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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81화 (181/305)
  • 제181화

    리블은 히죽 웃는다. 그의 손에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서려 있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예전에 들어서 안다.

    영혼이다.

    이미 리블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예전에 하던 ‘심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요~ 이미 짐작하고 계시는 거기가 맞는 것 같군요. 참 집요하죠?”

    “그러게요.”

    SL화학. 또 너네냐.

    “후후후후. 굳이 물어보실 필요가 있을까요?”

    “하긴 그래요.”

    한국 땅에서 이런 전시 군사작전을 펼치게 만들려면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했다.

    즉 SL화학 정도는 되어야 이게 가능하다는 거겠지.

    리블이 물었다.

    “그러면 계약에 따라 시체는 제가 가져갑니다? 용병들은 돈 때문에 사람 죽이는 악인이니까요.”

    “그러세요. 얼굴은 잘 지우시고.”

    “고맙습니다~ 아리가또~ 셰셰~ 땡큐~”

    이걸로 시체도 해결했나.

    나 죽이러 온 악덕 제약회사 놈들아.

    이걸 보고 제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SL화학 개같이 멸망해~~~♥♥♥♥

    * * *

    “하…. 미친…….”

    박일성은 영상을 보고서는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냈다.

    원거리에서 촬영한 영상과 PMC 직원들이 달고 있는 캠 카메라가 보내온 영상.

    이 두 가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엄지척 제거 작전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장갑차량만 해도 수백 가지의 마도공학이 집약되어 있는 물건이었고, 저기에 모인 헌터들의 숫자만 해도 수십여 명에 달한다.

    그들 하나하나의 몸값도 무시무시한 수준이었고, 그들의 장비도 하나하나가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을 호가하는 것들이었다.

    그게 전부 증발하다니?

    거진 수천억이 한 번에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상황.

    “사장님. 블랙 하운드 측에서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전략기획실장 박성찬의 표정이 똥 씹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외국계 PMC기업인 블랙 하운드는 전쟁에서 암살까지 다 해 주는 나쁜 일 대행업체답게 다들 악인들이다.

    돈 받고 사람 죽여 주는 직업이니 애초에 착할 수가 없는 일 아닌가.

    나쁜 놈들 회사답게 자기들의 이익에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이번에 잃은 것들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들이니, 블랙 하운드 측의 반응은 사나울 수밖에.

    “항의?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면서 이 새끼들이…….”

    박일성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다.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서, 함정에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이걸 뭉개다가는 훗날 보복을 할 수도 있습니다만…….”

    박성찬은 조심스레 보고를 계속했다.

    “내버려 둬. 그쪽이 급한 게 아니니까.”

    박일성은 표정을 풀고, 자신의 두 눈을 주물렀다.

    그의 말대로 당장 급한 일은 아니긴 했다.

    블랙 하운드는 이번 일로 더 돈을 뜯어낼 수 있을지 아닐지부터 가늠할 테니까.

    문제는 저 전투의 후폭풍.

    “다른 기업에서 연락 온 것은?”

    “아직 없습니다.”

    “이 새끼들이 발을 빼려는 거야, 뭐야? 왜 연락을 안 받아?”

    SL화학은 한국 내에서만 잘나가는 브랜드가 아니다.

    해외 제약회사와 동맹을 맺어 전 세계적으로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글로벌 대기업까지 성장했으니까.

    그런 SL화학 혼자서 엄지척 제거 작전을 한 것이 아니었다.

    주식을 교환한 다른 기업들 역시 자금을 대었고, 미국에 자리한 기업이 주선하여 블랙 하운드를 불러들였다.

    그들도 알고 있다.

    따봉 포션이라는 저 촌스러운 포션을 내버려 둔다면 앞으로의 포션 업계 패권이 무너져 내리리라는 것을.

    헌터의 스킬은 결국 레벨 업 할수록 성장하지 않나.

    엄지척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는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저 스킬이 성장형일 경우 그 생산량은 곧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많아질 수도 있다.

    이미 의료 보험이 안 되는 해외에서는 엄지척의 포션을 직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돈은 없는데 가족이 아픈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특히 척추 관련 치료에 탁월하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손꼽히는 만성 통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식에 수많은 서민들이 어떻게든 직구라도 하려고.

