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64화 (164/305)

제164화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자. 마력은 뭐든지 될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일단 이게 절대명제에요. 다만 이 시간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거라는 걸 알아야 하죠.”

“예를 들면 복잡한 건 오래 걸리고, 단순한 건 빠르게 된다, 그런 겁니까?”

“정답! 그래서. 이런 게 가능해요.”

그가 손에 사령 마력이라고 부르는 힘을 두른다.

검은 안개가 서린 것 같은 모습. 그 상태로 손을 까닥이자, 언데드 1기가 다가와 뼈로 된 칼을 빼든다.

그리고 그대로 휘둘렀다.

캉!

“단순한 효과죠. 강화. 마력을 육체에 불어넣어서 강화한다. 효율은 마법이나 서클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재빠르다는 장점이 있다구요. 하지만, 이걸 응용하면 말이죠~?”

스스스스.

검은 기운이 그의 몸 전체로 흡수된다.

그러자 그의 몸이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새하얀 피부가 아예 반타 블랙 같은 것으로 변했다.

검은색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운 불길한 블랙.

마치 허공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다.

어둠. 그 자체다.

“마력을 사용하는 기술을 갈고닦으면, 이렇게도 될 수 있답니다. 지금 제 모습을 마력체(魔力體)라고 하죠.”

저…… 저런 게 가능했었어?

“스킬이 없어도, 마력을 이렇게 다루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강해진다고요~ 바로 이렇게요. 호잇.”

그가 주먹을 가볍게 뻗는다.

그 가벼운 일권이 언데드에게 틀어박히자, 뼈 갑옷이 박살 나며 나가 떨어졌다.

무공을 배웠고, 천무지체이기 때문에 알 수 있다.

방금의 일권은 제정신이 아닌 위력!

스킬도 안 쓰고 깃든 마력의 양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된다고?

“말도 안 되는…….”

무척이 역시 저 주먹질의 위력을 파악한 모양이다.

“단순한 강화가 아니에요. 뼈, 혈관, 세포, 혈액, 신경계까지, 그야말로 세밀한 부분 전부를 강화하는 것! 마력을 다루어 육체를 사용하는 기술. 이른바 마투술이랍니다!”

마투술(魔鬪術).

“그거. 스킬로 있긴 해요.”

마투술도 제법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공의 아류로 평가절하당하는 스킬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스킬로 사용하는 이들이 이걸 제대로 활용하려나요~? 참고로 이건 사령술, 그러니까 네크로맨시를 배우는 것에 비해서는 아주 쉽답니다. 남의 시체 근육을 하나하나 조절하는 것보다 내 팔뚝 움직이는 게 훨씬 쉽잖아요?”

우와, 비유도 엄청나군.

리블이 말을 이어 나갔다.

“참. 마투술은 무공과는 전혀 다른 거예요. 근본도 다르고, 사용법도 다르죠. 왜냐면… ‘의지’가 필요하거든요.”

“의지요?”

“예. 아까 전. 마력이 무언가로 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죠? 사실 한 가지 더 필요한 게 있답니다. 바로 방향성이죠.”

“방향성과 의지가 무슨 상관……? 앗!”

“알아챘군요? 그래요. 의지로 변해야 하는 속성으로 마력을 고정 시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마력을 사용하면서 불이 되어라…라고 생각하면, 느리지만 불로 변한답니다.”

“호오?”

“아까 마력을 몸에 불어넣어 강화한 것도 마찬가지. 마력을 사용해서, ‘강해져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해진 거예요.”

그런… 일이 가능한 거였구나.

“아주 자그마한 마법이죠. 원시 마법이기도 하고요. 이 ‘의지’에다가 복잡한 규칙과 계산, 그리고 여러 가지를 뒤섞은 게 바로 마법입니다~ 그리고 ‘의지’만 가지고 육체에 적용해서 사용하는 게 바로 마투술. 참 쉽죠?”

“슬슬 어디서 많이 들은 멘트 같은데.”

“한마디로 굳건한 정신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요! 노력!”

아니. 이제 와서 쌍팔 년도 근성론이 나온단 말이야?

