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88화 (188/305)

제188화

유리 케이스에 담긴 환약.

제법 크다.

통찰의 눈으로 바라보니, 아이템의 정보가 떴다.

[태청신단]

등급 : A-

분류 : 비약/영약

무당파가 비전의 연단법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단약으로, 그중에서도 최상질의 영약으로 알려져 있는 물건.

섭취 후 운기조식을 잘할 경우 내공이 일 갑자 상승한다.

일 갑자!

사실상 랭크 B 수준의 마력&내공을 얻을 수 있는 영약이잖아?

어마어마한 물건이 튀어나왔어!?

[적어도 수천억을 호가하는 물건입니다, 주군.]

그 정도로 비싸?

하기사 저번 그 자소단이 100억이었지.

영약류는 헌터가 아니어도 효과가 있어서 값이 비싸니까.

금융 프린스 정도면 이런 걸 집들이 선물로 들고 올 수 있는 거냐?

“중국에 있는 무당파. 그쪽에서는 스킬을 이용해서 고대의 연단술을 어찌저찌 되찾았다고 하더군. 일 년에 다섯 개 정도는 생산한다던데 그것 때문에 무당파도 요새 성세가 드높아지고 있지.”

와아……. 연단술이라.

연금술 사촌인 스킬인 건 알고 있었는데.

흠, 그러고 보면 무척이와 성광이 둘 다 내공을 이걸로 급증시킬 수 있을지도.

연단술 스킬도 찍어 둘까…….

“즉. 진판이라는 거다.”

“어이쿠, 뭘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냉큼 태청신단을 챙겼다.

곧바로 그림자 주머니로 쏘옥.

A/B는 그런 내 행동을 조금도 막지 않는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

“선물을 주는 이유는 별거 아니야. 알프레드.”

“저는 오즈월드입니다, 도련님.”

노집사 오즈월드. 그가 손목을 두드린다.

그러자, 내 앞으로 영상 하나가 생겨났다.

미국의 뉴스 영상이었는데, 요새는 번역 마법 도구가 많아서 그런지 또렷하게 한국어로 들려왔다.

[오늘 백악관에 오래전에 생겨났던 던전이 소멸했습니다. ABM 길드의 최고의 헌터들이 피해 없이 던전을 소멸하는 데 걸린 시간은 32시간으로, 이는…….]

“제가 던전 소멸의 정보를 풀자마자 움직였군요?”

“시간은 돈이라고, 친구. 좋은 정보를 얻었으면 재빠르게 써먹어야지. 게다가 나는 엄지척 너를 신뢰하거든. 너 같은 미친놈은 본 적이 없어.”

미친놈이라서 신뢰가 간다는 말이야?

이 인간도 제정신은 아니구나. 나는 제정신인데.

“따봉을 받으려고 신들의 주시를 받는 상황에서도 따봉을 달라고 한 거 봤어. 완전히 돌았더군. 내 말이 틀렸어? 그렇게 억울한 표정 짓지 말라고.”

그가 머리 옆에 손가락을 대고 빙글빙글 돌린다.

하아……. 이런 오해는 슬프다.

나는 그저 따봉을 더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고.

네가 따봉에 한 맺힌 내 심정을 아냐!

아니……. 천하의 A/B도 내 능력이 따봉으로 스킬을 사는 능력이라고는 짐작도 못 하겠지.

이 오해는 아무래도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도.

[주군. 그럼에도 사실 그때의 행동은 조금 미치신 것 같긴 했습니다만…….]

시끄러, 척량.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그저 당황스럽습니다만.”

“오, 그래? 별로 당황한 거 같지 않은데.”

“그런 이야기는 일단 미뤄 두시죠. 그래서, 저를 스카우트하고 싶으시다는 겁니까?”

“물론이지. 조건은 최상급으로 맞춰 주지. 미국인의 국적을 주는 게 첫 번째야. 아. 물론 내가 돈을 잘 써서 이중 국적도 되게 해 줄게. 좋지?”

이중 국적이라…….

말 그대로 국적이 두 개.

이거 쉽지 않다.

특례로 허용되는 게 있긴 하지만,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제약도 이래저래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특혜나 다름없는 일.

