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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80화 (180/305)

제180화

-여러분, 대한민국은 돈이 전부입니다! 변기에 붙은 때도 이 나라보다는 깨끗할 겁니다!

어느 시민운동가가 분신자살하기 전에 외친 말이었다.

이 말은 신문에 한 줄도 뜨지 않았고.

유족들이 기를 쓰고 유명 갓튜버들을 만나서 제발 한 컷만 올려 달라 부탁했다. 그러다가 선거철에 겨우 한 줄 올라왔다.

모두가 알고 있다.

사창가가 경찰서 앞에 버젓이 영업하고 있는데 잡지도 않고.

클럽에서 마약 풍선을 너도 나도 빨고 있는데 기사 한 줄 안 뜬다.

대기업과 사이비, 범죄 조직이 유착한 지는 좀 됐다.

그래도 다들 대한민국 정도면 나름대로 괜찮게 굴러가는 거라 믿었다.

언론이 눈과 귀를 가렸으니까.

사실 어느 정도는 맞을지도 모르지.

국가가 기능을 하고 있고 투표가 가능한 나라 자체가 얼마 남지 않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던 오늘.

파주 일대의 경찰과 인근의 군부대는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에 의해서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CCTV는 해킹으로 조작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 수백억 원의 로비 자금이 움직였고, 동시에 엄지척을 제거하기 위해서 외국에서 입국한 특별한 이들이 움직였다.

블랙 하운드.

PMC(민간 군사 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로 등록되어 있지만, 전쟁뿐만 아니라 암살까지 도맡아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기업.

군부대의 무기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파주에 도착했다.

대전차 기관포로 무장한 장갑차량이 무려 열 대나 동원되었고, 헌터들만 해도 80레벨 이상의 고레벨 헌터가 수십여 명이나 동원되어 엄지척이 새로 구매했다는 토지로 향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고, 이제는 방치된 논두렁 자국밖에 남지 않은 땅.

과거 논이었던 곳 사이사이 난 차도를 타고 장갑차량이 질주한다.

“헌터 하나 잡자고 우리가 전부 동원되다니. 믿을 수가 없어. 의뢰인 놈들은 대체 무슨 약을 빨았대?”

하운드에서도 제법 오랫동안 일한 ‘볼프’가 주변 동료들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게임에나 나올 법한 파워드 아머 같은 것을 입은 그는, 바로 옆에 거대한 망치를 세워 놓고 있었다.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돈만 묵직하게 주면 되는 거지.”

다른 동료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답변한다.

차량 안에 탑승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중무장을 하고 있다.

총기를 가진 이도 있지만, 대다수는 냉병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 전원이 고레벨의 헌터.

지금의 세계에서는 PMC조차도 헌터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목표 지점까지 이제 1,093야드! 다들 준비해, 새끼들아!”

“망할 야드법. 이래서 미국 놈들이랑 상종을 하면 안 돼.”

볼프는 운전자의 말에 망치를 손에 쥔다.

“왜 미국은 아직도 야드법을 쓰는 거야? 그냥 1km라고 부르면 안 되냐?”

“우리 회사가 미국 회사잖냐!”

본래 미국 출신이 아니지만, 미국의 PMC에 취업한 볼프이기에 나오는 투덜거림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스스로에게 버프를 걸었다.

“아이언 바디.”

몸 전체가 경화되고, 금속질로 변화했다.

그가 입고 있는 장비도 스킬에 반응해 금속으로 변하고 그야말로 강철 인간이 되었다.

그때다.

쾅!

그들이 탄 장갑차량이 폭발음과 함께 그대로 하늘로 튕겨져 올라갔다.

“우왁!”

“뭐야!”

“습격이다!”

쾅!

장갑차량이 땅에 뒤집어진 채로 떨어졌다.

수송 칸에 앉은 이들 전원이 안전띠를 매고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다들 안에서 나뒹군다.

보통 사람이라면 뼈가 부러질 정도의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각성한 초인이자 현실에서 슈퍼 파워를 휘두르는 헌터들.

타박상 정도는 입었을지언정, 큰 부상이 없는 상태로 수송 칸의 뒷문을 박살 내며 뛰쳐나왔다.

가장 먼저 튀어나간 것은 볼프다.

