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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70화 (170/305)
  • 제170화

    쐐에에에엑! 콰직!

    거미 보스가 몸을 일으키면서 땅을 지탱하던 다리 하나를 갑자기 찔러 올렸다.

    그 속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신속했고, 신관 하나의 늑골을 완전히 관통하는 데 성공.

    [끄아아악! 왕국에 영광이 있으라아아아! 공주마마! 부디 다음 소환까지 옥체 강녕하시옵소서!]

    소환체 신관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오냐! 내 반드시 저 새끼 대가리를 터뜨리고 만다!”

    중갑 헌터는 그리 답하며 우로 데구르르 굴러 공격을 피해냈다.

    문제는 지금 이놈이 보통의 몬스터들과는 달리 어그로 스킬이 안 먹힌다는 것.

    탱커가 시선을 잡아서 공격을 다 받아 내야 하는데 그걸 못 하니 빈틈만 생기면 바로 중열의 마법사와 후열의 성직자부터 노린다.

    ‘거기다 리블이 보낸 언데드들은 그사이 산산조각 났고 말이지.’

    [아무리 봐도 리블이 놈이 태업하는 거 아닙니까? 대충 싸우고 있어요!]

    언데드 목 뽑아서 해골 던지기 하고 있을 때 이미 알아봤다.

    이 망할 성좌 놈.

    “척량.”

    [예. 주군!]

    “이렇게 된 거 리블을 거미한테 집어 던지고 그 틈에 부상자를 끌어낸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척량이 물소처럼 리블을 향해 달려가 머리로 들이받았다.

    콰아앙!

    “끄아아아악!”

    리블이 시원하게 거미 보스를 향해 날아갔고.

    거미 보스는 ‘이 미친놈이?!’ 하는 얼굴로 거미 다리를 날렸다.

    “너무한 거 아닙니까아아아! 내가 방송 생각해서 기껏 댄스도 춰 줬는데.”

    그 댄스 때문에 앞뒤로 다 편집하게 생겼다.

    이 사갈 같은 편집 귀신아!

    놀랍게도 리블은 입으로 헛소리를 지껄이면서도 종이인형처럼 팔랑팔랑 거미 다리를 간발의 차로 피해 내고 있는 게 아닌가.

    “꺄아아악! 너무합니다. 이렇게 연약한 네크로맨서한테 근접전이라니요!”

    하지만 입만 주접을 떨고 몸은 착실하게 싸우는 걸 보며 척량이 말했다.

    [태업이 맞군요.]

    “이 틈에 부상자를 빨리 끌어내! 네가 쓸 염혼염동은 내가 전부 감당한다.”

    [그렇게 되면 주군의 부담이…….]

    “괜찮아. 가!”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척량은 난장판이 된 연회장 여기저기 쓰러져 혼절했거나, 상처를 입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에게로 향했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척량이도 당연히 안마 스킬을 쓸 수 있다.

    스킬 연동이 가능하니까.

    구급차를 못 기다릴 만큼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은 곧바로 응급처치 스킬 [안마]를 사용해 시간을 벌고. 의식이 돌아온 사람들은 그런 내게 감사를 표했다.

    나는 곧바로 무척이에게 말했다.

    “무척아. 마력은?”

    “좀 찼어.”

    “그러면 엄호해라. 큰 거 위주로.”

    철컥-

    무척이가 총을 넣고 슬라이드를 당겼다.

    “희생자가 더 생기면 안 되니까?”

    이미 전국옥새도 챙겼고, 천사옥대도 내가 메고 있다.

    이게 절대 방어 3회에 완전 회복 3회가 있으니까.

    총 6회는 버틴다 이거지.

    그러면 심호흡 한번 하시고… 내공을 순환시키면서…….

    “후우우우우우.”

    마력 포션을 삼키고 심장이 가열되는 걸 느낀다.

    이렇게 답보 상태로 있게 되면 진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시청자 여러분. 준비하시고…….”

    마력이 차오른다. 숨을 한 번 삼킨 후.

    “쏘세요!”

    펑!

    흡사 발사되는 로켓처럼 굉음을 내며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놈도 나를 인식했다.

    그 순간, 거미 보스가 말했다.

    [제물을 바치노니 은총을 내려 주소서!]

