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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68화 (168/305)
  • 제168화

    “안녕하십니까! 엄지&검지! 엄지 채널 구독 & 좋아요! 잊지 말긔~★”

    그 순간 사람들이 미쳤냐는 눈으로 나를 봤다.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조차도 이 새끼 돌았냐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허나, 어쩔 수 없지.

    진정한 프로는 어느 순간에도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법.

    기회를 가리기 시작하면 바로 하향세 타는 게 이 바닥 아닌가.

    사람들을 공격해 대는 다른 테러리스트를 향해 일단 몸을 날렸다.

    다른 녀석들도 전부 다 등판에서 거미 다리를 한 짝씩 뽑아내서 싸우고 있는 게 보인다.

    그 거미 다리가, 상대의 스킬을 관통하는 것도 보았다.

    보통 놈들은 아니다 이거지!

    펑!

    경공을 사용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내 돌진을 인지한 녀석 하나가 나를 보며 거미 다리를 휘두른다.

    거미 다리가 순식간에 길게 늘어나 수 미터나 뻗어져 오며 나를 공격하려 했다.

    문득 테러리스트마다 등에 달린 거미 다리 개수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공격하는 저놈은 거미 다리 한 짝.

    ‘뭔가 레벨이 낮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녀석의 몸에 무척이의 마탄이 틀어박혔다.

    타타탕!

    그러나 몸이 조금 경직되고 말 뿐,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였다.

    놈은 곧바로 거침없이 나를 공격했으니까.

    방어 스킬? 아니면, 공격을 무효화하는 어떤 스킬인가?

    생각과 함께 찔러오는 거미 다리를 향해 염혼염동의 힘을 썼다.

    멈춰라!

    콰직!

    놀랍게도 거미 다리가 염혼염동의 염동력을 파쇄, 그대로 나에게 다가든다.

    ‘와우? 단순히 공격 수단 하나 더 달린 수준이 아닌 모양이네?’

    저 거미 다리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할 시간도 없이.

    그 공격은 희망의 수호자의 자동 방어에 그대로 막힌다.

    카가강!

    녀석의 다리가 튕겨져 나가고, 그사이 다리에 진기를 사용해 속도를 더 높였다.

    일보에 수 미터를 단번에 뛰어넘고, 그대로 들고 있던 쌍검을 교차해서 상대를 베었다.

    카가가각!

    “끄아아악!”

    놈이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 손의 감각이 몹시 이상하다.

    이거 벌레 다리가 아니라 무슨 강철을 벤 거 같은데?

    약간의 놀라서 상대를 바라보니 놈의 상처에 피가 흐르지만, 그 안쪽은 명백히 보통 인간의 것과는 달랐다.

    갑각으로 된 껍질.

    ‘이놈들,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었어!?’

    머릿속에 하예진다.

    그래도 멘트는 쳐야 한다.

    “오우, 여러분. 경찰 관할인 줄 알았는데 농림부 관할이었군요! 얘들 사람이 아니었네?”

    적이 다시 공격한다.

    내 몸은 이렇게 지껄이면서도 물처럼 공격 하나하나를 피해 내기 시작했다.

    ‘촉수에 비하면 한참 느려.’

    놈에게 죽고, 또 죽었던 그 경험이 나를 강하게 해주는가.

    비틀거리는 상대에게 더욱 접근하며, 검기를 성화처럼 피워 올렸다.

    그리고 그 목을 잘랐다.

    서걱!

    그렇게 잘려 나간 머리는 인간의 것이 아닌 곤충의 것이었다.

    정확히는… 인간과 곤충이 섞인 느낌.

    뭐야, 이건!?

    정신이 나가도 멘트는 나간다.

    “엄지코는 알 하나까지 처단합니다!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미래형 리빙 라이프~”

    내 모습에 기가 막히는지 동생이 머릿속으로 외친다.

    -형. 집중해! 세X코고, 엄지코고, 제정신이야?

    -들어 봐. 이 형이 비록 아무 말 대잔치로 멘트를 치고 있지만 나름대로 집중하고 있다고!

    -…….

    동생은 미친놈 보듯 나를 본다.

    이놈아, 그 정도의 연약한 정신으로 이 갓튜브 세계를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나는 내가 제정신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일단 지껄였다.

    -들어 봐라. 이놈들, 스킬을 무력화시키는 스킬을 가지고 있어. 저 거미 다리가 그걸 하는 것 같아. 다행히 검기는 먹히니까 일단 다음 놈한테 간다.

