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79화 (179/305)
  • 제179화

    “선빵 친 건 저쪽이잖아? 신경 쓰지 말자고. 안 그래도 정지한한테 연락 왔는데, 포션 공장 근처에 보안 팀을 겹겹이 쌓아서 인의 장벽을 세웠대.”

    인(人)의 장벽. 사람을 방패막이처럼 둘둘 감았다는 것.

    “그건 안심이긴 한데……. 하지만 저쪽도 이대로 망하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C급이 있으니까.”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포션의 한계는 C급으로 알려져 있다.

    B부터는 소규모 개인 공방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

    그쪽부터는 제작계 헌터가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하거나 단가가 안 맞는다고 알려져 있다.

    척량. C급은 국내 소비량이 어느 정도 돼?

    [검색 중입니다. 이번 달 C급의 소비량은 8,500병 정도군요. 역시 SL화학이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C급 포션의 평균 가격은 병당 1,000만 원선입니다. 일단 매달 조금씩 변동은 됩니다만.]

    D급이 본래 200만 원선이었으니 무려 다섯 배가 높다.

    총합 월 매출은 850억 시장이라는 건가. 와우…. 무시무시한 시장이구만.

    그래도.

    SL화학 같은 곳의 매출이 반토막이 나는 것은 필연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떨어지겠지.

    [주군! 엘릭서 레플리카 이벤트에서 안정적으로 6위가 되었습니다! 곧 5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서포터즈에서 결국 연합할 팬덤을 못 찾았다더니 어떻게 된 모양이야?

    [네네, 사실 연합하기로 한 곳에서 뒤통수를 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왕 주군이 대대적으로 포션 이벤트를 한 거 그걸 이용해 독자 노선으로 튼 모양입니다.]

    “…아니 고작 이런 투표에 뒤통수까지 까?”

    [정치판도 이보다는 치열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군.]

    “무슨 소리야. 그 엘릭서 레플리카는 형이 먹어야지.”

    “너도 스트리밍 돌리고 있니?”

    “당연하지. 인공위성 회선까지 써서 돌리고 있어.”

    그랬다. 성좌인 리블도 극찬한 무척이의 하이 테크놀로지는 아주 그냥 내 스트리밍 화력에 동원되는 중이었다.

    ‘와……. 기분 이상하다.’

    그 정도의 거대 기술력을 이런 이벤트에 소모해도 되는 것인가.

    황송한 기분이 들지만…….

    뭐, 어쩌겠나.

    “그나저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제약회사 쪽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겠지. 내가 몇 시간을 단장하고 그 영상을 찍었는데, 이건 뭐 선전포고지.”

    무척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이참에 손 놓고 콱 망해 버리면 좋겠는데……. 하지만. 쉽게 망해 주지는 않고 공격할 거야. 분명해.”

    동감이다.

    무척이 말대로, 이놈들이 최후의 발악을 하겠지.

    이미 언론에서 나를 쥐어뜯고 있는 게 아주 그냥 찰지다.

    덕분에 정지바바와 50명의 변호인단이 바빠졌고.

    이번 스트리밍 이벤트도 뭐, 연합하기로 한 서포터즈에서 배신 때렸다는데 그중 지라시 같은 기사 하나 물어서 명분으로 삼았겠지.

    [대충…… 그렇습니다. 그래도 포션을 그렇게 뿌리는 건 전대미문이니까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붙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덕분에 타 팬덤에서 욕도 바가지로 먹고 있을 거고 말이지.

    결국 내가 할 일은 여기서 단 하나겠지.

    ‘멀쩡하게 살아 숨 쉬는 것.’

    서포터즈가 스트리밍을 돌리면서 순위를 올리려는 건 결국 내게 엘릭서 레플리카를 주기 위해서다.

    물론 지금은 이벤트가 붙어서 그걸 위해 돌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처음 이걸 돌릴 생각을 한 사람들은 보답 없이 순수하게 팬심만으로 그런 노동을 시작한 셈.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건강하게 재미있는 방송을 계속 해나가는 거겠지.

    [정석적이군요. 주군.]

    ‘뭐…. 내 머리로는 그거 이상은 모르겠더라고.’

    [네. 사실 모든 팬들이 자신의 최애에게 바라는 건 그런 거죠.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재미있게 달려 나가기를. 그렇기에 시간도 정신력도 체력도 깎아나가는 거고.]