어이가 없네.

“그런 걸 제가 배워도 되는 겁니까?”

“무공과 전혀 다르잖아? 이거 무공이랑 충돌하는 거 아냐?”

무척이도 같이 문제점을 지적한다.

“당연히 되죠. 우리 엄지 군은 천무지체잖아요? 그리고. 무척 군은 특이한 능력을 쓰니까 그걸로 커버가 될 거구요.”

기록사의 능력. 그걸로 커버가 된다… 이건가.

진짜 이 악마.(악마가 확실한지조차 알 수 없다지만) 보기만 해도 상대를 죄다 간파한다.

그게 필멸자와 성좌의 차이점인 건가?

그는 후후훗, 하며 상체를 종이인형처럼 펄럭였다.

“자. 그러면. 바로 가르쳐 드리죠. 준비되셨나요~?”

척량아, 성좌들은 원래 저렇게 맛이 가니?

[어… 아닐 겁니다. 주군. 성좌와 대화한 후기들을 봤을 때는 다들 정상적으로 나쁘거나 정상적으로 착하던데 말입니다.]

이놈은 대체 진짜 이름이 뭐야?

* * *

‘마투술과 무공은 확실히 다르구만.’

무공이라는 것이 뭐시냐 하면! 천지자연의 기를 받아들이고 체내에서 순환하여 육체에 힘을 불어넣는 것인데.

마투술은 결국 사용자 안의 ‘의지’가 중요했다.

거기다 그 ‘의지’란 놈이 세분화될수록 더욱 위력이 상승했다.

리블이 말했다.

“인간은 빨리 죽고, 쉽게 죽고, 종이 하나에 베여도 아파서 반창고를 삼 일은 붙여야 하는 종족이지만 대신에 에고가 강하거든요. 에고(ego)란 무엇인가. 자아(自我)죠.”

그는 손으로 연기를 일으켜 작은 애견 모양을 만들었다.

“왜 치와와도 그렇잖습니까. 약해 빠지고 자아가 강한 존재가 공포감을 느끼면 잘 짖고 잘 물죠.”

“그게 마투술이라는 겁니까?”

“그게 의지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종족이에요. 약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의지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죠.”

역설적인 이론이다.

“어찌 되었건. 그렇다고 ‘내 감각이 예민해지고, 육체가 강해지기를 원한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마력을 쓰는 것보다는.”

그는 창백한 근육질 팔을 내밀었다.

“차라리 ‘신경 세포가 강화되고, 혈류 속도가 증가하며, 근육이 몇 배의 힘을 내고, 피부는 금속만큼 강인해지기를 원한다.’같이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빠르겠죠.”

그 순간. 무척이의 팔에 마력이 솟구친다.

스가가각-

“오우, 한 번에 익힌 겁니까?”

“어차피 기계로 뼈를 바꾼 몸이다 보니 나한테는 쉽지. 몸을 의식하고 움직이는 건 늘 하는 거니까.”

그으……렇구나. 무척아.

리블이 신기한지 무척이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희한하군요. 분명 마공학이 들어 있는데 성장 가능성을 열어 두다니. 거기다가 재료도 그렇고. 이거 지구인이 만든 게 맞습니까?”

“네. 정비가가 만들었어요.”

“정비가면 정지 군의 누이겠군요. 고작 인간이 성좌급의 창조가 가능하다니.”

내가 물었다.

“고작해야 레벨보다 강한 수준인데요. 성좌요?”

“아, 훗날 더욱 강해질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주인이 강해지면 육체도 따라서 계속 조정이 되는 방식이죠. 이런 것까지 계산을 할 수 있는 자는 마도공학 차원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그녀는 대체 뭐하는 존재일까.

아무튼.

나와 내 동생은 마투술을 종일 연마했고. 배운지 얼마 안 되어서 확 전투력이 상승되는 걸 느꼈다.

콰광!

무척이가 내지른 일권이 리블이 새로 소환한 언데드인 구울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게 보였다.

총 쏘는 원거리 딜러인 내 동생의 주먹이 칼 쓰는 근거리 딜러보다 잘 나오는 게 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이야~ 빠르군요.”

