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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92화 (192/305)
  • 제192화

    잠깐 척량과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고, 다시금 정지벽과 별하나에게 집중했다.

    그러다가 얌전히 커피를 마시는 성광을 본다.

    “그러고 보니 성광은? 그 장비 어디서 얻었어?”

    성광은 그간 쭈욱 수련을 했다.

    그리고 태청신단도 무척이와 함께 반으로 쪼개서 나눠 먹은 덕분에 내공이라는 스테이터스가 생겼다고 들었다.

    나와 무척이는 마력&내공이지만.

    성광이는 신성력과 내공의 스테이터스가 별도로 존재한다고 한다.

    성광이는 내공 랭크가 C. 무척이는 마력&내공 랭크가 A.

    무척이가 두 단계나 더 높은 이유는 환상의 조각을 착용했기 때문이다.

    “공양 의식을 통해 신께 내려 받았습니다.”

    “아하…….”

    공양 의식이라. 나도 예전에 했었지.

    신이 아니라 시스템한테 보낸 거지만.

    그러고 보면, 따봉 시스템에 뭔가 공양하라는 식의 이야기가 요새는 없다.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정지한과 리블이 다시 나타났다.

    “모두 푹 쉬신 것 같군요. 그러면, 던전에 들어가겠습니다.”

    이제 던전에 들어갈 시간이다.

    * * *

    던전의 입구인 포탈을 건너자 언제나 그렇듯 갇힌 공기 냄새가 맞아주었다.

    오래된 서재 냄새. 먼지 냄새.

    얼마 후면 이제 다시 던전 특유의 냄새가 나지.

    음, 이번에는 숲 냄새인가.

    “오늘은 녹화인가요?”

    내 질문에 정지한이 답했다.

    “네. 필리핀에서 라이브는 자제해 달라고 먼저 부탁했습니다.”

    “먼저 말할 정도면 이미 저희에 대해서는 전부 파악하고도 남았겠군요.”

    “예. 특히 엄지척 씨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뭐,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요.”

    우리는 숲에 들어서 있었지만, 정상적인 숲이 아니었다.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 있고, 이파리는 하나도 없이 가지만 앙상하다.

    나무의 색은 검은 데다가 조금 말라 있다.

    땅도 검고, 풀은 조금도 자라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죽은 나무는 아니다.

    분명 살아 있는 나무인데 생기가 안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할까.

    게다가 나무의 몸체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버섯이 자라나 있는데, 그것을 벌레들이 갉아 먹는 게 보였다.

    검은 고목 버섯 나무. 그리고 그걸 파먹는 벌레.

    그것 외에는 생명체가 없다.

    내 기감의 범위에도 없고.

    이 던전에 대해서 브리핑받을 적에 내부의 사진은 없었다. 하지만 그걸 묘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3D모델링 사진은 있었다.

    즉. 상상화인데 지금 보니 완전 똑같네.

    정지한이 얻은 정보가 양질의 것이라는 것이겠지.

    역시 (아마도) 예지 능력자.

    좋은걸? 정지한은 예지 능력은 아니라고는 했지만 비슷한 걸로 치자.

    그나저나 몬스터가 근처에는 없는 걸 보면 여기는 안전 지역인 모양인데.

    어디로 가야 하려나?

    “별의 시선.”

    별하나가 바로 스킬을 사용한다.

    하늘 높은 곳으로 별이 치솟아 올라가더니, 그대로 못 박혀 반짝인다.

    말 그대로 하늘 위에서 주변을 정탐할 수 있는 스킬로, 어찌 보면 군사용 인공위성을 만들어냈다고 봐도 좋다.

    ‘이거 괜찮은 스킬이네.’

    폐쇄형 던전에서는 못 쓰지만, 이런 필드형 던전에서는 척후에서 최고로 좋은 스킬인 것이다.

    저 별의 시선이 적대적인 몬스터를 탐지하고 탐색하며, 던전 핵도 찾아낸다더라.

    그리고 별하나는 이번에 고레벨의 던전을 소멸시키며 얻은 능력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내가 칭찬하자 그녀는 빰을 긁적였다.

    “뭘요. 엄지척 씨만큼은 아니어도 저도 좀 뭔가 해야죠.”

    그 말에 정지벽이 별하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엄지척 씨가 엄청 떠서 이 녀석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혼자 뒤처지면 안 된다고.”

    “그런 거 아니라니까!”

