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78화 (178/305)

제178화

[이 네 가지를 익히시면 현재 안정적으로 10기로 유지하고 있으시던 포션 제작기를 30기까지 늘리실 수 있습니다.]

10기로 월 3,000병을 만들던 나다. 30기면? 9,000병의 포션을 만들 수 있겠지. 그리고 여기에 산업의 제왕 스킬의 힘을 합하면…….

“월 45,000병의 D급 포션을 만들 수 있다는 거군. 우리나라 전체의 D급 포션 소모량이 월 36,000병 정도랬지?”

[예. 주군.]

“좋아. 바로 구입!”

스킬이 습득된다.

익히자마자 힘센 초전자 파워가 들어오진 않았고, 그냥 생산량이 바로 증가하는 게 느껴졌다.

인간 공장이 된 기분.

“좋았어.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리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을 좀 해야 될 것 같아. 하는 김에 스트리밍 이벤트로 포션도 좀 풀어버리고.”

[몇 병이나 푸시게요?]

일단 몇이나 스트리밍 이벤트에 참여할지는 모르겠는데, 포션 만 개는 풀어 버리려고.

[……진짜로 팬덤에 살림 맞춰 주시려고 하십니까?]

이윽고 척량이 눈을 크게 떴다.

[아,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 정지한이 직접 답변했군요.]

“그래서. 뭐래?”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시작하자고.”

[예. 주군.]

다 죽었어. 새끼들아.

악덕 제약회사 개같이 멸망해♥♥♥

* * *

위잉. 위잉. 위잉.

마도공학의 발전은 아주 세밀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주란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바로 이 ‘안마 기계’일 것이다.

본래 던전과 몬스터가 나오기 이전의 세상에서도 한국의 안마 기계 사랑은 극심한 편이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마도공학이 적용된 초고가 브랜드 안마 기계까지 나와 있다.

전신의 피로를 완전히 녹여주는 강력한 기능을 탑재했으며, 심지어는 식약청의 의료품 등급까지 획득했다!

그런 안마 기계에 몸을 실은 채로 벽면의 거대한 TV를 보고 있던 신주란.

어제의 목숨을 건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셀프 케어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신주란의 손목이 진동했다.

폰과 연동되어 있는 둥근 워치가 그녀가 알람 설정을 해 놓은 콘텐츠가 시작했음을 알려준다.

“엄지 얘는 진짜 부지런하네.”

사실 원래라면 딱 엄지척을 지목해서 엘릭서 레플리카를 보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그런 큰 물건을 쓸 거면 기획팀을 거치라는 소리를 하셨고.

기획팀은 뜬금없이 갓튜브 랭킹 5위 안에 든 헌터에게 주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신주란이 오케이를 하기도 전에 우리 회장님이신 엄빠가 사인하고, 그렇게 시작되었다.

‘탐라가 불타는군.’

랭킹 5위.

하필 보상은 죽어가는 놈도 딱 한 번 살려준다는 엘릭서 레플리카.

각 서포터즈 맴들이 지 헌터 먹여준다고 개같이 몰려와 이합집산을 시작했다.

‘1위는 5위 서포터랑 서로 표 교환하고 연합하는구나.’

이런 인기 랭킹전에는 흔한 일이다.

1위와 2위 둘이서 해먹을 줄 알았는데 최근에 헌터끼리 좋지 않은 스캔들이 터져서 이렇게 된 모양이다.

소속사 상품 외에도 팬들끼리 모금을 해서 스트리밍 후 인증을 하면 추첨으로 냉장고를 쏘겠다, 노트북을 쏘겠다 하고 있다.

절박하기 때문이겠지.

‘지금 3위인 헌터는 죽을 뻔했다가 팔을 잃었던 사연이 있었지, 아마?’

팔을 기계 의수로 교체하긴 했는데 한 달 사경을 헤맸다.

뉴스에서는 그 헌터가 죽을 경우 유산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연일 보도했고, 세금을 어떻게 떼는지까지 계산했다.

‘아무리 시청률이 필요했다지만 진짜 과했지.’

-우리 헌터님, 아직 살아 계시는데 왜 보험금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심지어 소속사는 그 헌터의 유지를 이을 만한 비슷한 콘셉트의 다음 신인 헌터를 내세울 준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었고.

그때 그 한을 서포터즈들은 기억했다.