“당연히 연봉도 있다고. 일단 기본 연봉 2,000억부터 스타트해 보면 어떨까?”

미쳤냐.

육성으로 내뱉을 뻔했지만, 내 초인적인 무공 수련의 힘으로 참아냈다.

아니. 진짜 돌았어, 당신? 2,000억?

[진정하십시오, 주군. 저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호입니다. 그 정도 금액은 그에게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만큼 주군에게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거겠죠.]

후……. 하긴 그래. 진정하자고, 척량.

이 몸은 곧 포션을 수십만 병씩 찍어 낼 몸이 아니겠어?

짐이 곧 공장인데 고작 그 정도로 흔들릴까!

[그겁니다, 주군! 패도를 추구하소서!]

“그리고 95:5 비율로 수익을 나누어 주지. 최소의 거마비만 가져가겠다는 거야. 그뿐인가? 내가 소유한 회사에서 최신의 아이템도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전용 수행 비서 같은 것도 당연히 붙여 준다고. 주택? 그런 거야 금방 지어 주지. 아니면 영화배우랑 미팅 같은 거 필요해? 해 줄게!”

이건… 이건…… 통이 엄청나게 크다.

이게 미쿡 프린스의 스케일인가?

A/B가 아주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거기다가 일전의 습격 같은 것에서 보호도 해 주지. 거미 교단, 골든 호라이즌, 멸망의 손가락, 기타 등등…….”

뭔가… 내가 모르는 뒷세계의 집단들 이름이 줄줄이 사탕으로 흘러나온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거절하겠습니다.”

“왓!?”

그리고 개깜놀한 표정이 된다.

오…. 볼만하다. 이거 귀중한 표정이군요.

나중에 국뽕 영상 제목으로 써도 되겠어.

한국 헌터에게 미국의 초거대 길드 마스터가 놀라자빠지다! 뭐, 이런 걸로.

[만들까요?]

농담이야, 척량.

“왜지?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줄 수 있는 놈은 없을 텐데.”

“이곳에 제가 뿌려 놓은 게 많거든요. 그것들을 수확하려면 ABM 길드로는 갈 수 없습니다. 대신 이런 말 하면 건방지게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생각할 수 있겠다만, 뭐?”

“저에게 투자를 하시죠.”

“왓?”

이번에도 개깜놀 표정이 이어졌다.

오즈월드라는 분은 무표정한데…….

저 노집사님, 로봇은 아니겠지?

“하! 진짜 돌았구나, 너? 좋아. 아주 좋아. 천하의 이 아담에게 투자를 하라고 했겠다? 내가 어떻게 ABM 길드를 세운 건지는 너도 알 텐데?”

“알죠. 투자의 귀재. 그러니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시면 더욱더 투자하실 생각이 드실 겁니다.”

나는 그림자 주머니에서 세계수의 잎을 꺼내들었다.

“세계수의 잎. 귀중한 물건이긴 하지. 그런데 왜?”

“이걸 양산할 수 있다면요? 제가 알기로 세계수의 잎은 던전에서만 드물게 발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왓!?’ 하면서 표정을 구기지 않았다.

아주아주 진지하고 냉철한 눈빛으로 나를 볼 뿐이지.

“오즈월드.”

“예, 도련님. 역시 예상이 맞았습니다. 거미 던전에서 꺼냈던 세계수를 키워 낼 수 있는 모양이군요.”

세계수를 키워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두 명.

[주군과 같이 세계수의 묘목 혹은 씨앗 같은 것을 얻은 적이 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그것을 키워내지 못했다……고 추측됩니다.]

그런 게 아니면 저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겠지. 그나저나 역시 세계 최고, 최강, 최대의 길드인가 보다.

세계수를 확보하긴 했다는 거 아냐?

“너. 아주 좋아. 미쳐버린 당신. 아주 좋아.”

역시 외국인이라 그런가. 한국어 억양이 미묘하긴 하네.

“그래서, 투자는 해 주시겠습니까?”

“어떤 투자인데? 세계수의 잎 독점 유통권이라도 주나?”

“세계수의 잎 자체만으로도 아주 훌륭하지만……. 이걸 재료로 포션 같은 것을 만들면 효과가 더 뛰어나지죠. 잘려나간 팔다리도 재생할 수 있을걸요.”