아이언 바디로 몸 전체가 금속이 된 그는 조금의 부상도 없기에 가장 힘차게 튀어나가 전황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을 찾고 말았다.

“지저스……. 이게 뭐야?”

우르르릉!

마치 던전에서나 볼 법한 초현실적인 광경이 그들의 앞에 펼쳐져 있다.

땅이 갈라지며, 흙과 돌 더미가 일어나 걸어 다닌다.

마치 골렘 같은 모습이었지만, 본능적으로 그게 골렘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늘에서는 빛으로 이루어진 형상이 춤을 추고, 바람이 미친 듯이 불고 있었다.

정령이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닌. 수를 세기 어려울 만큼의 정령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움직여! 움직이라고! 으아악!”

번쩍! 콰르르릉!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꽂혔다.

전기로 이루어진 번개의 정령 같은 것들이 쏘아낸 낙뢰에 한 명의 헌터가 통구이가 된다.

휘오오오오!

갑자기 생겨난 소용돌이가 장갑차량을 데굴데굴 굴리며 박살을 낸다.

화아아악!

불꽃이 일어나 파도가 되어 덮쳐오고, 헌터들은 자신들의 스킬로 그것들을 사력을 다해 막아내고 있다.

불, 바람, 물, 땅, 번개, 빛, 어둠, 독, 산, 식물 그리고 그 외에도 종류를 알 수 없는 온갖 정령들이 튀어나와 날뛰고 있다.

그것들의 레벨은 알 수 없지만, 주변의 자연환경을 뒤바꾸며 쏟아지는 정령들의 공격은 끔찍했다.

“크아아아아! 적의여, 나에게 향하……. 으아악!”

그래도 볼프는 숙련된 전투 용병답게 탱커로서 나서며 어그로 스킬을 발동했다.

그리고 그게 그의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그 자신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쇠를 녹이는 독이 그의 피부를 녹이며 고통을 만들어 냈다. 힐러가 그를 치료하기도 전에, 번개가 몇 개나 내리꽂혀 그를 태웠다.

발목 아래가 얼어붙고, 지면에서 튀어나온 식물의 줄기가 그의 하반신을 박살 내 흩어 버렸다.

이글거리는 불길이 그 자리에 일어나 그대로 그의 남은 것까지 전부 잿가루로 만든다.

수를 세기 어려울 정도의 정령들이 그를 단번에 죽여 버린 것!

“퇴가악! 퇴… 커억!”

볼프가 죽고, 다른 장갑차량에서 튀어나왔던 이들도 죽어 나갔다.

퇴각을 외치지만 도주하지 못한 채로 수를 세기 어려운 정령들의 공격에 죽는다.

익사해서 죽는다. 불타서 죽는다. 감전돼서 죽는다. 중독돼서 죽는다. 질식해서 죽는다. 절단돼서 죽는다.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용병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살아남은 자가 아무도 없었을 때.

정령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이 소란의 중심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다.

* * *

“아이들을 호캉스 보내기를 잘한 것 같네요. 형제님.”

“그……러게?”

자라나는 세계수.

심으면, 세계수를 보호하고자 정령들이 나타난다는 기능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걸 이용해서 적들을 처리하기 위해 여기에 자리 잡은 거기도 하고. 척량이 말한 상옥추제…… 머시기 계책을 실행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해서 하긴 했는데…….

이건 뭐 즉살 함정 아닐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주군. 엄청난 위력이군요.]

그러게. 대규모의 군대가 공격하는 정도가 아니면 이 세계수가 위협받을 일은 거의 없어 보이는데?

[게다가. 세계수가 무사하다면 주군께서도 절대 안전으로 보호받습니다. 즉. 주군께서 적도들을 쓸어버리는 일기당천의 힘도 보이실 수 있으신 거지요.]

척량. 사실 그 절대 안전을 이용해서 내가 직접 공격하려고 했어. 그런데 정령들 선에서 컷당할 줄은 몰랐지.

“형. 어디 중세 영주라도 될 생각이야?”

“그러게 말이다. 이거 너무 대단하네.”

수천 마리나 되는 정령이 나올 줄 내가 알았겠냐?

거기다가 통찰의 눈으로 보니까 정령의 레벨은 최저가 60이더라.

80짜리도 있고, 100짜리도 한둘 있었고.