    “힐러와 탱커는 철밥통인데 자기 같은 정찰 겸 딜러는 구하기 쉽다고요.”

    “진짜! 그런 것까지 말하기예요?”

    그렇게 별하나와 탱커 정지벽은 자매처럼 투닥였다.

    그러고는 그녀가 메고 있던 거대한 대궁을 꺼내 쥐었다.

    “그러면 시작할까요?”

    그녀의 말에 성광과 무척이 나섰다.

    “위대하신 양의 사도시여. 그 털로 인류를 구원하시고, 그 가죽과 살로 굶주림을 벗어나게 하실지니. 그 힘을 내려 주소서!”

    “위력 증대. 위력 강화. 궁시 강화.”

    무기의 위력이 증가하는 신성력 축복과 공격력을 증폭시키는 기록사의 공격력 강화 스킬이 같이 깃든다.

    그리고 나 역시 한 손 보태서 [관통력 증가 부여], [투사체 위력 증가의 기운], [궁신의 가호], [질량 증가], [관성력 증가]의 버프 스킬을 모조리 걸어 주었다.

    그러자.

    과도한 힘이 집중된 탓인지 별하나의 몸 전체가 진짜 별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그녀가 활을 든다.

    대궁의 시위가 당겨지며 화살에 힘이 머금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성이 하늘을 갈랐다.

    그것은 그야말로 순식간.

    눈 한 번 깜박이는 동안 수십 개나 되는 화살이 번쩍이는 유성이 되어 하늘을 지나 저 멀리로 떨어져 간다.

    콰쾅! 쾅! 콰쾅!

    그다음 일어난 일은 융단 폭격이나 마찬가지.

    저 멀리에 떨어진 유성은 폭발하며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본래 딜러로서의 면모보다는 서포터로서의 면모가 더욱 강했던 별하나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최강 공격력의 딜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오……. 별의 여신을 찬양하라!

    그녀는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화살을 쏘아 댄다.

    거의 킬로미터 단위 밖에 융단 폭격을 하고 있는 모습이 무시무시했다.

    그렇게 일차적인 폭격이 끝나고. 그녀가 활을 내려놨다.

    “여기 쩔어! 레벨이 벌써 올랐다고!”

    “저도 올랐습니다.”

    “저 역시 올랐네요.”

    다들 레벨이 올랐다고 호들갑을 떤다.

    파티 분위기 시작부터 아주 후끈하신데?

    “정지벽. 요새 구축을!”

    그사이. 정지한은 정지벽에게 다른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듬직하게 대답하더니 정지벽이 두 주먹을 쾅쾅 부딪친다. 그러고는 주먹을 냅다 바닥에 내리꽂았다.

    쿠구구구구궁!

    예전처럼 벽이 생겨나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선 바닥이 통째로 치솟아 오른다!

    이런 것도 가능하게 되신 건가. 대단한걸?

    결국. 우리가 선 땅은 높이가 10미터에 이른 상태로 우뚝 섰다.

    갑자기 바위산 하나가 생겨난 셈!

    브리핑 때 이미 이게 가능하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으니 놀라운걸?

    “엄지척 헌터. 적들이 올 거니 준비해주실 수 있습니까? 임무의 핵심은 당신이니까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저 댓.”

    그리 말하며 포션을 저글링하듯 톡톡 꺼내서 바닥에 늘어놓았다.

    그런 나를 보고 탱커 정지벽이 휘파람을 불었다.

    “오우, 여유 생긴 거 봐~”

    “요즘 얼굴에서 빛이 나던데 포션 꺼내는 동작도 연습하는 거예요?”

    별하나와 정지벽, 두 사람의 말에 내가 어색하게 웃었다.

    “연습은 안 하는데 무공이 숙달되니까, 이런 손장난도 가능하더라고요.”

    “와~ 동작 참 힙하다.”

    이윽고 저 멀리 검은 고목 버섯의 숲에서 몬스터의 무리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숫자다.

    “계획대로군요. 그러면 이제 전투를 시작합시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미리 계획한 일을 실행하기로 했다.

    그랬다. 내가 핵심인 이유.

    바로 모노 바이크G를 타고서 불을 지르는 것!

    “그러면 달려요!”

    “고고고고고~~!!”

    팀원들의 응원에 따라 나는 곧바로 질주했다.

    * * *

    엄지척의 모노 바이크G가 벽면보행으로 벽을 타고 내려간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정지벽이 만든 간이 바위산의 주변을 돌며 불을 피웠다.

