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84화 (184/305)
  • 제184화

    “도련님. 저 엄지척 헌터는 그 능력을 전부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래. 진짜……. 이제는 가치가 더 달라지겠는걸? 고레벨 던전이야 부수기 쉬워지겠지만 저레벨 던전은 답이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현재 유일하게 저레벨 던전을 소멸시킬 수 있는 헌터니까요.”

    둘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지척은 결국 던전 핵을 파괴했다.

    그리고.

    던전이 사라진다.

    재생성형 던전이기에 사라지지 않았던 던전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거 참… 시대가 바뀌겠군.”

    “비행기를 준비하겠습니다.”

    “직접 가서 만나 보라는 거지?”

    “그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역시 알프레도야! 우리 집사!”

    “저는 오스왈드입니다, 도련님.”

    * * *

    과거 절망이 추가 퀘스트를 주며 나를 시험했던 곳.

    그런 곳이 소멸하고 있는데 절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놈도 더는 내게 볼일이 없나 보다.

    그렇게 던전을 없애고 밖으로 나오니 포탈이 사라지면서 무수히 많은 물건들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산을 쌓았다.

    쿠과과과광!

    ‘와, 하늘에서 아이템이 쏟아지네.’

    던전이 소멸하면 이렇게 되는 건가 보네.

    서포터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템을 회수하는 것보다 편한걸?

    그렇게 생각하며 채팅창을 봤다.

    -던전 소멸 키타아아아아아!

    -코이츠 미쳐 버린 것WWWW

    -엄지 최고다아아아! 엄지야아아아!!!!!!

    -엄지 착한 이유 : 인형 탈 입고 한 시간 내내 지랄 쇼 함. 그래놓고 중간에 덥다는 소리 한마디도 안 함. 팬들이 귀엽다고 하니까 오토바이로 쳇바퀴도 달려줌.

    -던전 소멸. 이거 세계 최초지?

    ↳핵폭탄에 소멸된 기록이 있지만… 검사 결과 뭐 또 확실하진 않다고 나왔었음.

    ↳그거 빼면 최초.

    ↳국격이 올라가서 가슴이 웅장해진다…….

    ↳국격X 엄지척 몸값O

    -실화냐? 레알이냐? 에바 아니냐?

    ↳쓰리냐?

    ↳속 쓰릴 때는 쓰리탄.

    ↳고마해, 미친놈들아!

    채팅장이 대폭발이다.

    채팅창만 폭발하는 게 아니었다.

    던전 밖으로 나가니 기자들도 줄줄이 사탕으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공무원들도 놀라서 경악한 얼굴이고, 정진에서 나온 서포터 팀원들은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가 있는 중이다.

    음, 내 방가방가 햄찌 탈이 이렇게 좀 수줍어지는군.

    뭔가 대단한 영웅 포즈를 취하고 싶어도 인형 머리가 커서 중심 잡기가 은근 힘들어.

    게다가 이건 그냥 개그잖아!

    나의 미친 심정과는 달리 척량은 차분했다.

    [그나저나 던전 핵이 보스 몬스터로 변할 줄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나도 놀랐다고. 게다가 누가 절망이 만든 던전 아니랄까 봐 정신계 공격 무지하게 걸어 대더만.

    [측량 결과로는 보스 몬스터의 다섯 배 이상이었습니다. 일반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붕괴되고, 헌터 역시 특별한 정신 보호 능력이 없다면 미쳐 버렸을 겁니다.]

    왜 그런 게 나온 걸까?

    [던전을 만든 신의 힘 때문일 겁니다.]

    하긴. 신도 자기가 힘써서 만든 게 부서지는 건 싫었겠지.

    그래서 파수꾼 정도는 준비해 둔 것일 거고.

    그렇다고는 해도… 히든 보스라니. 너무했다.

    [그렇긴 합니다만……. 주군. 우선은 눈앞의 일에 집중해 주십시오.]

    그래야지. 기자들이 열흘 굶은 하이에나처럼 보고 있네.

    일단 기자들보다는 시청자들이 더 중요하니까 시청자 인사부터 하고 방송 종료하자.