    스킬을 무력화시키는 스킬이라.

    그야말로 헌터의 천적 아닌가.

    제아무리 고레벨 헌터라도 이런 놈을 상대하는 건 무리다.

    이 몸의 냉정한 상황 분석에 녀석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엄호할게.

    적들의 숫자는 여덟.

    그중 하나가 방금 나한테 처리됐고, 나머지 일곱 중 하나는 연단의 전국옥새를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한 명이 사망해서 그런 건지.

    그들의 시선이 전부 나에게 향해 있다.

    좋아. 차라리 나를 봐라!

    “괜히 민간인들 건드리지 마시고요? 와우, 관심이 뜨겁네요.”

    일부러 웃으며 살기를 피워 올렸다.

    그러자, 연단으로 접근하는 녀석을 제외한 나머지가 나를 향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래. 와라!

    쾅!

    보법으로 돌진하며 다음 타깃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사이 리블도 재빠르게 움직이는 게 보인다.

    알아서 잘 싸울 거라고 믿고, 일단 그에게서는 신경을 껐다.

    지금 다른 곳에 정신을 분산할 여유 따위는 없으니까.

    두 번째 적.

    이놈 역시 등에 한 개의 거미 다리를 가지고 있다.

    아까 동료가 당한 것을 보아서인지, 거미 다리를 찌르지 않고 횡으로 휘두르는 게 보인다.

    “우리 거미 친구 금방 배우네~ 아이큐가 몇이야? 선생님에게 말해 봐~”

    카강!

    이번에도 희망의 수호자가 자동 방어. 그리고 녀석의 다리가 튕겨 나가 빈틈이 드러난 순간, 그 안쪽으로 파고들기 위해서 내달렸다.

    그 순간. 적의 두 손이 번개로 물들었다.

    “파쇄 번개!”

    놈의 외침과 함께 번개가 내 몸을 강타한다.

    콰릉!

    파치치치직!

    “큭!?”

    번개가 몸을 지진다.

    온몸의 신경이 비명을 지르며 마치 달군 꼬챙이로 찔린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비싼 연미복이 그을렸지만, 내공 덕분인지 완전히 불타지는 않았다.

    고통 속에서. 나는 그래도 내공을 더욱 끌어올리며 앞으로 달렸다.

    “와우, 우리 친구 번개도 쓰는구나. 내가 번개 포X몬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거미 다리 외에도 자체적인 스킬과 능력이 계속 전투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주군. 쉽지 않은 강적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죽는다. 이 새끼야!

    “여러분. 해충 구제에는 어디다? 엄지코!”

    서걱!

    두 번째 녀석의 목을 단칼에 베어 냈다.

    그리고 옆을 보자, 리블이 다른 놈들을 죽여 대는 게 보였다.

    수련할 때 보여 준 마력체라는 게 되어서는 거미 다리를 잡아서 그대로 으깨 버리는 모습이 놀랍다.

    이게 무슨 네크로맨서냐? 최상위 근접 딜러 아냐?

    칼도 안 쓰고 무슨 닭다리 찢듯이 맨손으로 죽죽 찢어버리네.

    -형! 연단을 봐!

    무척이의 말에 연단을 보니, 연단으로 향하던 테러리스트 하나가 손을 뻗으며 힘을 쓰려는 게 보였다.

    그 손이 향하는 곳에는 중장갑을 입고 대검을 든 대장급 기사 한 명과 좌우로 검과 방패를 든 기사들이 있다.

    그 뒤쪽으로 신관 복장을 한 이와 마법사도 있었다.

    아까 전 빛과 함께 나타난 이들이다.

    어디서 공간 이동을 한 사람들인가?

    [아닙니다. 주군. 소환수입니다!]

    기사를 소환하는 직업도 있었나!?

    아아, 맞다. 헌터 중에 몇이 그런 능력 가지고 있긴 하지.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긴 하지만!

    “염혼염동!”

    위우웅!

    본능적으로, 염혼염동을 사용.

    원거리에서 연단 근처의 적을 후려쳤다. 그러나 그 역시 나와 비슷한 힘을 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파아아아!

    나와 그의 힘이 서로 뒤섞이더니, 돌진해 가던 기사와 마법사들을 내리누르는 식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아까 놈은 번개 쪽이더니, 이놈은 염동력 계열인가.

    그나저나…….

    지금 이 상황을 그냥 날릴 수는 없지.

    “지금 관계자분이 안 계셔서 그런데, 이거 라이브 송출해도 됩니까? 안 되면 녹화 방송이라도 하겠습니다!”