    녀석 밑의 테러리스트 시체가 갑자기 불이 붙어 불타오른다.

    저놈, 자기 동료를 제물로 바쳤어?!

    그 순간. 녀석의 공격용 거미 다리에 타오르던 힘이 갑자기 수배는 더 강력해졌다.

    스칵!

    공격용 거미 다리가 횡으로 그어지며, 그 궤적에 있는 기사 전원을 무기와 갑옷과 함께 반으로 토막 냈다.

    어마어마한 위력!

    그나마 중갑 기사 헌터는 소환 기사 하나가 몸을 날려 뒤로 밀쳐내는 바람에 무사했지만, 이제 몸빵을 해줄 기사가 없다.

    [죽어라, 신주란!]

    ‘헐, 저 헌터가 신주란이었어!?’라고 놀라는 사이.

    놈이 환도를 하나 내리친다.

    신주란이 외쳤다.

    “이 망할 거미 새끼야! 왜 내 정체를 까고 지랄이야!”

    [공주님, 대검이 도착했습니다! 천하에 이름을 떨치소서!]

    멀리 있던 소환체가 그녀에게 사람 몸뚱이만 한 대검을 던진다.

    하지만 대검이 날아오는 속도가 느리다. 이대로는 대검을 붙잡아 자세를 잡기도 전에 죽을 것 같다는 느낌부터 들었다.

    화악!

    나는 마력 그 자체를 육체에 욱여넣었다.

    몸이 마력에 물들며 그 찰나의 순간, 시간이 순간적으로 무시무시하게 느려지는 감각이 밀려왔다.

    ‘아, 이거였군. 그래. 리블이 느끼던 세계가 이런 거였어.’

    그 종이인형처럼 팔랑팔랑 움직이며 한 끗 차이로 적의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던 것도 이래서 가능했던 거였나.

    고도의 집중력으로 마력을 내 몸에 쑤셔 넣고.

    발바닥, 무릎, 정강이뼈, 사타구니, 단전, 명치 그리고 척추를 타고 마력이 움직이는 게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순간, 내 안구가 리블을 포착했다.

    리블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분명 작은 목소리였으나 왜인지 귓속에 바로 박힌다.

    “거 봐요. 마투술 재미있죠?”

    이게 진짜 마투술이었구나.

    내가 그동안 연습했던 건 그저 마투술 비슷한 조악한 무언가였던 것뿐.

    깨달음의 탈각을 이루어내는 순간, 내 몸은 신주란의 앞에 섰다.

    환도가 떨어져 내린다.

    기이하게도, 나는 이 상황에서도 꽤나 여유롭게 무기를 휘두른다.

    콰아아앙!

    쌍검이 환도를 막아낸다. 바닥이 갈라지며 발이 바닥에 박혔다.

    가공할 파괴력.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냈음에도 기이하게도 몸뚱이는 무사하다.

    [어떻게 이런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염혼염동이 흔들림이 없는 거지? 이런…… 재능이?!]

    신주란도 놀랐는지 눈을 홉뜬다.

    얼마나 놀랐는지 소환체가 던진 대검이 그녀의 발 앞에 탁하고 박혔다.

    칼 받는 것도 잊은 모양이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 양해 좀. 저 방송 분량 좀 뽑아야 하는데……. 조금 싸워도 될까요? 후원자님?”

    내 말에 신주란이 답했다.

    “듣던 중에 가장 미친 소리 같군요. 알았습니다. 분량 챙기세요. BJ님.”

    “늘 주시는 후원, 좋아요, 구독 감사합니다. 이거 따봉 포션 드릴게요. 한 방에 마력 회복!”

    놈과 칼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로 할 말 다 했다.

    그림자를 움직여 주머니 안에서 포션도 꺼내 주었다.

    “대규모 소환체들을 뽑아내느라 마침 슬슬 마력이 바닥이던 참이었는데 잘됐군요.”

    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포션을 받았다.

    마력은 생명과 직결된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회복시켜야 할 터.

    “PPL도 찰떡같이 해 드시는군요.”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염동력을 겨루며 육체로도 싸워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싸웠던 것 중에 최고로 하드 코어한 싸움인데, 이거!

    척량이 기함했다.

    [그걸 방송 분량 뽑겠다고 혼자 싸우십니까아아아?!]