    음, 맞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조공 차를 돌리거나 이렇게 이벤트로 포션을 뿌리는 정도겠지만 그걸로는 부족하지.

    애정만으로 이렇게 해주는 거잖아.

    [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건강하게 버텨 나가는 것조차 아마 쉽진 않을 듯싶습니다.]

    준비가 필요하다는 거지?

    [네. 그것도 함정을 만들어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함정?

    [유인책은 언제나 효과적인 계책이지요.]

    음! 과연 척량이다.

    아예 유인해서 발본색원하자는 거지?

    [제 계획은…….]

    척량이 계책을 소곤소곤 말해 주었고, 그걸 들은 나는 즉시 무척이와 이 계략에 대해서 논의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이 새끼들.

    척량표 상옥추제(上屋抽梯)의 계책 맛을 보여주마.

    * * *

    상옥추제의 계책.

    그게 뭣이냐 하면.

    해석하자면 지붕으로 유인해서 올라오게 한 후 사다리를 치워 버린다는 뜻이다.

    즉. 퇴로가 차단될 함정에 적이 기어들어오도록 만들어서 처치하라는 계책.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고 하니.

    내 약점을 일부러 보여주는 거다.

    원래 미운 놈 아픈 곳 찌르는 게 바로 근본 있는 악당의 자세.

    얘들이 옆구리를 찌르려고 환장하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참 고민이네.

    “그래서. 여기를 고르셨다고요?”

    차분하게 설명을 한 내 말에 성광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이곳은 성광의 목장 바로 옆에 있는 토지다.

    본래는 농사용 토지였지만, 지금은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는 빈 땅이 되어 있는 곳.

    “응.”

    성광이 나를 보는 얼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형제님 맛이 간 거 같은데……. 괜찮을까?’

    “성광아. 이 형아만 믿으라구. 괜챃아. 괜찮아.”

    “제가 안 괜찮은데요. 형제님. 제 목장 바로 옆에서 이러시면 제가 그 싸움에 말려들지 않을까요? 저희 목장의 가축과 보육원의 아이들이 위험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아이들하고 보육 교사들하고 전부 다 같이 호캉스 다녀오라고 했잖아. 무려 한 달이라고? 거기 수영장이랑 조식 뷔페가 얼마나 끝내주는데!”

    호화 호캉스!

    애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신이 났다.

    “하아아…. 형제님.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목장이 박살 날 수도 있는 문제니까 그렇죠.”

    “괜찮아! 계획이 다 있으니까!”

    “그 계획, 한번 들어 보죠.”

    “부동산 대부흥.”

    “예?”

    “내가 세계수를 가지고 있다는 건 너도 이제 알잖아.”

    헌터들은 보통 영상 저장 스킬 정도는 가지고 있다.

    [여덟 다리로 걷는 자]의 던전에서의 전투 영상을 기록한 어떤 헌터가 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내가 세계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세계수가 어떤 물건인지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

    자세한 내용을 아는 이는 나뿐이다.

    혹은 예지 능력자인 정지한 정도?

    “그래서요?”

    “그 세계수의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반경 1km 이내에 던전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과, 세계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령이 나타난다는 점이지.”

    “아하……?”

    “즉. 목장이 박살 나지 않게 보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지. 그리고 사실 조금 부서지더라도 괜찮아. 고쳐줄 수 있으니까. 가축들은 미리 대피시켜 놓으면 되잖아.”

    튜토리얼이 끝나가는 지금. 결계석을 뚫고 던전이 돌발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수는 다르다.

    -기능 : 성지 내에서 던전 출현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대충 요즘 초등학생들이 노는 반사 > 무지개 반사 > 지구 반사> 태양 반사의 ‘태양 반사’ 단계라 할 수 있다.

    ‘절대적으로’와 ‘금지’란 단어가 두 개가 붙었기 때문에 이걸 깨려면 ‘반드시’, ‘절대적으로’, ‘무조건’ 세 단어는 붙어야 하지 않을까?

    [이걸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인간은 주군이 처음일 겁니다.]

    하지만 어려운 용어나 수치 같은 걸 내가 알 턱이 있나.

    그리고 틀린 것도 아니잖아? 척량.

    [일단, 맞긴 합니다.]

    그렇게 게이트가 생길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그뿐이 아니다.

    “정령이 세계수를 지키려고 튀어나온다잖아. 자동 시큐리티 서비스 기본 탑재! 그리고 해독도 해 주고, 저주도 해결해 주고, 마력도 회복시켜 주니까, 이거 땅값이 안 오를 수가 없어! 그리고 이게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세계수라는 점도 중요하지. 더 자라면, 안전 범위는 더욱더 넓어질 테니까.”