    아직은 라이브로 송출하고 있진 않다. 녹화만 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혼절해 있거나, 도주했으면 이런 이야기 안 하지만.

    지금 연회장에 멀쩡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테러리스트들과 내 일행 그리고 저 기사와 마법사 무리뿐.

    다른 헌터들은… 어디로?

    [죽거나 도망쳤습니다. 지금 회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대리인입니다. 진짜 강자들은 모니터로 보고 있을 거고요.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해도 직접 경매에 참여하는 건 신분이 노출될 수 있으니 삼가는 거죠.]

    이거 꽤 엿 같군.

    헌터는 공인이라 찍어도 되지만. 그래도 라이브는 또 다른 문제이니 물어봐야지.

    내 말에 싸우던 모두가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적을 해치울 자신은 있는 거겠죠!? 있다면 녹화로 하세요!”

    투구를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성의 외침이 들려왔다.

    얼굴은 안 보이지만 겁나 세다.

    상당한 고레벨 헌터인 듯?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러면 녹화 마저 돌리겠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리블이 미친 듯이 웃는다.

    “아하하하핫핫핫항항항! 와~ 이거 진짜 재미있네요. 이래서 튜토리얼 전의 세계가 좋아.”

    아니.

    사람 대가리 터트리면서 그렇게 사이코처럼 웃지 말라고요, 이 악마야.

    이놈 때문에 편집해야 할 게 무더기네! 그나저나.

    파직. 파지지직.

    적과 나의 염동력이 결판이 안 난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부탁한다. 척량!

    척량이 옆에서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몸을 거대화했다. 그러고는 벽면보행 스킬을 사용하면서 천장에 달라붙어 내달린다!

    그리고 나 역시 움직였다.

    슬금슬금.

    이게 바로 고대 무공의 보법 비의!

    촌보(寸步)다!

    발가락으로 아주 조금씩 전진하는 것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이동하기 좋지!

    [어디서 너 같은 인간이 나타났단 말인가.]

    그때.

    염동력을 사용하던 습격자가 말했다.

    아니. 말한 것 같았다.

    소리가 아닌, 그 의지와 뜻이 텔레파시처럼 와닿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텔레파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는군.

    역시 이 새끼, 인간이 아니구나?

    리블과 같은 종류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 그리고 녀석은 한 손을 들어 올리더니, 척량을 가리켰다.

    위우우웅!

    척량이 천장에서 떨어져 땅에 처박혔다. 이 새끼가!?

    위우우우우웅!

    나 역시 염혼염동의 힘을 나누어 척량을 보호하자, 그제야 척량이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한다.

    척량도 염혼염동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나의 마력&내공이 쭉쭉 빠져나간다. S랭크가 아니었으면 진즉 쓰러졌을 정도!

    즉. 저놈의 능력도 S랭크는 된다는 거겠지!

    적이 말했다.

    [강하구나…….]

    척량과 나. 둘 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자, 이제 어쩔 거냐?

    [어쩔 수 없나. 저주받는 것을 각오하고 나, 여기서 그분께 받은 모습을 드러내노라. 너희들 모두 보아라. 여기 너희들의 죽음과 절망이 강림하노니. 나 위대하신 ■■■■의 사도가 그대들의 생과 혼을 취하리라.]

    촤아아악!

    녀석의 등 뒤가 찢겨져 나간다. 그리고 여덟 개의 거미 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니. 정정하겠다.

    거미 다리만 드러난 게 아니다.

    등 쪽이 부풀어 오르더니, 거대한 거미의 몸체가 나타난다.

    그리고 거미의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놈의 상반신이 자리했다.

    아니… 실화냐?

    몬스터가 사람으로 변해서 나다니고 있었어!?

    곤충 대가리를 끼고 있는 놈들이야, 사실 스킬의 영향이든 저주를 받았든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저런 변신은…….

    아. 그래. 변신 스킬인가?

    그런 것도 있다고는 듣긴 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네.

    일단 저 새끼가 사도라고 자기 스스로 말한 건 기억난다.

    “와, 보이십니까. 엄지코 방역 시스템의 위대함이? 얼마나 했다고 벌써 보스 거미가 등장했습니다!”

    태연하게 지껄이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결국 지금 저 대왕 거미를 물리쳐야 한다는 건데.’

    아마 이게 뭔가 미래의 분기점이 된 모양이야.

    전국옥새가 넘어갔을 때의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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