    위험해지면 그때 부탁하지, 뭐.

    하지만, 보스와 일대일이라고!

    리블 때문에 편집할 게 무더기인데 분량 좀 챙겨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신주란의 중갑 사이로 피가 흘러나온 것을 보았으니까.’

    그녀는 탱커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탱커를 자처하다시피 처음부터 싸워 댔다.

    계속 구르기로만 피하는 이유는 부상당한 몸으로 그만큼 싸우고 있어서였던 거지.

    치명상을 감춘 걸까?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허나, 소환 계열 헌터들의 공통점은 극심한 마력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

    일단 신주란이 몸을 회복하는 동안 누군가는 싸워야겠지.

    쾅! 퍼엉!!

    그때, 녀석의 다리와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나이스, 무척이!

    [크와아아악!]

    놈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진다. 이 와중에도 몸을 위협적으로 버둥거리는 게 대단하다.

    짧은 시간 안에 이 녀석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전부 시전할 생각.

    검기가 폭발하듯 흘러넘치며 그 위로 모노 블레이드의 궁극의 스킬, [모노 블레이드]를 발동시킨다.

    -모노 블레이드 : 빛과 어둠을 합쳐 상대의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하며 공격합니다. (시간당 1회/10초)

    10초의 시간.

    빛과 어둠이 칼날이 되어 모였다.

    그 순간, 한 줌의 망념도 없이 그대로 두 검을 사선으로 교차하며 그어댔다.

    콰지지직!

    허나 적의 단단한 키틴질이 검로를 막아냈다. 이만한 것을 갈라내는 것은 쉽지가 않았고.

    그렇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증폭시킨 능력, 거기에 10초간의 방어 무시.

    이 상황에서 이조차 베지 못한다면 뒤가 없음을 알기에.

    ‘제발, 가라아아아앗!’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달인의 경지에 오른 무공에 마투술이 더해지니 한계를 뛰어넘어 검로가 선연하게 미래를 열어젖혔다.

    서컹!

    마침내.

    거미 보스의 몸이 갈라진다. 놈은 그럼에도 저항하려고 몸을 일으킨다. 그러나, 다시 더블 어택!

    서커커컥!

    100% 확률로 발동하는 더블 어택이 키틴질 안쪽까지 검기로 적을 난자했다.

    그야말로 냉혹한 확인 사살!

    “헉, 허억!”

    이제 몸에 남은 힘이 없다.

    털썩 쓰러지는데 거미 보스가 갑자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대체… 무슨… 너와 나는…… 무엇이 다른 것……. 그렇다면 신이시여…. 저의 영혼을… 사…… 여기에 임하소…….]

    서컹!

    젖 먹던 힘까지 끌어당겨 목을 베었다.

    결국 놈의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더는 움직이지 않고 식어갈 뿐.

    완전히 죽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행사를 돕는 호텔 직원부터, VIP들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헌터가 아닌 자들.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와 싸우다가 쓰러진 헌터들까지.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거미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거미의 머리가 내 발 아래로 도르륵 굴러가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아아아아!”

    누군가가 외친다.

    울음과 고함을 터뜨리며 모두가 소리를 지른다.

    “살았어! 살았다고!”

    “이야아아아아! 죽은 줄 알았네!!”

    “폰 되시는 분 있어요? 엄마한테 연락 좀 해야 하는데 폰 가지고 계시는 분?”

    가족에게 연락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확실히 죽은 거 맞죠? 저거저거, 진짜로 죽은 거 맞죠?”

    그 말에 내가 답했다.

    “네. 죽은 게 맞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어떤 내일은 돈으로 살 수가 없다.

    아무리 무엇이든 파는 경매장이라고 하더라도 ‘내일’을 팔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들을 고용한 VIP들조차도 줄 수 없는 것.

    오늘 그들은 내게서 ‘내일’을 샀다.

    -10따봉을 받았습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4따봉을 받았습니다.

    -5따봉을 받았습니다.

    -2따봉을 받았습니다.

    -10따봉을 받았습니다.

    -10따봉을 받았습니다.

    …….

    서로 다른 숫자의 따봉이 마구 들어온다.

    이 정도면 그들에게도 썩 괜찮은 값 아닌가.

    본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을 이렇게 얻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일단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다음 할 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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