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77화 (177/305)
  • 제177화

    [주, 주군. 진정하시지요.]

    진정? 진저엉? 척량아. 진정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 새끼들 이거. 천만 따봉 주고 샀으면 내가 어쩔 뻔했냐고.

    허리띠 졸라매고 벌어들인 따봉이 천만이 딱 돼서… 내가 이걸 아주 그냥 따봉 0포인트 남기고 샀다고 해 보자고.

    그런데 [던전의 핵 탐지 방법.TXT]를 따로 팔아?

    갸아아아악!

    망할 독과점! 이놈의 독과점! 이게 독과점의 폐해잖아아아아아!

    “후욱. 후욱!”

    불 뿜는 용처럼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씩씩거리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정보를 노려봤다.

    그래. 좋다 이거야. 따봉을 그렇게까지 갈취하고 싶다는 거냐?

    일단 [던전의 핵 탐지 방법.TXT]를 구입하기 위해서 바로가기를 눌렀다.

    [던전의 핵 탐지 방법.TXT] - 500,000따봉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던전의 핵 탐지 방법은 50만 따봉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무지막지하게 억울하고 분하다. 경찰청에서 소액 사기로 고소하고 싶은 기분이다.

    빌어먹을, 일단 구입했다.

    [던전의 핵 탐지 방법.TXT]

    던전의 핵이 보이지 않으신다구요? 던전에 핵이 있는지조차 모르셨다구요? ₍₍ ◝(•̀ㅂ•́)◟ ⁾⁾

    걱정 마세요!

    이제 당신을 위해서 던전의 핵 탐지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 •̀ ω •́ )✧

    오러 사용자라면 오러 숙련도 A랭크가 되어 오러 감각을 써 보세요.

    무공 사용자라면 숙련도 A랭크가 되어 기감을 써 보세요.

    마법 사용자라면 7클래스 절대 탐지 주문을 사용하세요.

    정령사라면 최상급 정신의 정령에게 부탁하세요.

    신관이라면 주교가 되어 신성법을 사용하세요.

    주술사라면…….

    방법이 쭉 나열된다.

    문제라면, 전부 다 고레벨의 각성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아니… 던전의 핵을 찾으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한다는 거야?

    이거 모순 아니냐? 레벨 제한 걸린 던전은 그러면 어떻게 소멸시키냐!

    레벨 20 제한 던전인데, 어떻게 7클래스나 주교가 들어갈 수 있냐고! 이 미친 새끼들아!

    “이 새끼들… 지구를 살려둘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나 본데.”

    높으신 분들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시스템이 그러한 차별을 조금 완화시켜 주는 완충제일 뿐.

    처음부터 지구에 불리하게 짜여진 판이었다.

    내 말에 척량이 꼬리를 탁탁 거칠게 휘두른다.

    [이건… 지독하군요. 아니면……. 주군처럼 레벨이 고정된 형태의 헌터가 몇 명 더 존재해야 합니다.]

    그렇겠지. 레벨 제한 던전은 결국 나 빼고는 소멸시킬 수 있는 이가 없게 된다는 거잖아.

    레벨 제한만 없으면, 고레벨 헌터들이 어떻게든 처리할 테니까.

    “하…하하하.”

    웃음이 나오면서 맥이 빠졌다.

    “나는 사실 이걸 뿌리면 된다고 생각했어. 모두가 던전 소멸법을 알게 되면 어떻게든 각 나라가 대응할 테니까.”

    그래서 천만 따봉만 얻고 나면 그 후에는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살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으니까.

    ‘하지만 나만 가능하다면, 그건 문제다.’

    나 혼자 전 세계의 레벨 제한 던전을 다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

    ‘아으, 무슨 방법 없나?’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머리를 쥐어짰다.

    [주군.]

    척량은 그런 내가 걱정이 되는지 괜히 위로하려고 다가온다.

    “괜찮아. 척량. 이런 건 원래 쉽게 돌아가는 법이 없더라고.”

    이렇게 되면 내 가치는 시시각각 올라가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도 문명이 남아 있어야 가능한 거고.

    세계는 어떻게 될까?

    * * *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국내의 최고급 호텔이 공격당한 건에 대해서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7성급 호텔의 상층부는 여러 부분이 파손되어 있으며, 급히 복원 전문 헌터가 동원될 예정이라고…….]