    그게 안 되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족을 한국에 오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하필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에도 손을 뻗다니… 그 시장이 얼마짜린데.’

    특히 만성 통증은 끊임없이 진통제를 먹어야 했다.

    그게 다 돈 아닌가?

    ‘빌어먹을. 자기가 무슨 의료 민영화랑 싸우는 민주 투사라고 생각하는 건가?’

    세계 진통제 시장 매출을 생각하면 그런 재수 없는 가능성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이들 모두가 힘을 합쳤다.

    “시간 벌이를 하려고 고의적으로 연락을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장님.”

    박성찬은 전략기획실의 분석에 대해서 보고를 올렸다.

    “우리 죽는 동안 살길을 찾겠다는 거야?”

    “분석으로는… 그렇습니다.”

    실패.

    그게 문제다. 공격의 실패로 엄지척이 생존했다.

    적어도 몇 개월간은 다시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시간이면 한국의 포션 업계는 완전히 붕괴한다.

    그리고 외국에도 그 마수가 뻗어 나오게 된다면?

    저들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이 붕괴되는 동안 자신들의 영역을 지킬 방도를 마련할 생각인 것.

    “우리 생산 원가는 어때?”

    “간단하게 계산하면 30만원 안팎입니다. 적자는 아닙니다만…….”

    “알아.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지.”

    그동안은 막대한 수익금을 여기저기 썼다.

    로비, 헌터 고용, 투자, 그 외의 여러 가지 활동들.

    그런데 이제는 수익이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돈으로 유지되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수 있었다.

    “후… X발. 어쩔 수 없지. 가격, 우리도 48만 원으로 낮춰. 어떻게든 하청 업체 더 쥐어짤 방도 마련하고. 계열사에 전화 돌려서…….”

    “사장님! 실장님! 큰일입니다!”

    문을 벌컥 열고 부하 직원이 뛰어 들어온다.

    본래라면 부하 직원을 혼내야 할 박일성과 박성찬이었지만, 어서 말하라는 듯 직원을 응시하기만 했다.

    “화성 포션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뭐!?”

    SL화학의 가장 큰 포션 제조 공장이 불타고 있었다.

    * * *

    “이거… 참…… 엄청나게 벌고 있네…….”

    공매도 수익률 실화입니까?

    [공장이 불탄 건이 아마도 치명타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게. 안 그래도 나 때문에 나락 가는 주식이었는데, 이러다가 상장폐지되거나 부도나는 거 아닐까 몰라.

    [포션 업계는 사내 유보금이 많아서, 이 정도로 부도가 나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회복 포션만이 SL화학의 주력은 아닙니다. 다른 상품도 많으니 버틸 만하겠죠. 다만 옛 성세를 회복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 하긴. 그것도 그래.

    SL화학은 국내 오 대 기업 중의 하나다.

    오 대 기업쯤 되면 들고 있는 현금이 장난이 아니라서 이런 거 한 번으로 부도가 일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그래도 회사란 풍선에서 바람을 뺄 수는 있을 거다.

    그게 반복되면 쪼그라들 거고.

    며칠 사이에 최종적으로 주식은 –78%를 기록했다.

    반토막보다 더 아래로 내려간 셈.

    반대로 말하자면, 내 주식은 고작 며칠 사이에 그만큼 이득을 본 셈이다.

    이야…… 돈이 복사가 됐네.

    SL화학은 완전히 맛이 갔고.

    “그래도 더 안 떨어지려나?”

    갓튜브로 포션팔이를 시작하자마자 나보다 먼저 풋 샀던 애들은 신이 나서 커뮤니티에 외치고 있고.

    척량이 보여준 SNS는 다음과 같았다.

    -내가 소속사에 주식을 박을 줄은 몰랐다……. 일 더럽게 못 하는 개정진 멸망해. 멸망하지 마!!

    -개 같은 소속사^^ 내가 주식 팔 때까지 우상향만 해♥♥♥♥

    -개정진 너무 싫어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주식은 샀다.

    풋은 위험하니까 주식을 사 모은 팬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그쪽도 벌이가 괜찮은지 이미 들어간 팬들과 들어갈 팬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다만.