    “그 결과. 제 목장의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겠네요…….”

    “바로 그거죠! 너도 윤택해질 수 있다는 거지. 그러면 시설도 더 좋게 짓고, 아이들도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을 거고.”

    “으음…….”

    “일단 편의점이 생길 거다.”

    “……편의점?”

    이 말에 녀석의 귀가 살짝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 편의점만 생기겠어? 주변에 가게도 생기면 배달의 일족이 와 줄지도 몰라.”

    “……배달의 일족?”

    “사람이 모인다는 건 좋은 거야. 혹시 아냐? 근처에 거대한 대형 마트 하나 생길지? 너희 보육원은 택배 하나 부치는 것도 일이더만.”

    “……택배?”

    내 말에 성광은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참치마요 삼김을 먹어 보고 싶었습니다. 형제님. 정말 감사해요.”

    “그래. 전주비빔 삼김도 같이 사 줄게.”

    “아닙니다. 편의점. 후…. 아름다운 단어네요. 대형 마트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래. 그러면 내 말 믿고 애들이랑 푹 쉬고 와.”

    성광이 고개를 저었다.

    은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어졌다.

    “아니요. 형제님 곁에 남을게요.”

    “뭐?”

    “저도 한 손 거들게 해 주세요.”

    “위험한데 괜찮아? 나 죽이려고 고용된 용병들이 애라고 봐주진 않을 거야.”

    성광은 뛰어난 힐러다. 그런 성직자가 도와준다? 당연히 땡큐지.

    하지만 아직은 애다. 제약회사에서 고용한 용병들이 무슨 양심이 남아있어서 애를 봐주겠나.

    공평하게 죽일 생각이나 하겠지.

    “어차피 몬스터도 안 봐주잖습니까. 애라고 던전 안 들어갈 것도 아니고.”

    “…….”

    내가 반대하려고 하자 성광이 재빨리 말했다.

    “도와드리는 대신 주변 땅의 지분을 10% 떼 주십시오. 형제님.”

    “음?”

    “보육원을 운영하면서 내 사람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형제님 말대로면 10%는 어마어마하겠죠?”

    “너 진짜 욕심이 없구나.”

    저러다 못된 어른이라도 만나면 딱 등쳐 먹힐 상이네.

    “앞으로는 최소 30%는 달라고 해라. 그리고.”

    척량이 말했다.

    [주군. 수락하소서. 어차피……. 제대로 된 전투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혹시 모를 변수로 계획이 어그러지게 된다고 하면 성광이 있는 편이 생존율이 높을 것입니다.]

    좋아. 뭐 어쩔 수 없나.

    “계약서 쓸 거다. 구두로 안 할 거고. 이건 공짜로 증여한 게 아니야. 네가 도와주니까 그 지분을 갖는 형태인 거야.”

    성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하지만 적들은 애라고 안 봐줄 거고.”

    성광이 말했다.

    “경전에 말하길, 목장을 지키지 못하는 자는 결코 목동이라 불릴 수 없다 하였습니다. 형제님. 제가 땅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 땅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뭐, 그래. 종교적 문제니까 딱히 더는 뭐라고 안 할게.”

    성광은 기뻐 보였다.

    -광신도, 성광이 경전을 따를 수 있어 무척 기뻐합니다.

    -3 따봉을 받았습니다.

    광신도. 그게 시스템이 성광을 부르는 말.

    “그리고 너 신발 또 새로 사자. 벌써 구겨 신네.”

    “아, 자꾸자꾸 발이 커져서요.”

    “그래. 형이 신발 새로 사 줄게.”

    문득 따봉을 살펴보니 무려 720만.

    팬들이 어마어마하게 스트리밍을 돌리고 있고, 포션을 노리는 일반인들도 붙기 시작했다는 게 체감되기 시작했다.

    마치 눈덩이와 같아서 불어나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불어난다.

    척량이 말했다.

    [어디까지나 이벤트 기간에 모이는 보너스입니다. 아마 끝나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겠지요.]

    그 기간을 잘 이용해 봐야겠네.

    ‘척량. 샵 원장님께 두 사람 간다고 해.’

    성광이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저 소년미 있는 미모로 조용히 팬들이 붙고 있다는데.

    우리 친구, 이참에 서포터즈 한번 만들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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