아직도 그 신인 헌터 서포터즈와 3위 헌터 서포터즈는 같은 소속사 안에서도 사이가 나쁘다.

3위 서포터즈는 왜 내 새끼가 소속사를 탈출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내 새끼도 그것에 대해 뚜렷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냥 계약이 개 같았나 하고 팬들은 추측해볼 뿐.

어쨌든 그 사건 이후로 알알이 맺힌 한을 풀기 위해.

제발 내 새끼가 올해야말로 소속사 탈출하기를 기원하며 엄마 폰, 아빠 폰, 엄마의 아들 폰까지 싹 다 긁어다가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이렇게 헌터들과 그 서포터즈마다 사연이 있다.

문제는 엄지척 서포터즈.

‘검지’.

랭킹 10위 안에 있는 헌터 중에서 가장 최근에 서포터즈가 만들어진 헌터고, 성장세가 눈부시다.

좋게 말해 그런 거고.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라고 자주 처맞고 있다.

특히나 제약회사를 소속사로 낀 연금술사 계열 헌터들에게 숨만 쉬어도 욕 처먹는 중이고.

당연히 내 새끼가 욕하니 서포터즈들도 같이 욕을 하고.

덕분에 검지는 그쪽 서포터즈라면 학을 떼고 있다.

거기다가 왜인지 창조 논란도 많은 편이라 루머만 모으면.

엄지척은 명품에 환장하며, 팬을 ATM으로 보고, 학교 폭력을 한 적이 있으며, 얘가 양아치란 사실을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지금도 여자 갈아치우며 살고 있는 천하의 쓰레기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도 하고 있다.

“대체 왜 내가 연 이벤트에 내가 정병이 도져야 하냐.”

현재 7위라니.

한 계단도 아니고 두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6위랑 큰 차이가 안 나서 포기가 안 된다.

직원에게 스트리밍시킬 수도 없다.

이런 행사를 시작했는데 괜히 한쪽 편든다는 이야기가 저 어디 인터넷이라도 탔다가는 잘 쌓아온 이미지 와르르 맨션이다.

그녀는 위스키를 꼴깍꼴깍 삼키고는 벽면의 TV화면을 갓튜브로 바꾸었다.

알림이 울렸으니 봐야지.

그곳에서는 경악스러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이게 뭐야. 진짜야? 얘 미친 거 아냐?”

[제가 이번에 얻은 레전드 스킬은 생산업의 제왕이라는 스킬인데요. 이게 정말 레전드값을 하는 스킬이죠. 거진 모든 종류 생산물이 무려 500% 증가!]

짜잔!

엄지가 햄스터 인형 옷을 입고 귀엽게 포즈를 취한다.

보통 남자가 했다면 토 쏠릴 포즈인데 얼굴이 탈인간이라 귀엽게 보였다.

신주란은 옛날에 구체관절인형을 모을 때 이런 느낌의 옷 입혔던 기억이 났다.

엄지는 사람이라 그때랑은 다르지만 그래도 잘생기고 귀여운데 병맛인 건 똑같다.

[거기에, 제가 속한 세력도 모든 종류의 산업 생산물이 100% 증가한다고 되어 있네요. 아, 포션이 복사가 된다고! 그런 드립이 생각나시죠? 실제로 되고 있습니다!]

생산물 500% 증가!?

[D급인 따봉 포션을 월 40,000병 확실하게 생산 가능! 그리고 가격도 더 낮췄습니다! 49만 9,800원! 49만 9,800원! 갑작스러운 사고가 났습니까? 병원이 멀어서 큰일이시라고요? 이제부터 따봉 포션을 사용하세요!]

엄지척은 양손으로 엄지를 들면서 포즈를 취한다.

[이제부터, 모두 사냥에서 몸 사리지 마시고 팍팍 포션을 마시세요! 여러분!]

인형 탈 머리 부분이 커서 휘청거렸다.

어쨌든 열심히 외쳐 본다.

[우리는 이제 비싸고 효과 떨어지는 포션으로부터 해방입니다! 오늘이야말로! 포션절의 시작인 것입니다 여러부우운!]

광란의 방송.

시청자들의 환호도 미친 듯이 올라가며 따봉도 정신 나간 것처럼 찍히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그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해방감을 선사해 주는 영상이겠지만 신주란 같은 사람에게는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공포.

따봉 포션을 40,000병이나 생산한다고?