    [좋은 생각이십니다.]

    “구독자 여러분들! 오늘도 즐거우셨나요? 즐거우셨다면 부디 구독&좋아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엄찌엄찌~!”

    와, 이 인형 옷 엄지 치켜드는 거 은근 힘들다.

    칼 잡을 때도 계속 미끄러져서 혼났는데.

    -엄지야. 국뽕이 너무 많다. 배 터지겠다.

    ↳무슨 소리야! 주모! 여기 국뽕 한 그릇 더!

    ↳여기는 국뽕 세 그릇 말아 주쇼!

    -우리 작았던 엄지가 이렇게나 커졌어!

    ↳가슴이 웅장해진다!

    -엄지야! 우리 집 앞에 있는 던전 좀 없애 주라! 우리 집 집값 똥값이야!!!

    ↳엇? 나도! 나두!

    ↳2222

    ↳3333

    시청자들의 반응도 아주 좋구나. 그나저나 부동산 걱정도 하네?

    “그러면, 내일 아침에 필라테스로 또 봐요~!”

    성실함과 미친 듯한 떡밥을 쏟아내는 게 바로 내 장점 아닌가.

    던전 다녀온 헌터들은 보통 쓰러져 쉬는데 아침을 여는 필라테스부터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암.

    나 새끼 칭찬해~!

    방송 이걸로 종료.

    그렇게 종료하자, 이번에는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엄지척 헌터! 던전을 소멸시키셨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엄지척 헌터~! 던전 소멸 정보를 너무 무분별하게 풀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각국의 에이전트가 다수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틀렸다.

    열흘 굶은 하이에나가 아니다.

    한 달 굶은 피라냐 떼, 그 자체다. 이렇게나 필사적일 줄이야.

    하지만 서포트 팀원들과 공무원들이 그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특히 서포터인 이씨 아저씨가 가장 소리 높여서 외쳤다.

    “아니, 이 사람들이, 방금 던전 나온 헌터한테 왜 이렇게 달라붙어! 쉴 시간 좀 주고 하지!”

    “옳소! 거기다 바닥에 아이템들이 굴러다니는데 이거 누가 처리하라고! 어허! 손댈 생각 하지 마쇼!”

    우와, 이렇게 격렬하게 장벽이 되어 막아 주실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이 이상은 실례니까.

    뭐라도 정리를 해야겠지.

    “딱 세 분만 질문 받겠습니다!”

    이대로 그냥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내 PR을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R일보의 김서기 기자입니다! 던전 소멸 정보를 갓튜브에서 방송으로 알리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던전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오!”

    추임새만 그럴 듯하다.

    ‘이 새끼 정치 나가나?’

    그래. 정치하려는 사람 아니면 이런 멘트 하기 힘들지.

    내가 사회운동가도 아니고.

    아니나 다를까.

    내 말에 기자들 몇이 나를 미친놈 보듯이 하고 있다.

    그래, 누가 봐도 미친 짓이지.

    이걸 기업이나 국가에 가져다 팔면 얼마를 버는데 그걸 꽁으로 뿌려?

    ‘하지만.’

    이 사람들이 튜토리얼 이후의 세계에 대해 뭘 알겠냐.

    나도 그걸 못 봤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모르는데.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들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알아들을 만한 말을 꺼냈다.

    “그리고 덤으로 내 유명세도 올리고, 따봉도 벌고요.”

    “아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기자들이 보였다.

    ‘갓튜브에 미친 새끼라는 말이 사실이네?’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 맞다. 너의 갓튜브에 미친 이.

    “구독&좋아요. 부탁해요.”

    엄토리 탈을 쓰고 멘트를 쳐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며 사진이가 촤촤촤촥! 찍힌다.

    사회 면에 나올 것치고는 꽤나 엄격, 근엄, 진지하지 않나.

    “자, 그러면 다음 분.”

    “A미디어의 박민재 기자입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에이전트들이 이쪽으로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조건이 맞으면 외국으로 나갈 의향이 있으십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우선 국내 던전 정리를 마치면 모를까. 지금은 고려치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분.”