    [이번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활약을 한 엄지척 헌터는 파주에서도 대피소의 사람들을 구명한 바 있으며, 그 이전에는…….]

    채널을 돌릴 때마다 전부 긴급 속보뿐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갓튜브에서는 더욱 대단한 영상들이 날뛰고 있었다.

    [충격! 미국이 경악하고, 일본이 탐낸 헌터가 한국에 있다!? 테러리스트를 막아낸 엄지척 헌터에 대해서 알아보자!]

    [중국에서도 탐내는 한국의 보물! 엄지척 헌터의 살신성인 활약!]

    [어제까지 서포터 찌끄래기였던 내가 지금은 최상급 랭커 헌터? 엄지척. 그는 누구인가?]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주는 제목들의 향연에 저어는 그만 정신이 아찔해지고 말았습니다.

    [주군. SNS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습니다.]

    음?

    -ㅆㅂ…… 왜 난 기계가 아니라서 스밍을 손으로밖에 못 하는 거야ㅠㅠㅠㅠ

    -살다살다 갓튜버 스밍을 돌리고 앉았음……ㅇㅇ

    -하나만 보지 말고 영상 두 개 정도로 돌아가면서 눌러야 하긔~

    -염라두 맴들 느네 헌 끌어안고 개같이 멸망 기원~~♥♥♥♥

    -해외 맴 화력 지원 옴?

    -입스밍은 죽음뿐이다!! 개같이 스밍하라!!!

    -얘들아 잠은 죽어서 자고…….^^

    -엄지도 이제 좀 자리 잡았고 이제 공중파도 좀 타는 위치니까 살살…… 같은 개소리하지 말고 오늘만 살 것처럼 스밍해라!!! 절대 다시 성적이다!!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마지막에 남은 건 추억이 아니라 성적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침에 일어나서 던전 소멸에 대한 정보를 사고 있을 때만 해도 가지고 있던 따봉이 821만 따봉이었다.

    550만 따봉으로 던전 소멸 정보를 전부 구입했으니 남은 따봉은 사실 271만 따봉이어야 했는데…….

    내공을 회복하기 위해서 세계수를 꺼내놓고 운기조식을 하는 몇 시간 사이에 놀랍게도 따봉이 미친 듯이 쌓이고 있었다.

    불과 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복구된 따봉이 무려 150만.

    그렇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가고 있는 이 시각. 따봉은 420만을 넘고 있었다.

    자는 사이에 수백만이 오르더니, 몇 시간 만에 150만이 붙었네?

    ‘아니 대체?’

    척량이 말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신성 그룹의 신주란이 대한민국 헌터들 중에 이번 달 조회 수와 구독자, 따봉이 높은 갓튜버 5명을 추려서 엘릭서 레플리카를 건다고 하는군요.]

    엘릭서. 그러니까 절대 회복 아이템?

    레플리카란 말이 붙은 걸 보니 엘릭서의 복제품이라는 뜻인 것 같다.

    허나, 설령 그렇다고는 해도 그 능력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회복 물약.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을 사람을 그 물약 하나로 살릴 수 있다.

    “와… 게임으로 치면 목숨+1인가?”

    [네.]

    “그러면 나는 몇 위야?”

    [홈페이지를 가보니 현재 7위입니다. 매일 밤 자정에 순위가 새로 집계 등록되고요.]

    ……딱 두 계단이 모자라구나.

    하긴 생각해보면 내가 이 업계에 뛰어든 시간이 너무 짧지 않나.

    7위만 해도 엄청난 거 아닌가.

    대한민국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갓튜브 인기 헌터란 건데…….

    [팬들 생각은 다릅니다. 엘릭서 레플리카가 있으면 내 헌터가 죽을 걸 살리니까요.]

    헌터 서포터즈의 딜레마.

    언제나 내 헌터의 장례식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겠지.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 가장 빡치는 말 1위가 ‘느그 헌터 묫자리 풍수 좋더라.’

    그리고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2위 욕이 ‘느그 헌터 유작 NFT코인 풀리길 기원’이라고 말할 정도니까.

    갓튜브 인공지능이 쌍욕은 다 필터로 정지 먹이다 보니 안티도 팬덤도 강해졌다.

    “스밍을 하는데 따봉이 오르는 이유는 뭐지? 반복한다고 해도 조회 수만 오를 뿐이잖아.”