저 주먹에 스치면 나도 사망이다.

“대단하다.”

내 말에 동생이 눈을 빛냈다.

“형, 고마워.”

이 녀석은 유독 내 칭찬에 기뻐했다.

짝짝짝.

리블이 손뼉을 친다.

“대단하네요. 오늘은 그렇게 마투술을 계속 연습해 봅시다요? 두 사람은 다른 헌터들에 비해서 마력 회복력이 몇 배나 되니까 더욱 빠르겠죠.”

리블이 그러면서 박살 난 언데드를 수복하고, 다른 언데드들도 소환했다.

그 모습을 보고 척량이 말했다.

[주문을 발음으로 하지 않고 의지만으로 시체를 일으키는군요.]

그러게 말이다.

내가 네크로맨서라면 좀 더 잘 보이려나.

일단 막눈으로도 갓튜브에서 보던 네크로맨서들과는 그 방식도, 수준도 다르다는 걸 알겠어.

갓튜브에도 네크로맨서가 많지 않은 직종이지만 말이지.

[네. 반드시 #호러 태그를 달아야 하기도 하고. 여러 종교인들의 악플과 신고를 견디며 갱신해야 하는 리스크도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직업 종사자가 적습니다.]

음, 시체를 만져야 하는 일이니까.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 할 직업이지. 이건.

리블이 말했다.

“자. 그러면 이제는 익숙해질 시간입니다. 두 분 다 마투술에 이제 막 입문한 상태고. 마력체를 구현하는 건 하지도 못하니까요. 이런 건 계속해서 써 봐야 해요.”

마력체는 마투술에서도 고등 기술이라고 한다.

당연히 오늘 하루 배운 사람이 당장 쓸 수는 없다고.

그렇다는 말은 뭐, 결국 계속해서 반복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겠지.

리블이 말이 끝나자 박수를 짝 친다.

“자, 그러면. 레디 파이트!”

언데드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죽겠네…….”

무척이가 마력 물약을 빨면서 앓는 소리를 낸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아니, 실전적인 훈련이라고 하지만 보통 이렇게까지 하나?

무신의 수련 공간에서 하는 모의 전투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빡빡했다.

언데드가 수십 마리 나타나서 덤벼드는데, 박살 나도 리블이 족족 수리해서 다시 싸우게 한다.

그야말로 물량의 파도.

그런 언데드를 상대로 다른 스킬은 쓰지 않은 채 순수 마투술로만 싸워야만 했다.

“굳이 다른 스킬을 쓸 거면 연습을 왜 합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라 나와 동생은 죽어라고 수련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마투술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높아지긴 했다.

거기에 무공과 병용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익혀졌다.

아직 능숙한 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강해진 것을 느꼈다.

지금의 내 실력이면 레벨 100대의 헌터와 비슷하지 않을까?

“안마 스킬 좋네요~ 이 정도만으로 육체의 피로가 거의 사라졌으니까. 마력의 소모는 마력 포션으로 해결하니 아주 좋아요.”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점 중의 하나.

거기다 내가 직접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단가는 더 절감된다.

물론 나보다는 동생이 더 많이 포션을 빨아댔지만.

아무튼 우리는 수련을 마치고 경매장으로 향했다.

7성급 고급 호텔의 호화스러운 연회장 내부.

[세계 어린이 심포지엄]

유명한 자선단체의 파티 초대장을 들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의상은 모두 정장.

최고급 슈트를 입고, 안으로 들어가니 가면을 나누어 주었다.

가면을 받아서 쓰고는 계속 걸어간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면을 쓰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희미하게 티켓 표면이 변한다.

[↗]

우리는 티켓을 따라 걸어간다. 화살표는 나침반처럼 매번 바뀌며 다음에 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윽고.

불 꺼진 옆 복도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점검 중]

무척이가 말했다.

“근처에 강한 전자 신호가 느껴지는데.”

그리 말하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부드럽게 열리자 우리 셋은 기다렸다는 듯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없다. 그저 어딘가로 솟구칠 뿐이었다.

0