    “채널Q의 박선 기자입니다! 국내의 던전을 정리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의미이십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허세를 빵빵 터트려 줘야지?

    “저는 국내 애물단지 던전이나, 클리어 불가 던전은 전부 소멸시킬 생각입니다. 물론 자원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던전이라든가, 위험하지 않은 던전은 정부와 상의해서 처리해야겠지만요.”

    내 말에 모두가 웅성였다.

    “그… 그게 가능합니까?”

    “예. 저는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질문은 여기까지 받겠습니다.”

    나는 바로 자리를 떴다.

    뒤에서 기자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시했다.

    한도 끝도 없이 대답해 줄 수는 없는 일이잖아?

    [주군. 따봉이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야. 그거 좋네. 이번에 팔로워 숫자 좀 늘어나려나?

    [이미 20만 명이 추가로 붙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이제 명실상부 밀리언 갓튜버이십니다!]

    밀리언 갓튜버.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스트리머를 뜻한다.

    드디어 100만 명인가.

    하지만 아직 멀었다.

    구입해야 하는 스킬은 많고, 랭크 올릴 스킬도 많으니까.

    아직도 나는 따봉이 고프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골드 버튼은 언제 오지? 백만 넘으면 보내준다던데.

    오자마자 개봉식 #가보자고!

    * * *

    [미국이 경악하고, 중국이 배 아파하며, 일본이 통곡할 정도의 슈퍼스타 헌터가 한국에 등장!]

    당일 국뽕튜브가 시원하게 국뽕의 나팔을 불었다.

    그러자 수많은 그의 사도들이 무덤에서 일어나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국뽕의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시원하게 말아주게.

    [환국의 정통성이 여기에! 세계를 지배했던 환국의 저력을 가진 헌터가 등장했다!?]

    [세계 최초 던전 소멸의 쾌거! 한국인이 해냈습니다!]

    국뽕으로 가슴이 웅장해질 것 같은 갓튜브가 여기저기 올라왔다.

    그리고 그 갓튜브의 내용은 전부 엄지척이 던전을 소멸시키던 당시의 영상을 조금 가져다가 붙이고는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는 종류의 것.

    그랬다.

    나는 환국의 후손으로서 수밀이국의 정통 후계자이자, 김치로 암을 치료한 대한의 자랑스러운 순혈 건아였다.

    장담컨대 괴벨스가 환생해도 우리나라 국뽕튜브를 이길 수 없을 거다.

    아무튼 결계석을 무시하는 던전들이 등장하고 각 나라가 고통을 받는 동안, 세계 최초로 재생성형 던전을 영구 소멸시킬 수 있었다는 건 국뽕 한 사발 말 만했지.

    정신이 힘들면 술을 빨고, 자존감이 힘들면 국뽕이라도 빨아야 하는 법.

    세계 최초.

    그 감미로운 타이틀 때문에 이런 종류의 영상들 시청률이 쭉쭉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뿐이 아니었다.

    엄지척의 갓튜브도 다시금 대폭주하여 순식간에 구독자 100만을 넘겨, 며칠 사이에 150만 명까지 불어났다.

    이 증가 속도면 몇 달 안에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대형 갓튜버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쯤 되자.

    한국의 정부에서도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포션 업계의 싸움은 자본주의적인 시장경제 싸움이라지만, 던전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은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정진 컴퍼니의 미팅 룸에서 공무원과 마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던전부.

    사실 차원미궁관리부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가 던전부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의 정부기관 중 하나.

    던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이곳에서 관리한다.

    헌터 자격증을 내주는 곳도 여기고, 던전에서 나오는 물건들의 관리도 여기서 한다.

    그래서 늘 기획재정부랑 ‘불화설’, ‘불화’, ‘역정’, ‘대로’ 이런 단어가 들어간 헤드라인의 기사가 뜬다.

    그나마 잘 지낼 때는 ‘불편한 동거’ 이런 단어가 들어간 헤드라인이 뜨는 수준이니 말 다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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