실제로 최고위 힐러들 중에는 아예 사라진 팔다리를 재생해내는 이들도 있긴 하다.

문제는 그런 종류의 스킬은 쿨 타임이 길다거나, 마력을 무시무시하게 잡아먹는다거나 하는 제약이 있다는 것.

그걸 포션으로 할 수 있다.

세계수의 잎을 이용하면 못 할 것도 없지.

“그래서. 어디다가 투자하라는 거지?”

“(주)정진 컴퍼니에 투자를 해 주시죠. 그쪽을 통해서 포션 판매, 부동산 개발까지 같이 진행하고 있거든요.”

“너는 정지한 그놈을 믿나?”

“믿고 말고 할 것까지도 없이 이미 한배를 타고 있거든요.”

잠시. 아담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아까의 건들거리는 태도가 아닌, 진지한 표정과 태도였다.

“내가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건 정지한 대표이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외 유통 권한을 드릴 수도 있겠죠. 진정한 의미에서의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면요.”

실제로.

내가 포션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해외 유통로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판매가 제법 귀찮고 힘들어진다.

가격 자체가 너무 낮기 때문에, 어떻게든 팔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쉬운 길 내버려 두고 먼 길 돌아갈 필요는 없지.

거기다가 ABM 길드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대외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어라라. 나 언제 이렇게 머리가 좋아졌지?

[제가 주군의 신공정령이기 때문입니다. 주군의 능력을 제가 사용하듯, 주군도 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한정적인 부분에서만이지만요.]

오… 척량이 덕분이었어? 이거 참 고맙네.

[별말씀을요.]

“흐으으으음. 아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긴 한데. 단번에 결정할 일은 아니야. 이해하지?”

“물론입니다.”

“좋아. 다시 오지. 그때에는 더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거야. 또 보자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 역시 일어서서, 그를 배웅해 주었다.

“그럼. 다음에 뵙죠.”

“그래. 또 보자고.”

그는 오즈월드라는 노집사를 대동하고, 집을 나갔다.

“후…….”

빡센걸.

나는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늘어졌다.

압박감이 제법 강하단 말이지. 그래도, 잘해낸 것 같다.

* * *

“진짜 참신하게 미친놈이네. 보니까 어땠어?”

고급 리무진이 도로 위를 미끄러진다.

그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은 노집사 오즈월드.

“카르마의 양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이미 도련님 수준에 거의 와 닿았더군요.”

오즈월드는 운전을 하며 뒷좌석에 앉은 A/B에게 답한다.

“진짜?”

집사 오즈월드.

엄지척이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그의 직업은 진짜로 집사(butler)였다.

그것도 보통의 집사가 아닌, 차원 집사(Plane Butler)라는 특수 직업.

그는 차원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자신의 주인을 보필하여 보좌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였으며.

그가 주인으로 삼는 존재의 레벨과 비례하여 더욱더 다양하고 강력한 능력을 가진다.

즉.

아담 브론즈가 강해질수록, 그는 자동적으로 강해진다.

다만 그 스스로는 강해질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담 브론즈는 인류 전체에서도 상위에 들어갈 정도의 초인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오즈월드의 능력 중 하나.

손님 접대(guest reception).

상대의 정보를 파악 가능하게 해 주는 능력!

그리고 오즈월드는 이 능력을 사용하여 상대가 쌓아온 카르마(karma-업 業)를 측정할 수 있었다.

“역시……. 레벨은 고정되고, 경험치를 다른 형태로 사용하게 해 주는 직업인가. 히든 클래스잖아, 그거.”

“그렇다고 해도. 저 정도의 카르마를 단기간에 쌓은 이는 처음 보는군요. 저희가 찾아낸 자들 중 가장 독보적입니다.”

“쯧. 그러면 영입은 실패겠네.”

“예. 자주독립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그러면 파트너십이라도 맺는 걸로 만족해야 하지만… 저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단 말이지. 재미없는걸.”

“도련님의 판단대로 하시기를.”

“아~ 이러기야, 알프레드?”

“저는 오즈월드입니다.”

집사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조용히 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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