가격을 전의 가격에서 더 내린 49만 9,800원에 판다고? 일개 개인이 대한민국의 D급 포션 생산량을 커버한다?

이건…… 미쳤다.

미쳐 버렸다.

포션 업계 전체를 붕괴시키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것이나 다름이 없는 행동이다!

“비서실장. 포션 업계 쪽 주식 사 놓은 거 전부 매도해요. 지금 당장!”

신주란은 즉시 비서실장을 찾았다.

그때 화면 속 엄지척이 말했다.

[아, 스트리밍 이벤트 합니다. 이번에 푸는 포션의 개수가 자그마치 몇 개냐 하면…….]

공포의 대왕이 내려왔다.

* * *

[대한민국의 D급 포션을 혼자서 공급한다! 걸어 다니는 공장을 선언! 세계가 놀라고, 미국이 애걸복걸하는 그의 능력! 내가 꿈을 꾸고 있나? 국격이 올라간다!]

되도 않는 갓튜브의 영상.

이른바 국뽕 영상이라고 부르는 영상이지만 조회수가 3시간 만에 560만을 돌파했다.

섬네일부터 거대한 태극기가 펄럭였다.

팔로워만 무려 210만 명을 갖고 있는 유명 갓튜버 ‘국뽕애국’.

이 ‘국뽕애국’은 일부 무지성적인 다른 국뽕 영상들과 차별화된 영상을 뽑기로 유명하다.

근거 있는 국뽕.

품격 높은 국뽕을 콘셉트로 하는 그는 제목이야 자극적일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사실에 근거한 국뽕만 가져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랬다.

제아무리 스타 쉐프 3성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80년 외길 막국수 집을 못 이기는 법.

이 국뽕애국 갓튜버의 팔로워는 엄지척보다 높다!

그런 국뽕애국이 엄지척의 영상을 보여주자, 엄지척의 팔로워 숫자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내가 여기 있다.

SL화학의 사장인 박일성이었다.

“사장님. 주식이 폭락 중입니다.”

“우리 쪽만?”

“포션 제작 및 판매 업체는 전부입니다.”

“하……. 이 새끼. 아주 제대로 우리를 엿 먹이는데.”

“스트리밍도 돌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공짜 포션에 혈안이 돼서 이벤트를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짜 포션? 그걸 이벤트로 누가 뿌린다고!?”

콰왕!

사장의 분노 속에서 일성의 오른팔로 불리는 전략기획실장 박성찬.

그가 침중한 표정으로 보고를 이어 나갔다.

“언론사들도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갓튜버 중에서는 아예 엄지척의 집 앞에서 방송을 하는 자도 생겼습니다.”

“그렇겠지. 50만 원짜리 D급 포션이니까……. 이건. 답이 없군.”

“예.”

“다른 쪽에 연락해. 그쪽들도 죽기 싫으면 협조하겠지. 어떻게든 제거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실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쪽 기자들 좀 모아 봐 봐. 탈세든 뭐든 진흙탕에 끌어들여. 엄지척 그놈도 털다 보면 먼지가 나겠지!”

거대한 제국이 엄지척을 죽이고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 * *

“형. 이건… 진짜 심각한데?”

따봉 포션 방송을 하고 나서 2시간 후. 대공황이 왔나 의심스러울 만큼 SL화학의 주식이 쭉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려 –30%나!

한국의 주식 시장은 하루에 –30%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게 되어 있다. 과거에는 –15%였다는데……. 아예 하한가가 존재치 않는 미국 같은 나라는 대폭락하면 하루에 –80%도 찍는다고 들었다.

무시무시하네.

그렇게 SL화학이 하루 하한가를 찍어버리며 순식간에 수천억이 날아갔다. 내일도 –30%를 찍는다면 그야말로 수조원이 증발해 버리는 사태가 일어날 터였다.

반대로 나는 돈을 벌겠지. 공매도 걸었으니까.

사실 돈을 버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겸사겸사 하는 것뿐이고, 진짜는 SL화학 같은 포셥 업계를 처리하려는 게 목적이니까.

“그러게.”

“쟤네들 이제 진짜 죽자고 달려들 거야. 물불 안 가리고 전력으로 달려들걸?”

무척이의 표정이 엄격, 근엄, 진지했다.

사실 내가 봐도 그래.

하루 만에 –30%라니. 게다가 더 떨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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