    [크투카의 걸음]과 엄지척이 흑염의를 벗으면서 새롭게 익혔다고 하는 스킬, [염계의 불길]이라는 스킬로 이루어진 화염 벽이다.

    두께가 20미터가 넘는 원형의 화염 장벽까지 만들어졌을 때.

    몬스터들이 들이닥쳤다. 그것들은 폭격에 가까운 화살을 쏘아대는 별하나의 공격을 버티거나, 혹은 피해서 다가온 것들이다.

    식물과 생명체가 반쯤 뒤섞인 끔찍한 모습으로, 사족 보행에서 이족 보행 혹은 칠족(七足) 보행을 하는 괴생명체까지 다양했다.

    그것들은 화염 장벽을 보더니 멈칫하고 선다. 그러고는 화염 장벽에서 조금 떨어진 채로 둥글게 포위망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꽤나 좋은 표적이다.

    괴생명체들의 위로 별하나의 유성 같은 화살이 떨어져 내려 폭발하자 한 번에 십수 마리가 폭사하며 죽어 나갔다.

    콰쾅!

    “키에에엑!”

    비명과 폭발.

    그사이로 엄지척은 바이크를 타고서 돌진해 나가고, 엄무척 역시 공격을 개시한다.

    두 개의 권총은 하나로 합쳐지고, 테크 웨어에서 튀어나온 장치들과 결합하며 부피가 커졌다.

    그렇게 완성된 포신에서 쏟아내는 총탄은 그야말로 전차에나 달려 있을 법한 개틀링 건 같은 속도와 위력을 보였다.

    투투투투투투투투! 하고 갈기는 탄환 세례는 몬스터들을 걸레짝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위력!

    “와, 멋진데?”

    게다가.

    엄지척은 모여 있는 몬스터들을 검기를 두른 바이크로 그대로 갈아 버리며 돌아다녔다.

    그때다.

    “날 봐라아아아!”

    탱커인 정지벽이 어그로를 끄는 스킬을 발동.

    그러자 별하나와 엄무척 그리고 엄지척의 공격에도 아직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움직였다.

    놈들은 눈이 붉게 빛나며 전부 화염 장벽으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폭염을 뚫고, 바위산을 기어오르려는 것!

    “키에에엑!”

    그리고 그것들은 상상 이상의 뜨거움을 가진 화염 장벽에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생명체라면 가지고 있는 감각 기관이 불로 지져지며 생기는 고통은 무시무시한 것.

    어그로 스킬이 단번에 깨어져 나갈 정도의 고통에, 몸을 뒤흔들며 난동을 부린다.

    진형이 붕괴하는 것은 순식간이고, 아직 어그로 스킬의 영향이 남아서 불길을 향해 몸을 던지려는 것들과 엉키며 혼란이 일어났다.

    그 위로 탄환과 화살이 쏟아져 내리니, 결국 얼마 안 가서 수백 마리가 넘던 몬스터가 전부 전멸하는 결과가 일어났다.

    ‘별하나… 벌써부터 스타 시커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군.’

    정지한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채로, 활을 내려놓은 별하나를 본다.

    그가 그녀를 영입한 것에는 사실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세계 파멸 전까지 가장 유명하고, 가장 강력했으며, 인류를 위해서 헌신한 이들을 미리 선점하려는 것이 바로 본래 목적.

    별하나는 ‘스타 시커’라고 불리며, 방금처럼 압도적인 딜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헌터였다.

    저 화살에 죽어 나간 네임드 몬스터와 광신도, 악마가 한둘이 아니었다.

    ‘정지벽 역시 이 시점에 저만큼 강해진 것은 처음이다.’

    그의 시선이 정지벽으로 향했다. 정지벽 역시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방금 전에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하며 레벨이 올랐기에 그런 것.

    “엄지척 씨, 혼자 다 잡아? 너무하네~”

    그녀 역시 별하나와 같이 미래에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 활약한 영웅.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사람들을 보호하는 요새 하나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때문에 그녀의 별명은 벽의 수호신.

    사람들을 지키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불리었다.

    지금은 작은 바위산 하나를 만드는 정도지만.

    이후에는 거대한 산 하나를 만들어 낼 정도가 된다.

    그것이 인류 최후의 요새가 되는 것이다.

    최강의 방패와 최강의 활. 그 두 명을 먼저 확보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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