    “척량. 왜인지 팬들이 우리 소속사 정진을 싫어하는 것 같다. 일을 못한다고…….”

    [네. 그… 다른 기업에서는 스밍 이벤트 때 이런저런 광고를 낸 모양인데 정진만 안 냈다고.]

    정지한이 바쁜가?

    [그리고 회사 직원이 커뮤니티에 일반 팬들은 알 수 없는 그런 정보를 풀다가 걸리고.]

    …아니 이게 무슨… 사과문은 냈어?

    [그게, 아직 내부 직원 색출 중인데 잘 안 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인 정지한은 나가 있는 모양이라.]

    음. 세계 평화를 위해 출장 나가 있는 모양이군.

    높은 확률로 사람 아니면 몬스터를 썰고 있겠지.

    ‘근데 회사 문제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나야 지분 달달하게 받아가며 활동하고 있지만 경영은 정지한이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난 포토 카드 이벤트 때 당첨자가 회사 직원 지인이라는 정황이 포착되어서 또 난리가 났고요. 일단 이건 급히 사과문을 올렸었습니다.]

    ……개판이군.

    [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중입니다.]

    그렇군. 그래서 저 SNS 200자 안에 희로애락이 다 들어가 있었던 것인가.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저어의 생각은. 그냥 셀카를 찍어 근황을 올리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업에 충실하라는 거야?

    [네. 뭐 여기서 말을 더 얹어 봐야 해결이 되는 상황도 아니고. 결국 정지한이 와야 될 문제입니다.]

    어려운 문제다.

    -개정진 중소만도 못한 대기업ㅗㅗㅗㅗㅗ 우리 애 인질 잡아놓고 뭐하는 거임?

    -애 인질 잡아놓고 팬들이랑 기 싸움 하는 날강도가 있다? ㄱㅐ ㅈㅓㅇ ㅈㅣㄴ 때메 탈덕 마렵다.

    결국 나는 고민 끝에 정지한한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고.

    그리고 미리 준비해놨던 사진을 너스타에 몇 개 올렸다.

    세계수 사진과 동생이 구운 쿠키 하나를 쪼개서 형제 둘이서 나누어 먹는 사진들.

    그리고 성광이랑 성광이가 키우는 양들 사진도 올렸다.

    얼마 후에 척량이 다시 SNS 글을 몇 개 보여주었다.

    -하… 혐생 힐링된다. 엄지야!!!!

    -엄지 봐라… 사진으로 파주 찢었다.

    -이 와중에 자기 관리 갓벽한 거 봐라. 주식 우상향하듯 흔들림 없는 와꾸乃乃乃

    -그래서 엄지 굿즈로 정진 1주 사면 되는 거임? 나 진지함. ㅇㅇ

    …오늘의 힐링을 준 것 같다.

    제발 내 상소문을 보고 정지한이 어서 돌아와 소속사 문제를 해결하길 바랄 뿐이다.

    천지신명, 알라, 지저스, 붓다, 니알라 제발……!!

    그렇게 정리를 하고.

    본래 목적으로 돌아와서 세계수 아래에 앉아서 주식 창을 들여다보았다.

    수익률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현재가 마지노선 같습니다. 이제 슬슬 수익 실현을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느새 주식 전문가가 된 척량의 의견에 오케이, 허락했다. 그러자 계좌에 수백억의 금액이 생겨났다.

    와우… 어마어마하네!

    그나저나 척량.

    [예. 주군]

    이거 공매도할 적에, 정지한 쪽에서도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습니다. 그리고 정지한은 그렇게 얻은 수익으로 SL화학의 경영권을 빼앗아 오려고 공작을 할 겁니다.]

    아, 추가해야겠다.

    정지한은 사람이나 몬스터를 썰고, 덤으로 기업도 썰고 있는 모양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되나?

    [주가 하락으로, 회사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서 잘하면 가능할 겁니다. 물론 정지한 단독으로는 불가능하지만요. 아무리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거대한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이 뒤는 이제 정지한에게 맡겨 놔야겠네. 알아서 잘하겠지.

    제발.

    개정진 멸망하라는 소리 그만 듣게 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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