    [아, 갓튜브 스트리밍을 반복하다 보면 좋아요가 자동으로 풀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때 하는 김에 또 누르는 모양입니다. 마음이 담겨있을 테니 따봉으로 갱신이 되는 거고요.]

    그렇구나.

    척량이가 검색해온 것에 따르면 다른 헌터들도 저 엘릭서 레플리카를 얻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네. 스트리밍 이벤트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쪽은?

    [하고 있긴 한데, 팬 반응이 다른 소속사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러고 화력 지원을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요.]

    으음, 생각해 보면 정지한도 요즘 미친 듯이 바쁘지 않나.

    내부 돌아가는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

    “척량. 스밍 이벤트에 포션 걸자. 내가 만든 포션 한…… 100개 정도?”

    [……살림 맞춰 주시게요?]

    거기까지는 과, 과한가?

    척량이 뭔가 열심히 앞발로 검색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일단 상황을 보면 우리 쪽이 밀리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찾아낸 SNS들을 보여주었다.

    -엄지 맴들 스밍 이벤트 백날 해봐야 일반인 화력 못 따라가는 것도 모르고 ㅉㅉㅉ

    -입화력 입스밍 젤 시끄러운 게 저쪽임. 빈 수레 개같이 울림ㅋㅋㅋㅋㅋㅇㅇㅇㅇ

    -쟤네는 각성 때부터 시끄러웠는데 랭킹도 그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지가 여기저기 어그로 많이 끌고 다녀서 쟤 싫어하는 타팬 많음 ㅇㅇ 오죽하면 1위 서포터즈가 돌리는 김에 5위랑 연합해서 화력 지원하겠냐 엄지는 안 된다는 거지.

    던전 다녀오고 기절한 사이에 뭔가… 뭔가 일어난 모양이다.

    척량이 살짝 화가 났는지 꼬리를 바닥에 탕탕 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주군, 병기고를 오픈합시다. 까짓것 서포터즈분들 살림 맞춰드리죠!]

    방금 전까지 과하다 하지 않았니, 척량아?

    [군주란 본디 반드시 이겨야 할 싸움이 있는 법입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오, 오냐… 그래.

    * * *

    정지한에게 직접 보내려다가, 그냥 정진 쪽 직원에게 포션을 풀겠다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확인을 안 하는 걸 보니 다른 업무 중인가 보다.

    척량은 내가 자고 있는 동안 했던 일들을 보고했다.

    [우선 공매도는 걸어 두었습니다. 주군! 명령하신 대로 가지고 있는 돈의 80%! 사실 리스크가 큽니다만 크게 버시고 싶으신 거죠?]

    응, 어차피 튜토리얼 이후에 은행 계좌 서버가 돌아갈 수 있는지나 모르겠다.

    그때는 돈도 땔감 이상의 기능은 없는 것 같은데 뭐라도 해야지.

    [네. 성공한다면 그 수익률은 어마어마하겠지요. 그게 공매도니까요.]

    공매도.

    자세히 파고 들어가자면 머리가 아프니까 대충 간단하게 말하면.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돈을 버는 구조의 주식 상품을 말한다.

    왜 이걸 사 두었느냐 하면…….

    곧 제약회사 주식을 완전히 조져 버릴 거거든요.

    내 목숨을 노린 제약회사 놈들.

    거기다가, 이놈들 때문에 헌터들이 쓰는 포션의 가격에 거품이 끼었기도 하다.

    사회를 좀먹는 악이자, 나를 죽이려고 사람을 풀었으니 응징을 할 이유는 그야말로 충분하다.

    어차피 우리 둘 중 하나는 캐삭빵이다.

    “그러면. 생산량을 더욱 늘려야겠지?”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스킬도 찾아 놨습니다.]

    척량이 목록을 보여 주었다.

    [소환체 증가], [소환사의 재능], [이차원의 메아리], [환수의 성혼].

    네 가지 전부 다 패시브. 그러니까 체화 스킬들이다.

    소환체로 취급되는 포션 제작기를 더 많이 소환하게 해 주는 스킬들!

    그리고 이 네 가지를 전부 익히는 데 들어가는 따봉은 무려 120만.

    이거 익히면 도로 300만 따봉이 남지만……. 그래도 해야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