아니. 레벨 100짜리 정령은 대체 뭐하는 정령이야?

그런 게 나와도 되는 거야?

“형제님. 게다가 이 세계수가 더 자란다고 하셨으니, 더 대단해지겠군요.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도 더 넓어질 테고요.”

속으로 생각 좀 하고 있으니, 성광이 말을 걸어온다.

성광의 말대로다.

이 땅은 더욱더 대단한 곳이 될 거다.

공매도 걸어 놓은 것 때문에, 땅을 더 못 산 게 한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단기 순이익은 공매도 쪽이 월등히 높겠지만.

‘이게 자기실현적 투자, 뭐 그런 건가.’

정확하게 말하면 자기실현적 돈놀이겠지. 내가 사서 내가 박살 내는 시스템.

어찌 되었건 그렇게 번 돈 일부로는 이 근처 땅을 더 사두어야겠는걸.

[그렇지 않아도 일부는 환전해서 토지를 구매해 나가고 있습니다.]

투기라고 기사 좀 뜨겠군.

어쩔 수 없나?

[서울도 아니고, 결계석도 적다 보니 이쪽은 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이니까요. 게이트가 터진 이후로 번화한 적이 없는 곳이긴 합니다.]

아니야. 욕 좀 먹지, 뭐.

[투기가 아니라고요. 주군! 애초에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는 것도 아니고. 여긴 오크가 소를 치고, 트롤이 밭을 갈고, 주변에 편의점도 없는 동네라고요!]

알았어. 알았어!

척량이 억울한지 씩씩거렸다.

[언론이 뭐라 까든 상관없습니다. 주군이 지금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을 해도 욕을 하고, 파란색으로 물들여도 욕을 먹는 상황인데 무슨 상관입니까. 그래도 이건 투기가 아니라 개발입니다. 개발도 아니고 개척이요!]

그 말에 조금 웃음이 나왔다.

척량은 사실 내가 그동안 기사로 억울하게 욕을 먹는 게 속상했던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자조하고 있으니 더 화가 났던 거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최대한 기사를 안 보려고 애를 쓰고 있긴 하지만, 언론사가 제약회사 편을 들겠나 아니면 일개 갓튜버 편을 들겠나.

그나마 정하 그룹을 업고 정지한이 막아 주고 있어서 이 정도로 버티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던 차.

짝짝짝!

리블이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야! 감탄했어요, 엄지 군. 세계수를 이렇게 이용하다니. 인간의 참신함에는 언제나 감탄만 나온다니까요?”

우리의 네크로맨서 리블이시다.

댁이 즐겁다니 다행이긴 하네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자니, 옆에서 성광이 슬쩍 물어본다.

“형제님. 저분은 뭔가 꺼림직한 느낌이 드는데… 괜찮은 건가요?”

속닥속닥 물어보는 태도에는 조심스러움이 배어 있다.

“사령술사라서 꺼림직하긴 할 거야. 사제와 극성인 직업이니까. 그래도 리블은 아마도……? 우리 뒤통수를 까지는 않을 거니까 안심해.”

계약 이야기까지 하자니 너무 많이 가는 것 같아 대충 이 정도로만 얼버무렸다.

“그런가요. 사령술사 이상인 것 같은데… 일단 알겠어요.”

성광은 리블이 영 안 좋게 보이나 보다.

하기사 신관 입장에서 저 악마인지 뭔지 모를 악의 성좌를 좋게 볼 리가 없지.

아니면 그가 리블을 보면서 ‘어떤 것’을 느꼈을 수도 있고.

그만큼 성광의 눈이 뛰어난 거려나.

그나저나.

다 죽어 버렸으니… 이거 뒤처리는 어떻게 하려나?

아니면 다들 없던 일로 스리슬쩍 묻을지도.

일단 나는 세계수와의 치열한 방어전을 예상했었다.

그래서 성광과 함께 사이좋게 샵에서 꽃단장을 하고 왔는데……. 예상 이상으로 위력이 무시무시해서 이제 이 영상은 방송 불가다.

어차피 이 근방에 사람은 한 명도 살지 않으니 목격자는 없는 셈.

저들이 가진 전자장비로 어딘가 영상이 송신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고 보니 리블.”

“예~”

“저번에 말하기를 배후가 그쪽이라고 했잖아요. 이놈들도 그쪽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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