… 네놈들의 미래는 결…….”
퍽!
그리고 그 헌터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터졌다.
별하나가 날린 저격 스킬을 적용한 화살이 날아온 탓이다.
우와……. 살벌하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헌터로 산다는 건, 어차피 이런 일에도 익숙해져야 한다는 뜻.
남들이 생각하는 화려한 모습은 극히 일부분이었으니까.
“무척아, 어땠냐? 레벨 업 했음?”
무척이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내 등 뒤에 탄 무척이는 총을 허리춤에 걸고 있었다.
“레벨 업 했음. 여기 장난 아닌데. 다들 고레벨인가 봐.”
“너 지금 레벨 몇인데?”
“벌써 72.”
“미쳤네.”
여기서 80도 찍는 거 아냐?
“이렇게 광렙 하려면, 레벨 격차가 최소 20은 나야 할 텐데…….”
“그러면 뭐야. 방금 저 [뒤틀리고 변이된 지성체]가 레벨 90쯤 되는 건가? 그러기에는 너무 약한데?”
“우리 파티가 센 거겠지. 특히 형은 너무 강하잖아. 내공도 본래 보다 4배 이상 많다며. 아까 그건 나도 보고 깜놀했다고. 그거 뭐야, 대체? 그 무지막지한 검기.”
“내공이 많으니까 가능한 거지, 딱히 특별한 건 아냐. 그냥 들입다 내공을 퍼부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다만 다들 마력이나 내공이 아까워서 안 하는 거지.”
그렇다. 나는 이제 내공 부르주아다. 내공이 넘쳐나요.
“미치겠네, 진짜…….”
무척이 놈이 어이없다는 얼굴을 한다. 이 새끼는 형이 잘나가면 존경이나 할 것이지, 하여튼…….
그렇게 소소하게 잡담하면서, 바이크에서 내렸다.
그리고 저들 [뒤틀리고 변이된 지성체]들의 시체를 한번 감정해 봤다.
[마드레 두안체]
나이 : 38
성별 : 남성
레벨 : 89
종족 : [뒤틀리고 변이된 지성체]
직업 : 포레스트 워리어
숲의 전사. 숲속에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
그러나 지금은 뒤틀린 성좌의 조각에 의해 인간에서 변이체가 되어버린 자. 종족이 변화하며 추가적인 특성과 능력을 손에 넣었으나 그 외의 변화는 없다.
특성 : [뒤틀린 성좌의 숲]의 몬스터가 되었기에 던전 브레이크 시간 외에는 던전을 벗어날 수 없다.
특성 : 재생력
특성 : 섭식 회복
정지한에게 들었던 대로의 설명보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쓰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나저나 ‘세뇌’당했다거나, ‘심성’에 영항을 준다거나 하는 내용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
결국 스스로의 의지로 우리를 공격했다는 건데…….
이런 동네에서 오랫동안 있다 보니 타락했나? 아니면 본래 빌런일지도.
그나저나 섭식 회복은 뭐야?
[섭식 회복]
등급 : 레어
무언가를 먹은 이후 회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인간 포함)
골 때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네…….
이건 뭐. 사람도 잡아먹는 놈들이면 이미.
“뭐 좀 알아냈어?”
“브리핑 때 알게 된 거랑 딱히 다를 건 없어. 그나저나…….”
나는 마드레 두안체라는 사람이 떨어트린 무기를 들었다.
그건 한 자루의 도끼였는데, 손잡이가 가공한 나무라기보다는, 스스로 자라난 나무처럼 보였다.
[숲 수호자의 도끼]
등급 : B
분류 : 무기 (아티팩트)
숲을 수호하는 자들에게 숲이 내려준 신비한 힘의 도끼. 숲 안에서 사용 시 능력치가 상승한다.
기능 : 특정 장소(숲)에서 장착 시 전 능력치 +25% 상승.
기능 : 특정 장소(숲)에서 장착 시 초당 체력 회복 100.
오……. 이건 또 재생 능력하고는 또 다른 효과네?
체력 회복이 초당 100씩 계속 이어진다는 건 확실히 막강한 능력이다.
어지간한 상처는 그냥 낫는다는 거잖아?
물론 트롤의 재생력 같은 것도 상처를 낫게 하지만, 그 재생력이라는 건 피를 소모한다.
내가 피의 양을 늘려주는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으니 버티는 거지.
아니면 상처 재생하다가 빈혈이 날지도.
도끼 외에도 여러 가지 아이템이 줄줄이 떨어져 있는데 전부 귀한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확인하고 있으니 동료들이 바위산에서 내려왔다.
“지척 씨~ 어때요?”
밑도 끝도 없이 ‘어때요?’라고 물으시는 별하나 양. 하지만 같은 팀원이니까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지.
“일단 레벨이 높아요. 80대 중후반들이더라고요. 그리고 장비들도 전부 고가구요. 다 합하면 거의 천억이 넘을 거 같습니다.”
내 말에 다들 ‘와우…….’ 하고 소리를 냈다.
나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도 어디 가서 꿀리는 이들은 아니다.
하지만 헌터들은 언제나 재산을 장비에 쏟아붓기 마련.
때문에 한 번에 수십억, 수백억 버는 게 흔한 일이 아니지.
그러니 지금 다들 억! 소리를 내지.
B랭크만 해도 최소 몇억에서 비싸면 몇백억도 하니까. 게다가 그런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대화는 나누어 보셨습니까?”
정지한의 질문.
“아뇨. 뭐라고 이야기하다가 상대가 사망했거든요. 얌전히 자기들에게 잡혔으면 덜 고통스러웠을 거라나?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끊어졌습니다.”
내 대답에 다들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된다.
“그러면 우선 이동하죠. 엄지척 헌터. 아이템은 전부 그림자 주머니에 보관해 주십시오. 필요하다면 꺼내서 무장해서 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림자를 펼치고, 아이템들을 전부 넣었다. 시체를 넣을까 하다가, 그건 그만두었다.
“목표는 바위산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정지한의 말에 모두 별다른 이견을 내지는 않았다.
* * *
바위산 요새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서면 딱 보이더라.
멀리 보이는데, 바위산 자체도 상당히 높아 보인다.
저거 대충 400~500m 정도는 되는 높이려나?
보통 사람의 걸음으로는 적어도 몇 시간은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우리들은 전부 초인이다.
도착하는 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건 당연한 일.
문제는 몬스터다.
4일간 이어진 대규모 몬스터 사냥을 해서 숫자가 많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잘한 몬스터가 나타나서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것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결국 우리는 바위산 아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건 또…….”
바위산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바위산은 제법 크고 넓다. 서울의 북한산 절반 정도 되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
높이는 400~500미터쯤 되어 보이지만, 봉우리에 있는 요새까지 올라가려면 몇 배 이상을 걸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가 문제는 바위산 여기저기에 따악 봐도 장애물처럼 보이는 게 설치되어 있었다.
해골을 엮어서 매달아 놓은 나무로 만든 가벽.
즉.
올라오려는 것들을 요격해서 공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구조다.
정지한도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여기로 온 거겠지만……. 여기 아주 빡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